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포토·펜화 에세이

[포토에세이]뒤늦게 피는 ‘배움의 꽃’/영춘화 등 6장

 

[포토에세이]뒤늦게 피는 ‘배움의 꽃’

 경향신문/오피니언/테마칼럼/입력 : 2004-07-15 15:55:51

 

 

‘제일 쓰라리던 기억은 첫 아이가 학교에서 가정환경 조사를 써오라 하였을 때 이웃 아주머니에게 써 달라고 했다. 그 사실을 알고 남편은, 창피한 줄도 모른다며 야단을 칠 때이다. 모르는 것은 죄가 아니라는데…’

내일모레가 환갑인 중·고생들이 다니는 ‘상록야학’. 이 학교의 교지 ‘푸른그루’에 실린 정이순 학생(고3)의 ‘못배운 설움’이란 수필의 한 구절입니다.

 


 

 


울컥 눈물이 났습니다. 어린시절 월사금(등록금)을 못내 집으로 쫓겨가던 이웃집 영순이의 슬픈 뒷모습이 떠올랐습니다. 들썩이던 작은 어깨가 못내 서러웠습니다.

그랬지요. 그날의 눈물이 마르기도 전에 우리 누이나 형들은 봉제공장이나 피복공장에서 밥 먹듯 밤샘을 했습니다. ‘가갸거겨’나 ‘ABCD’는 먼 나라 얘기였을 뿐이었겠지요. 설움도 맞들면 낫다며 만난 사내와 판자촌 단칸방에서 솥단지 걸어놓고 아이들을 키웠습니다. 자식들에게 ‘못배운 설움’을 대물림하기 싫어서 손끝이 매무러지도록 일했을 거고요. 오늘 칠판 가득 ‘형설지공(螢雪之功)’ 써놓은 저 교실은 환한 꽃밭입니다. 눈물이 말라붙어 소금밭이 된 가슴 부여안고 살면서 세상의 빛과 소금이고자 했던 누이들의 꽃밭입니다. 누이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청소년야학교실이나 근로청소년학교 대신 저 많은 영어학원과 보습학원이 들어선 거겠지요. 상록중학교 3학년 박영수 학생이 애송시라고 소개한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이 저 교실 풍경처럼 절절하게 와 닿습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다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하략)’

〈사진 노재덕 포토에디터|글 오광수 주말팀장 photoroh@kyunghyang.com

 

 

희망해 ‘형설지공(螢雪之功)’ 써놓은 저 교실은 환한 꽃밭입니다. ...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이 저 교실 풍경처럼 절절하게 와 닿습니다.

 

영춘화 1

 

영춘화 2

 

수선화 1

 

수선화 2

 

동백나무 1

 

동백나무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