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포토·펜화 에세이

[포토에세이]저 칠판은 풋내나던 ‘꿈’기억할까/남한산초등학교 4장

 

[포토에세이]저 칠판은 풋내나던 ‘꿈’기억할까

경향신문/오피니언/테마칼럼/입력 : 2004-12-02 15:44:08 

 

흰눈으로 시작된 겨울이 교실 처마끝 고드름으로 달릴 무렵 친구들은 거뭇거뭇 수염이 나기 시작했다. 갓 부임한 여선생의 치마를 들추다가 훈육주임에게 죽도록 얻어맞은 녀석은 가슴 떨리는 목격담으로 ‘우리들의 영웅’이 됐다.


 


 

풋사과 같은 우리들 청춘은 교실 칠판 속에 갇혀 꼼짝하지 못한 채 수학공식이나 사자성어를 외워야 했지만 가슴은 세상 밖을 향한 끝없는 열망으로 뜨거웠다. 텅 빈 교실에 남아 짝사랑하던 여학생의 이름을 칠판에 쓰고 또 쓰기도 했다.

그해 겨울을 보내고 우리는 영영 그곳을 떠나왔지만 동창녀석들과 마주앉은 대포집에서 어김없이 되살아나곤 했다. 넥타이에 분필가루를 잔뜩 묻히면서 인수분해를 설명하던 수학선생과, 짧은 미니스커트와 손톱의 매니큐어로 풋내나는 녀석들의 가슴을 뒤흔든 미술선생, 졸고 있는 녀석들에게 분필을 날려 명중시키던 기술선생까지. ‘선생님, 보고 싶어요.’

폐교의 한 구석을 지키고 있는 저 칠판은 그 시절 우리들의 풋내나던 꿈과 은밀한 욕망을 기억하고 있을까. 하여, 오랜 세월이 흐른 오늘도 저렇게 푸르게 숨쉬면서 추억을 받아적고 있는걸까.

      놀아줘폐교의 한 구석을 지키고 있는 저 칠판은 그 시절 우리들의 풋내나던 꿈과 은밀한 욕망을 기억하고 있을까...^-^

 

                                                                                         2012년 12월15일 토요일 오전 5시...수산나 -

 

남한산초등학교 전경

 

남한산초등학교...현관

 

남한산초등학교...신익희선생 흉상

 

남한산초등학교 ...개교 80주년 기념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