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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조·성가·기도문

나무와 구름―박재삼(1933~1997)/진남교반외 3장

 

나무와 구름

 

나무들은 모두 숨이 차다
그러나 하늘의 구름들은
하나같이 평상(平床)에 누은 듯
태평(太平)이 몸짓으로
옷자락만 나부끼고 있을 뿐이다.


나무들은 구름이 그리워
연방 손을 흔들고 있지만
구름들은 어디까지나 점잖은 외면이다.

 

사랑하는 사람아
나는 너를 향해
지금 한창 몰아쉬는 숨인데
아직도 외면인가.

 

땅을 적시는 소낙비
하늘을 가르는 번개가
내 앞을,
답답한 내 앞을,
말끔히 말끔히 쓸어주리라.

 

―박재삼(1933~1997)

조선일보/ 가슴으로 읽는 시(2012.6.29)이다. 장석남 교수의 평이다.

 

가뭄이다. 이루어지지 않는 연애가 그렇듯 목마른 가뭄이다. 갈증에 시달린다. 기후만이 그러랴. 손 앞에 잡힐 듯 안타깝게 달아나는 많은 행운은 나만 비켜가는 것 같다. 그러나 세상은 순리(順理)가 있을 뿐이다. 모든 성공 이데올로기는 약한 자들을 슬프게 한다. 안 되는 것이 없다는 말처럼 오만하고 무책임한 말도 없다. 모두가 스스로의 존귀한 가치를 실현해 갈 뿐이다. 나는 나의 진정한 모습을 찾아서 간다.

순리라 하더라도 세상의 모든 기다림은 얼마나 아픈가. 비를 기다린다. 하늘을 가르는 천둥 번개를 기다린다. 한번 비가 지나가면 다른 세상이 된다. 그래서 사랑도 개인에게는 혁명이다. 사랑을 기다린다.


콜미비야, 콜미

너무 비가 안 온다...^-^

말라 죽는 나무가 하나, 둘 보인다. 자연의 권위에 맥없이 스러진 경우가 있지 않았는가 ? 외면하지 않기를 기원한다...^-^

 

  박재삼  생몰:1933년 4월 10일 ~ 1997년 6월 8일 (향년 64세) | 닭띠, 양자리

데뷔:1955년 현대문학 '정적' 등단

학력: 고려대학교 국문과 중퇴

 

김소월에게서 발원해 김영랑·서정주로 이어지는 한국 전통 서정시의 맥을 이은 시인이었다.

박재삼의 유년시절은 시련의 연속이었다. 사천 앞바다의 품팔이꾼 아버지와 생선장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중학교 진학도 못하는 절대궁핍을 경험해야 했다. 어렵게 삼천포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수학했고, 1953년 〈문예〉에 시조 〈강가에서〉를 추천받은 후 1955년 〈현대문학〉에 시 〈섭리〉·〈정적〉 등이 추천되어 등단했다. 그의 시는 당시 서정주와 유치환이 서로 반해 추천을 다툴 만큼 출중했다. 시 작품의 탁월함은 무엇보다도 가락에서 두드러졌다. 우리말을 의미·개념에만 맞추어 쓰는 것이 아니라 운율에 맞추어 리드미컬하게 구사하는, 리듬의 중요성을 태생적으로 알아차린 시인이었다. 전통적 가락에 향토적 서정과 서민생활의 고단함을 실은 시세계를 구축했으며, '한을 가장 아름답게 성취한 시인', '슬픔의 연금술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때로 그의 시들은 '퇴영적인 한에 머물러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절창(絶唱) 〈울음이 타는 가을강〉 등에서 드러나듯 '생활과 직결된 눈물을 재료로 한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 주었다.

 

박재삼은 모더니즘·민중주의 등과 같은 경향이 유행처럼 번지던 시대에도 어떤 계파에 몸을 두지 않고 자신의 영역을 지켰다. 그리고 그 안에서 고향 바다의 비린내가 묻어나는 서정과 비극적 사랑,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그리움 등을 노래했다. 슬픔을 아는 시인이었으며 평생을 가난하고 고달프게 살았다. 1955년부터 〈현대문학〉 등에 근무하다 1968년 고혈압으로 쓰러져 반신마비가 된 이후 일정한 직업을 갖지 않았으며 위장병과 당뇨병 등 병치레를 하기도 했다. 시작(詩作)과 함께 약 25년간 요석자(樂石子)라는 필명으로 바둑 관전평을 집필해 생계를 해결했으며 바둑계에선 '박국수'(朴國手)로 불렸다. 처녀시집 〈춘향이 마음〉 이후 〈뜨거운 달〉·〈찬란한 미지수〉·〈햇빛 속에서〉·〈천년의 바람〉·〈비 듣는 가을나무〉·〈해와 달의 궤적〉·〈다시 그리움으로〉에 이르기까지 시집 15권과 수필집 〈차 한잔의 팡세〉를 냈으며, 현대문학상·한국시인협회상·노산문학상·인촌상·한국문학작가상 등을 수상했다.

 


 

 

문경 고모산성

 

문경 고모산성에서 내려다 본 진남문

 

문경 고모산성에서 내려다 본 문경대로(국도3호선)

 

문경 고모산성에서 내려다 본 진남교반 전경(경북 8경 중 1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