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 10일 주일 [(백)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은 우리를 위하여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예수님의 사랑을 기억하는 날이다. 이날 교회는 예수님께서 성목요일에 성체성사를 제정하신 것과, 사제가 거행하는 성체성사로 빵과 포도주가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변화되어 우리에게 오시는 주님의 현존을 기념하고 묵상한다. 전통적으로 삼위일체 대축일 다음 목요일을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로 지내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사목적 이유에 따라 주일로 옮겨 지낸다.
오늘은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입니다. 우리는 성체와 성혈을 먹고 마심으로써 그리스도의 생명을 누리게 되고, 또한 형제들과 하나가 됩니다. 우리를 위하여 당신의 모든 것을 내어 주신 그리스도의 사랑에 감사드리며 미사를 봉헌합시다.
본기도
주님, 살아 계신 하느님, 주님 백성이 이 제대 둘레에 모여 새 계약의 제사를 봉헌하오니, 저희 마음을 깨끗이 씻어 주시어, 이 어린양의 잔치에서 천상 예루살렘의 영원한 파스카 음식을 미리 맛보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성신의 이름으로 아멘. |
말씀의 초대
모세가 백성에게 주님의 모든 말씀과 법규를 일러 주자 온 백성이 한목소리로 이를 실행하겠다고 약속한다. 모세는 백성에게 피를 뿌리며 이는 주님께서 너희와 맺으신 계약의 피라고 말한다(제1독서). 그리스도께서는 단 한 번의 십자가의 제사로 인류를 해방시키셨다. 그리스도의 피는 우리의 양심을 깨끗하게 하여, 살아 계신 하느님을 섬기게 한다(제2독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과 함께 마지막 파스카 음식을 드시면서 빵과 포도주를 당신 몸과 피로 나누어 주신다. 이로써 성체성사가 제정되었다(복음).
제1독서 <이는 주님께서 너희와 맺으신 계약의 피다.> ▥ 탈출기의 말씀입니다. 24,3-8 제2독서 <그리스도의 피는 우리의 양심을 깨끗하게 합니다.> ▥ 히브리서의 말씀입니다. 9,11-15 복음 이는 내 몸이다. 이는 내 피다.> +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4,12-16.22-26
영성체 후 묵상
성체성사는 사랑의 성사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사랑하신 나머지 당신의 생명까지도 우리에게 내어 주셨습니다. 우리 신앙인은 주님의 큰 사랑을 먹고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예수님께 받은 사랑에 감사드리며 우리도 그 사랑을 이웃에게 전하는 사랑의 사도가 됩시다.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는 가운데 잠시 마음속으로 기도합시다.>
오늘의 묵상
신학생 때에 지도 신부님이 앞으로 사제로 살아가면서 미사를 드릴 때 깊이 생각해 보라고 저에게 준 글이 있습니다. 프랑스의 테이야르 드 샤르댕 신부가 쓴 ‘봉헌’이라는 짧은 글이었습니다. 샤르댕 신부는 빵도 포도주도 제단도 없이 아시아의 대초원에서 이러한 지향으로 미사를 대신하였다고 합니다.
“주님, 주님의 사제로서 저는 온 땅덩어리를 제단으로 삼고, 그 위에 세상의 온갖 노동과 수고를 주님께 봉헌하겠습니다. 저는 오늘 새로운 노력이 이루어 낼 소출들을 저의 성반(聖盤)에 담겠습니다. 또 오늘 하루 이 땅이 산출해 낼 열매들에서 짜낼 액즙을 이 성작(聖爵)에 담겠습니다. 주님, 일일이 이름조차 알 수 없는 살아 있는 인류 전체를 저의 눈앞에 세웁니다. 이 하루 동안 더욱 작아질 모든 것, 오늘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들까지도. 주님, 이것이 저의 봉헌물이고, 주님께서 바라시는 단 하나의 봉헌물입니다.”
그때 저는 이 글을 읽으며 ‘미사가 이렇게 풍요롭고 깊은 것이구나!’ 하고 깊이 깨달았습니다. 우리가 노동으로 얻은 수고의 열매와 사람들의 고통의 액즙을 하느님께 봉헌한다면 하느님께서는 분명 기꺼이 받아 주실 것이라고 믿습니다. 우리는 미사 안에서 멀리 있는 이와 가까이 있는 이, 살아 있는 이와 죽은 이가 서로 기억하며, 믿는 이들의 통공을 확인합니다. 그리고 같은 빵과 포도주를 먹고 마시는 가운데 각기 다른 이들이 그리스도 안에서 한 형제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산 공세리 성당 성전 내부
아산 공세리성당 성 가정상
성체 성혈 대축일
<이는 내 몸이다. 이는 내 피다.>
+ 마르코 14,12-16.22-26
이는 내 몸이다. 이는 내 피다
찬미예수님. 사랑합니다. 주님은 우리를 사랑하십니다. 그리고 우리를 위한 사랑은 영원히 지속됩니다. 이러한 사랑의 보증으로 성체성사를 제정하셨으며 성체성사를 통하여 당신의 살과 피를 우리에게 영적양식으로 주십니다. “성체로 그분께서 오시는 이유는 또 하나의 천국, 우리의 영혼을 기쁨으로 채우고자 하시기 때문입니다.” 이 시간 우리를 위한 사랑의 양식인 성체로 몸과 마음이 풍요로워지길 희망합니다.
주님께서는“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28,20)고 약속 하셨습니다. 그 약속이 이행되고 있는 최상의 방식이 성체성사입니다. 성체는 사랑자체이며 예수님이십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사랑은 말로서 다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분께서는 당신 자신을 결코 잊지 않게 하시기 위해서 성체를 통하여 당신이 사랑하는 이들 가까이에 있기로 결정하셨던 것입니다. 그분께서는 당신과 당신이 사랑하는 이들 가까이에 아무것도 끼어드는 것을 원치 않으십니다.”(성 베드로 알칸다라)
따라서 우리는 성체성사를 통하여 예수님과 일치를 이루는 사랑을 체험해야 합니다. 사실 성체성사에서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위하여 당신을 희생하시며 당신의 몸과 피를 주십니다. 그리고 당신의 무한한 사랑으로 우리 가운데 머무십니다. 그리고 “성체는 우리의 보약입니다”(성필립보 네리). “영성체는 우리가 매일 겪게 되는 우리의 나약함을 치료하기 위해 먹어야 하는 매일의 빵입니다”(성 아우구스티노). “우리의 육신에 영양을 주기 위하여 빵을 먹어야 하듯이 우리는 영혼을 위하여 성체를 모셔야 합니다”(가롤로 보르메오).
그런데 눈에 보이는 것은 빵과 포도주입니다. 그래서 어떻게 빵과 포도주가 그분의 몸과 피가 될 수 있느냐? 하는 의문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은 안 되는 일이 없으시고 우리는 이미 세례를 통하여 그리스도의 몸이고 그 지체입니다 (1코린12,27). 그러므로 우리에게는‘그리스도의 몸’이라는 말에 ‘아멘’(예, 그렇습니다)이라고 대답하고 그 동의가 진실한 것이 되게 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성체를 단순한 빵으로 생각하지 마십시오! 주님의 말씀에 따르면 분명히 그분의 살이기 때문입니다. 감각적으로 확신이 가지 않는다 하더라도 굳건한 믿음을 가지고 믿으십시오! 그리고 맛에 의해 판단하지 말고 그분의‘사랑의 신비’를 의심 없이 믿으십시오”(성 치릴로). 그리고 “성체를 모시기 전에 잠시 동안 당신이 받아 모시는 성체가 하느님이라는 진리를 깊이 생각하십시오. 하느님의 양식을 받아 모셔도 효과가 없는 것은 하느님을 직접 모신다는 중대한 사실에 별로 주의하지 않기 때문입니다”(파시의 성녀 마리아 막달레나). 따라서 준비된 마음 없이 습관적으로 성체를 모시는 것이 아니라 내적으로 깊은 믿음을 가지고 모셔야 하겠습니다.
성 안토니오 클라라렛은 “우리가 영성체에 임할 때 모두 같은 주 예수님을 모십니다. 그러나 다 같은 은총을 받고 같은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한 차이는 준비된 마음의 자세에서 비롯된 것입니다...영성체에 임하는 사람과 예수님 사이에 더 많은 유사성이 있을수록 영성체의 결실도 더 좋은 것입니다.”
그러므로 맛있는 음식을 제대로 먹기 위해서는 먼저 속을 비워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영성체를 통하여 그분께서 내 안에 계시고, 내가 그분 안에 있음을 감사하십시오. 이번기회에 미사참례회수를 늘리십시오! 왜냐하면 “모든 선행을 한데 모아도 미사 한 번의 가치를 따라가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선행은 사람의 행위지만, 미사는 하느님의 役事이기 때문입니다”(아르스의 비안네).
성 아우구스티노는 말합니다. “미사성제에 참례하러가기 위하여 내딛는 발걸음 하나하나를 천사가 세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이 세상에서와 영원에서 큰 상급을 주실 것입니다.”그러므로 너무 바쁘다는 말은 하지 말고 하루일과 중에 미사참례를 첫 자리에 놓으시기 바랍니다.“미사는 지상의 천국입니다”(성녀 막달레나 소피아바라). “미사는 종합영양제입니다.”
오래 전의 일입니다. 영세한지 얼마 되지 않으신 분이었는데 반모임 미사참례를 하셨는데 영성체를 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래서 정중하게 말씀 드렸습니다. ‘혹 잘못한 것이 있으시면 고해성사를 보고 영성체를 하십시오. 잔칫집에 오셨으면 기쁘게 음식을 나눠야 하는 것입니다. 영적인 양식을 나누는 것은 큰 기쁨입니다.’ 그랬더니 그분이 “신부님, 실은 저희 부부가 몸이 안 좋아서 병원에 갔더니 담당 선생님께서 ‘밀가루 음식은 절대로 먹지 말라.’고 했습니다”하고 말씀하셨습니다. 할 말이 없었습니다.
성체를 단순히 밀가루 음식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하느님께서 어떻게 역사하시겠습니까? 설사 큰 은총으로 역사하신다 해도 어찌 하느님의 손길로 느낄 수가 있겠습니까? 성체송가를 보면 “선인 악인 모시지만, 운명만은 서로 달라, 삶과 죽음 갈라진다. 악인 죽고 선인 사니 함께 먹은 사람운명, 다르고도 다르도다.”고 했습니다. 준비된 마음 안에 우리와 함께하시는 주님을 제대로 모시기 바랍니다.
영국의 위대한 총리 토마스 모어는 매일 미사참례를 하였고 영성체를 하였습니다. 그러나 친구들은 수많은 국정의 임무를 맡고 있는 사람이 그렇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하였습니다. 그러자 그는 “내가 신경을 써야 할 일은 아주 많습니다. 그러나 나는 예수님과 함께할 때 생각을 정리하기가 쉽습니다. 하느님을 거스르게 될 기회도 많지만 나는 매일 예수님께로부터 힘을 얻어서 그 악의 기회들을 멀리할 수 있습니다. 나는 매우 어려운 문제들을 처리하기 위해 빛과 지혜가 필요한데 매일 영성체를 통해 예수님과 그것을 상의할 수 있습니다. 그분은 난의 위대한 스승이십니다.”하고 말하였습니다. 우리도 주님을 모심으로써 그 안에 빛과 지혜를 얻고 마침내 영원한 생명을 얻어야 하겠습니다.
성 요한크리소스토모는 생명의 빵을 먹는 영성체의 기쁨을 말합니다. “여러분은 예수님의 옷자락을 만졌던 여인을 부러워하겠지요? 그리고 눈물로써 그분의 발을 씻겨드렸던 죄 많은 여인과, 그분의 여정에 동행하면서 시중을 들었던 갈릴래아 여인들, 그분과 친밀하게 대화를 할 수 있었던 사도들과 제자들, 그분의 입술로부터 솟아나오는 은총과 구원의 말씀들을 들을 수 있었던 그 당시의 사람들을 부러워하겠지요? 제대 가까이 오십시오. 그러면 여러분은 그분을 볼 수 없습니다. 영성체로써 그분을 느낄 수 있으며, 지극히 거룩하신 마리아께 하셨던 것처럼 여러분도 그분을 여러분 안에 모시고 다닐 수 있습니다.
성체성사는 사랑의 성사입니다.“성체성사는 사랑을 의미하며, 사랑을 생산한다.”고 토마스 데 아퀴노는 말합니다. 사랑에로 이끄는 구체적 성체의 기적은 이탈리아 란치아노에서 일어난 기적을 많이 얘기합니다. 약 1,200년 전 성 바실리오회 소속의 한 수사신부가 미사를 드리면서 성체성사에 예수님께서 실제로 현존하시는가 의심을 품게 되었는데 그 신부가 막 빵과 포도주의 성 변화를 위한 축성을 마친 순간 빵이 살아있는 살로, 포도주가 살아있는 피로 변하게 된 사건입니다. 12세기가 지난 지금도 살 모양으로 변한 성체는 불그스름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으며, 오래된 수정 성작 안에 담겨 있는 성혈은 다섯 개의 핏덩이로 되어 있습니다. 1970년과 71년에 기적의 성체와 성혈에 대한 최초의 과학적 조사를 시행하였는데 그 결론은 이 기적의 피는 ‘진짜 피와 진짜 살’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살은 심장 근육이며 그 살과 피를 보존하기 위하여 화학적인 방부처리를 한 흔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패되지 않고 보존된 것은 절대적으로 예외적인 현상이라고 합니다. 1973년에 세계보건 기구에 검사결과를 제출하여 다시금 핵 의학등 최첨단 기술이 동원되어 연구했지만 결국은 성체의 기적은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라고 선언하게 되었습니다. 신앙의 신비를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음은 결코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그곳을 방문하는 많은 사람들이 기적의 성체와 대면할 때 믿는 이뿐 아니라 깊은 편견을 갖고 있던 사람도 경외심과 존경을 갖게 되는 것은 그분이 살아계심을 말해 준다고 할 것입니다. 성체기적은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신비의 보이는 표징입니다. 우리 믿음의 상태를 돌아보라는 권고이기도 합니다. 믿음이 약한 사람은 보고라도 믿으라는 부르심입니다. 우리 모두가 성체께 대한 믿음이 더욱 깊어지길 소망합니다.
란치아노 성지 방명록에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 추기경 시절에 기록한 기도가 있다고 합니다.“우리로 하여금 끊임없이 더욱 더 당신을 믿고, 당신 안에서 희망하고, 당신을 사랑하게 하소서.” 오늘 그 기도를 함께 올립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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