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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뉴스 강론

2012년 5월 28일 [(녹) 연중 제8주간 월요일]/왕영수 신부 말씀

2012년 5월 28일 [(녹) 연중 제8주간 월요일]

복음 <가진 것을 팔고 나를 따라라.>
묵상  ‘소유한다는 것은’

말씀의 초대

베드로는 신자들에게 시련을 겪으며 고통을 당하더라도 믿음을 잃지 말라고 권고한다. 그 희망은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다시 살아나신 예수 그리스도에 근거한다(제1독서). 예수님께서는 부자에게 가진 것을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주고 당신을 따르라고 말씀하신다. 그러자 부자는 슬퍼하며 떠나간다. 재물의 노예가 된 사람은 예수님의 제자가 될 수 없다(복음).

 

제1독서 <여러분은 그리스도를 본 일이 없지만, 그분을 사랑하고 믿기에, 이루 말할 수 없는 기쁨 속에서 즐거워하고 있습니다.>
▥ 베드로 1서의 말씀입니다. 1,3-9
복음 <가진 것을 팔고 나를 따라라.>
+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0,17-27

 

오늘의 묵상

부자 한 사람이 예수님께 다가와 영원한 생명을 받으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여쭙습니다. 이에 예수님께서는 그에게 가진 것을 팔아 가난한 사람에게 나누어 주고 당신을 따르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는 예수님의 이 말씀을 듣고 울상이 되어 떠나가 버리고 맙니다. 그는 재물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채 욕심의 사슬에 묶여 있었기 때문입니다.

 

법정 스님이 남긴 ‘소유한다는 것은’이라는 글은 우리가 재물에 대하여 어떠한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 생각하게 해 줍니다.
무엇인가를 소유한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소유를 당하는 것이며/ 무언가에 얽매인다는 뜻이다/ …… 인간의 목표는 풍부하게 소유하는 것이 아니고/ 풍성하게 존재하는 것이다/ …… 소유물은 우리가 그것을 소유하는 것 이상으로/ 우리 자신을 소유해 버린다/ 그러므로 필요에 따라 살아야지/ 욕망에 따라 살지 말아야 한다/ 욕망과 필요의 차이를 구별할 수 있어야 한다.

 


살아가는 데에는 어느 정도 재물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재물 자체가 악은 아닙니다. 부자라고 다 비난받는 것도 아닙니다. 부자가 욕심과 이기심에 사로잡혀 자기 곳간의 문을 닫아 놓을 때 비난받습니다. 이기심과 욕심으로 닫아 놓은 문은 하느님께서도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 사람들, 특별히 가난한 사람들에게 열려진 문이 하느님 나라로 들어가는 통로입니다. 그러려면 소유에서 자유로워져야 합니다. 우리는 얼마나 소유에서 자유롭게 살고 있는지 살펴볼 일입니다.


 

명동성당 대성전 십자가의 길 제10처~ 예수님께서 옷 벗김 당하심을 묵상합니다...^-^

 

 

 


 

 

신앙의 신비여

사제 생활 50년의 단상

왕영수 신부 지음 

 8. 사목 현장에서 만난 주님  
17 좀 더 가난해야


                            1983년 보스턴에서 열린 성령쇄신 묵상회에서 나
는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 수석 바이올리니스트인 미스터 황을 처
음 만났습니다.

피정이 중반을 지난 즈음이었고 모든 신자들이 기쁨에 젖어 있었습
니다.  그날 점심을 먹을 때 그가 내 옆에 앉아 있었는데  왠지 얼굴이
밝아 보이지 않았습니다.

 

 "신부님  피정하시는  것을 보니  참 좋습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신선한  충격을 주어서 모두가 기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그러나 좋습니다. 신부님도 이 일을 계속 하시려면
'돈'이 많이 필요하겠습니다."
   그가 느닷없이  '돈'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좀  이상하게  들렸습니다.
그래서 내가 물었습니다.


   "왜 돈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까?"
   "예전과는 달리 음악을 하는 데도 돈이 없으면 힘든 현실입니다. 예
를 들면 제가 베를린에 가서  연주회를 하려면 지금 제가 가지고 있는
악기로는  곤란합니다.  성공적인 연주를 위해서는  적어도 15만 달러
정도의 악기를 빌려야 좋은 음직의 연주를 들려줄 수 있으니까요."


   나는 그를 똑바로 바라보면서 물었습니다.
   "몇 살부터 바이올린을 시작했습니까?"
   "여섯 살 때부터 했으니 40년이 다 되어 갑니다."
   나는 조금 화가 난 음성으로 나무라듯 말했습니다.


   "40년을 하시고도 멍석 타령을 하면 어떡합니까? 이제는 마음(심령)
으로 연주해야 할 때가 아닙니까? 베토벤도 귀가 먹고 눈이 잘 보이지
않을 때 작곡한 것이  불후의 명작이 되지 않았습니까?  제 말을 잘 새
겨 들으십시오. 이제는 기도하는 마음으로 연주 생활에 정진하십시오."
   나는 의도적으로 그에게  충격적인 말을 던졌습니다. 그리고 덧붙여
말했습니다.


   "나는  지금보다 더  가난해져야 이 엄청난 영적인 일을  성공적으로
이룰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는 물질적인 것은 물론이
고 정신적,  영적인 청빈의 덕을 가졌을 때  예수님처럼 하느님의 일을
더 잘할 수가 있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지금보다 더욱 더 가난한 자가
되게 해달라고 기도합니다.


   나의 말을 듣는 그의 표정이 미묘하게 움직이는 듯했습니다. 그러고
는 곧 우울한 표정으로 성당을 향해 갔습니다.
   마지막 감사미사 때 나는  성체를  받아 모시는 그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져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는 아주 기뻐하며 돌아갔습니다..
   그 이듬해 다시 그곳에서  감사미사를 드릴 때 그가  나를 찾아와 부
탁했습니다.


   "신부님, 제가 영성체 후  특송을 연주할 수 있도록 7분 정도만 시간
을 허락해 주십시오."
   그는 영성체 후  특송으로 구노의 <아베마리아>를  연주했습니다.
그가 연주하는  음악을 들으며 모든 신자들이  감동했습니다.  성령에
이끌려 연주하는 그날의 음악은  분명 이전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영
혼으로 하느님께 연주하고 있다고 느껴졌습니다.
   마사 후에 그가 자신 있게 말했습니다.


   "연주 도중에 한두 군데 실수한 것이 있는데 저는 그 실수도 흐뭇합
니다.  또 제 색깔이 있어서 오늘 연주가 무척 마음에 듭니다.  작곡가
는 자기 나름대로  작곡한 것이고 저는 이 현장에서  성령이 시키시는
대로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기 위해 연주를 했으니까요."
   그러고는 부끄러운 듯 말했습니다.


   "신부님, 감사합니다. 그 식탁에서 꾸중하시던 말씀 ---."
   나는 그 후 그가 새로운 예술가의  삶을 살아가는 것을 알게 되었고
하느님께 감사드렸습니다.
  

주님의 평화가 항시 함께 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