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작은 호수가 노래하는 거 너 들어봤니.
피곤한 마음은 그냥 더 잠자게 하고 새벽 숲의 잡풀처럼 귀 기울이면 진한 안개 속에 몸을 숨긴 채 물이 노래하는 거 들어봤니?
긴 피리 소리 같기도 하고 첼로 소리인지 아코디언인지, 멀리서 오는 밝고 얇은 소리에 새벽 안개가 천천히 일어나 잠 깨라고 수면에서 흔들거린다.
아, 안개가 일어나 춤을 춘다.
사람 같은 형상으로 춤을 추면서 안개가 안개를 걷으며 웃는다.
그래서 온 아침이 한꺼번에 일어난다.
우리를 껴안는
눈부신 물의 메아리.
―마종기(19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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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가슴으로 읽는 시(2012.7.2)이다. 장석남 교수의 평이다.
철썩이는 욕망을 접으면 호수의 노래를 들을 수 있으리라. 그것은 소리로 올까, 형상으로 올까. 안개는 물의 메아리다. 물은 밤새 몸을 바꾸어 노래처럼 이동한다. 유연한 리듬과 절제된 음정으로 천천히 지혜를 구하는 이의 귀를 적시리라. 일상의 피곤은 잠시 놓아두고(없애는 것이 아니라!), 사물에서 풀려나는 몽상을 따라간다. 춤이 되었다가 웃음이 되었다가 품이 되는 물의 변주(變奏)는 그대로 어머니나 누님의 마음 같다. 바다의 노래는 청년의 노래겠지만, 새벽 호수의 노래는 노경(老境)의 노래이리라.
어느 골짜기에 숨은 작은 호수를 생각한다. 노경이 그같이 모든 것을 어루만지며 번져가는 호수와 같은 것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으리라. 욕망의 물결을 붙잡아 호수가 되어가는 생을 생각한다.
작은 호수가 노래하는 거 들어봤니?...물이 노래하는 거 들어봤니?...잠 깨라고 수면에서 흔들거린다...아, 안개가 일어나 춤을 춘다...안개가 안개를 걷으며, 온 아침이 한꺼번에 일어난다...눈부신 물의 메아리...^-^
**정말 예쁜 시...물의 노래, 물의 메아리를 듣고...사람 형상으로 춤추는 안개를 보러... 호수가로 빨리 가고 싶다...ㅎㅎ...^-^ | |
- 출생: 1939년 1월 17일 (만 73세), 일본 | 토끼띠, 염소자리
- 가족: 아버지 마해송
- 데뷔: 1959년 현대문학 시 '해부학교실'
- 학력: 서울대학교 대학원 의학
마종기 시인은 50년간 시를 썼다. 40년 넘게 미국에서 살았지만, 시는 모국어인 한국어로 썼다. 한국 말을 잊지 않으려고 공부하면서. 미국에선 방사선과 전문의와 의대 교수로 안락한 삶을 꾸렸지만 그래도 어두운 밤이면 시가 찾아 왔다. 지난 2002년 은퇴한 후엔 1년에 몇 달씩 한국에 머물면서 연세대 의대 초빙교수로 5년간 ‘문학과 의학’ 과목을 가르쳤다.
남들이 보면 부럽기만 한 인생, 하나 슬픔과 역경이 없었다면 그토록 투명한 시를 쓸 수 있었을까. 마종기 시인은 지난 1966년 군의관으로 재직하다 한일국교 정상화 반대 서명을 한 게 문제가 돼 운명처럼 미국으로 떠났다. 석 달 뒤 아동문학가였던 아버지 마해송이 눈을 감았지만 돈이 없어 한국으로 올 수가 없었다. 늘 영구 귀국을 꿈꿨지만 일흔이 넘긴 지금도 상황은 녹록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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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산과 탑영제...산 그림자 품는 호수...^-^
마이산과 탑영제...호수에 얼음이 얼었습니다...^-^
마이산 원경...토끼 같습니다...수성암으로 되었고, 암 마이산- 수 마이산이 있습니다....^-^
마이산 가는 길...탑영제 산책로 입니다...^-^
마이산 탑사 전경입니다...돌탑이 쓰러지지 않고 역고드름이 맺혀 유명한 곳 입니다...^-^
마이산 탑사 전경...수성암으로 된 마이산...구멍이 숭숭 뚫린 '타포니 현상' 지질구조 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