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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조·성가·기도문

어머니- 김종상/보리 2장

 

어머니

 

들로 가신 엄마 생각
책을 펼치면
책장은 그대로
푸른 보리밭

 

이 많은 이랑의
어디 만큼에
호미 들고 계실까
우리 엄마는

 

글자의 이랑을
눈길로 타면서
엄마가 김을 매듯
책을 읽으면

 

싱싱한 보리 숲
글줄 사이로
땀 젖은 흙냄새
엄마 목소리

 

―김종상(1935~ )

조선일보/ 가슴으로 읽는 동시(2012.5.10) 이다. 이준관 아동문학가가 동시평을 했다.

 

-----  엄마를 실망시키지 않으려면 열심히 공부해야지. 엄마가 보리밭 이랑을 매듯 책을 읽으면 엄마 목소리가 들려온다. 땀에 젖은 흙 냄새 나는 목소리, '아들아, 네가 있어 힘들어도 난 아무렇지 않다'. 보리밭의 보리처럼 싱싱한 그 목소리를 다시 듣고 싶어진다. 어머니의 땀에 젖은 흙 냄새와 눈물 냄새를 흠씬 맡아 보고 싶어진다.

 

*** 1935년 생, 73세 작가이시고, 농촌에서 자라, 농촌에서 교편을 잡으셨으므로 자연의 모습을 시로 잘 읊으신듯 하다. "엄마가 김을 매듯 /책을 읽으면/ 싱싱한 보리 숲 /글줄사이로/ 땀 젖은 흙냄새/ 엄마 목소리" 이 구절이 좋다.

김종상(73)은 경상북도 안동에서 나고, 안동사범학교를 나와 50여 년간을 교육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친 분이다. 상주 외남초등학교에 첫 부임하여 사택에서 지내며 아이들을 가르치고 혼자 문학에 뜻을 두어 습작하였다.

 

그 무렵에 쓴 〈산길〉은 첩첩 산, 하늘을 건너가는 해, 수직으로 선 나무, 수평으로 기는 산길,
외딴 집 등으로 산골 풍경을 그린 듯 보여준다.
이 동시가 1959년 《새벗》 현상공모에 당선하고, 이듬해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산 위에서 보면〉이 당선하며 문단에 나왔다.

 

<저서>
동시집 『꽃들은 무슨 생각할까』외 17권,
동화집 『쉿, 쥐가 들을라』외 31권
교육수상집『개성화시대의 어린이, 어린이문화』 글짓기 이론서『글짓기 선생님』외 40여종
노랫말 동요곡집『아기잠자리』외 2권 1200여곡 기타 저서『꽃과 시와 설화』전5권 외 100여권

 


 

산길

"앞산과 뒷산이
마주 앉았다.

하늘이 한 뼘
해가 한 발자국에 건너간다

햇볕이 그리워
나무는 목만 길고
바위는 하릴없이
서로 등을 대고 누웠는데


산마루를 기어 넘는 꼬불길 가에
송이버섯 같은 초가집 하나
해지자 한 바람 실같이
저녁연기 오른다."

―김종상(1935~ )


 

미술시간

 
그림붓이 스쳐간 자리마다
숲이 일어서고 새들이 날고
곡식이 자라는 들판이 되고
내 손에 그려지는
그림의 세계.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도
아무도 모르는 어느 큰 분이
그렇게 그려서 만든 것이 아닐까?

색종이를 오려서 붙여가면
집이 세워지고 새 길이 나고
젖소들이 풀을 뜯는 풀밭도 되고
색종이로 꾸며 세운
조그만 세계.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도
아무도 모르는 어느 큰 분이
그렇게 만들어서 세운 것이 아닐까?

―김종상(1935~ )


 


 

보리

 

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