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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뉴스 강론

2012년 6월 23일 [(녹) 연중 제11주간 토요일] /순례- 이제민

2012년 6월 23일 [(녹) 연중 제11주간 토요일]

 

복음 <내일을 걱정하지 마라.>

말씀의 초대

요아스 임금은 주님께 돌아오라는 즈카르야의 충성스러운 말을 듣지 않고 오히려 그를 돌로 쳐 죽인다. 마침내 그도 주님의 벌을 받아 신하들의 모반으로 살해된다(제1독서).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섭리에 모든 것을 맡기라고 가르치신다. 먼저 하느님의 나라를 찾으려는 노력을 하면 하느님께서는 먹고 입을 것을 마련해 주신다는 것이다(복음).

 

제1독서 <너희가 성소와 제단 사이에서 살해한 즈카르야(마태 23,35 참조)>
▥ 역대기 하권의 말씀입니다. 24,17-25
복음 <내일을 걱정하지 마라.>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6,24-34


 

오늘의 묵상

식탁에서 기도하는 노인의 모습을 그린 그림을 기억하시는지요? 이 그림은 한 노인이 식탁 앞에 앉아 빵 한 덩어리와 찻잔을 앞에 두고 머리를 숙인 채 두 손을 모아 기도드리는 모습입니다. 원래 엔스트롬(Enstrom)이라는 미국 사진작가가 찍은 사진을 그의 딸이 보고 그린 것이라고 합니다.
엔스트롬이 처음 기도드리는 노인을 보았을 때 그에게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이 노인은 세상의 재물은 많이 갖지는 못했지만 다른 사람들보다 많은 것을 가졌다. 왜냐하면 그는 감사하는 마음을 가졌기 때문이다.” 아무리 많은 재산을 가졌다 해도 감사할 줄 모르면 그는 가난한 자입니다. 그러나 가난하지만 하느님께서 모든 것을 채워 주신다고 믿으며 사는 사람은 참으로 부자입니다. 하느님을 품고 살기 때문입니다.
시골 본당의 살림살이가 넉넉하지 않아 저는 주방 도우미도 없이 스스로 밥을 해 먹고 지냅니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낯설었습니다만 이제는 많이 익숙해졌습니다. 혼자서 밥을 먹을 때면 가난한 식탁에서 기도드리는 그림 속 노인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저의 식탁 위에 놓인 음식이 그림 속의 식탁보다 얼마나 더 풍성한지 모르겠습니다. 그저 감사드릴 따름입니다.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입을까 걱정하지 마라.”(마태 6,25)는 말씀이 늘 마음속 깊이 와 닿습니다.

 

 

서울 중림동 약현성당 십자가의 길 제5처~ 시몬이 예수님을 도와 십자가 짐을 묵상합니다...^-^

 

 

 


 

만남 속으로


이제민 지음

하느님을 만나기 위하여

순례
순례는 성인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그들의 삶을 묵상하는 교회의 좋은 전통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손례를 떠난다. 루 르드, 로마, 파티마,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 예루살렘 등 외국의 성지뿐 아니라 새남터, 절두산, 연풍, 해미 등 국내 성지에도 많 은 사람들이 찾는다. 우리가 순례를 떠나는 이유는 무엇인가? 기 적(신앙)의 현자에 대한 호기심 때문인가 아니면 인생에 대한 목 마름 때문인가? 순례하는 동안 우리는 과거 그들이 살았던 역사 속으로 들어가 는 것만이 아니라 그들이 살았던 역사의 현장에서 오늘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분위기도 함께 느끼게 된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동안 우리는 역사적으로 훌륭하게 산 인물, 또는 후세 가 훌륭하게 각색한 인물에게서 느끼는 순간적인 감동을 넘어 오 늘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에서 더 진한 감동을 얻는다. 순례하면서 우리는 시대와 문화를 넘어 현재에 작용하고 계시는 하느님의 숨결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순례가 끝나면 다음과 같은 묵상을 한다. 순례 동안 우리는 무 엇을 보았는가, 순례 동안 무슨 기도를 했는가? 순례에서 돌아오 는 것으로 순례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순례는 계속 이어진다. 우 리 인생에서, 만나는 사람들한테서, 또 미워하기도 하고 미움 받 기도 하는 사람들한테서 하느님을 찾는 순례가 평생 이어지는 것 이다. 순례, 그 자체가 우리 인생의 목표이다. ****** 스위스의 성인 클라우스는 자녀가 열 명이나 두었지만 아내 도 로테아가 손수 지어준 순례복을 입고 은둔처를 향하여 집을 떠난 다. 아내는 어떤 마음으로 집 떠나는 남편에게 순례복을 지어주 었을까? 또 아내가 지어준 옷을 받아 입으며 클라우스는 무슨 생 각을 하였을까? 아내가 지어주고 남편이 받아 입은 옷에는 그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그들의 마음이 녹아 있다. 정삼각형 안에 각 변의 중심을 선으로 이어 역삼각형을 그리고, 그렇게 역삼각형 안에 똑같은 방법으로 정삼각형을 그리고, 다시 정삼각형 안에 역삼각형을, 역삼각형 안에 정삼각형을 그리다 보면 정삼각형과 역삼각형이 서로 변을을 스치며 무한으로 뻗어나간다. 이와 같이 클라우스와 도로테아는 서로 마음이라는 변을 터치하며 영원을 향한다. 부와 명예와 권력에서 자유로웠던 그들은 영원을 향한 순례의 동반자였다. 요즘 우리가 입고 다니는 옷에는 대개 상표가 붙어 있다. 상표 가 붙은 옷은 마음의 변화에 따라 언제든 벗어버릴 수 있고, 부와 명예와 권력과 인기를 좇아 언제든 갈아입을 수 있다. 하지만 상 표가 붙어 있지 않은 마음으로 지은 순례의 옷은 그 어떤 권위도 함부로 손을 대지 못한다.

주님의 평화가 항시 함께 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