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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 요한 성당 주임 신부님 강론] 사순 제1주간 월요일(2020.3.2) 외 1개

사순 제1주간 월요일(2020.3.2); "누가 내 형제들일까?

 

어제 주일은 잘들 지내셨습니까?

어떤 분들은 아마도 매 주일 성당에 나오시는 것보다는 대송을 바치며 주일을 지내는 것이 더 어려우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제로 혼자서 또는 가족들과 함께 묵주기도 한 번 또는 성경을 읽고 묵상 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은 일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이러한 어려움을 통해 우리들의 일상적인 신앙생활을 되돌아보게 하시며, 타성에 젖은 신앙생활에서 벗어나 조금 더 새롭고 변화된 신앙생활로 우리를 초대하시는 듯 싶습니다. 혹여나 이러한 상황이 끝나고 나면, 우리들이 가지고 있었던 마지막의 신앙의 끈마저도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 염려되빈다.

 

어제 저녁을 먹고 대성당에 갔더니 참으로 아무도 없이 조용했습니다. 혼자 조용히 저녁기도 하고 묵상하기는 좋았습니다. 그렇지만 그래도 주일저녁인데 몇 사람이라도 와서 주일미사 대신 성체조배라도 오신 분들이 계시겠지?하고 기대했었습니다. 다행이도 일어날 무렵 한 부부가 찾아와서 그나마 안심하며 나올 수 있었습니다.

 

비록 우리들도 혼란스럽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긴 하지만, 예수님께서도 참 심심하고 서운 한 시간을 보내시고 계실 것 같습니다.

 

오늘 복음은 최후의 심판에 관한 내용입니다.

오늘 복음을 두고 많은 이들은 '누가 어떻게 심판을 받게 되는가?'에 집중합니다.

그러나 오늘 복음의 내용은 누군가의 심판에 관한 내용보다는 '누가 내 형제인가?' '누가 예수님의 형제로 인정받을 수 있는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겠습니다.

 

누가 누구를 사랑한다는 것, 예수님을 사랑한다는 것은 그리 거창한 것이 아닐 수 있습니다.

지금 당장 내 주위에 있는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는 것이 바로 내가 가장 보잘 것 없고, 작은 이의 형제가 되어주는 것이고, 예수님에 대한 사랑의 시작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최후의 심판에 집중하여 세상을 사는 것보다는, 지금 당장 내 옆에서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친구가 되어주는 삶, 그리고 그 안에서 예수님의 마음으로 세상을 사는 것이, 바로 언젠가 우리에게 다가올 최후의 심판에서 그분께서 나를 진정한 형제요 친구로 여겨 주실 준비하는 삶일 것입니다.

 

이번 주간도 고되고 염려스러운 한 주간이 될 것 같습니다.

모두 힘내시고, 내 주변에 더 힘들어하는 사람들의 친구가 되어 주는 삶을 통해 한 발 더 예수님께 나아가는 은혜로운 한 주간 되시기를 기도합니다.

 

"주님! 분당 성요한성당의 모든 당신 백성들의 마음을 밝은 빛으로 비추시고, 제 때에 필요한 은총과 복을 내려주시어, 해야 할 것을 깨닫고, 깨달은 바를 실천하게 하소서. 아멘.

 

<주임신부 올립니다.>


사순 제1주간 화요일(2020.3.3);

 

주님의 기도

 

신학교 시절 전례학을 가르치시던 신부님께서 '보편지향기도를 할 때는 짧고 필요한 부분 것만을 간추려서 드리는 것이 좋다'고 말씀하신 기억이 납니다. 실제로 신학생들은 매 주일에 보편지향기도를 써서 바쳤는데, 어느 신학생은 아주 길게(하시옵고, 하옵시며, 그리고, 또한 등등의 말로 문장을 연결하며) 기도문을 만들어 바치는 바람에 좀 듣기 거북할 때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그 말씀에 따라, 보편지향기도는 좀 짧고 간단하게 바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주님의 기도를 가르치시기 전에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기도할 때에 다른 민족 사람들처럼 빈말을 되풀이 하지마라. 그들은 말을 많이 해야 들어주시는 줄로 생각한다. 그러니 그들을 닮지마라. 너희 아버지께서는 너희가 청하기도 전에 무엇이 필요한지 알고 계신다."

 

주님께서는 많은 말이 아니라,  마음에서 우러난 믿음의 기도를 바치기를 바라십니다. 그리고 주님께서는 우리가 무엇을 바라는지 이미 아시기에, 우리가 바라는 것을 하느님께 청하기 위해 길게 늘어놓을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어쩌다 말만 길게 늘어놓는 것처럼 보이는 기도는 '주님께서 모르실까봐  그분을 가르치려는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주님께서는 우리의 가르침이 필요한 분이 아니라, 우리가 그분의 마음에 들기를 바라시는 분이라는 사실입니다.

 

기도란?

"하느님께 무엇을 청한다는 것을 넘어서, 지금 이 자리에서 나에게 주어진 일을 충실히 실천하는 상태에서, 그분께서 또한 나에게 원하시는 일을 행하실 수 있도록 그분께 주도권을 내어 드는 것"이라고 설명해도 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오늘 '주님의 기도'를 통해 우리가 필요로 하는 모든 기도의 내용을 담아놓으셨습니다. 또한  '주님의 기도'를 통해 우리에게 바라시는 하느님의 뜻도 함께 모두 담아놓으시기도 하셨습니다.

 

복음서는 사랑이신 하느님과 그 모상으로 창조된 이웃을 사랑하기 위하여, 유혹에 빠지지 않고, 그날 그날 꼭 필요한 것을 얻고자 노력하며 살게 하는 구원을 위한 안내서입니다. 그래서 '떼르뚤리아노 교부'는 이 주님의 기도를 두고 '복음서의 요약'이라고 표현하였습니다.

 

사랑하는 분당 성요한성당 교우 여러분!

신앙인은 기도하는 사람입니다.

반대로 기도하고 있지 않다면 신앙인의 자격이 없다는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오늘 하루를 살면서 나에게 주어진 일에 충실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모든 것을 주님께 맡기며 '주님의 기도' 아니면 '화살기도'라도 잘 바친 하루였음을 두고,

스스로를 칭찬하는 하루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하느님, 오늘도 당신의 강복으로 분당 성요한성당의 모든 교우들을 굳세게 하시고, 슬픔에는 위로를, 고통에는 인내를 주시며, 위험할 때에는 보호하여 주소서. 아멘.

 

<주임신부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