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김현자 기자]
ⓒ2006 현암사 |
<어린이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나무 백과사전>은 백과사전이지만 이야기책을 읽는 것처럼 재미있다. 백과사전이라면 반드시 갖추어야 하는 내용들은 물론 나무와 관련된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많이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제목에 '어린이가 정말 알아야 할'이라고 덧붙였지만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에게도 반드시 필요한, 알고 있으면 나무가 훨씬 친근하고 새롭게 보일만한 이야기들이다.
이 백과사전에서 만날 수 있는 나무들은 모두 250가지. 은행나무나 버즘나무처럼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나무들, 으름이나 때죽나무처럼 특별한 추억이 있을 법한 나무들(시골에서 자란 사람들이라면), 참나무나 자작나무, 박달나무처럼 우리와 밀접한 관계 속에서 살아왔고 앞으로도 많은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살아갈 나무들을 엄선하였다.
백과사전이라면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것들에는 무엇이 있을까? 나무에 관한 사전이니 나무의 특성이나 학명, 또 다른 이름과 원산지, 꽃피는 시기와 열매 맺는 시기, 열매와 목재의 쓰임새 등이 반드시 들어가야 할 것. 이 책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 책은 백과사전이지만 필요할 때만 참고하는 것이 아닌 재미로 읽기에도 좋은 책이다. 다른 백과사전들과는 달리 재미있는 이야기와 꼭 알고 있으면 좋을 나무관련 상식이 많기 때문이다.
놀부가 탐낸 흥부네 '화초장'은 모과나무로 만들었다?
▲ 대부분 꽃과 열매는 닮는데 모과나무꽃과 모과는 전혀 닮은데가 없어 보인다. 커다란 열매에 비해 꽃은 아주 작고 예쁘다(실제 크기는 동전만하다) |
ⓒ2006 김현자 |
우리에게 유명한 흥부전. 어느 날 갑자기 부자가 된 흥부를 찾아가 '부자가 된 내력'을 다그치던 놀부의 눈에 아주 탐나는 세간이 있었다. 바로 화초장. 판소리 흥부전에서 '화초장'이란 별도의 제목을 있을 만큼 중요한 대목이다. 화초장을 무사히 빼앗은 놀부는 기분이 얼마나 좋던지 이름을 까먹지 않으려고 "화초장화초장…" 끝도 없이 화초장 타령을 하면서 집으로 돌아간다.
놀부의 눈길을 끌었던, 놀부가 탐낸 흥부네 화초장은 어떤 나무로 만들었을까?
"(모과나무)는 장미과에 딸린 식물이어서 꽃이 아름답다. 모과는 '목과'에서 나온 말이다. 목과(木瓜)는 노랗게 잘 익은 열매가 참외를 닮았다하여 '나무참외'라는 뜻으로 지은 이름이다… 줄기는 단단하고 반들반들하며 아름답고 다루기가 쉬워서 가구의 목재로 많이 쓴다."
모과향기의 그윽함에 대해 새삼 말하여 무엇하리. 그런데 명자나무 열매가 모과를 쏙 빼닮은 것이 '모과의 아가열매'라고 불러도 좋을 듯하다. 간드러지도록 붉고 아름다운 명자나무 꽃에 어울리지 않을 만큼 줄기 사이에 돌 하나 끼워 넣은 것처럼 퉁명스럽게 달린 명자나무 열매 또한 모과처럼 향이 좋아 차안에 두면 좋다.
이 책에서는 모과나무를 설명하면서 명자나무를 관련지어서 설명한다. 이 둘은 같은 장미목으로 크기와 꽃은 다르지만 열매가 닮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다른 나무들도 필요한 경우 관련지어 설명하고 있어서 서로 비슷한 나무를 혼동했던 경우라면 무척 요긴할 것이다.
화초장처럼 재미있는 이야기에는 또 어떤 것들이 있을까? 중세 유럽의 전설적인 영웅인 로빈 후드의 화살은 우리에게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으로 유명한 주목나무로 만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혹부리 영감에서 혹부리 영감이 지붕에서 '딱!' 깨물어 먹었던 열매는 개암.
아버지의 지게에 꽂혀있던 청미래 덩굴은 '망개'열매
▲ 어린시절, 아버지의 나무짐 지게에 늘 꽂혀있던 청미래덩굴 |
ⓒ2006 김현자 |
어렸을 때 많이 본 나무 중에 청미래 덩굴이 있다. 이 나무는 어지간한 야산에서 잘 자랐는데 겨우내 아버지의 나무 지게에는 이 청미래 덩굴이 꽂혀있었다. 예쁜 모습에 비해 참 맛없던 열매를 보면서 예쁘지만 이기심이 강한 친구 같다고 생각한 적도 여러 번 있었다. 그러나 고향 뒷산과 아버지 생각을 물씬 떠올리게 하는 열매다.
"(청미래 덩굴) 열매를 '망개'라고 부르는데 노랗게 자라다가 붉게 익는다. 어린 싹은 나물로 먹으며, 열매는 먹거나 꽃꽂이 재료로 쓴다. 뿌리줄기와 잎은 독을 푸는 약으로 쓰며, 먹을 것이 모자랐던 옛날에는 굵은 뿌리줄기로 끼니를 때웠다. 잎을 말아서 찐 떡을 '망개떡'이라고 하는데, 떡이 손에 달라붙지 않고 잎에 있는 성분 때문에 잘 상하지 않으며 향긋하다."
추억도 있고, 전혀 몰랐던 사실이어서 솔깃하게 읽었다. 그런데 청미래 덩굴처럼 떡갈나무 역시 팥떡을 싸는데 쓰였다고 한다. 그래서 떡갈나무라고. 옛날에는 우리와 나무가 얼마나 깊은 연관을 맺고 살았는지 잘 알 수 있는 이야기다. 또한, 줄기를 씹으면 단맛이 나는 담쟁이덩굴은 줄기를 잘라 진하게 다려서 설탕이 없던 옛날에는 설탕 대용식으로 썼다고.
나무와 인간은 '숨'을 나누는 사이다
▲ 참나무에 속하는 ①갈참,졸참,떡갈,신갈 ②상수리,굴참...①에 해당하는 열매는 맺은해에 익고 ②에 해당하는 열매는 이듬해 익는다. |
ⓒ2006 김현자 |
자작나무껍질에 연애편지를 써 보내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던가? 목질이 단단한 자작나무는 우리 조상들이 아주 귀하게 여겼다. 그래서 팔만대장경 목판 대부분을 자작나무로 만들었고, 천마총에서 출토된 그림이나 도산서원의 모든 문서도 자작나무 목판으로 찍었다고. 오늘날은 암 치료제를 얻고 있기도. 또 어떤 이야기들이 있을까?
▲천마총에서 출토된 얼레빗은 박달나무로 만든 것? ▲측백나무는 과수원 울타리로 심으면 안 된다? ▲배 과수원 부근에 향나무를 심으면 안 되는 이유는?▲집 둘레에 심으면 모기를 퇴치할 수 있는 나무는? ▲꽃에 독이 있어서 벌까지 기절하게 하는 나무는? ▲상수리나무의 원래 이름은 토리? ▲물푸레나무로 만든 스키와 야구방망이가 제일 좋다?▲사과 씨앗에서 싹틔운 나무가 자라 사과가 열리기까지는 13년? ▲마로니에 이름은 칠엽수, 그럼 마로니에 공원은 칠엽수 공원? ▲도토리는 한해에 익는 것과 두 해 동안 익는 것이 있다?
얼핏 한 장을 펼치는 것만으로도 책에 들인 정성이 쉽게 느껴질 만큼 여러모로 뛰어 난 책이다. 하기야 이 책을 준비하기까지 10년, 편집공정만 2년이 걸렸다고 하니 오죽할까? 이 책의 돋보이는 점은 부부학자인 서민환, 이유미 공저여서 꼭 필요한 내용만을 범위에 넣고 다양하게 다룬다는 것. 게다가 250가지나무 관련 850컷의 사진은 한 컷 한 컷 뛰어난 자료다.
생태사진만 찍어 온 생태사진 전문가가 찍은 사진들이어서 각 나무의 특성을 제대로 포착, 그만큼 살아있는 느낌이 생생하고 이해가 쉽다. 사진은 반드시 알아야 하는 내용 설명을 위해 꽃봉오리나 꽃, 열매, 겨울눈 등을 측면 절개하여 실었고, 흙 속에 뿌리내린 사진이나 씨앗이 싹틔우는 과정 등을 선명한 사진으로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어서 사진 보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의 내용은 파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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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 대해 잘 몰랐다면 이제부터라도 한발자국 가까이 다가가 보자. 나무를 제대로 알아가는데 이 백과사전은 훌륭한 길잡이 역할을 해줄 것이다. 아울러 단지 이름만 아는 정도였다면 나무의 속내와 주변이야기에 좀 더 귀 기울여 보자. 늘 우리 주변에 있어서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지나치기 쉬운 나무는 실상 우리에게 무척 고마운 존재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숨을 쉴 수 있는 것은 산소를 만드는 식물 덕분이다. 우리들이 산소를 마시면서 내보내는 이산화탄소를 나무가 흡수, 광합성을 하고 산소를 내보내기 때문에 우리는 숨을 쉴 수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식물과 우리는 숨을 나누는 사이인 것이다. 게다가 우리의 의식주 전반을 풍성하게 해주는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존재 아닌가!
/김현자 기자
덧붙이는 글<어린이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나무백과사전><어린이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풀백과사전>지은이: 서민환 이유미 공동저술사진: 이원규(생태전문사진가)출판사: 현암사각권 값 3만8000원
모과나무 1
모과나무 2...열매
모과나무 3...열매
모과나무 4...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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