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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조·성가·기도문

초록 풀물-공재동(1949~ )/왕따나무 3장

 

초록 풀물

 

풀밭에서
무심코
풀을 깔고 앉았다.

 

바지에
배인
초록 풀물

 

초록 풀물은
풀들의
피다.

 

빨아도 지지 않는
풀들의
아픔

 

오늘은
온종일
가슴이 아프다.

 

―공재동(1949~ )

조선일보/ 가슴으로 읽는 동시(2012.6.8) 이다. 이준관 아동문학가의 평이다.

 

바지에 밴 풀물이 풀들의 피라는 생각이 참으로 놀랍다. 무심코 풀을 깔고 앉았다가 바지에 밴 풀물을 보고 누가 이런 생각이나 해 보았을까. 그런데 시인은 초록 풀물을 풀들의 피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빨아도 지워지지 않는 풀들의 아픔에 온종일 가슴 아파한다. 힘없고 약한 것들을 무심코 짓밟은 것에 대한 미안함과 그들의 아픔을 안쓰러워하는 시인의 마음이 가슴에 아프게 와 닿는다.

우리는 사는 동안 무심코 남에게 많은 아픔과 상처를 준다. 나 또한 살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아픔을 안겨주었으랴. 무심코 던진 말 한 마디가 상대방에겐 가슴에 박히는 돌이 되고, 무심코 밟고 가는 발이 개미에겐 죽음이 되기도 한다. 무심코 한 장난이 어떤 사람에겐 치명적인 폭력이 된다. 요즘 힘없는 친구를 괴롭혀 죽음으로 몰아간 아이들의 말을 들어보면 하나같이 "장난으로 한 일"이라고 말한다. 무심코 한 장난과 괴롭힘이 그 친구에겐 씻을 수 없는 아픔이 되는 걸 정말 몰랐을까. 아무 생각 없이 무심코 한 행동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새삼 생각하게 된다.

 


작가 검색을 하니 뜨지를 않는다. 공재동 님의 다른 동시를 첨가 해본다...^-^

보물찾기 / 공재동


돌 틈에서 덤불 속에서
우리가 찾아내는 건
꼬깃꼬깃 숨겨놓은
작고 네모난 종이 한 장

얼마나 가슴 설레었던가요
빨간 도장 하나 선명한
작고 하얀 종이 한 장

공책 한 권 받아들고
집으로 올 때는
마음은 두둥실 날아오르고
노을도 빨갛게 타올랐지요

선생님,
언젠가는 우리가 소풍날처럼
작고 예쁜 보물이 되어
이 세상 어딘가에
숨어 있을 테니까요

그땐 선생님이
우릴 찾아보셔요


 

●공재동(1949~ ) : 경남 함안에서 태어나고 1977년 <아동문학평론>에 동시가 당선되었습니다. 지은 책은 동시집 ‘보물찾기’ 등이 있습니다.

 

낙엽

공재동

 

 

가을

나무들

엽서를 쓴다.

 

 

나뭇가지

하늘에 푹 담갔다가

파란 물감을

찍어내어.

 

 

나무들

우수수

엽서를 날린다

 

 

아무도 없는

빈뜨락에

 

 

나무들이

보내는

가을의 엽서


6학년 2학기 국어 읽기 146쪽의 시 입니다.

 

바람이 길을 묻나 봐요

공재동

 

 

꽃들이 살래살래

고개를 흔듭니다.

 

 

바람이

길을 붇나 봅니다.

 

 

나뭇잎이 잘랑잘랑

손을 휘젓습니다.

 

 

나뭇잎도

모르나 봅니다.

 

 

해는 지고

어둠은 몰려오는데

 

 

바람이 길을 잃어

걱정인가 봅니다.

담쟁이넝쿨

공재동

 

 

비좁은 담벼락을
촘촘히 메우고도
줄기끼리 겹치는 법이 없다.

치열한 몸싸움 한 번 없이도
오순도순 세상이
얼마나 편안한가.


진초록 잎사귀로
눈물을 닦아주고
서로가 서로에게

믿음 되어 준다면


우리도 저처럼 평화로울까
무서운 태풍에도

끄떡없을까.


담쟁이

담쟁이넝쿨

요즘처럼 네가

부러운 적 없었다.

 

 

공재동 동시집 <<보물찾기>> 육일문화사. 2006년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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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공원 '왕따나무'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