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오피니언/테마칼럼/입력 : 2004-11-18 16:24:34
가을걷이가 끝난 밭두렁을 갈아엎는 촌부의 발걸음이 가볍지 않다. 쟁기를 끄는 소도 이제 네 다리 뻗고 쉬려 했는데 또 쟁기질이냐며 도무지 힘을 안쓴다.
“이랴, 이랴. 이누마, 서둘러야지. 이래가지구서야 어느 세월에 저 밭을 다 갈아엎누.”
늙은 농부에겐 한 세월 함께 살아온 소가 이제 자식같다. 큰 눈 꿈벅이며 그저 묵묵히 일하는 녀석이 매일 잔소리 그칠 날 없는 할멈보다 더 낫다. 건장하던 팔뚝에 한 해가 다르게 힘이 빠져도 저 녀석만 있으면 못갈아엎을 땅이 없다. 세상이 좋아져서 힘좋은 트랙터 한 대면 농사일이 수월하다지만 손바닥만한 다랭이밭이야 쟁기 둘러메고 녀석을 앞세워 나오면 끝이었다.
오늘, 촌부는 한평생 흙과 함께 살아온 질경이 같았던 지난 삶이 후회스럽다. 요즘 같아선 ‘차라리 소 되어 쟁기를 끌고 싶은 심정’이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는 땅이 정직하다고 믿었지만 새벽부터 밤까지 일해도 세끼 밥 먹기가 힘든 땅이 원망스럽다. 한때 바라만 봐도 배불렀던 저 논과 밭에 발목이 잡혀 한평생 농부로 살아온 세월이 눈물겹다. 문득, 땅이 싫다며 떠난 자식이 그리워 늙은 농부는 괜스레 죄없는 소잔등을 내리친다.
〈사진 노재덕 전문기자·글 오광수기자〉
한때 바라만 봐도 배불렀던 저 논과 밭에 발목이 잡혀 한평생 농부로 살아온 세월이 눈물겹다. 문득, 땅이 싫다며 떠난 자식이 그리워 늙은 농부는 괜스레 죄없는 소잔등을 내리친다. ...ㅠㅠ...^-^
- 2012년12월14일 금요일 오전 9시10분...수산나 -
소달구지 1...영주 선비촌...^-^
소달구지 2...영주 선비촌...^-^
소달구지 3...영주 선비촌...^-^
소달구지 4...영주 선비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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