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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알여행(유기열)

밭둑외풀- 꽃을 반길까 하니 열매가 수백의 씨를 게워내

밭둑외풀- 꽃을 반길까 하니 열매가 수백의 씨를 게워내

 

한글 맞춤법으로 보면 밭둑외풀이 맞을 듯한데 밭뚝외풀로 되어있다. 열매가 참외를 닮고 밭둑 주위에서 잘 자라 이름 지어졌다. 말이 참외지 열매 크기는 쌀알보다 작으니 보고 있자면 웃음이 난다.

7~8월 여름에 피는 들꽃이다. 꽃이 피는 줄기에 어린 열매, 익은 열매, 익어 벌어진 열매껍질을 빠져나오는 씨가 함께 있다. 꽃이 귀여워 볼라치면 옆에서 열매가 산고를 겪으며 수백의 먼지 같은 씨를 출산하고 있다. 마치 먹은 음식을 게워내는 듯 씨가 열매 입을 빠져 나온다.

꽃이 진자리에 열매가 보인 뒤 10여일이 지나면 껍질을 가르고 여문 씨가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열매와 씨가 익는 데 오랜 기간이 걸리면 살아남기가 어렵다는 것을 이 들풀 꽃은 잘 알고 있다. 밟히고 뽑히고 잘리고 마르고...언제 이런 위험을 당해 죽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꽃, 어린 열매, 익은 열매, 씨가 한 줄기에 공존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밭뚝외풀 꽃
열매는 둥근꼴 타원형이며 위 끝에 길이 0.5~1.5㎜의 암술대 가는 털실처럼 붙어 있다. 겉에는 5조각의 줄 모양의 꽃받침이 딱 달라붙어 있다. 꽃받침 조각은 길이 2.5~3.5㎜, 너비 0.4~0.5㎜, 두께 0.1㎜이하다.

색은 초기에는 녹색이며 익으면 갈색, 자주갈색, 적자색이 된다. 하지만 녹색 열매 안의 씨도 잘 익은 경우가 많다. 따라서 색으로 열매가 익었는지 여부를 판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오히려 열매 크기로 숙기를 판별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초기의 덜 익은 열매는 크기가 잘 익은 열매의 약 1/3정도 밖에 안 된다. 크기는 길이 3.5~5.0㎜, 지름 1.4~1.8㎜다. 광택은 없으며 꽃받침은 매끄럽지 않으나 열매 껍질은 매끄러운 편이다. 물에 뜬다.

밭뚝외풀 안의 씨

열매자루는 네모 줄기에 십자마주나기를 하는 잎겨드랑이에서 1개씩 나온다. 열매자루는 길이 6~20㎜이며 줄기 위로 갈수록 짧아지며 1개의 열매가 달린다. 열매는 익으면 위에서부터 아래로 2조각으로 갈라진다.

갈라진 열매 안에는 곤봉모양의 돌기가 세로로 서 있고 거기에 씨가 옆으로 붙는다. 돌기는 초기에는 녹색이며 익으면 갈색이 되며, 스펀지나 약간 뭉개진 수수깡 같다. 열매껍질은 반투명하여 씨가 희미하게 내비치며, 마르면 딱딱하고 두께는 0.5~0.8㎜다. 열매 안에는 수십~수백 개의 씨가 들어 있다.

씨는 긴둥근꼴 타원형이나 위아래가 모가 나지 않은 막대모양으로 보이나 자세히 보면 돌기에 붙은 아래는 좁고 뾰족하며 한쪽 면은 볼록하고 다른 한쪽은 2면이 맞대 가운데에 낮은 능각을 이루고 있다. 색은 초기에는 흰색이고 익을수록 흰빛이 도는 연두색을 거쳐 연한 갈색으로 변한다. 익은 씨는 덜 익은 초기의 씨보다 약 3배정도 크다.

밭뚝외풀 씨
크기는 길이 0.1㎜이하로 작다. 먼지 같다. 광택은 없으나 초기 어린 씨는 윤기가 난다. 겉은 매끄러운 편이다. 물에 가라앉는다.

밭뚝외풀은 거의 모든 잡초를 죽이는 제초제인 ‘그라목손’을 쳐도 죽지 않는 슈퍼잡초로 의심받고 있다. 제초제에 저항성이 강하여 대를 이을 수도 있지만 이들의 일생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풀꽃은 자라는 동안 아주 짧은 기간에 열매가 익는다.

열매 익는 기간이 10여일로 짧고 수시로 수많은 씨를 땅에 퍼뜨리는 생존지혜가 아주 기특하다.

지금 인류는 어떻게든 대를 이어 종족을 보존하려는 숱한 생명과 싸움을 하고 있다. 잡초와의 싸움, 병해충과의 힘겨루기 등 곤충과 미생물은 물론 들풀에 이르기까지 그 대상은 아주 광범위하다.

그러나 전쟁보다는 공존의 길을 찾아야 한다. 함께 사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그것은 그들- 하찮은 미생물, 풀과 곤충들도 우리와 같은 생명체임을 인정하고 그들이 어느 정도는 생존할 수 있는 수준에서 양보하고 타협하는 것이 좋다.

밭뚝외풀 열매

최근 들어 정부부의 친환경농업의 적극적 추진과 환경운동가들의 역할증대로 우리나라의 농약사용량은 2001년 28.2천 톤에서 감소추세가 이어져 2009년에는 21.9천 톤이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밭뚝외풀아! 힘내. 지구별에는 너를 어여삐 여기며 친구가 되어 주는 사람들이 아직 많이 있단다. 아름다움을 볼 줄 아는 사람에게는 너는 성가신 잡풀이 아니라 어여쁜 꽃이란다. 단지 너도 너무 네 욕심만 차리지 말고 이름처럼 밭이 아닌 밭둑에서만 자라다오.


농학박사, 대학강사 국립수목원 및 숲연구소 해설가 GLG자문관 한국국제협력단 전문가 시인 겸 데일리전북(http://www.dailyjeonbuk.com)씨알여행 연재작가 손전화 010-3682-2593 블로그 http://blog.daum.net/yukiyu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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