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월 26일 토요일 [(홍) 성령 강림 대축일] [성 필립보 네리 사제 기념일]
복음 <생수의 강들이 흘러나올 것이다.>
<성령 송가> 성령 칠은 베푸소서.
오늘은 성령 강림 대축일입니다. 성령께서는 나약한 우리에게 용기를 주십니다. 위로자이신 성령께서는 우리의 두려움과 불안을 없애 주십니다. 그리하여 성령께서는 우리를 평화로이 살게 하십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성령의 은총을 청하며 오늘 미사를 봉헌합시다.
본기도
전능하시고 영원하신 하느님, 파스카 신비를 오십 일 동안 기리게 하셨으니, 온 세상에 흩어져 살며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모든 민족들에게 천상 은총을 내리시어, 한마음으로 주님의 이름을 찬미하며 한 백성을 이루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성신의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아멘.
오늘의 말씀
사람들은 주님께 아무런 의논도 하지 않고 하늘까지 닿는 바벨탑을 세우기 시작한다. 주님께서는 그들의 말을 뒤섞어 놓으시어 서로 말을 알아듣지 못하게 하신다. 하느님을 잊은 교만한 인간이 맞는 끝은 분열과 멸망뿐이다(제1독서). 모든 피조물은 나약하여 고통으로 신음한다. 성령께서는 믿는 이들의 고통을 헤아리시며 그들을 대신하여 간구해 주신다(제2독서). 예수님께서는 “목마른 사람은 다 나에게 와서 마셔라.” 하고 말씀하신다. 성령께서는 주님께서 주시는 생명의 물이시다. 성령께서는 믿는 이들을 목마르지 않게 하는 생명수이시다(복음).
제1독서 <주님께서 거기에서 온 땅의 말을 뒤섞어 놓으셨기에 그곳을 바벨이라 하였다.>
▥ 창세기의 말씀입니다. 11,1-9
<또는 탈출 19,3-8ㄱ.16-20ㄴ 또는 에제 37,1-14 또는 요엘 3,1-5>
제2독서 <성령께서 말로 다 할 수 없이 탄식하시며 우리를 대신하여 간구해 주십니다.>
▥ 사도 바오로의 로마서 말씀입니다. 8,22-27
복음 <생수의 강들이 흘러나올 것이다.>
+ 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7,37-39
오늘의 묵상
우리는 오늘 부활 시기를 마무리하는 성령 강림 대축일을 지내고 있습니다. 예수 성탄 대축일과 예수 부활 대축일에는 성탄 밤 미사와 부활 성야 예식을 성대하게 거행합니다. 성령 강림 대축일 전야 저녁 미사도 이와 같습니다.
예수님 시대에 유다인들은 들판에서 천막을 치고 추수 감사제인 초막절 축제를 지냈습니다. 그들은 밤중에 불을 지펴서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에서 나올 때 밝혔던 불기둥을 기념했습니다. 다음 날 아침에는 실로암 못으로 장엄한 행진을 합니다. 그리고 황금 항아리에 물을 채워서 다시 성전으로 돌아옵니다. 대사제는 황금 항아리를 높이 치켜들고 있다가 큰 옹기에 물을 붓습니다. 그러면 물이 옹기에 연결된 여러 개의 관을 거쳐 땅속으로 흘러들어 갑니다. 유다인들은 이런 예식으로 지난날 사막에서 모세를 통해 일어났던 물의 기적을 기념했습니다(『50가지 예수 모습』에서).
초막절에 대사제가 이 예식을 행하자 예수님께서는 대사제가 행한 일이 실제로 당신에게 일어났다고 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목마른 사람은 다 나에게 와서 마셔라. 나를 믿는 사람은 그 속에서부터 생수의 강들이 흘러나올 것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의 영적인 목마름을 달래 주시고, 우리를 살리시는 생명수이십니다. 이 생명의 물을 퍼서 마시려면 그릇이 있어야 합니다. 그 그릇이 바로 우리의 믿음입니다.
<성령 송가>
오소서, 성령님. 주님의 빛, 그 빛살을 하늘에서 내리소서.
가난한 이 아버지, 오소서 은총 주님, 오소서 마음의 빛
가장 좋은 위로자, 영혼의 기쁜 손님, 저희 생기 돋우소서.
일할 때에 휴식을, 무더위에 시원함을, 슬플 때에 위로를.
영원하신 행복의 빛, 저희 마음 깊은 곳을 가득하게 채우소서.
주님 도움 없으시면, 저희 삶의 그 모든 것, 해로운 것뿐이리라.
허물들은 씻어 주고, 메마른 땅 물 주시고, 병든 것을 고치소서.
굳은 마음 풀어 주고, 차디찬 맘 데우시고, 빗나간 길 바루소서.
성령님을 굳게 믿고, 의지하는 이들에게, 성령 칠은 베푸소서.
덕행 공로 쌓게 하고, 구원의 문 활짝 열어, 영원 복락 주옵소서.
명동성당 내부 십자가의 길 제8처- 예수님께서 예루살렘 부인들을 위로하심을 묵상합니다...^-^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2012년 나해 성령강림 대축일 - 성령님은 누구신가?
오늘 저희 성당 한 신자분이 조심스레 물었습니다.
“신부님, 성서강의 때 성령님에 대해 많이 말씀하셨는데 전 성령님에 대해서 아직 잘 모르겠어요. 성령님이 누구인지 간단하게 다시 한 번 설명해 주시겠어요?”
‘간단하게...? 한 사람에 대해서도 간단하게 설명하기 힘든데...’
그래도 저는 질문하신 분께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아... 네, 성령님은 사랑 자체입니다. 힘입니다. 이것이 성령님의 본질입니다.”
우리는 박지성 선수를 잘 알고 있습니다. 박지성 선수는 중학교, 고등학교 때부터 축구하는 것을 매우 좋아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개인기가 부족하고 골 결정력도 그렇게 뛰어나지 못해서 어떤 프로팀이나 대학에서 그를 스카우트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너무나 축구를 하고 싶은 나머지 명지대에 입학하게 되는데, 결국 축구선수가 아닌 테니스 선수로 입학하게 됩니다. 이미 축구 선발 인원은 다 찼기 때문에 우선 테니스 선수로 입단하여 축구부로 들어가려고 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운이 좋게도 히딩크 감독의 눈에 띄었습니다. 어떤 선수가 90분 내내 계속 뛰어다니고 있는 것을 히딩크가 보았고 히딩크는 많은 이들이 의아하게 생각하는 것을 무릅쓰고 그를 국가대표로 뽑습니다.
그리고 미국 골든 컵에 출전하여 박지성 선수를 주전으로 뛰게 합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던 박지성은 히딩크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너무나도 열심히 뛰려고 한 탓이었는지 경기 도중 부상을 입게 됩니다. 그래서 라커룸에 아주 낙담한 상태로 앉아있어야 했습니다. 그 때 히딩크는 통역관을 동행하여 박지성 선수에게 단 1분간 이렇게 이야기했다고 합니다.
“내가 생각하기에 당신은 너무 훌륭한 정신력, 공에 대한 집중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당신은 반드시 세계적인 대스타가 될 것이다. 희망을 가져라.”
박지성 선수는 지금까지 어떤 누구에게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였었는데, 세계적 감독으로부터 1분 동안 들은 그 말이 그의 인생을 완전히 바꾸어버렸다고 합니다. 그래서 월드컵 때도 자신감 있게 뛸 수 있었고, 특별히 포르투갈 전에서는 결승골을 뽑아냄으로써 감독의 신임에 보답하였습니다. 그가 골을 넣고 제일 먼저 달려가 안긴 사람은 당연히 자신을 알아주고 희망을 주었던 히딩크 감독이었습니다.
성령님은 사랑입니다. 히딩크 감독이 1분 동안 주었던 그 위로와 희망의 말이 바로 성령님이고 사랑인 것입니다. 그 사랑의 말은 사람을 완전히 변하게 하는 힘이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성령님은 사랑이고 힘인 것입니다.
아버지께서도 아드님께 사랑의 성령님을 주십니다. 바로 요르단 강에서 세례를 받으실 때입니다. 아드님은 성령님을 받으시고 삶 자체가 완전히 변합니다. 30년간의 나자렛 삶을 접고 세상으로 나아가 많은 기적을 일으키며 세상을 완전히 바꾸어 놓으십니다.
오늘 복음에선 어떻습니까? 숨어 지내던 제자들에게 예수님께서 선물을 주십니다.
“성령을 받아라. 누구의 죄든지 너희가 용서하면 용서받을 것이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얼마나 큰 사랑의 선물을 하는지 모릅니다. 죄를 용서하는 권한, 이것은 하느님 고유의 권한입니다. 이 하느님의 권한을 제자들에게 주시는 것입니다. 그래서 교회는 그리스도의 힘과 권한을 지니게 된 것입니다.
오늘 독서에서는 다락방에 숨어있던 제자들에게 성령님께서 오시어 그들이 아무 두려움 없이 밖으로 뛰쳐나와 복음을 선포하게 하셨습니다. 그 힘이 바로 성령님이신 것입니다. 사랑해서 줄 수 있는 모든 것, 모든 에너지, 이것이 곧 성령님입니다.
우리가 하는 모든 말에는 에너지가 깃들어있습니다. 일본에서 발간된 유명한 책 ‘물은 답을 알고 있다’에서도 물에 칭찬을 해 주면 결정이 예뻐지고 욕을 하니 결정 모양이 보기 흉측하게 변하는 사진들을 볼 수 있습니다.
또 어떤 아이가 밥 두 공기를 퍼 놓고 학교 가면서 하나에게는 좋은 말을 하나에게는 나쁜 말을 했을 때, 좋은 말만 들은 밥은 일주일이 지나서도 보기 좋게 발효가 되었는가 하면 나쁜 말만 들은 밥은 검게 변하였다고 합니다.
제가 실제로 들은 이야기 중 하나는 어떤 자매님이 집에서 화초를 키웠는데 뭐가 맞지 않았는지 다 시들어갔다고 합니다. 그러나 유독 하나만은 더 파릇해지고 예쁜 꽃도 피워서 그나마 위로가 되었습니다. 얼마 뒤 흙을 갈아주어야 할 때 화분 바닥을 보니 하트 표시와 사랑이란 글자가 새겨져 있었고 다른 받침들에는 알 수 없는 낙서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 화분 받침들은 바로 그 자매의 딸이 도자기를 배울 때 새겨 넣었던 것들이었습니다.
이렇게 그 사람이 누구이든 간에 또 무슨 말을 하던 간에 그 입에서는 말과 함께 무언가를 변화시킬 에너지가 나가고 있는 것입니다. 만약 사랑하여 상대에게 무엇을 준다면 그것이 성령님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러면 성령으로, 즉 사랑으로 가득 찰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오늘 복음의 예수님처럼 성령님을 주는 방법밖에는 없습니다. 갈릴레아 호수가 생명으로 가득 찬 이유는 그 생명의 물을 계속 흘려보내기 때문이고, 사해가 죽은 바다가 된 것은 어떤 사랑도 나누어 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미사 때 그리스도는 당신의 몸을 사제에게 주십니다. 사제는 이제 영원한 생명을 나누어 줄 수 있는 무한한 힘을 지니게 됩니다. 사제가 나누어주지 않으면 누구도 영원한 생명을 얻는 살과 피를 받아먹고 마실 수 없습니다. 어떻게 보면 사제가 신자들을 위해 미사를 집전하면서 그 덕에 자신도 덩달아 성체를 받아 모실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더 행복하다고 하신 것입니다. 왜냐하면 주는 것으로 내가 가득 차게 되기 때문입니다. 저는 힘들어도 저에게 안수를 청하는 분들에게 안수를 다 해줍니다. 그 분들을 위해서보다도 저를 위해서 하는 것입니다. 성령이 그 분들에게 가시어 좋은 영향을 미친다면 저도 그 성령으로 가득 차기 때문입니다.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라고 하신 말씀의 의미가 이것입니다.
오늘은 성령강림 대축일이고 저희 성당에서는 새로운 신자들이 세례를 받고 처음으로 성령을 받으시게 됩니다. 저희 성당에도 말기 암 환자시기 때문에 급하게 교리를 가르쳐 세례를 드린 분이 계신데 지금 의사들이 산다고 한 것보다 6개월 이상 더 사시고 계십니다. 그 분은 세례 받으실 때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무언가가 자신 안으로 들어옴을 느꼈고 편안해 졌다고 하십니다.
이제는 받은 성령님을 흘려보내는 것을 배운다면 새로운 생명으로 더 가득 차게 될 것입니다. 오늘 세례 받으며 성령님을 처음으로 모시는 분들도 그것이 마중물이 되어 성령을 콸콸 쏟아내는 생명의 샘들이 되시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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