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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조·성가·기도문

기억해내기- 조정권/석촌호수 벚꽃 3장

 

기억해내기

 

혼자

꽃.

진 채
내게 배송된 꽃.

발송인을 알 수 없던 꽃.

그 꽃을 기억해 냈다.
슈베르트 음악제가 한 달간 열린
알프스 산간 마을
한가로이 풀꽃에 코 대고 있는 소 떼들이
목에 달고 다니는 방울
그 아름다운 화음에서

―조정권(1949~ )

 


[조선일보/ 가슴으로 읽는시]

2012년 5월 9일(수)요일

피어나는 꽃들이 감탄을 부른다면 떨어진 꽃은 명상을 낳는다. 꽃을 온전히 보려면 피는 때의 흥겨움만 말고 처연히 지는 꽃길도 터벅터벅 걸어보아야 하리라. 지는 꽃은 눈으로 보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만나는 것이다. 그때 그 꽃은 누군가 내게 어떤 편지로서 보낸 것만 같으리라. 인간의 문자가 아닌 꽃의 문자로 이어지는 길고 흐린 사연들. 경(經)이 따로 있으랴.

시간이 흘러 어느 이국(異國)의 골짜기에 나는 있고 한가로운 소들의 목에 단 방울소리들이 찬란히 풀꽃들을 피워내고 있는 그곳에서 언젠가 만났던 꽃들, 낙화(落花)의 풍경을 기억해본다. 여기, 이 평화의 화음(和音)에서 발송되었던 꽃들이었구나! 회통(會通)하는 우주의 호흡!
[장석남 시인의 시평]

 


 

지는 꽃을 보고 기억해낸 추억을 말하는 시이겠지...처음엔 책갈피 속에 끼어있는 우연히 보게 된 마른 꽃을 보고서 기억해 낸 추억을 읊은 시라고 생각했었다...ㄹㄹ...^-^

  • 조정권 [趙鼎權] 브리태니커
    시인. 어린 시절 아버지가 남대문에서 금은방을 운영하여 유복하게 생활했다. 양정고등학교 3학년 때 교지에 투고한 산문을 읽고 당시 문예반 지도교사로 있던  김상억이 시를 쓰라고 권유하였다. 그 후 문예반에서 활동하며 시를 쓰던 중 박목월의 눈에 띄어 1969년 시 〈흑판〉으로 〈현대시학〉 창간 신인 시인으로 등단하였다.

    중앙대학교 영어교육과를 졸업하고 문화예술지 〈공간〉 편집장으로 근무하며, 이만방과 강석희 등 우리나라의 유명한 작곡가와 화가 등을 만나 그들의 세계와 교감하며 미술과 음악 평론을 썼다. 1975년 '신감각' 동인으로 활동했고, 1977년 11월 첫 시집 〈비를 바라보는 일곱 가지 마음의 형태〉를 출판했다.

    1985년 시인 김달진과 친분을 쌓으면서 쓴 〈허심송 虛心頌〉은 욕심 없는 너그러움과 동양적 은일의 세계를 갈망하는 시이다. 1987~91년에 쓴 30편의 연작시 〈산정묘지〉는 신성한 범신주의적 세계를 보여 관념의 극치를 이루는데, 이 때문에 자족적이며 현실도피적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1980년대 산업사회와 물신주의 풍조를 거부하고 정신의 고양(高揚)을 위해 시를 썼으며, 동양적 정신세계에 몰두하여 형이상학적 정신주의 시라는 새 지평을 열었다. 그의 시는 동양적 정관(靜觀), 노장적·불교적 무위자연(無爲自然)의 세계를 동경하고 정신주의 시의 정점을 이루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편〉(1982)·〈하늘이불〉(1987)·〈산정묘지〉(1991) 등의 시집과 〈백지 위에 별빛을〉(1985)·〈바람과 파도〉(1988) 등의 시선집을 간행하였다. 녹원문학상(1985)·한국시인협회상(1988)·김수영문학상(1991)·소월시문학상(1992)·김달진문학상(2006) 등을 수상했다. 2010년 경희사이버대학 미디어문창과 석좌대우교수로 재직 중이다.

 


 

 

 

석촌호수 롯데월드

  

석촌호수 수양벚나무

 

석촌호수 벚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