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가슴으로 읽는 시조] 2012.3.26- 냉이꽃
냉이꽃
밤이면 그 밤마다 잠은 자야 하겠고 낮이면 세때 밥은 먹어야 하겠고 그리고 또한 때로는 詩도 읊고 싶고나
지난봄 진달래와 올 봄에 피는 진달래가 지난 여름 꾀꼬리와 올 여름에 우는 꾀꼬리가 그 얼마 다를까마는 새롭다고 않는가
태양이 그대로라면 지구는 또 어떨 건가 수소탄 원자탄은 아무리 만든다더라도 냉이꽃 한 잎에겐들 그 목숨을 뉘 넣을까
-이병기(1891~196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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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이꽃은 밟혀도 피고 지는 민초(民草) 같은 꽃이다. 메말랐던 우리네 삶을 봄마다 환히 살리고 먹이던 꽃이요 나물이다. 그래서 원자탄으로 대변되는 과학문명의 폭력성을 극대화하기에도 좋은 제재였으리라. 2차 세계대전 말의 원자탄 투하는 상상을 초월하는 파괴의 기록이다. 가람 이병기는 일본 제국주의에 저항하며 조선의 얼을 찾고 세운 학자이자 시인이지만, 가공할 파괴 앞에선 생명의 평등한 존엄성을 일깨운다. 생명의 옹호, 그것이 난초를 지극히 애완한 시인이 지천으로 널려 있는 냉이꽃을 새삼 노래한 까닭이다. 마침 핵확산 금지를 위한 회의를 서울에서 열고 있다. 핵(核) 없는 세상을 위해서라면 그 누구와도 이마를 맞대야 할 것이다. 그러하기에 시인의 전언(傳言)이 더욱 오래 맴돈다. 냉이꽃 한 잎에겐들 그 목숨을 뉘 넣을까…. [정수자 시조시인 시조평] | |
이병기[李秉岐]
[ 인명] 우리나라의 시조 시인․ 국문학자( 1891~ 1968). 호는 가람( 嘉藍) 이다. 시조 부흥 운동에 앞장서서 시조를 이론적으로 체계화하는 데 노력하는 한편, 창작에도 관여하여 시조의 현대화에 기여하였다. 저서에 《 가람 시조집》, 《 국문학 개론》 따위가 있다.
1891. 3. 5 전북 익산~ 1968. 11. 29 익산.
시조시인·국문학자.
6·25전쟁중 고서(古書)를 트럭에 실어 날라 고향에 보관한 일은 널리 알려진 일화이다. 동국대학교·국민대학교·숙명여자대학교 등에서 강의했다. 1952년 대한민국 학술원 회원이 되었다. | |
냉이 전체 모습
냉이꽃차례와 잎...^-^
냉이꽃
삼각형의 냉이열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