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10분 강의]제107회(역경의 시간) ㅣ 홍성남신부님의 톡쏘는 영성심리
안녕하세요. 카톨릭 영성심리상담소장 홍성남 신부입니다.
요즘 코로나19로 인해서 온 국민의 마음이 피폐해지고 불안해지고, 또 장사하시는 분들은 손님들이 오지 않아서 속을 끓이고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힘든 시기를 우리가 보내고 있는데, 이런 상황을 일컬어서 '역경'이라고 이야기 하지요.
그래서 오늘은 이 '역경'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아야 하는지에 대하여 함께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질까 합니다. 역경을 그리스도교에서는 '십자가'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지요. 십자가가 갖고 있는 의미가 참 다양하게 있는데, 일반적으로 우리한테 좋지 않은 일이 생기면 많은 분들이 이런 생각을 하십니다.
"하느님이 왜 이런 일을 일으키시지?" "하느님은 왜 이런 일을 막지 않으셨을까?" "
"하느님이 나를 지켜준다고 믿었는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
"그렇게 기도하고 믿었는데, 왜 그런 기도들이 다 소용이 없었을까?"
"이런 일을 겪고도 내가 신앙을 가질 수 있을까? 하느님을 믿을 수 있을까?"
"하느님께 화가 난다. 혹시 하느님이 내게 화를 내고 계신것은 아닐까?"
등등의 여러가지 생각이 끊임없이 마음 안에서 떠오릅니다. 역경이 닥치면, 당연히 떠오르는 그런 생각들입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들에 너무 오래 머무르면 생각치도 못한 부작용이 생깁니다. 그 중 하나가 '자기연민' 입니다.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생기는가?하는 자기연민입니다.
자기연민에 빠져서 사는 사람들은 자기책임을 지지 않으려 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해결해주기를 바라고 불평만 한다는 것이죠. 자기연민에 깊이 빠지게 되면 피해자 역활을 하게 됩니다. 문제는 피해자 역활을 오래 할 수록 그 역활에 익숙해지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되는 것입니다. 부정적인 길을 따라가는 것은 쉬워 보이지만, 실은 속임수에 빠진겁니다.
이런 삶은 또한 무기력을 양산합니다.
일을 당하고 난 후 자기 삶에 대한 통제방법을 상실하는 것이 무기력증인데, 이 무기력증은 에너지 소모가 심합니다.
마음의 별을 뺏아가고, 원망 불평 책망 피해의식으로 가득차서 결국은 자기 삶을 피폐하게 만듭니다.
세상의 모든 일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실로 다양한 이유 등으로 거미줄처럼 얽히고 설켜서 일어나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 가운데에서 나에게 가장 유리하다고 싶은 이유만을 둘러대는 경향이 있습니다.
인간이 원래 이기적이고 주관적인 성향이 강해서 그런것이죠. 우리 삶에는 처음부터 뚜렷한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지요. 결과에 대한 설명만 있을 뿐이지요. 하지만 정답이 없다는 것과 의미가 없다는 것은 전혀 차원이 다른 것입니다.
정답이 없더라도 의미는 가질 수 있습니다. 정답과 의미가 반드시 일치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정신의학에서는 삶의 문제에 대한 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타협의 여지를 남겨두어야 한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우리 삶에는 단맛도 있고 쓴맛도 있습니다. 불평만 늘어놓으면 그 손해는 자신이 볼 뿐입니다.
또 이런 식의 삶은 이분법적인 세계. '달면 삼키고 쓰면 뱉어 버리는 유아적 단계의 발상법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이야기 합니다.
역경에 대한 신학적인 답은 이렇습니다.
역경은 자신의 믿음을 시험하는 방식이다. 암울하고 암담한 날들을 보내고 나면, 믿음은 변화할 것이다.
어느 것도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도대체 하느님이 하는 일이 무엇이냐?하는 질문에 대해서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다면 그만큼 성장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때까지는 혼란과 미움, 분노, 의심을 거치는 힘겨운 과정을 겪어야 된다.
역경을 받아들이기로 하면 선물도 함께 온다. 우선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여러가지 잡다한 일상의 일들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노심초사한 일들이 사소한 문제로 느껴진다. 비극은 모든 것을 큰 시각으로 보게 만든다.
믿음이 강해지고 정신적 뿌리가 깊어지는 것이 역경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입니다. 앞으로 어찌될지 전혀 알 수 없을 때 믿고 기다리는 법을 배우는 것은 믿음을 성숙시키고 깊게 만들어 줍니다. 또한 역경은 선택의 힘을 가르쳐 줍니다.
일어난 일을 통해서 배움을 얻겠다는 현명한 선택. 그래서 용기있게 자신의 여정을 계속 가게 해줍니다. 또한 더 큰 위기를 견디게 해 줄 그런 자신감이 생깁니다. 좌절의 근육이 생기는 것입니다.
좌절의 근육이란 무엇인가?
살다보면 편안치 않은 상황, 그리고 편안치 않은 사람들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마음은 풍랑을 만난 듯 힘이 들고, 내가 왜 이런 일들을 당해야 하나? 당혹스러운 감정이 듭니다. 그런데, 어떤 일이건 반드시 의미는 있다고 그러죠.
이런 상황은 좌절의 근육을 만들기 위한 상황입니다.
마음도 근육이 있는데, 운동을 안하면 근육이 약해지듯이 마음도 그렇습니다.
마음의 근육을 만드는 방법은 불편한 상황, 불편한 사람을 참아내는 것입니다.
그렇게 악조건을 견뎌내다 보면 마음의 근육이 생겨서 웬만한 일에는 넘어지지 않은 힘이 생긴다 라는 것이죠.
역경이 꼭 나쁘다고만 볼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역경을 견뎌낸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진정한 연민을 가지고 다가갈 수 있는 그런 넓은 마음을 갖게 된다고 합니다. 큰 고통을 겪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고통에 대한 공감능력이 뛰어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진정한 연민, 인정, 이해심을 갖게 된다고 합니다.
어떤 심리학자가 말하길, 어둠을 본 세대가 시야가 넓다 라고 했습니다.
어두움, 전쟁같은 상황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세상과 사람을 보는 시야가 넓어진다고 합니다.
인간에 대한 희망과 인간에 대한 절망을 동시에 느끼기 때문에 그렇다고 합니다.
전쟁중의 인간은 아주 극한의 에고이즘을 보입니다. 생존본능 때문이죠.
이번 코로나 사태 때에도 인간이 가지고 있는 그런 지독한 이기심들은 곳곳에서 돌출되어 나타나서 많은 사람들을 경악을 시켰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인간의 본성중의 하나일 뿐입니다.
내가 살기 위해서 다른 사람들을 죽여야 하는 것이 전쟁이기에, 전쟁중의 인간은 극한의 에고이스트가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인간이 인간에 대한 절망감을 갖게 되는데, 그 반면에 그런 상황 속에서도 휴머니즘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어서,
전쟁터를 찾아서 도움을 주는 사람들도 있어서, 사람들에게 삶과 사람에 대한 희망을 주기도 합니다.
이번 대구 경북 쪽에 많은 확진자들이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두려움없이 사랑과 연민으로 그 지옥으로 간 많은 의료인들이 바로 인간에게 희망을 주는 사람들이죠. 사람이 어떻게 희망을 보여주는가를 보여준 가장 좋은 예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어두운 상황은 인간의 양 극단성을 보여주는 자리입니다. 결국 전쟁이란 내면의 어두움이 외적으로 표출된 것이기에 내면을 보는 작업은 사람과 세상을 대하는 시야를 넓혀준다는 것입니다.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들이 마음이 넓어지고 그릇이 커지는 이유이지요.
역경은 삶의 축복된 경고가 담겨져 있습니다.
역경이 알고 모르게 우리 생활에 파고 들어온 잘못된 행동, 판단, 건강하지 못한 행동방식의 결과라는 것을 알게 해줍니다. 지금은 아프지만, 길게보면, 자신을 구할 수 있는 따끔한 경고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주님께서는 자기 십자가를 지고 당신을 따르라 하셨던 것이였습니다.
역경을 견디는 동안에는 정말 힘이 듭니다. 이 시간이 언제 끝날까? 혹시 내가 이렇게 살다가 망가지는 것은 아닐까?
그런 불안감을 가질 수 있습니다. 역경은 태풍과도 같습니다. 우리의 인생은 작은 배와도 같지요. 작은 배로 태풍을 헤쳐나가는 것이 역경 속의 우리의 모습입니다. 잘 버티고 그리고 마음을 굳게 다지고 기다리신다면 태풍은 가라앉습니다.
그리고 태풍이 가라앉은 다음에 나는 예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더 강한, 더 인내로운, 더 넓은 마음의 그런 사람이 될 것입니다. 역경이 주는 선물이 우리에게 올 때까지 잘 기다리고, 잘 참고 사시기 바랍니다.
아산 공세리 성당... 성당과 노거수 팽나무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