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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조·성가·기도문

단란- 이영도/삼청각 내부 닥종이 인형 1장

 


단란

 

아이는 책을 읽고
나는 수를 놓고

심지 돋우고
이마를 맞대이면

어둠도 고운 애정에
삼가한 듯 둘렸다.

 

―이영도(1916~1976)

조선일보/ 가슴으로 읽는 시조(2012.5.8) 이다.

정수자 시조시인의 시평이다.

 

오랜만에 꺼내보는 말이다. 단란, 그 말에서는 정갈한 속옷이나 따뜻한 밥상 혹은 풀 잘 먹인 옥양목 호청 같은 게 떠오른다. 그런 온기의 '단란'이 불현듯 그리워진다.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갈수록 적어지는 탓일까. 아니면 시끄러운 소음 불빛 속에서 전자기기를 늘 장착한 채 '심지 돋우'는 시간도 없이 사는 분주한 일상 때문일까.
 어머니와 딸만으로 충분한 듯, 시 속의 저녁 한때가 퍽이나 오붓하다. 이 다사로운 모녀가정을 두고 누가 결손 운운할 수 있으랴. 이제는 가정의 형태도 다양해지고 있으니, '결손'이란 낙인도 폐기했으면 싶다. 누군가의 부재보다 중요한 것은 같이 살고 싶은 사람끼리 가정을 이루는 것. 그래야 진정한 단란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책 읽는 아이와 이마 맞댄 저녁이 잘 묵은 묵화(墨畵) 같은 단란한 정경이다. 고요한 어둠 속으로 가만히 고개를 숙인다

 

 

***오늘 어버이날이라 '단란'이 선택된 것 같다.

한석봉 모자의 떡 써는 정경이 떠오른다.

"심지 돋우고" 하였으니...전기가 들어오지 않던 50년대 쯤 쓰여진 시인가 싶다...^-^

 

이영도 (한국 시조시인) [李永道] 브리태니커

시조시인. 한국 전래의 기다림을 고유의 가락에 실어 감각적으로 읊었다. 호는 정운(丁芸). 오빠 호우(鎬雨)도 유명한 시조시인이다. 일제강점기에 군수를 지낸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가정교사를 두고 공부했다. 통영여자고등학교, 부산 남성여자고등학교, 마산 성지여자고등학교 등의 교사를 거쳐, 1970년 부산여자대학에서 강의했다. 1964년 부산어린이회관 관장이 되었고, 〈현대시학〉 편집위원을 지내면서 영남시조문학 동인으로 활동했다.

 

 

삼청각 내부 닥종이 인형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