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야윈손 흔들며 가을이 저문다
경향신문/오피니언/테마칼럼/입력 : 2004-11-04 15:49:34
늦가을 억새에는 천여 개의 표정이 있다. 빛나는 갈기마다 그리움들이 묻어나고, 하늘 향해 흔드는 야윈 손이 애처롭다. 여름내 마음 속에서 자라던 그리움을 세상에 펼쳐 보이며 가는 가을을 아쉬워하는 억새의 어깨가 희고 눈부시다. 여린 손끝이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사랑이라든가 이별 같은 감상적인 단어가 떠오르는 건 억새의 쓸쓸한 표정 때문이다.
가을 억새밭에 서본 사람은 안다. 아름다운 사랑도 때가 되면 저문다는 것을. 지금 아름다운 것들도 언젠가는 푸석푸석한 잡초가 된다는 것을 안다.
저 혼자 쓸쓸히 저물어가는 것들이 외롭지 않은 건 둘러싼 축복 때문이다. 억새밭 가득 내리꽂히는 저녁햇살과 더도 덜도 아니게 부는 바람이 억새를 감싸는 순간, 괜스레 눈물이 핑 도는 나그네의 여린 마음 끝을 용서해야 한다. 가을이 가고 있으니….
〈사진 노재덕 사진전문기자|글 오광수기자〉
억새밭 가득 내리꽂히는 저녁햇살과 더도 덜도 아니게 부는 바람이 억새를 감싸는 순간, 괜스레 눈물이 핑 도는 나그네의 여린 마음 끝을 용서해야 한다. 가을이 가고 있으니….
- 2012년12월13일 목요일 오전 8시20분...수산나 -
억새 1
억새 2
억새 3
억새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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