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만남
우리는 서로에게 아주 공손하게 대하며, 오랜만에 만나서 매우 기쁘다고 말한다.
우리의 호랑이들은 우유를 마신다. 우리의 매들은 걸어 다닌다. 우리의 상어들은 물에 빠져 허우적댄다. 우리의 늑대들은 훤히 열려진 철책 앞에서 하품을 한다.
우리의 독뱀은 번개를 맞아 전율하고, 원숭이는 영감(靈感) 때문에, 공작새는 깃털로 인해 몸을 부르르 떤다. 박쥐들이 우리의 머리 위로 멀리 날아가버린 건 또 얼마나 오래전의 일이던가.
문장을 잇다 말고 우리는 자꾸만 침묵에 빠진다. 무력하게 미소를 지으면서. 우리 인간들은 대화하는 방법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비스와바 심보르스카(1923~2012·폴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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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가슴으로 읽는 시(2012.8.17)이다. 장석남교수의 평이다.
간혹 이런 질문을 할 때가 있다. 잠든 아이를 내려다보며 넌 어떻게 나에게 왔니? 우리는 어떻게 만난 거지? 연인 앞에서, 혹은 늙으신 어머니 곁에서 이러한 내면의 독백이 하염없이 이어지곤 한다. 살아간다는 것은 수없이 많은 만남을 이어간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만남은 불화와 불통을 동반한다.
'너' 앞에서 우리들 내면의 호랑이는 사냥은커녕 우유를 얻어 마신다. 바다의 제왕인 상어가 물에 빠진다. 소통되지 않는 만남은 얼마나 큰 고통인가. 내가 상어일 때 '너'가 바다라면 우리들 만남은 얼마나 아름다운 화음일까?
2012년 올해 사망한 폴란드의 여류시인...노벨문학상을 받은 사람의 시라고 하네요...불화와 불통을 동반하는 만남을 표현한 시 <뜻밖의 만남> 입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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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와바 심보르스카(Wislawa Szymborska, 1923년 7월 2일 ~ 2012년 2월 1일)는 1996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폴란드의 여류 시인이다.
포즈난 근처에서 태어나 야기엘론스키 대학교를 졸업하였다. 그 후에 그녀는 몇년 간의 세월을 주간지를 편집하면서 보내왔다. 심보르스카는 그후의 시집을 정치적보다 자신적으로 묘사하였다.
그러나 그의 첫편 《그것이 우리가 사는 목적이다》(1952년)는 공산주의의 큰 영향을 받았다. 그렇지만 1957년에 발간한 《예티를 부르며》에는 소련의 독재자 이오시프 스탈린을 지긋지긋한 눈사람과 비교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그녀의 다른 시집으로는 《100번의 즐거움》(1967년), 《다리 위의 사람들》(1986년), 《모래알과 함께한 전경》(1995년)과 《개의 1인극》(2005년)이 있다. 그녀의 산문집은 2002년 《비요구한 낭독》으로 출판되었다.
그녀의 수고하고 재치있는 시구는 대인 관계와 매일 인생의 괴상함과 비기대적인 차례를 강조하고 있다. 그녀는 또한 공산 일당주의와 근대 사회에서 개인주의에 위협을 탐험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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