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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조·성가·기도문

포플러―어효선(1925~2004)/양벼들 6장

 

포플러

 

키장다리 포플러를
바람이
자꾸만 흔들었습니다.
포플러는
커다란 싸리비가 되어
하늘을 쓱쓱 쓸었습니다.
구름은 저만치 밀려가고
해님이 웃으며
나를 내려다보았습니다.

 

―어효선(1925~2004)

조선일보/ 가슴으로 읽는 동시(2012.6.28)이다. 이준관 아동문학가의 평이다.

 

포플러가 서 있는 여름 풍경이 포플러 잎사귀처럼 새뜻하다. 이 동시를 읽으면 마치 한 줄기 소낙비처럼 마음이 청량해진다. 도시의 여름은 싸구려 기름으로 여러 번 튀긴 튀김처럼 땀과 기름에 전 냄새가 난다. 구름은 너덜너덜한 솜 뭉치나 먼지 뭉치처럼 뭉쳐서 몰려다닌다. 이런 숨 막히는 도시에 살다 보면 문득 포플러가 서 있는 동심의 시골 풍경이 그리워진다.

포플러는 커다란 싸리비가 되어 하늘을 쓱쓱 쓸어주고, 해님은 우리를 웃으며 내려다보았다. 때로 포플러는 커다란 풍차가 되어 시원한 바람을 보내주기도 했다. 강물에 뛰어들어 멱을 감고 나면 어느새 포플러는 기린처럼 길게 목을 빼고 저녁놀에 빨갛게 젖어 있었다. 포플러가 서 있는 강둑을 걸어 저녁놀을 바라보며 집으로 가던 동심의 여름이 새삼 그립다. 

 


 "포플러가 커다란 싸리비가 되어 하늘을 쓱쓱 쓸어...구름이 저만치 밀려가고...해님은 웃으며 나를 내려다보았습니다"...따뜻한 시, 빗질하는 나를 대견해 하는 엄마의 마음이 느껴지는 시이다...ㅎㅎ...^-^

 

 

어효선 소설가

생몰: 1925년 11월 2일(서울) ~ 2004년 5월 15일 (향년 78세) | 소띠, 전갈자리

데뷔: 1948년 '어린이의 노래'

학력: 한영고등학교

 

널리 알려진 동요 〈꽃밭에서〉와 〈과꽃〉의 작사가이다. 호는 난정(蘭丁). 1943년 한양중학교를 졸업하고 초등교원 검정고시에 합격하여 1945~47년 교원으로 일했다. 1957년 대한교과서 출판부장을 거쳐 1964~65년 〈새소년〉 주간, 〈소년조선일보〉·〈소년동아〉 등의 편집위원 등을 지냈다. 1967~73년 금란여자중·고등학교 교사로 근무했고, 1973년 교학사 주간, 1986년 동요동인회 회장, 1991년 석동문학연구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양버들 1

 

양버들 2

 

양버들 3

 

양버들 4

 

양버들 5

 

양버들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