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동현의 모던 타임스] [9] 여성 패션, '개량치마 대역죄'에서 '하의 실종'까지 100년
조선일보/오피니언/허동현 경희대교수 역사학
입력 : 2012.05.17 23:04 | 수정 : 2012.05.17 23:10
- 1973년 3월 10일 파출소에 잡혀 온 여성의 치마 길이가 단속 기준인‘무릎 위 17cm’를 넘었는지를 경찰관이 자로 재고 있다.
대한제국 시절 고종 앞에서 맨손체조를 시연했던 여학생들을 '팔다리를 내놓아 황제를 홀렸다'는 이유로 대역죄(大逆罪)로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은 적이 있었다. 이화학당장 페인(Paine)이 만든 어깨끈이 달린 '조끼말 치마'가 빚은 촌극이었다. 이 개량치마는 여성들에게 아무리 동여매도 뛰면 흘러내리던 옛 치마의 속박에서 벗어나 운동할 수 있는 숨통을 틔워주었다. 1930년대에 이르러 '내 몸의 주권'을 외친 모던 걸들은 몸이 훤히 드려다보이는 '시스루 룩(see-through look)' 차림으로 가로를 활보했다. 그러나 이는 극히 일부 여성의 신기루였지 그 시대의 진상(眞相)은 아니었다.
1960년대 후반 청년문화의 메카였던 '역동적(swinging) 런던'에서 탄생한 20세기 최고의 패션 혁명 미니스커트는 지구촌 젊은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본고장에서조차 '도덕성을 잘라낸 옷'이라는 혹평을 들었던 미니스커트는 한국에 와서는 미풍양속(美風良俗)을 해친다는 이유로 철퇴를 맞았다. '10월유신' 이듬해인 1973년 3월 10일 '개정 경범죄 처벌법'이 발효되자 경찰은 대나무 자를 손에 쥔 훈육선생님이 되었다. 하지만 개발독재 시대에 미니스커트 입기는 여성들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저항이었다. '하의 실종'이란 신조어가 웅변하듯 한 뼘 남짓한 20cm의 마이크로스커트나 핫팬츠가 패션의 대세인 요즘, 경찰은 스커트 밑을 노리는 몰카족을 잡아 노출의 자유를 지켜주는 '민중의 지팡이'로 되돌아왔다. 남성의 눈길을 차단하는 데서 끄는 쪽으로 바뀐 여성복의 진화는 남녀동권(男女同權)을 향한 불가역(不可逆)의 시대 흐름이었다.
정말이지 숨막히게 빠른 변화를 보고 살았다...ㅎㅎㅎ...^-^
- 2013년 2월27일 수요일...수산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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