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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오피니언

[김윤덕의 新줌마병법] 중2, 아빠만 모르는 한 가지/커피나무 2장

[김윤덕의 新줌마병법] 중2, 아빠만 모르는 한 가지

조선일보 김윤덕기자 입력 : 2012.08.06 22:30

 

딩동! 왈왈! 어쩌다 한 번 일찍 퇴근하는 아빠를 반기는 건 우리 집 강아지 나폴레옹뿐이다. 글로벌적으로만 박식한 아빠가 '대한민국 중2와 대2의 차이'를 알고 있었더라면 나 또한 아빠의 털북숭이 다리에 여름 매미처럼 매달려 반겼을지 모른다.

중2와 대2의 차이가 뭐냐고? 헐~ 중2가 "그깟 수업 따윈 필요 없어" 하며 옥상에서 땡땡이를 치는 막가파라면, 대2는 "오늘은 그냥…"이라고 중얼대며 강의를 빼먹는 한량이다.

중2는 "교복은 대체 왜 입는 거야?" 하고 반항하지만, 대2는 "대학엔 왜 반값 교복이 없는 거냐"며 투덜댄다. 중2는 "인수분해 못한다고 안 죽어" 하며 비웃지만, 대2는 "인수분해도 못하는 나는 죽는 게 낫다"며 절망한다. 중2는 "나만 빼고 사회 전체는 쓰레기"라고 코웃음치지만, 대2는 "나도 포함해 사회는 쓰레기"라며 미안해한다.

또 있다. 북한이 한국을 쳐들어오지 못하는 건 무개념과 허세 부리기로 일관하는 '미친 사춘기', 중2들 때문이란다. '올수(秀)' '올A'를 자랑하는 우리 아빠가 이 풍문을 들어 알았다면, 중2인 나에게 적어도 다음과 같은 잔소리는 하지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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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좀 했나. 을매나 했노. 꼴랑 세 시간. 그래서 대학 갈 수 있겠나. 더워서 머리통에 불이 난다꼬. 에어컨이 고장 나 두뇌 회전이 어렵다꼬. 책상 앞에 앉아가 종잇장 넘기는 기 무신 중노동이가? 밥 묵고 공부만 하면 되는데 자기 주도가 왜 안 되나 말이다.

공부 못하는 것들이 꼭 환경 타령, 선생 타령, 썩은 학교 타령을 한다 아이가. 될성부른 놈은 불바람 부는 사막에 갔다 놔도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미적분을 푼데이.

일러스트=박상훈 기자 ps@chosun.com


이기 다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보지 못한 탓이데이. 니, 고려당 꿀카스테라라고 들어봤나. 우찌나 맛있는지 기름종이에 붙은 마지막 빵부스러기까지 혀로 싹싹 핥다가는 종이를 통째 입에 넣고 꼭꼭 씹는데이.

마지막 한 방울의 단물이 빠지고 나면 인생의 중대한 기로에 서게 되지. 삼킬 것이냐, 뱉을 것이냐. 빵종이뿐이가. 영어사전도 한장 한장 잘근잘근 씹어서 삼킬 만큼 내는 니만 할 때 쎄가 빠지도록 공부했데이. 학생한테 방학이 어데 있노?

홍명보호 축구 하는 거 안 봤나. 심판이 작심하고 훼방을 놔도, 영국 사람들이 에브리바디 야유를 보내도 지동원이 프리미어 키커들 즐비한 골문으로 벼락슛 날리는 거 봐라. 박태환도 을매나 늠름하드노.

실격의 충격을 딛고도 불굴의 의지로 은메달을 거머쥐는 기 보통 정신력이가. 그 아덜이 에어컨 슝슝 터지는 곳에서 니마냥 이어폰 끼고 할랑할랑 다리 떨어감시롱 연습했겠노 말이다.

방금 뭐라��노? 태환이도 이어폰 낀다꼬. 미적분은 배워가 무엇에 써먹느냐꼬? 와아~ 미치겠네. 18대 종손으로 태어난 니가 이래도 되는 기가. 사나이로 태어났으면 한철 빽하고 우는 매미 인생이 아니라 세상을 한번 호령한 뒤 이름 석 자는 남기고 죽어야 하는 거 아이가. 내는 비록 월급쟁이밖에 못 됐지마는 느그 대에는 장관도 나오고 판사도 나와야 않겠나.

자기 영달을 위해 정치하는 걸뱅이 술안주 같은 넘들 말고, 김구 선생처럼 오로지 조국과 민족만 생각하는 대정치인이 되어가 수렁에 빠진 대한민국을 반짝 들어올려 보란 말이데이. 구름은 용을 따르고 바람은 호랑이를 따르리니, 그 힘과 지혜는 어데서 나오느냐. 죽으나 사나 공부가 아니면 무엇이란 말이고.

버블파이터 할 때 보여주는 너의 신들린 집중력과 전투력으로 수학문제를 풀마, 올림피아드 금메달은 와 못 따겠노. 잡스의 창의력이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기가.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어도 강남 얼라들 쫓아갈 둥 말 둥인데, 공부는 해서 무엇에 쓰냐꼬? 대체 누굴 닮아 이렇게 삐딱하노. 아버지 말씀하시는데 눈에 힘을 빡 주고 이빨은 앙다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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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모른다. 성서보다 비장한 아빠의 장광설이 나의 자존심을 얼마나 짓밟는지. 아빠는 모른다. 그렇게 염려되는 자식의 성적을 올리기 위해 단 한 번 아들의 수학책을 들춰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아빠는 모른다. 나의 꿈은 장관이나 대법관이 아니라 제이미 올리버 같은 멋진 요리사라는 걸. 아빠는 모른다.

지동원에게는 1등보다 동지애가 더 소중하다고 가르친 홍명보란 덕장이 있다는 걸, 박태환에겐 스포츠는 싸우는 게 아니고 즐기는 거라 일러준 볼 코치가 있다는 걸. 아빠는 모른다. 하루를 살든 100년을 살든 모든 형태의 삶은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을. 아빠는 모른다. 잡스식 '다르게 생각하기'의 원천은 부적응, 일탈, 저항이었다는 것을. 아빠가 그렇게 애태우지 않아도 열다섯 살 나만의 아름다운 인생이 있다는 것을.


우하하북한이 한국을 쳐들어오지 못하는 건 무개념과 허세 부리기로 일관하는 '미친 사춘기', 중2들 때문이란다....계모임에 가서 들은 이야기다...북한이 중2 무서워 쳐들어오지 못한다는 이야기...ㅋㅋ...-

 

중2와 대2의 차이가 뭐냐고? 헐~...이것도 들어본 얘기...공감 가는 부분이 많다...중2는 "그깟 수업 따윈 필요 없어"/ "오늘은 그냥…" ~ "교복은 대체 왜 입는 거야?"/  "대학엔 왜 반값 교복이 없는 거냐" ~ "인수분해 못한다고 안 죽어"/"인수분해도 못하는 나는 죽는 게 낫다" ~  "나만 빼고 사회 전체는 쓰레기"라고 코웃음친다/"나도 포함해 사회는 쓰레기"라며 미안해한다...ㅋㅋ...^-^

 

미친 사춘기...중2 아들에게 장광성 잔소리를 늘어 놓은 아버지는 경상도 사투리이다...줌마 김윤덕 아줌마가 경상도 사람인가??...ㅋㅋ...^-^

잡스식 '다르게 생각하기'의 원천은 부적응, 일탈, 저항이었다는 것을. 아빠가 그렇게 애태우지 않아도 열다섯 살 나만의 아름다운 인생이 있다는 것을...결론이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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