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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알여행(유기열)

향선나무, 씨는 쓰나 양진이는 좋아해, 어린가지는 네모

향선나무, 씨는 쓰나 양진이는 좋아해, 어린가지는 네모

 

겨울은 춥다. 만물이 움츠리고 숨어 추위를 버틴다. 그래서 세상이 눈으로 덮여 있는 겨울에 움직이는 새들을 보면 즐겁다. 절로 생동감이 느껴져 삶의 의욕이 생긴다.

겨울철새 중에 양진이(Carpodacus roseus)가 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양진이는 향선나무 열매를 좋아 한다. 힘 덜 들이고 요놈들을 보려면 향선나무 근처로 가면 된다. 좀 더 가까이서 관찰하려면 들깨를 뿌려놓으면 좋다. 양진이는 뭐니 뭐니 해도 들깨를 가장 좋아한단다.

양진이가 향선나무 열매를 좋아 하는 이유가 궁금해서 열매를 씹어보았다. 조금 쓴맛이 느껴졌다. 열매껍질을 벗기고 씨만 씹었더니 무척 썼다. 결국 쓴 맛은 씨에서 나온 셈이다. 그렇다면 향선나무 씨가 사람에게는 쓰지만 양진이는 이 쓴 맛을 좋아하거나 아니면 쓴 맛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향선나무는 한자로 香扇이라고 쓴다. 꽃에서 향기가 나고 열매는 부채모양을 닮은 나무란 뜻이다. 꽃은 5~6월에 피며 향기가 난다. 꽃받침은 4개다. 꽃이 핀 시기에는 녹색이고 크기는 꽃잎에 비해 아주 작다.

꽃잎은 순백이며 4개고 위 끝이 둔한 긴 타원형이다. 2개의 꽃잎 사이에서 1개의 수술대가 올라와 꽃 1개에는 수술이 2개다. 꽃 밥은 연녹색이며 꽃가루를 날리고 나면 갈색이나 흑갈색이 된다. 암술은 1개고 씨방은 둥글고 암술머리는 2갈래로 갈라져 있다.

오랜 된 나무의 줄기 껍질은 세로로 갈라지는데 약간 뒤틀린 모습을 한다. 그리고 향선나무 줄기에는 유난히 버섯이 많다. 그들 버섯의 많은 것은 시루뻔을 닮아 시루뻔버섯류에 속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옛날 시루떡을 찔 때 떡시루와 솥의 겹쳐진 부위에 떡가루를 짓이겨 붙였다.

덜 익은 열매(꽃받침이 붙어 있다)
솥에서 나오는 뜨거운 수증기가 밖으로 세나가지 못하게 하여 온전히 떡시루로 들어가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래야 떡이 잘 쪄진다. 떡을 찌고 나면 떡시루 아래를 둘러가며 붙인 떡가루가 굳어 마른 상태로 되는 데 이것을 떼어낸 것을 시루뻔이라 한다.

열매는 납작한 타원형으로 임금님 옆에서 하녀들이 부채질하는 부채를 닮았다. 미선나무 여래를 닮았으나 크기가 작다. 위 끝 가운데가 약간 오목하며 거기에 2~3㎜의 암술대가 붙어 있고, 암술대 끝은 2갈래로 갈라져 있다.

열매 가장자리에 날개가 달려서 얇고 작은 낙엽처럼 바람에 잘 날린다. 초기열매 아래에는 4조각의 꽃받침이 붙어 있으나 익으면 거의 다 떨어진다.

열매 색은 초기에는 녹색이며 익으면 갈색이나 연한 회백색 또는 흑색이다. 크기는 길이 6~9㎜, 너비 4~6㎜, 두께 0.7~1.2㎜다. 광택은 없으며 겉에는 아주 미세한 잔주름이 많고, 한 가운데에 세로로 맥이 있다. 물에 뜨며 떠 있는 열매를 보면 껍질 안에 들어있는 씨가 반투명하게 보인다.

이삭은 새 가지의 잎겨드랑이와 가지 끝에 달린다. 전체 이삭 길이는 3~15㎝이며 지름은 0.3~0.5㎜다. 이삭줄기를 올라가며 작은 이삭이 나오며, 작은 이삭에 수개에서 수십 개의 열매가 달린다. 열매자루는 길이 2~5㎜, 지름 0.1~0.2㎜다.

익은 열매(암술이 붙어 있다)
열매는 익어도 껍질이 벌어지지 않는다. 가을이 지난 나무 아래에 가면 열매가 벼를 널어놓은 듯 널려 있다. 그러나 결실률이 낮아 쭉정이가 태반이다. 열매를 까보니 떨어진 열매의 10%정도만 씨를 가지고 있었다.

씨를 가진 열매의 1%는 2개, 나머지 99%는 1개의 씨가 들어 있었다. 정상은 열매의 양쪽 방에 1개씩 2개의 씨가 들어 있어야 한다.

열매껍질은 겉껍질과 속껍질로 되어 있다. 겉껍질은 0.02㎜로 아주 얇아 싱싱할 때는 그런 데로 벗겨지나 마르면 잘 안 벗겨지고 긁어져 부스러기가 된다. 마른 열매의 겉껍질을 벗겨보려면 물에 담가 불린 후에 하면 좋다.

속껍질은 단단하고 딱딱하고 섬유질이 많아 질기다. 두께는 0.2㎜정도다. 손으로 열매 가운데 있는 세로로 나 있는 맥을 따라서 쪼개면 2조각으로 갈라진다. 그리고 그 맥의 옆구리 가운데를 벌리면 그 안에 씨가 들어 있다.

씨는 가늘고 긴 굽은 막대 모양으로 위 끝은 좁고 아래는 둥그런 하다. 색은 초기에는 희며 익으면 갈색이다. 크기는 길이 4~5㎜, 너비 0.8~1.1㎜, 두께 0.4~0.6㎜다. 광택은 없으며 겉은 매끄러운 편이나 옆구리에 약간 진한 갈색 띠(선)가 있다.

씨껍질은 알갱이에 물감 칠을 해놓은 듯해서 알갱이에서 껍질을 분리하지는 못했다. 다만 겉을 긁어내니 알갱이는 흰색이었다. 물에 뜨나 가라앉기도 한다.

나무줄기나 가지는 둥근줄만 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향선나무 어린 새 가지는 네모졌다. 봄에 어린 새 가지가 나오면 한번 확인해보았으면 한다. 아니면 지금이라도 향선나무를 찾아가서 어린가지를 눈여겨보라. 그러면 분명 가지가 둥글지 않고 4각형임에 놀랄 것이다.

꽃(꽃잎, 암술,수술) 사각형 어린가지

[유기열 박사 프로필]

농학박사, 대학강사 국립수목원 및 숲연구소 해설가 GLG자문관 한국국제협력단 전문가 시인 겸 데일리전북(http://www.dailyjeonbuk.com)씨알여행 연재작가 손전화 010-3682-2593 블로그 http://blog.daum.net/yukiyu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