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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조·성가·기도문

모란- 최정례/모란 사진 2장

 

모란

 

젊고 예쁜 얼굴이 웃으며 지나가고 있다
나를 보고 웃는 것은 아니다

도착하자마자 우리도 떠나고 있는 것이다
빨간 꽃잎 뒤에 원숭이 얼굴을 감추고

일요일 아침 모두가 게으름을 피우는 사이
가자! 결의하고는 떠나고 있다

맹인의 지팡이 더듬어 잡고

―최정례(1955~ )

 

 

 

최정례 시인

출생 1955년 (만 57세), 경기 화성시 | 양띠

데뷔 1990년 현대시학 등단

학력 고려대학교

 

 

*** 모란이 빨간 꽃잎 뒤에 원숭이 얼굴을 감추고...가자! 결의하고는 맹인의 지팡이 더듬어 잡고 떠나고 있다.

 

표현이 독특하다... 모란 보고 원숭이 얼굴을 연상했으니 말이다...털 있는 열매 보고 연상하지 않았을까...^-^

 


 

조선일보/가슴으로 읽는 시조(2012.5.3)이다. 장석남 시인의 시평이다.

 

마당가에 모란이 피었다. 그 앞에 앉아본다. 그 앞에 앉지 않을 수 없다. 앉아 보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일생을 통해 얼마나 다를까?

 

그 앞에 앉아본 나와 그냥 지나친 나는 먼 후일 어떻게 다를까 궁금해하며 앉는다. 내밀한 어떤 예배에 참여하듯 앉아보는 것이다.

아이들 손바닥만 한 꽃숭어리에 꽃잎들이 각각 살아서 흐느끼는 듯하다.

어느, 내가 모르는 나라의 구중(九重)궁궐 속 이야기라도 하는 것인가? 알아듣기라도 하는 듯 바라보다 일어선다. 이 꽃을 봄으로써 나는 여러 날분의 공부를 한 것으로 친다.

모란은 안타깝게도 오래가지 않는다. 한꺼번에 스러져버린다. '가자! 결의하고는 떠나'는 듯 허무하다.

젊음의 모습 같고 나아가 인생의 모습 같다. 어디로 간단 말인가.

맹인의 지팡이의 안내를 받으며 가는 것이 우리네 삶이다. 그걸 가르치려고 오는 꽃 같다.


모란

 

모란 열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