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씨알여행(유기열)

구골나무...꽃은 겨울에 피고, 열매는 봄에 익어

구골나무...꽃은 겨울에 피고, 열매는 봄에 익어

 

겨울에 꽃이 피는 나무는 많지 않다. 겨울에 꽃을 만나면 즐거운 이유이다. 암수딴그루인 구골나무가 그런 나무다. 11월부터 시작하여 늦게는 다음 해 1월까지 꽃이 핀다. 거의 모든 나무가 가을이 되면 익은 열매를 떨어뜨리고 겨울 휴식에 들어간다.

그럴 무렵에 구골나무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때로는 보란 듯이 흰색의 꽃을 피운다. 미색으로 보이기도 하는 데, 이는 수술의 노란색에 가까운 꽃밥 색의 영향 때문도 있다.

구골(枸骨)나무는 구연산(枸櫞酸)을 많이 함유하고 뼈 질환에 약효가 있어 붙여진 이름으로 추정한다. 실제로 열매 맛을 보니 약간 단맛과 신맛이 났다. 구연산은 영어로 citric acid라고 하는 데 이것은 인도에서 자라는 시트론이라는 감귤류에서 유래되었다.

열매

한자의 구(枸)자 역시 구기자(枸杞子)의 구, 탱자나무(枸橘)의 구자이다. 이처럼 들어 있는 성분과 맛, 이름의 뜻을 보면 운향과의 감귤 속(Citrus)이나 탱자나무 속(Poncirus)에 속할 것으로 생각되지만 식물분류학상으로는 감귤류와는 거리가 먼 물푸레나무과의 목서(木犀)속(Osmanthus)이다.

이는 아마도 분석기술이나 시설장비가 발달하지 않아 나무의 성분분석이 어려운 옛날에 이들 성분은 잘 알지 못한 반면에 꽃의 향기는 쉽게 맡을 수 있어 그렇게 분류되었는지 모른다. 왜냐면 속명인 Osmanthus는 그리스어 향기라는 osme와 꽃이라는 anthos의 합성어로 ‘꽃에 향기가 있다’는 뜻이며 이 속의 식물 꽃은 향기가 강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씨안의 배

속명이 뜻하듯 구골나무 꽃의 향기는 진하고 좋다. 과장이긴 하지만 꽃향기가 만리까지 멀리 간다고 하여 돈나무(섬엄나무)와 함께 만리향으로 불리기도 한다. 꽃이 피는 시기에는 향기에 취하지 않고는 옆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여기서 목서라는 말은 우리말로만 써놓으면 전혀 무슨 뜻인지 알기가 어렵고, 또한 한문을 알아서 풀이를 한다 해도 향기와는 전혀 관계가 없으니 정말 목서라는 속명을 이해하기가 힘이 들기는 마찬가지다.

목서의 서(犀)는 무소 서, 무소뿔 서이니 구골나무의 무슨 특징을 가지고 Osmanthus라는 학명의 속명을 우리말로 목서라고 했는지 궁금하다. 나는 구골나무의 잎 가장자리에 이빨모양의 가시돌기의 형질을 보고 그리한 것으로 추정한다.

하지만 꽃에 향기가 있다는 뜻의 속명인 Osmanthus와 실제로 목서속의 식물 꽃에서 향기가 나는 점을 감안하여 분류상에 큰 문제만 없다면 목서라는 말을 목향으로 바꾸었으면 한다. 그러면 지금보다 구골나무와 그 속명을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을게다.

꽃잎은 4장이며 타원형이며 완전히 피면 끝이 약간 뒤로 젖혀진다. 기존 자료에는 수술이 2개로 되어 있으나 3개도 많다.

열매는 둥근꼴 타원형인 달걀모양이다. 열매 위에는 꽃잎이 말라 붙어있기도 하고 열매가 익은 뒤에는 떨어진 작은 자욱이 파여 있다. 익은 열매아래에는 꽃받침이 붙어 있다.

꽃받침은 4조각이나 거의 하나로 붙어 있어 전체모양은 약간 비뚤어진 네모나 마름모이며 그 대각선 길이는 3~5㎜이다. 열매자루는 4~13㎜이며 가늘어 열매가 익으면 아래로 휘어진다.

익지 않을 때는 단단하나 익으면 말랑말랑하여 누르면 껍질이 터지고 즙이 나온다. 즙은 약간 끈적거리며 약간 단맛과 신맛이 난다. 껍질과 열매살을 합친 두께는 약 2㎜정도로 껍질은 아주 얇다. 익어도 껍질이 벌어지지 않고 달린 채 말라서 오래되면 쭈글쭈글해져 건포도처럼 된다.

열매 색은 초기에는 녹색이며 연한 자색을 거쳐 익으면 흑청색이 된다. 크기는 길이 10~15㎜. 지름 7~10㎜이다. 광택은 없으나 겉은 매끄러운 편이며 작은 흰 점이 있으며 흰 가루를 살짝 뿌려놓은 듯하다. 익기 전이나 익은 열매 모두 물에 가라앉으나 오래두면 간혹 뜨기도 한다.

열매에서 우러나온 색
열매를 물에 10일 정도 담가놓았더니 물색깔이 적갈색으로 변했다.
열매에는 1개 씨가 들어 있다. 씨를 품은 열매속껍질(內果皮)은 대체로 둥근꼴 긴 타원형이나 아래(열매 아래쪽 위치)는 편편하며 위는 좁고 약간 굽은 편이다.

색은 초기에는 연녹색이며 익으면 적갈색이나 갈색이 된다. 크기는 길이 8~12㎜, 지름 4.5~5.5㎜이다. 광택은 없으며 겉에는 여러 개의 세로로 난 돋음 줄이 있고 그 사이에는 그물 같은 가는 줄이 있다. 물에 가라앉는다.

열매속껍질은 단단하고 딱딱하며 두께는 0.5~0.8㎜이며 덜 익은 것은 껍질이 0.5㎜이하로 얇다. 핵과인 셈이다.

이 딱딱한 껍질을 벗겨내면 녹회색이나 녹갈색의 알맹이가 나온다. 알맹이가 다시 껍질로 싸여 있는 것을 보면 이것이 씨이고 이것을 품고 있는 딱딱한 껍질은 열매의 속껍질이다.

씨는 아래 끝이 좁고 뾰족하며 위는 둥근 거꾸로 된 달걀형이다. 씨껍질은 잘 안 벗겨지며 긁으면 긁어진다. 껍질은 0.1㎜이하로 얇다. 겉에는 일정하지 않은 흰빛이 도는 금이 그어져 있다. 물에 가라앉는다.

알갱이 속은 희다. 그 안에 탁구채 모양의 배 1개가 들어 있다. 떡잎은 씨의 위쪽, 배축과 유근은 씨의 굵은 부위에 들어 있다.

사람들은 특별한 것을 좋아한다. 평범한 것이나 일반적인 것은 거들떠보지도 않는 습성이 있다. 그런데 구골나무는 이름이 독특할 뿐 아니라 꽃은 겨울에 피고 열매는 봄에 익으니 어찌 보면 좀 괴팍한 나무다. 사람들이 독특한 것을 추구하는 마음이 바뀌지 않는 한 구골나무는 앞으로도 계속하여 사람들의 관심과 아낌 속에서 좋은 향기를 풍길 것이다.

-------------------------------------------------------------------------------

[유기열 박사 프로필]

농학박사, 대학강사 국립수목원 및 숲연구소 해설가 GLG자문관 한국국제협력단 전문가 시인 겸 데일리전북(http://www.dailyjeonbuk.com)씨알여행 연재작가 손전화 010-3682-2593 블로그 http://blog.daum.net/yukiy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