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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알여행(유기열)

큰구슬붕이 -수중 분만을 하는 들풀 열매/큰구슬붕이 4장

큰구슬붕이 -수중 분만을 하는 들풀 열매

 

생존의지가 정말 대단하다. 껍질이 갈라지거나 벌어지는 대부분의 열매는 벌어졌다가도 비가 오면 오므린다. 씨에 날개가 있건 없건 가리지 않고 대개 다 그렇다. 이유는 날씨가 좋은 날에 씨가 멀리 날아가며, 떨어진 땅 속에 그대로 묻히지 않고 조금이라도 더 멀리 옮겨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큰구슬붕이는 그런 것에 구애 받지 않는다. 가까이든 멀리든 씨가 빨리 빠져나가 살아남는데 더 무게를 둔다. 몇 개쯤이야 잘 못되어도 좋다. 부모 옆이든 물속이든 상관없다. 살아남기만 하면 된다. 그래서 씨가 1개 열매에 아마 1,000개도 넘게 많은 가보다.

 

비가 오는 날이었다. 열매를 보니 상상 밖으로 위 끝이 2조각으로 갈라져 벌어져 있지 않은가! 놀라운 일이었다. 비에 흠뻑 젖은 채 하늘을 향해 모은 두 손을 살짝 벌린 모습을 하여 씨를 내보내는 모습은 비장하기까지 했다.

빗속에 씨를 내보내는 일은 자칫하면 씨가 살아보지도 못하고 그냥 죽을 수도 있음을 큰구슬붕이는 잘 알 것이다. 알면서도 왜 그럴까? 괴롭고 아파도 빨리 몇 알의 씨만이라도 어떻게 든 살아남아 자기 대를 이어주기를 바라는 간절함 때문이리라.

 

그런 모습이 아주 신통하여 약간 덜 익은 듯 끝이 벌어지지 않은 열매 몇 개를 채집하여 물에 담가 놓았다. 약 10여일 뒤에 보니 물속에서 열매 위가 2갈래로 갈라져 있었다. 큰구슬붕이가 수중분만을 한 셈이다.

큰구슬붕이는 구슬붕이에 비하여 크다는 뜻이다. 구슬붕이라는 이름은 작고 앙증맞은 꽃이 줄기에 하나씩 달리는 것이 고운 구슬 봉 같다 하여 지어졌다 한다.

비를 맞고 벌어진 익은 열매
덜익은 열매
그러나 꽃은 구슬보다는 별을, 꽃봉오리는 곤봉을 연상케 한다. ‘붕이’는 부엉이의 사투리라는 뜻인 반면에 ‘봉이’는 봉오리의 방언인 점을 보면 구슬붕이보다는 ‘구슬봉이’가 더 어울린다. 따라서 큰구슬붕이 보다는 ‘큰구슬봉이’라고 했으면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열매는 겉에 꽃받침이 붙은 꽃잎 속에 들어 있다. 그 모습은 대롱 같은 긴원기둥 위에 아주 얕은 능각이 있는 긴 마름모를 닮은 곤봉 같다. 꽃받침은 7조각이며 끝이 날카로운 줄모양인데 2개는 아래, 5개는 위에 층을 이루어 꽃잎 1/3~2/3점까지 딱 달라붙어 있다.

꽃잎은 종 모양으로 아래부위는 통을 이루고 위 끝은 5조각으로 갈라져 있고 그 사이사이에 작은 부화관(副花冠)이 1개씩 있다. 열매가 익어도 꽃받침과 꽃잎은 떨어지지 않고 마른 채 오므라들어 붙어 있다. 1개의 원 줄기에서 여러 개의 가지가 나와 열매가 달린다.

꽃받침과 꽃잎을 벗겨내면 긴 대롱 끝에 도톰한 타원형이나 모나지 않은 긴 마름모형의 열매가 나타난다. 긴 자루가 달린 도톰한 곤봉 같기도 하다. 도톰한 열매의 편평한 양면에 아주 가는 세로의 돋음 줄이 있다.

대롱에는 씨가 들어 있지 않고 구멍이 뚫려 있고 도톰한 타원형이나 모나지 않은 마름모형 안에 씨가 뭉쳐 원기둥을 이루어 들어 있다. 대롱에 구멍이 있는데 구멍 아래로 씨가 빠지지 않고, 씨가 붙을 수 있는 어떤 돌기 같은 것이 없는 점이 아직 의문으로 남는다.

꽃받침과 꽃잎을 떼어낸 열매 색은 초기에는 연두색이나 연녹색이며 이 색은 익어도 크게 변하지 않는다. 다만 오래되면 탈색이 되어 흰빛이 도는 누런색이 된다.

꽃받침과 꽃잎이 붙은 상태의 열매는 초기에는 흰빛이 도는 연한 청회색 바탕에 꽃받침의 녹색이 뚜렷하다. 이처럼 익어도 대체로 덜 익은 때와 비슷한 색을 지녀 익은 열매와 덜 익은 열매가 선뜻 구별이 안 된다.

크기는 열매자루는 길이 5~15㎜, 그 위의 긴 대롱(꽃받침과 꽃잎에 싸임)의 길이 10~15㎜, 대롱 위의 알맹이는 길이 5~8㎜, 너비 3~4㎜, 두께 2.0~2.5㎜이다. 광택은 없으나 꽃받침과 꽃잎을 제거한 바로 뒤 싱싱한 것은 약간 광택이 있어 보인다. 겉은 매끄러운 편이다. 물에 넣으면 처음에는 뜨나 오래두면 물을 흡수하여 가라앉는다.

물속에서 벌어져 씨를 내는 열매
열매는 익으면 위쪽의 꽃잎이 찢어지거나 떨어져 나가기도 하면서 대롱 위의 알맹이가 밖으로 드러나고 그 위 끝이 2조각으로 갈라진다. 각 조각 끝에는 암술머리가 1개씩 고리모양을 한 채 달려 있다.

 

열매에는 수백 개 이상의 씨가 들어 있다. 정확하게 셀 수 없어 세어보지는 못했지만 아마도 천개도 넘지 않을까 한다. 물기에 젖은 것은 먼지를 짓이겨놓은 것 같다. 언뜻 보면 씨라는 생각이 전혀 안 든다.

손가락 위에 올려놓고 비벼보면 먼지 같다. 그러나 루페로 보거나 접사 사진을 찍어 확대해보면 씨가 확실하고, 그 먼지 같은 것이 씨임을 보면 약간의 설렘도 있다.

씨는 한끝은 좁고 한끝은 둥그런 달걀형이나 둥근꼴 타원형이다. 색은 초기에는 흰색이고 익으면 갈색이 된다. 크기는 길이 0.1㎜미만으로 아주 작다. 먼지 같다. 광택은 싱싱한 것은 약간 있어 보이나 마르면 없다. 겉은 매끄럽다. 물에 가라앉으나 더러 뜨는 것도 있다.

한방에서는 식물체를 석용담(石龍膽)이라는 약재로 건위, 종기치료에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꽃말은 기쁜 소식이다.

물속에서도 씨를 퍼Em리는 놀라운 생존의지 못지않게 이놈은 살기 위해 또 다른 지혜를 가지고 있다. 가을에 열매가 익고 씨가 영글기 때문에 잘 여문 씨를 만들기 위해서는 여름날 풀베기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그래서 키가 약 10cm 정도로 작아 풀을 벨 때 베여지지 않고, 건드리면 옆으로 잘 드러누울 수 있도록 줄기는 부드럽다.

실제로 나는 그런 모습을 보았다. 현충일이 지나 2010년 6월 8일 잘 있었나 보러 갔더니 큰구슬붕이가 있는 곳이 풀을 베어 말끔했다. 큰구슬붕이 열매가 익어가는 모습이나 잘 여문 씨를 더 이상 볼 수 없음이 안타까웠다. 실망도 되었다. 그때였다.

베어진 풀줄기들 속에 옆으로 쓰러져 있는 큰구슬붕이가 보였다. 일부는 줄기가 끊어지고 일부는 열매가 잘려 나간 상처투성이의 몸으로 말이다. 잃었던 것을 다시 찾은 듯 기뻤다.

곧 다가가 뒤집어 쓴 풀 먼지를 털어주고, 넘어진 줄기와 열매를 일으켜 세웠다. 주변에 돌을 놓아 풀베기를 하더라도 안전하게 만들었다. 그러고 나니 맘이 후련했다.

하찮게 여기는 들풀에 대한 나의 이런 작은 정성을 풀꽃은 알아줄까? 알아주지 않아도 좋다. 그런 생각을 하고 그런 행동을 하는 동안에 내가 받은 기쁨과 느낀 행복감만으로도 족하니까.

 

물 속의 벌어진 열매

 

 

[유기열 박사 프로필]
농학박사, 대학강사 국립수목원 및 숲연구소 해설가 GLG자문관 한국국제협력단 전문가 시인 겸 데일리전북(http://www.dailyjeonbuk.com)씨알여행 연재작가 손전화 010-3682-2593 블로그 http://blog.daum.net/yukiyull

꽃 피기 전 어린 모습

 

      부끄    큰구슬붕이는 구슬붕이에 비하여 크다는 뜻이다. 구슬붕이라는 이름은 작고 앙증맞은 꽃이 줄기에 하나씩 달리는 것이 고운 구슬 봉 같다 하여 지어졌다 한다. ...그러나 꽃은 구슬보다는 별을, 꽃봉오리는 곤봉을 연상케 한다. ...^-^

 

꽃잎은 종 모양으로 아래부위는 통을 이루고 위 끝은 5조각으로 갈라져 있고 그 사이사이에 작은 부화관(副花冠)이 1개씩 있다. 열매가 익어도 꽃받침과 꽃잎은 떨어지지 않고 마른 채 오므라들어 붙어 있다. 1개의 원 줄기에서 여러 개의 가지가 나와 열매가 달린다....^-^

 

- 2013년 1월26일 토요일...다시 읽기...수산나 -

 

큰구슬붕이 꽃 1

 

큰구슬붕이 꽃 2

 

큰구슬붕이 꽃 3

 

큰구슬붕이 설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