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오피니언/테마칼럼/입력 : 2004-10-21 15:58:03
가을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그리움이 무르익어 기와지붕 위로 떨어졌다. 여름내 뜨거운 폭염을 견디면서 익어가다가 끝내 말랑말랑한 까치밥으로 남은 연시의 꿈이 지상의 어떤 시보다도 아름답다.
채 익기도 전에 지상으로 떨어지는 땡감, 껍질이 벗겨져서 가을 햇빛에 야위어 가는 곶감, 제 몸 불살라서 한겨울에 인기를 얻는 연시까지. 한나무에서 열리는 감들도 인간의 삶과 다를 바 없어 제 갈길이 따로 있다. 까치밥으로 남은 홍시의 삶이 빛나는 건 마지막 순간까지 자연의 순환에 몸을 맡기는 희생 때문이리라.
가을은 이제 3막 4장. 이 나라 어디든 주홍빛 그리움들이 푸른 하늘을 이고 대롱거릴 것이다. 사람들은 서리 맞아 달디 단 홍시를 맛보며 가는 가을을 아쉬워 할 것이다. 우리네 삶도 저리 붉은 감처럼 보기 좋아졌으면 좋겠다.
이제 곧 초겨울, 배고픈 까치가 기와지붕 위에 사뿐 내려앉아 콕콕 쪼아댈 때면 그 위로 하얀 눈도 사륵사륵 쌓일 것이다. 혹, 생이 허전하게 느껴진다면 살짝 언 홍시 하나 꺼내서 한 입 가득 떠넣어야겠다. 시린 가슴 한쪽을 주홍빛 그리움으로 채워야겠다.
〈사진 노재덕 포토에디터|글 오광수 주말팀장〉
가을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그리움이 무르익어 기와지붕 위로 떨어졌다. 여름내 뜨거운 폭염을 견디면서 익어가다가 끝내 말랑말랑한 까치밥으로 남은 연시의 꿈이 지상의 어떤 시보다도 아름답다....ㅎㅎ...^-^
글도 참 시적으로 쓰네...'감'이 '그리움'...'주홍빛 그리움'...ㅎㅎ...^-^
- 2012년 12월12일 오전 9시30분...수산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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