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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오피니언

안철수에 관한 신문 오피니언 7개-(2012.9.19~25) /<그래도 태양은 뜬다>작품 3장

[경향의 눈]안철수와 안철수  

경향신문 오피니언 김봉선 논설위원 입력 : 2012-09-24 21:21:41  

 

‘교수 안철수’와 ‘정치인 안철수’는 달랐다. “저는 제18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 국민의 열망을 실천해내는 사람이 되려고 한다.” 안철수는 애매한 화법을 되풀이할 것이라는 일각의 예상을 깨트렸다. 결의에 차 있으되 차분했다. 좌고우면해온 학자풍 안철수의 이미지는 오간 데 없었다. “저에게 주어진 시대의 숙제를 감당하려고 한다”부터 “대통령 한 사람의 힘으로 5년 만에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까지. 어조는 강했고, 때론 부드러웠다. 그는 국민의 눈높이에서, 국민의 목소리로 ‘안철수 현상’을 설명하고 채워나갔다. “대선에서 패배하더라도 정치인으로 일하면서 나라의 발전에 긍정적인 도움이 되고자 한다”는 대목에선 권력 의지도 읽혔다. 안철수가 출마를 선언하던 날의 풍경이다. 의사에서 기업인, 대학 교수로 변신을 거듭해온 안철수의 또 다른 일면이자 안철수의 재발견이다.

안철수는 출마선언 후 첫 행보로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이승만·박정희·김대중 등 모든 역대 대통령들의 묘역을 참배했다. 새누리당의 확장성에 경계를 표시하는 바람에 야권으로 분류돼온 그가 한 진영의 논리가 아닌 국민 전체를 쳐다보는, 즉 통합의 정치를 실천하겠다는 다짐이지 싶다. “국민의 반을 적으로 돌리면서 통합을 외치는 것은 위선”이라고 했던 그다운 발상이다. 그러나 역대 대통령보다 박태준 전 총리의 묘소를 먼저 참배한 것은 그가 말하는 통합과는 다른 문제라고 본다. 경제는 이념을 떠난 삶의 문제라는, 이른바 ‘경제 대통령’의 이미지를 심고, 타 후보들과의 차별화도 염두에 뒀는지 모르겠으나 이해가 되지 않는다. 박 전 총리가 산업화 시대에 족적을 남긴 건 사실이나 대통령들에 앞선 반열에 올라야 할 위인은 아니다. 혹여 자신이 장기간 박 전 총리와 맺은 인연 때문이라면 공사를 분간 못하는 일로 안될 말이다.

‘정책 멘토’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의 캠프 내 역할을 둘러싼 논전은 더 불편하다. 안철수는 재벌의 경제집중과 빈부격차 심화를 참여정부의 과(過)로 들었다. 그런 그가 외환위기 이후 신자유주의 도입의 전도사나 다름없는 이 전 부총리를 전면에 내세웠다. 더구나 이 전 부총리는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져 공직에서 물러났다. 안철수가 강조해온 경제 정의 차원은 물론이고 도덕적으로도 용납되지 않는다. 자신에게 부족한 안정감 등 실익을 고려했을 법하다. 하지만 그것도 자신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한 ‘플러스 알파’여야지 주객을 전도시켜서는 곤란하다. 논란이 일자 이 전 부총리의 역할을 자문역에 제한시키기로 했다지만 의구심은 남는다. 환경·에너지 전문가에게 경제 총괄을 맡긴다는데 가능한가. 측근이 ‘내년 경제위기 때 이헌재의 지혜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실토했듯이 그의 공간은 그대로이고, 논전도 수그러들지 않을 것 같다. 양보해서 이 전 부총리가 자문역에 머문다 할지라도 두 사람의 막역함이 확인된 이상 시장에 던진 효과는 달라질 게 없다.

정치에서 전략·전술은 불가피하다. 그가 대담집 <안철수의 생각>에서 밝힌 진보적 생각들의 수위를 대선 행보에서 낮추며 우클릭한 것도 그런 맥락으로 이해한다. 안철수가 한 시장을 찾아 ‘혁신 재래시장론’을 폈다가 ‘경제민주화 없이 혁신이 가능한가’라는 반격을 당한 것도 이해할 수 있다. 정치는 지지층뿐만 아니라 비토 그룹의 마음도 끌어들이는 작업이다. 무당파와 중도층을 업고 여권 지지층까지 파고드는 제3의 길을 택한 그로서는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다만 ‘모범생 안철수’의 함정이어선 곤란하다. 여권 지지자들한테도, 야권 지지자들한테도 욕을 먹고 싶지 않은 ‘엄친아’식 행동방식 말이다. 그 연원은 정치와의 의식적인 거리두기와 맞물릴 수밖에 없다. 그것은 박정희와 김대중 사이에서, 박근혜와 문재인 사이에서 줄을 타겠다는 것만큼이나 어리석다. 정치와 거리를 두고자 했던 노무현, 이명박 정부의 지난 10년에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 정치를 무시하고 성공한 대통령은 없다. 그는 정치의 한복판에 서 있다.

‘안철수 현상’은 무엇이었던가. 기존 정치에 대한 불만, 새로운 정치에 대한 갈구였다. 안철수를 대선판에 올려놓은 힘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가 출마를 선언한 지금, 안철수와 안철수 현상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안철수 현상을 불러일으킨 ‘국민 멘토’ 안철수와 ‘대선 후보’ 안철수는 같을 수도, 다를 수도 있다. 두 안철수가 존재할 수 있다. 비판적으로만 바라볼 일은 아니다. 변화할 게 있으면 변화해야 하고, 현실에 적응할 게 있으면 적응해야 한다. 그 까닭은 분명히 해야 한다. 재벌의 경제집중을 비판하고 경제 정의를 이야기하면서 이헌재를 캠프에 모신 까닭, 역대 대통령에 앞서 철강왕의 묘소를 먼저 참배한 까닭을 궁금해하는 시민들에게 설명해야 한다. 낡은 정치에 반대한다는 이유만으로 미래 가치의 주인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갈등 조장의 주범이 아니라고 통합을 이룰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갈등의 구조를 정면으로 맞닥뜨릴 때 해법을 찾을 수 있다. 그의 도전이 안철수와 안철수의 대결로 비쳐진다.

 

마경향신문 [경향의 눈] 김봉선 논설위원의 론..........<"그의 도전이 안철수와 안철수의 대결로 비쳐진다.">

 

‘안철수 현상’은 무엇이었던가. 기존 정치에 대한 불만, 새로운 정치에 대한 갈구였다. 안철수를 대선판에 올려놓은 힘이기도 하다...^-^

 

 재벌의 경제집중을 비판하고 경제 정의를 이야기하면서 이헌재를 캠프에 모신 까닭, 역대 대통령에 앞서 철강왕의 묘소를 먼저 참배한 까닭을 궁금해하는 시민들에게 설명해야 한다. 낡은 정치에 반대한다는 이유만으로 미래 가치의 주인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갈등 조장의 주범이 아니라고 통합을 이룰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갈등의 구조를 정면으로 맞닥뜨릴 때 해법을 찾을 수 있다. 그의 도전이 안철수와 안철수의 대결로 비쳐진다.


 

[특별기고] 안철수, 무늬만 '제3의 길'인가

조선일보 사외칼럼 류근일 언론인 입력 : 2012.09.24 23:30

'기득권 과보호 구조' 배척하듯 '舊좌파 오류'도 똑같이 맞서야
정치 갈등을 넘어서기 위해선 '역사 안'으로 들어와 부딪쳐야
양쪽 꾸짖고 한쪽과 손잡으면 순도와 진정성 의심할 수밖에

류근일 언론인

대통령 출마를 선언하기 전의 안철수 교수는 자천(自薦) 타천(他薦)으로 '제3의 길'을 가는 사람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막상 출마를 선언했을 때의 '안철수의 생각'은 꼭 한 가지 점에서만 '제3의 길'이었다. 새누리당도 민주당도 다 틀려먹었다. 그래서 그런 '민의(民意)를 반영하지 못하는' 그들만의 리그는 확 바꿔 버려야 한다고 한 대목이 그것이다. 그러나 그것뿐이었다. 그 밖의 그의 생각들은 새누리당, 민주당 그리고 온 세상이 다 떠드는 보편적 상식이 아니면 이쪽저쪽의 어느 한쪽과 비슷한 것이었다.

그는 ▲빈부 격차와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하는 경제 시스템 ▲계층 간 이동이 차단된 사회 시스템 ▲공정한 기회가 부여되지 않은 기득권 과보호 구조 ▲지식산업 시대에 역행하는 옛날 방식의 의사 결정 구조 등을 '오거지악(五去之惡)'으로 지목했다. 그러나 이게 과연 안철수만의 특허품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 비슷한 말들은 박근혜 문재인, 새누리당 민주당도 줄곧 해오던 것이다.

민주당의 재벌 때리기에 대해 그가 "근본주의로는 안 된다. 점진적으로 가능한 것부터 해야 한다"고 반론한 것도 그만의 '제3의 길'이라기보다는 새누리당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역대 모든 정부에 공(功)도 있었고, 과(過)도 있었다"고 한 그의 역사 인식도 마찬가지다. 이런 인식은 민주화 세력엔 오로지 공만 있고 산업화 세력엔 오로지 과만 있다는 투의 민주당과는 다르다. 반면 새누리당과는 과히 멀지 않다. 문재인 후보는 이승만·박정희 묘소를 싹 비켜 갔지만 박근혜 후보는 5·16, 유신의 상처를 인정하고 사과했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안철수 후보가 민주당보다 새누리당에 더 가깝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는 서울시장 선거 때 박원순 후보 손을 들어주었다. 그는 "제주도 해군기지를 이번 정부 마지막 해에 추진하지 않으면 국가 위기를 맞을 상황인가?"라고 물었다. 이런 그를 '재야 원탁회의'가 "판을 키워라"며 잡아당겼다. 안철수 후보는 이래서 '제3의 사나이'라기보다는 필요하다면 민주당과 더불어 얼마든지 어깨동무를 할 수 있는 선수라고 치는 편이 더 맞을 것이다.

'비상식적 세력'(안철수의 생각)의 집권을 막아야 한다는 목표에서 안철수와 문재인은 생각이 같다. 다만 문재인은 '재래식'이고 안철수는 '강남 스타일'이다. 문재인은 '봉하마을'이고 안철수는 '홍대(弘大) 앞'이다. 문재인이 '민중민족' 캠프라면 안철수는 딱히 그렇지도 못하면서 그쪽에 가산점을 주는 타입이다. 체질적으로는 근본주의와 편의(便宜)주의의 차이다. 그러나 오늘의 대선(大選)판에서 그 차이는 서로 단절적이 아니라 연속적·보완적이다. '싸이'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격이랄까.

그렇다면 헷갈린다. 아니, 헷갈리게 한다. 말부터가 딱 부러지는 법이 없다. 안철수는 과연 누구이고 무엇인가? 그는 더 이상 '남자 모나리자' 같은 미소를 짓지 말고 직설화법으로 화끈하게 답해야 한다. 그의 '제3열차'는 부산까지 가는 것인가, 대구까지 가는 것인가? 진짜 '제3'인가 아니면 '무늬만 제3'인가? 기껏 '제3의 옷'을 걸쳤다가 막판에 그것을 훌렁 벗어버릴 양이면 지금 하는 말은 다 헛것이다. "(민주당이) 정치 쇄신을 한다면…"이라는 탈출구를 마련해둔 것 자체가 '순박한 철수씨'치고는 꽤 기교적이다.

참다운 '제3의 자리'는 출마 전과 후의 '안철수의 생각'쯤으로 쉽사리 확보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진짜 '제3'이 되려면 '기득권 과보호 구조'를 배척하는 것과 똑같은 강도(强度)로 '올드 레프트(구좌파)'의 오류도 함께 정면으로 배척할 수 있어야만 한다. 안철수 후보는 그러나 그런 적이 없다. '제3각(角)'으로서 충분조건을 갖추지 않았다는 뜻이다.

'제3의 자리'는 또 오늘의 정치 갈등을 '싸움만 하는 정치'라며 퇴 하고 침 뱉는다 해서 확보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오늘의 갈등엔 국가 형성 이래 체제와 반체제의 숙명적 싸움이 깔려 있다. 이것을 넘어서려면 넘어서기 위한 또 하나의 치열한 싸움을 해야 한다. 그리고 그러려면 '역사 안'으로 들어와 부딪쳐야지 '역사 밖'에서 "왜들 이래?"라고 꾸짖는다 해서 그 질긴 자락이 없어지는 게 아니다. 게다가 양쪽을 다 꾸짖고 나서 어느 한쪽과 짝짜꿍이 될 경우 그 꾸짖음은 위장이고 사기(詐欺)일 가능성이 크다.

'제3의 길'은 물론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 순도(純度)이고 진정성이다. 그것이 엄격하게 검증돼야 한다.

 

막던져조선일보 [특별기고] 류근일 언론인의 론..........<"안철수, 무늬만 '제3의 길'인가">

 

 안철수는 과연 누구이고 무엇인가? 그는 더 이상 '남자 모나리자' 같은 미소를 짓지 말고 직설화법으로 화끈하게 답해야 한다. 그의 '제3열차'는 부산까지 가는 것인가, 대구까지 가는 것인가? 진짜 '제3'인가 아니면 '무늬만 제3'인가? 기껏 '제3의 옷'을 걸쳤다가 막판에 그것을 훌렁 벗어버릴 양이면 지금 하는 말은 다 헛것이다. "(민주당이) 정치 쇄신을 한다면…"이라는 탈출구를 마련해둔 것 자체가 '순박한 철수씨'치고는 꽤 기교적이다.

 

참다운 '제3의 자리'는 '기득권 과보호 구조'를 배척하는 것과 똑같은 강도(强度)로 '올드 레프트(구좌파)'의 오류도 함께 정면으로 배척할 수 있어야만 한다. 안철수 후보는 그러나 그런 적이 없다. '제3각(角)'으로서 충분조건을 갖추지 않았다는 뜻이다. 국가 형성 이래 체제와 반체제의 숙명적 싸움이 깔려 있다. 이것을 넘어서려면 넘어서기 위한 또 하나의 치열한 싸움을 해야 한다. 그리고 그러려면 '역사 안'으로 들어와 부딪쳐야지 '역사 밖'에서 "왜들 이래?"라고 꾸짖는다 해서 그 질긴 자락이 없어지는 게 아니다. 게다가 양쪽을 다 꾸짖고 나서 어느 한쪽과 짝짜꿍이 될 경우 그 꾸짖음은 위장이고 사기(詐欺)일 가능성이 크다. '제3의 길'은 물론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 순도(純度)이고 진정성이다. 그것이 엄격하게 검증돼야 한다.

 

 

[문창극 칼럼] 안철수의 정치 실험

[중앙일보]입력 2012.09.25 00:01 / 수정 2012.09.25 00:01

문창극 대기자
안철수씨가 출마선언을 했다. 지난번 칼럼에서 나는 그의 준비가 덜 된 듯이 보이고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할 때 이번에는 나서지 않는 게 좋겠다는 권유를 했다. 내 마음 한구석에는 그가 굳이 정치의 세계로 뛰어들 이유도 없어 보였다. 이미 다른 세계에서 성취와 기여가 있었던 인물이었던 만큼 지금 있는 자리에서 그의 역할이 더 클 수 있고 나라를 위해서도 더 필요한 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의 생각은 달랐던 것 같다. 내가 현실을 충고했다면 그는 현실을 넘어 이상을 선택했다. 그는 이 시대가 절실하게 요구하는 것은 새로운 정치라고 외쳤다. 그렇기 때문에 새 길을 걷겠다고 선언했다.

 우리 정치는 오랫동안 좌우, 혹은 진보와 보수라는 진영의 틀에 묶여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정치에 대화와 타협은 없고 적대적인 대결만 판을 치고 있다. 5·16, 유신, 인혁당 재판이 언제 적 일인데 지금까지 문제가 되어야 하는가. 그것이 오늘의 우리 삶에 정말 절실한 문제인가. 지난 정권에서 과거 청산을 그렇게 하고도 아직 또 남았는가. 왜 정치의 계절만 돌아오면 과거가 유령처럼 다시 나오는가. 정치인들이 무슨 말을 하든 우리는 이미 과거를 극복했다. 이 나라는 세계가 인정하듯 민주주의가 만개하고 있다. 얼마 전 세계 신용평가 기관들은 우리의 신용등급을 일본·중국과 비슷하게 평가했다. 경제 역시 세계 2위, 3위 국가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나라가 됐다니 기적 같은 일이다. 여당 후보 스스로가 이번 과거 논쟁의 판을 키워 놓았다. 잘못된 일은 반성하고 잘된 일은 기리자고 말했으면 진작 끝날 일이었다. 이런 수준의 말조차 하기 어려웠다면 역사 인식이 없는 것인가, 아집 때문이었는가. 야당 후보는 기회만 되면 과거를 헤집고 있다. 그것으로 분열이 극대화하기를 바라는 듯하다. 김대중 대통령 묘소만 참배한 그에게는 나머지 대통령은 우리 대통령이 아닌 것이다.

 이런 것을 풀어보겠다는 것이 안철수의 출마 이유다. 정치를 바꾸어 보겠다는 것이다. 지금 여야는 진지를 쌓고 서로를 향해 총을 쏘아대고 있다. 총탄이 쏟아지는 양 진지의 가운데에 서서 싸움을 멈추자고 외치는 사람과 그는 비슷하다. 그 외침을 듣고 양쪽 군인들이 진지에서 기어 나와 서로 얼싸안는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그는 이승만, 박정희 묘역까지 골고루 돌았다. 정책에서도 성장과 복지, 안보와 평화의 균형을 강조했다. 옳은 말이다. 문제는 그 옳은 말을 어떻게 실현시킬 것이냐다. 여론조사 결과처럼 그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고 가정해 보자. 모든 정책은 국회의 지지를 통해서만 실현될 수 있다. 그의 이상을 실현시키자면 국회의 지지가 있어야 한다. 친박, 친노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지금 같은 정치 상황이라면 그는 여야 양쪽으로부터 공격을 당할 것이다. 그리 되면 국정은 한 걸음 떼기도 어려울 것이다. 앞으로 이 부분에 대한 국민들의 의구심을 풀어 줄 의무가 있다.

 지금 같은 정치 틀이라면 해답이 없다. “조직도 세력도 없는 만큼 빚진 것도 없다”는 그의 말은 맞다. 그것으로 기존 정당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양당에 매이지 않고 인재를 골고루 쓸 수 있다. 경쟁했던 대통령 후보들까지도 함께 국정에 참여하는 방안을 내놓을 수도 있고, 선거 후 박근혜-안철수, 안철수-문재인의 연합이 가능할 수도 있다. 세 후보가 만나 누가 당선되더라도 서로 국정운영에 협조한다는 약속만 받아내도 엄청난 선거혁명을 하는 것이다. 그런 힘으로 통합의 정치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이런 발상이라면 선거 전에 야당만이 아니라 여당과도 단일화를 못할 이유가 없다. 그의 정책을 보면 야당보다 오히려 여당과 크게 다를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 전에 어느 정당과 연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많은 사람이 그를 지지하는 이유가 ‘이제 정치를 좀 다르게 해 보자, 새롭게 출발하자’는 것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고 나서면서 한쪽 편에 가담하는 것은 자기 모순이다. 기존의 정당을 악이라고 규정해 놓고 그 악에 합세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현실을 이유로 이상을 버리는 것이다. 이로 인해 실망한 국민들이 새로운 정치에 대한 꿈조차 꾸지 않게 된다면 더 큰 악을 저지르는 게 되는 것이 아닐까?

 정치 구조나 문화는 하루아침에 바꾸어지지 않는다. 더구나 한 개인이 단숨에 해낼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정치가 아무리 구정물이라 하더라도 한번에 쏟아버릴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새 정치 실험은 어려운 과제일 수밖에 없다. 안철수가 해야 할 최소의 의무는 비록 이번에 실패하는 한이 있더라도 이상을 버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정치에 발을 담그고 꾸준히 그 일을 해내어야 한다. 그것이 그의 약속이었다. 그 길은 길고 험한 길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선택을 한 이상 그 고난을 받아들여야 한다.

 

왕자님중앙일보 [문창극 칼럼] 의 론...........<"안철수의 정치실험">

 

 안철수의 출마 이유는 정치를 바꾸어 보겠다는 것이다...정책에서도 성장과 복지, 안보와 평화의 균형을 강조했다. 옳은 말이다. 문제는 그 옳은 말을 어떻게 실현시킬 것이냐다...그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고 가정해 보자. 모든 정책은 국회의 지지를 통해서만 실현될 수 있다. 그의 이상을 실현시키자면 국회의 지지가 있어야 한다. 친박, 친노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지금 같은 정치 상황이라면 그는 여야 양쪽으로부터 공격을 당할 것이다. 그리 되면 국정은 한 걸음 떼기도 어려울 것이다. 앞으로 이 부분에 대한 국민들의 의구심을 풀어 줄 의무가 있다.

 

정치 구조나 문화는 하루아침에 바꾸어지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새 정치 실험은 어려운 과제일 수밖에 없다. 안철수가 해야 할 최소의 의무는 비록 이번에 실패하는 한이 있더라도 이상을 버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정치에 발을 담그고 꾸준히 그 일을 해내어야 한다. 그것이 그의 약속이었다. 그 길은 길고 험한 길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선택을 한 이상 그 고난을 받아들여야 한다.

 

 

 

 

 [동아광장/임혁백]미래를 말하면서 구태를 보여주는 안철수

동아일보 오피니언 기사입력 2012-09-25 03:00:00

 

 

안철수의 대선 출마 선언은 감동적이지는 않았으나 모범생답게 해야 할 말은 모두 포함하고 있었다. 그는 경제민주화와 성장동력을 결합한 경제혁신과 안보와 균형을 맞추는 평화체제를 강조함으로써 경제와 안보에서 중도 성향을 드러냈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출마 예고편인 책 ‘안철수의 생각’에서는 별로 언급하지 않았던 정치개혁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는 것이다.

그는 “문제를 풀어야 할 정치가 문제를 만들고 있다”면서 정치개혁과 정치쇄신을 반복해서 강조했다. 박근혜와 문재인 후보에게는 선의의 정책경쟁을 해서 그 결과에 승복하자는 제안도 했다. 시민사회 후보로서 기성 정치인들의 구태와 부패에 자신은 책임이 없기 때문에 기존 정당 후보들에게 정치개혁을 하라고 떠미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는 기자회견에서 후보 단일화를 통해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야권 지지자들에게 찬물을 끼얹는 말을 뱉었다. 후보 단일화는 기존 정치권의 구태정치 혁신과 국민의 동의가 있으면 가능하다고 했는데, 이 조건부 단일화는 ‘비핵개방 3000’이라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 조건부 포용정책보다 더 실현 불가능해 보였다.

그렇다면 정치개혁 후보를 자처하는 안철수는 구태정치에서 자유롭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가? 필자가 본 며칠간의 안철수의 행보는 3김 시대의 구태정치보다 덜하지 않았다. 출마 선언과 함께 4·11총선을 총지휘한 박선숙 민주통합당 사무총장을 선대위 본부장으로 빼내옴으로써 3김 시대의 ‘의원 빼내오기’를 방불케 하는 구태를 저질렀다. 민주당을 약화시키고, 친노와 비노 간의 분열을 조장하며, 사무총장 박선숙이 갖고 있는 민주당의 정보를 얻는 정치공학적 효과를 거두었을지는 모르나, 안철수는 정치의 금도를 깨뜨리는 불공정 게임을 정치개혁 후보가 서슴지 않았다는 비난을 받아야 마땅하다.

선대위에 ‘야당인사 빼오기’ 웬말

박선숙 못지않게 야권 지지자들에게 충격을 준 것은 이헌재 전 부총리가 안철수 출마회견장에 자리를 같이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 전 부총리는 김대중, 노무현 양대 정부에서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을 담당한 책임자다. 그러나 현재의 시대정신은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으로 인해 초래된 1 대 99의 양극화 사회를 치유하라는 것이고, 이에 대해 여야를 막론하고 국민적 합의가 형성되어 있는 마당에 과거를 대표하는 이헌재를 “미래는 지금 우리 앞에 와있다”고 선언하는 자리에 동석시켰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더 심각한 문제는 안철수의 지근거리에서 ‘안철수의 생각’을 다듬고, 바꾸고, 굳히는 역할을 하는 선대위 측근들에 있다. 언론은 윤곽이 드러나고 있는 안철수 선대위 사람들을 고 김근태 계열, 박원순 서울시장 계열, 그리고 각 분야 전문가들이라고 이야기하나, 필자가 보기에는 안철수 선대위의 특징은 검사와 변호사 출신이 핵심이라는 것이다. 안철수는 상대 후보의 네거티브 공격에 대한 방패막이로 율사 출신 측근들이 필요할지 모른다. 뒤늦게 선거전에 뛰어들어 박근혜와 문재인에 비해서 검증이 아직 덜 된 안철수이기에 더욱 네거티브 공격을 방어해 줄 법률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태섭 변호사는 박근혜의 측근인 정준길의 네거티브 공격에 효과적으로 대응해서 박근혜를 곤궁에 빠뜨린 바 있다. 그러나 율사 출신은 선대위에서 법률구조단 정도의 역할을 맡아야지 비서실장, 상황실장 같은 요직을 맡아서는 안 된다. 법조인들은 법가적(legalist) 마인드를 갖고 있어서 근시안적이고, 기계적이고, 반정치주의적이고, 엘리트주의적이며, 권력지향적이다. 그들이야말로 앞으로 전개될 야권 후보 통합을 어렵게 할 장애물이 될 것이다.

안철수에게 맡겨진 시대정신은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이 만들어낸 1 대 99의 사회에 분노하는 국민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그들을 위로하고, 그들의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실현 가능한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는 ‘안철수 현상’을 만들어 준 국민들의 아픔을 치유해줄 수 있는 안철수 표 ‘힐링 브랜드’를 제시해야 한다.

이를 위해 그는 반드시 야권 후보 통합을 성사시켜 정권교체를 실현해야 하고, 정권교체의 대의를 위해서 자신을 던질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안철수는 2011년 서울시장 경선에서 대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안철수 현상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대선 과정에서 안철수가 최우선 목표로 삼아야 할 일은 정권교체라는 대의이고, 이를 위해 야당 후보와의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는 통합적 단일화를 이루어 야권 전체의 지지 기반을 확대하는 플러스 정서를 해야 한다.

정권교체 위해 자신 던져야

안철수가 앞으로 해서는 안 되는 일은 자신으로의 단일화를 위해 박근혜를 포함하는 3자회동을 제의한다든가, 야당 후보에게 실현 불가능한 통합 조건을 제시한다든가, 민주당 인사들을 빼옴으로써 ‘제 살 파먹기’ 정치를 한다든가, “미래가 이미 와 있다”면서 구시대의 경제전문가를 영입하여 야권 정체성의 혼란을 야기하는 등의 분열적인 마이너스 정치다. 그것은 안철수 현상을 낳은 시대정신에 배치되는 것이고, 그렇게 해서 단일 후보가 된다 하더라도 그것은 상처뿐인 영광이고 대선 필패로 귀착될 것이기 때문이다.

임혁백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못써동아일보  [동아광장/임혁백]의 론..........<"미래를 말하면서 구태를 보여주는 안철수">

 

필자가 본 며칠간의 안철수의 행보는 3김 시대의 구태정치보다 덜하지 않았다. 출마 선언과 함께 4·11총선을 총지휘한 박선숙 민주통합당 사무총장을 선대위 본부장으로 빼내옴으로써 3김 시대의 ‘의원 빼내오기’를 방불케 하는 구태를 저질렀다. 민주당을 약화시키고, 친노와 비노 간의 분열을 조장하며, 사무총장 박선숙이 갖고 있는 민주당의 정보를 얻는 정치공학적 효과를 거두었을지는 모르나, 안철수는 정치의 금도를 깨뜨리는 불공정 게임을 정치개혁 후보가 서슴지 않았다는 비난을 받아야 마땅하다.

 

또한 이헌재 전 부총리가 안철수 출마회견장에 자리를 같이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 전 부총리는 김대중, 노무현 양대 정부에서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을 담당한 책임자다. 그러나 현재의 시대정신은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으로 인해 초래된 1 대 99의 양극화 사회를 치유하라는 것이고, 이에 대해 여야를 막론하고 국민적 합의가 형성되어 있는 마당에 과거를 대표하는 이헌재를 “미래는 지금 우리 앞에 와있다”고 선언하는 자리에 동석시켰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더 심각한 문제는 안철수의 지근거리에서 ‘안철수의 생각’을 다듬고, 바꾸고, 굳히는 역할을 하는 선대위 측근들에 있다. 필자가 보기에는 안철수 선대위의 특징은 검사와 변호사 출신이 핵심이라는 것이다. 안철수는 상대 후보의 네거티브 공격에 대한 방패막이로 율사 출신 측근들이 필요할지 모른다. 뒤늦게 선거전에 뛰어들어 박근혜와 문재인에 비해서 검증이 아직 덜 된 안철수이기에 더욱 네거티브 공격을 방어해 줄 법률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안철수에게 맡겨진 시대정신은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이 만들어낸 1 대 99의 사회에 분노하는 국민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그들을 위로하고, 그들의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실현 가능한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는 ‘안철수 현상’을 만들어 준 국민들의 아픔을 치유해줄 수 있는 안철수 표 ‘힐링 브랜드’를 제시해야 한다.

 


[사설] 주목되는 안철수 원장의 새 정치 실험

한겨례신문 사설 등록 : 2012.09.19 19:14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어제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함으로써 정치의 한복판에 뛰어들었다. 안 원장의 출마 선언으로 대선판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안 원장의 3자 대결 구도 속에서 야권 단일화가 최대 변수가 되는 형국으로 짜였다.

 

안 원장은 어제 회견에서 출마의 변으로 정치의 쇄신을 들었다. 그는 “지금 대한민국은 낡은 체제와 미래가치가 충돌하고 있다”며 “이제 낡은 물줄기를 새로운 미래를 향해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들은 저를 통해 정치 쇄신에 대한 열망을 표현했다”며 “그 열망을 실천해내는 사람이 되려 한다”고 강조했다.

 

이른바 ‘안철수 현상’으로 대변되는 기존 정치에 대한 염증, 새로운 정치에 대한 갈망이 그를 대선 출마로 이끌었다는 이야기다. 안 원장은 지난 1년여 동안 지지율 면에서 박근혜 후보에 필적하는 거의 유일한 후보였다. 도도한 시대정신의 반영이라 할 만큼 안 원장을 통해 표출되는 새 정치에 대한 국민의 기대는 사뭇 크다. 안 원장으로서는 이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해야 할 책임과 과제를 떠안은 셈이다.

 

정치 쇄신은 사실 만만찮은 과제다. 이상만으로 되지 않고 현실과 타협하는 순간 좌표를 잃고 만다. 안 원장은 회견에서 “국회가 지금처럼 가다가는 절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정당정치가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국회나 정당정치 현실에 대한 국민의 비판적 시각을 대변한 말이다.

 

안 원장에 대한 국민의 지지는 기존 정당에만 정치를 맡겨둘 것이 아니라 안 원장과 같은 새 인물, 새 세력이 가세해 우리 정치를 바꿔달라는 요구일 것이다. 그렇다고 국회와 정당정치를 멀리하고 척결 대상으로 삼는다고 문제가 모두 해결되지는 않는다. 싫건 좋건 제도 정치의 틀 안에서 국정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안 원장이 정치 쇄신의 뜻을 세운 만큼 국민적 요구와 냉엄한 정치 현실을 잘 조화시켜 우리 정치에 실질적인 진전이 있도록 결실을 맺어주길 바란다. 정치세력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시민사회 세력, 전문가 그룹은 물론 기존 정치권에서도 널리 인물을 구해야 할 것이다.

 

야권 단일화와 관련해 안 원장은 정치권의 진정한 변화와 혁신, 그리고 국민의 동의라는 두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당분간 야권 단일화에 얽매이지 않고 독자 행보를 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어찌 보면 단일화 문제는 안 원장이 언급한 새로운 정치를 스스로 구현할 수 있는 최대의 소재다. 새 정치를 바라는 국민들 입장에선 안 원장이든 문재인 후보든 누가 야권 후보가 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두 사람이 힘을 합쳐 새로운 정치를 앞당기고 복지와 평화, 정의의 시대를 열어주길 바랄 뿐이다. 두 후보 모두 단일화 과정에서 새로운 정치를 보여주고 국민들에게 감동을 안겨줄 만한 진정성과 헌신성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로지 정치를 새롭게 하기 위해 앞만 보고 나아가면서 국민의 마음을 얻는 이가 야권 단일 후보가 될 것이다. 안 원장은 물론 문 후보도 이런 자세로 단일화에 임해주길 바란다.

 

안 원장은 다른 후보들에 비해 대선 출마 선언이 늦어진 만큼 국민에게 자신의 정책과 비전을 소상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것도 급선무다. 늦은 만큼 더욱 친절하게,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이해와 협조를 구해야 할 것이다.

 

자기짱한겨례신문 사설 ...........<"주목되는 안철수 원장의 새 정치 실험 ">

 

안 원장은 어제 회견에서 출마의 변으로 정치의 쇄신을 들었다. 그는 “지금 대한민국은 낡은 체제와 미래가치가 충돌하고 있다”며 “이제 낡은 물줄기를 새로운 미래를 향해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들은 저를 통해 정치 쇄신에 대한 열망을 표현했다”며 “그 열망을 실천해내는 사람이 되려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 쇄신은 사실 만만찮은 과제다. 이상만으로 되지 않고 현실과 타협하는 순간 좌표를 잃고 만다...야권 단일화와 관련해 안 원장은 정치권의 진정한 변화와 혁신, 그리고 국민의 동의라는 두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어찌 보면 단일화 문제는 안 원장이 언급한 새로운 정치를 스스로 구현할 수 있는 최대의 소재다. 새 정치를 바라는 국민들 입장에선 안 원장이든 문재인 후보든 누가 야권 후보가 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두 사람이 힘을 합쳐 새로운 정치를 앞당기고 복지와 평화, 정의의 시대를 열어주길 바랄 뿐이다.

 

[편집국에서/9월 25일] 안철수와 '계포일락(季布一諾)'

한국일보 칼럼 염영남 정치부 차장 입력시간: 2012.09.25 02:34:15 

 

요즘 사람들을 만나면 "안철수와 문재인의 단일화 경선에서 누가 이기겠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즉답 대신 "둘이 정말 단일화는 하는 거냐"고 되물으면 "당연한 걸 묻는다"고 되레 핀잔을 받기 일쑤다. 물론 둘의 단일화 가능성이 높은 것은 주지의 사실이지만 그전에 '안철수 현상'에 대해 생각해 볼 게 있다.

안 후보의 높은 지지율은 그에 대한 기대감에서 출발한다. 안 후보가 집권하면 우리 정치ㆍ사회 분야에 적잖은 개혁이 이뤄지지 않겠냐는 다소 막연한 바람에서다. 그도 그럴만한 게 안 후보는 대선 출마 선언을 하면서 '정치 개혁과 혁신' '미래의 변화' 등을 키워드로 제시했다. 각론 없는 추상적인 이야기에 불과하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은 그가 자신의 말을 책임지는 '신뢰의 정치'를 보일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에게선 왠지 진정성이 느껴지는 특유의 마력이 있다. 지지율이 고공 행진을 벌이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시 후보 단일화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그는 대선 출마 선언 당시 후보 단일화에 대해 "정치권의 진정한 변화와 혁신이 중요하고 국민이 그것에 대해 동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전제를 단 뒤 "(후보 단일화와 관련해)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국민을 실망시키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반을 적으로 돌리면서 통합을 외치는 것은 위선"이라며 "선거 과정에서 부당하고 저급한 흑색선전과 이전투구를 계속하면 선거에서 이겨도 국민의 절반밖에 마음을 얻지 못한다"고도 했다. 정치 개혁의 범위나 국민적 동의 부분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은 제시하지 않았지만 적어도 절반 이상의 국민을 실망시키지 않는 수준의 혁신이 이뤄져야 후보 단일화가 가능하다는 명제를 분명히 제시한 것이다.

측근들은 조금 더 구체적이다. 안 후보 캠프의 금태섭 상황실장은 후보 단일화와 관련, "정치권의 진정한 변화 혁신과 이에 대한 국민적 동의가 안 후보의 민주당 입당 조건"이라고 했고, 측근인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야권 단일화의 공이 민주당으로 넘어간 것"이라고 말했다.

후보 단일화의 마지노선인 후보 등록일까지 남은 기간은 불과 두 달이다. 그 기간 내 민주당이 절반 이상의 국민적 동의를 바탕으로 한 정치 쇄신을 이뤄내든가, 그에 걸맞은 안 후보 측의 개혁 요구를 받아들여야 후보 단일화가 가능하다는 논리다.

과연 그 기간 내 '국민이 실망하지 않는 진정한 정치 변화'가 구현될지는 알 수 없다. 물리적으로 쉽지는 않다. 안 후보의 힘으로 그 목표를 이뤄낼 수도 못할 수도 있다. 많은 이들의 기대대로 정치 쇄신의 성과를 올린다면 이는 곧 국가적 미래 발전의 원동력이 될 것임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기성 정치 타파를 외치며 대선에 도전하는 안 후보가 적당한 선에서 "정치 쇄신이 이뤄졌다"고 타협하고, 적당한 선에서 "국민적 동의가 이뤄졌다"고 강변한다면 이는 또 다른 구태정치이며 희망을 가졌던 국민에 대한 배신이다. 지지층의 우려도 여기에 있다.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민주화 투사로 각인돼 있는 고 김근태 전 민주당 상임고문의 영전에 안 후보가 깊은 애도를 표한 바 있다. 그런 김 전 고문이 참여정부 시절 여의도를 떠나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자리를 옮길 때 "사기(史記)에 계포일락(季布一諾·한번 말한 것을 반드시 지킨다는 의미)이라는 말이 있다. 총선 때 약속한 변화와 개혁, 국민통합의 약속을 (장관직을 수행하며) 지키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실제 그는 장관 재임 시 복지 증진을 위해 힘썼다.

정치를 시작하는 모든 정치인들은 이 땅 위에 유토피아를 만들겠다며 유권자들의 환심을 산다. 그러나 그들이 남긴 것은 대부분 또 하나의 지옥이었다는 것을 세인들은 알고 있다.

안 후보는 '정치 쇄신이 없이는 후보 단일화도 없다'고 대국민약속을 했다. 그의 계포일락을 기대해본다.

 

보고있나한국일보 칼럼 염영남 정치부 차장의 논.......... <"  안철수와 '계포일락(季布一諾)' ">

 

 "둘이 정말 단일화는 하는 거냐"고 되물으면 "당연한 걸 묻는다"고 되레 핀잔을 받기 일쑤다....다시 후보 단일화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그는 대선 출마 선언 당시 후보 단일화에 대해 "정치권의 진정한 변화와 혁신이 중요하고 국민이 그것에 대해 동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전제를 단 뒤 "(후보 단일화와 관련해)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국민을 실망시키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반을 적으로 돌리면서 통합을 외치는 것은 위선"이라며 "선거 과정에서 부당하고 저급한 흑색선전과 이전투구를 계속하면 선거에서 이겨도 국민의 절반밖에 마음을 얻지 못한다"고도 했다. 정치 개혁의 범위나 국민적 동의 부분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은 제시하지 않았지만 적어도 절반 이상의 국민을 실망시키지 않는 수준의 혁신이 이뤄져야 후보 단일화가 가능하다는 명제를 분명히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기성 정치 타파를 외치며 대선에 도전하는 안 후보가 적당한 선에서 "정치 쇄신이 이뤄졌다"고 타협하고, 적당한 선에서 "국민적 동의가 이뤄졌다"고 강변한다면 이는 또 다른 구태정치이며 희망을 가졌던 국민에 대한 배신이다. 지지층의 우려도 여기에 있다.

 

정치를 시작하는 모든 정치인들은 이 땅 위에 유토피아를 만들겠다며 유권자들의 환심을 산다. 그러나 그들이 남긴 것은 대부분 또 하나의 지옥이었다는 것을 세인들은 알고 있다.

안 후보는 '정치 쇄신이 없이는 후보 단일화도 없다'고 대국민약속을 했다. 그의 계포일락을 기대해본다.

 


 안철수 코드

문화일보 [오피니언] 시론 이용식/논설실장 게재 일자 : 2012년 09월 24일(月)


기존 정치문법으로 ‘안철수 현상’을 읽어내기는 쉽지 않다. 정치 경험도, 정치 세력도 없는 사람이 대통령선거일을 80여 일 앞두고 지지율 1위에 오른 것은 유례가 없고, 정상도 아니다. 그러나 현실이다. 무엇이 이를 가능하게 했을까. 안 후보의 지난 19일 출마 회견에는 특별히 새로운 내용도 없다. 오히려 출마선언 밖에 있는 3개의 코드(code)가 크게 작용했다.

첫째 코드는 ‘변화’다. 특히 정치쇄신에 대한 진정성과 대담성이다. 안 후보는 ‘정권 교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다. 새누리당은 물론 민주통합당도 쇄신 대상이라는 얘기다. 이런 메시지는 무당파(無黨派)는 물론 새누리당 및 민주당 지지자 일부까지 흡수하는 데 위력을 발휘하고 있음이 여러 여론조사에서 확인되고 있다.

둘째는 ‘이헌재’다. 경제적 우파 성향이다. 이 전 경제부총리는 자서전 ‘위기를 쏘다’에서 스스로를 ‘약간 개혁 성향이 있지만 전반적 보수’ ‘시장주의자이성장을 중시하는 친기업 성향’으로 밝히고 있다. 김대중·노무현 정권에서 경제사령탑을 맡았던 데 대해서도 “성향과는 전혀 다른 길”이라고 했다. 노무현 정부의 경제부총리였던 2004년 7월 당시 기세등등하던 ‘386(지금은 486)’에 대해 “경제하는 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탄핵 여파로 무더기 당선됐던 386 국회의원들, 청와대의 386 실세 참모들과 충돌을 빚었지만 “진짜 시장경제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맞받았다. 1997년 대선 때는 이회창 후보를 돕기도 했다. 그의 멘토는, 지금 박근혜 후보를 돕는 김용환 전 재무부장관이다. 이 전 부총리는 ‘유신 정권’에서 승승장구했고, ‘유신 경제’ 입안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1979년 10·26 직전에 공무원 생활을 마감한 그는 관료사회로 돌아가지 않으려 했고,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참여 제의를 받았을 때에도 그랬다. 그러나 이번에는 안 후보 돕기에 뛰어들었고, 이는 안 후보에 대한 4050세대의 불안감을 희석시켰다.

셋째는 ‘김근태’다. 민주당 사무총장으로서 4·11총선을 지휘했던 박선숙 전 의원이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다. 고(故) 김근태 민주당 상임고문 인맥인 박 본부장은 ‘김근태’를 접목시키고 있다. 김 고문은 ‘점령하라! 2012’를 유언으로 남겼을 정도로 ‘정치적 좌파’ 성향이다. 안 후보는 김 고문 생전에 “정치를 하게 된다면 상의하고 싶다”는 뜻을 전한 적도 있다. 4·11 총선에 출마한 김 고문의 부인 인재근 씨를 공개 지지했다. 안 캠프 주축이 김 고문의 사람들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박 본부장은 자신의 인생역정에 대해 ‘김근태 선배와의 10년, 김대중 대통령과의 10년’이라고 말한다. 그가 민주당을 등지고 안 캠프로 간 것은 ‘안철수←김대중·김근태’, ‘문재인←노무현’ 설정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1970∼1980년대 반(反)독재·민주화 세례를 받았던 40대 중반∼50대 후반의 중도층에 대한 흡인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코드는 단기적으로 효과를 발휘하지만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다. 기성 정치 타파를 과격하게 외칠수록 ‘새 정치’의 내용도 파격적이어야 한다. 그러나 무(無)정당 정치는 가능하지 않고, 신뢰를 얻기도 어렵다. 창당이나 입당은 더 어려워졌다. ‘경제적 우파’ ‘정치적 좌파’의 메시지는 당장 이쪽저쪽으로 지지층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되지만 결국은 상충, 혼선을 야기할 것이다. 아직도 안 후보의 전략은 듣기 좋은 말로써 지지층을 모으는 ‘힐링(healing)’인 셈이다. 그러나 대통령직에 근접할수록 ‘법치(法治)’가 부각되고, 힐링의 위선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

안철수 현상은 박·문 후보가 만들어준 공간에서 가능하다. 안 후보는 정치적 발광체라기보다 달과 같은 반사체의 성격이 강한 것이다. 5·16 및 인혁당과 관련된 박 후보의 실책, 이승만·박정희 참배를 거부한 문 후보의 단견(短見)이 안 후보를 도왔다. 그러나 이들은 곧 잘못을 시정하고 협공에 나설 것이다. 비판과 위로라는 ‘소극적 메시지’를 넘어 ‘적극적 메시지’를 보여주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려면 기존 주장의 상당부분을 허물어야 한다. 새 정치를 외친 만큼 더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안 후보의 딜레마다.

 

까리한데문화일보 시론 이용식 논설실장의 논..........<"안철수 코드">

 

안 후보의 지난 19일 출마 회견에는 특별히 새로운 내용도 없다. 오히려 출마선언 밖에 있는 3개의 코드(code)가 크게 작용했다.
첫째 코드는 ‘변화’다. 둘째는 ‘이헌재’다.  경제적 우파 성향이다. 셋째는 ‘김근태’다. 박선숙 전 의원이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다.

 

 ‘경제적 우파’ ‘정치적 좌파’의 메시지는 당장 이쪽저쪽으로 지지층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되지만 결국은 상충, 혼선을 야기할 것이다. 아직도 안 후보의 전략은 듣기 좋은 말로써 지지층을 모으는 ‘힐링(healing)’인 셈이다. 그러나 대통령직에 근접할수록 ‘법치(法治)’가 부각되고, 힐링의 위선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

 

안 후보는 정치적 발광체라기보다 달과 같은 반사체의 성격이 강한 것이다...비판과 위로라는 ‘소극적 메시지’를 넘어 ‘적극적 메시지’를 보여주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려면 기존 주장의 상당부분을 허물어야 한다. 새 정치를 외친 만큼 더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안 후보의 딜레마다.

 

 

 성남아트쎈타 조각...작품명 <그래도 태양은 뜬다>

성남아트쎈타 조각...작품명 <그래도 태양은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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