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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011 글]소설가 한강(54)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강의 기적’ 이룬 번역의 힘

2024년 10월11일(금) 오늘의 글

“역시 타고난 문학가”… 한강의 집안 화제

최예슬2024. 10. 11. 07:55
 
소설가 한강. 연합뉴스

 

 

소설가 한강(54)이 한국인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자 그의 배경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의 집안은 문인 가족으로 유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강의 아버지는 소설 ‘아제아제 바라아제’ ‘추사’ ‘다산의 삶’ 등을 펴낸 소설가 한승원(85)이다. 오빠 한동림도 ‘유령’ 등을 펴냈으며 남편 홍용희 경희사이버대 미디어문예창작과 교수는 문학평론가다. 남동생 한강인도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한 후 소설을 쓰고 만화를 그리고 있다.

 

한강은 1970년 11월 광주광역시에서 태어났다. 풍문여고를 거쳐 연세대 국문과에 졸업하던 해인 1993년 계간 ‘문학과 사회’ 겨울호에 ‘서울의 겨울’ 등 시 4편이 당선되며 시인으로 등단했다. 1994년에는 단편소설 ‘붉은 닻’으로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소설가로 데뷔했다.

이후 그는 이상문학상(2005), 동리·목월문학상(2010), 황순원문학상(2015) 등을 받았다. 아버지 한승원도 1988년 ‘해변의 길손’으로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 한승원은 과거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딸 한강은 전통사상에 바탕을 깔고 요즘 감각을 발산해 내는 작가”라며 “어떤 때 한강이 쓴 문장을 보며 깜짝 놀라서 질투심이 동하기도 한다”고 고백한 바 있다.

한강을 세계적으로 알린 작품은 장편소설 ‘채식주의자’(2007)다. 2004년 계간 ‘창작과비평’에 연재했던 소설을 단행본으로 출간했다. 이 소설로 한강은 국내 작가로는 처음으로 2016년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했다. 2010년에는 임우성 감독을 통해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채식주의자’는 격렬한 꿈이 뇌리에 박혀 육식을 멀리하다 스스로 나무가 되어간다고 믿는 영혜가 주인공으로 한 소설 3편을 묶은 연작 소설집이다. 한강은 “이상(李箱)의 메모 중 ‘나는 인간만이 식물이라고 생각한다’는 문장을 오랫동안 기억했다가 결국 식물이 되고 싶어 하는 인간의 이야기를 썼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한강의 문학 활동에 있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건은 1980년에 일어난 광주민주화운동이다. 열세 살 때 광주민주화운동에서 학살된 사람들의 사진집을 본 후 인간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하게 됐다고 한다. 그의 개인적인 경험은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소설 ‘소년이 온다’(2014)로 풀어냈다.

스웨덴 한림원은 10일(현지시간) 2024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한강을 선정했다. 한국인이 노벨상을 받은 것은 지난 2000년 평화상을 탄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다.

[출처]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국민일보(www.kmib.co.kr),


‘한강의 기적’ 이룬 번역의 힘…섬세한 문체 그대로 살렸다 [한강 韓 최초 노벨문학상]

 
 
‘채식주의자’ 번역 데버러 스미스
한강 작품 세계에 알린 일등공신
간결함 속 해석 다양성 존중 특징

노벨 문학상에서 그간 영어권 작가들이 많이 수상한 이유는 ‘친숙한 언어’ 덕분이다. 이런 차원에서 영어와 문법·표현 등이 아주 다른 한국 문학은 외국 독자들에게 호응을 받기가 어려웠다.

 
한강이 세계 최고 문학가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훌륭한 번역가를 만났기 때문이다. 탁월한 책 번역을 통해 세계인들을 매료시키는 데 앞장선 영국인 번역가 데버러 스미스(36·사진)가 그 주인공이다.

한강이 2016년 ‘채식주의자’로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할 때 스미스도 공동 수상자로 선정됐다. 불과 28살의 젊은 번역가가 일군 위업이었다. 한강의 ‘채식주의자’에 푹 빠졌던 스미스는 책 앞부분 20쪽을 번역해 영국 유명 출판사인 포르토벨로에 보냈고, 이를 계기로 ‘더 베지터리안 (The Vegetarian)’이라는 제목의 영문판이 출간됐다. 이는 한강의 작품이 영국 독자들을 비롯해 세계 각지에 널리 알리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됐다. 부커상의 인터내셔널 부문은 비영어권 작가들의 영어 번역 작품을 대상으로 작가와 번역가에게 수여하는 상으로 2005년 신설됐다. 그만큼 번역의 비중을 높게 보며 노고를 작가와 동등하게 인정한 것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영문학과를 나온 스미스는 독학으로 한국어를 배웠다. 2010년 런던 대학 소속 ‘동양 아프리카 연구대학(SOAS)’에서 한국학 석사 과정을 밟으면서 본격적으로 한국어를 공부하기 시작해 박사 과정까지 마쳤다.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한국 문학은커녕, 한국 음식을 먹어본 적도 없었다”던 그는 한국 문학의 잠재력을 믿었다. 스미스는 한 인터뷰에서 “한국이 상대적으로 부유한 선진국인 것으로 보아 한국 문학계가 활발할 것으로 짐작했다. 당시 영국에서 한국어 전문 번역가가 없는 걸 알고 틈새시장을 노렸다”고 밝힌 바 있다. 스무살이 갓 넘은 나이에 한국어를 처음 공부하기 시작한 스미스는 6년 만에 부커상을 거머쥐었다. 스미스는 한강의 2014년 장편 ‘소년이 온다’도 번역해 인연을 이어갔다.

단어 하나하나 사전을 뒤져가며 한국어를 공부한 스미스의 번역은 간결하면서도 해석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게 특징이다. 한강처럼 시적이고 관념적인 문체를 구사하는 작품과 만났을 때 시너지를 낸다. 한강도 “스미스는 작품에 헌신하는 아주 문학적인 사람”이라며 “좋은 번역자를 만난 건 행운이었다”고 고마움을 표현한 바 있다.

스미스는 배수아의 소설 ‘에세이스트의 책상’과 ‘서울의 낮은 언덕들’도 영어로 옮겼고, 안도현의 어른용 동화 ‘연어’ 등도 번역했다.

[출처] 장한서 기자 jh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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