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묵]2024년 11월 10일 주일[(녹) 연중 제32주일(평신도 주일)]/신부님 강론 4개
오늘 전례
오늘은 연중 제32주일이며 평신도 주일입니다. 하느님께서는 고아들과 과부들의 아버지, 떠돌이들의 피난처, 억눌린 이들의 정의이시니, 하느님 사랑에 의탁하는 불쌍한 이들을 지켜 주십니다. 하느님 아버지께서 주시는 자유와 빵을 넉넉히 얻어, 당신 자신을 내어 주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본받아 가진 것을 형제들과 함께 나누도록 합시다.
입당송
주님, 제 기도 당신 앞에 이르게 하소서. 제 울부짖음에 귀를 기울이소서.
<대영광송>
본기도
저희에게 해로운 것을 모두 물리쳐 주시어
저희가 평안한 몸과 마음으로
자유로이 하느님의 뜻을 따르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함께 천주로서
영원히 살아 계시며 다스리시는 성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제1독서
▥ 열왕기 상권의 말씀입니다.17,10-16
그 무렵 엘리야 예언자는 10 일어나 사렙타로 갔다.
그가 성읍에 들어서는데 마침 한 과부가 땔감을 줍고 있었다.
엘리야가 그 여자를 부르고는,
“마실 물 한 그릇 좀 떠다 주시오.” 하고 청하였다.
11 그 여자가 물을 뜨러 가는데 엘리야가 다시 불러서 말하였다.
“빵도 한 조각 들고 오면 좋겠소.”
12 여자가 대답하였다.
“주 어르신의 하느님께서 살아 계시는 한,
구운 빵이라고는 한 조각도 없습니다.
다만 단지에 밀가루 한 줌과 병에 기름이 조금 있을 뿐입니다.
저는 지금 땔감을 두어 개 주워다가 음식을 만들어,
제 아들과 함께 그것이나 먹고 죽을 작정입니다.”
13 엘리야가 과부에게 말하였다.
“두려워하지 말고 가서 당신 말대로 음식을 만드시오.
그러나 먼저 나를 위해 작은 빵 과자 하나를 만들어 내오고,
그런 다음 당신과 당신 아들을 위하여 음식을 만드시오.
14 주 이스라엘의 하느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소.
‘이 주님이 땅에 비를 다시 내리는 날까지,
밀가루 단지는 비지 않고 기름병은 마르지 않을 것이다.’”
15 그러자 그 여인은 가서 엘리야의 말대로 하였다.
과연 그 여자와 엘리야와 그 여자의 집안은 오랫동안 먹을 것이 있었다.
16 주님께서 엘리야를 통하여 하신 말씀대로,
단지에는 밀가루가 떨어지지 않고 병에는 기름이 마르지 않았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화답송
◎ 내 영혼아, 주님을 찬양하여라.
○ 주님은 영원히 신의를 지키시고, 억눌린 이에게 권리를 찾아 주시며, 굶주린 이에게 먹을 것을 주시네. 주님은 잡힌 이를 풀어 주시네. ◎
○ 주님은 눈먼 이를 보게 하시며, 주님은 꺾인 이를 일으켜 세우시네. 주님은 의인을 사랑하시고, 주님은 이방인을 보살피시네. ◎
○ 주님은 고아와 과부를 돌보시나, 악인의 길은 꺾어 버리시네. 주님은 영원히 다스리신다. 시온아, 네 하느님이 대대로 다스리신다. ◎
제2독서
▥ 히브리서의 말씀입니다.9,24-28
24 그리스도께서는, 참성소의 모조품에 지나지 않는 곳에,
곧 사람 손으로 만든 성소에 들어가지 않으셨습니다.
이제 우리를 위하여 하느님 앞에 나타나시려고 바로 하늘에 들어가신 것입니다.
25 대사제가 해마다 다른 생물의 피를 가지고 성소에 들어가듯이,
당신 자신을 여러 번 바치시려고 들어가신 것이 아닙니다.
26 만일 그렇다면 세상 창조 때부터 여러 번 고난을 받으셔야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 그분께서는 마지막 시대에
당신 자신을 제물로 바쳐 죄를 없애시려고 단 한 번 나타나셨습니다.
27 사람은 단 한 번 죽게 마련이고 그 뒤에 심판이 이어지듯이,
28 그리스도께서도 많은 사람의 죄를 짊어지시려고
단 한 번 당신 자신을 바치셨습니다.
그리고 당신을 고대하는 이들을 구원하시려고
죄와는 상관없이 두 번째로 나타나실 것입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환호송
◎ 알렐루야.
○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 알렐루야.
복음
✠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12,38-44
그때에 예수님께서는 군중을 38 가르치시면서 이렇게 이르셨다.
“율법 학자들을 조심하여라.
그들은 긴 겉옷을 입고 나다니며 장터에서 인사받기를 즐기고,
39 회당에서는 높은 자리를, 잔치 때에는 윗자리를 즐긴다.
40 그들은 과부들의 가산을 등쳐 먹으면서 남에게 보이려고 기도는 길게 한다.
이러한 자들은 더 엄중히 단죄를 받을 것이다.”
41 예수님께서 헌금함 맞은쪽에 앉으시어,
사람들이 헌금함에 돈을 넣는 모습을 보고 계셨다. 많은 부자들이 큰돈을 넣었다.
42 그런데 가난한 과부 한 사람이 와서 렙톤 두 닢을 넣었다.
그것은 콰드란스 한 닢인 셈이다.
43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가까이 불러 이르셨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저 가난한 과부가 헌금함에 돈을 넣은 다른 모든 사람보다 더 많이 넣었다.
44 저들은 모두 풍족한 데에서 얼마씩 넣었지만,
저 과부는 궁핍한 가운데에서 가진 것을, 곧 생활비를 모두 다 넣었기 때문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강론 후 잠시 묵상한다.> <신경>
<저 가난한 과부가 다른 모든 사람보다 더 많이 넣었다.>
✠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2,41-44
그때에 41 예수님께서 헌금함 맞은쪽에 앉으시어,
사람들이 헌금함에 돈을 넣는 모습을 보고 계셨다.
많은 부자들이 큰돈을 넣었다.
42 그런데 가난한 과부 한 사람이 와서 렙톤 두 닢을 넣었다.
그것은 콰드란스 한 닢인 셈이다.
43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가까이 불러 이르셨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저 가난한 과부가 헌금함에 돈을 넣은 다른 모든 사람보다 더 많이 넣었다.
44 저들은 모두 풍족한 데에서 얼마씩 넣었지만,
저 과부는 궁핍한 가운데에서 가진 것을, 곧 생활비를 모두 다 넣었기 때문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강론 후 잠시 묵상한다.> <신경>
보편 지향 기도
1. 교회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참목자이신 주님, 주님의 백성인 교회의 모든 구성원을 보호하시고, 특히 오늘 평신도 주일을 맞이하여, 보편 사제직을 수행하는 평신도들이 주님께 온전히 의지하며 평화를 누리게 하소서.
2. 우리나라의 평화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일치이신 주님, 분단으로 오랜 시간 참자유를 누리지 못하는 저희 겨레를 굽어보시어, 남과 북이 다시 대화의 길을 찾고 진심을 전하며, 화해의 길로 나아가도록 도와주소서.
3. 수험생들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지혜의 샘이신 주님, 대학 수학 능력 시험을 앞둔 수험생들을 살펴 주시어, 평온한 마음으로 시험을 잘 치르고, 인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계기가 되게 하소서.
4. 가정 공동체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생명이신 주님, 저희 가정 공동체를 굽어보시어, 가정과 생명의 소중함이 소홀해지는 이 시대에, 가장 작은 주님의 교회인 저희 가정들이 참행복과 생명의 가치를 세상에 보여 주는 본보기가 되게 하소서.
예물기도
이 제사를 자비로이 굽어보시어
저희가 성자의 수난을 기념하며
믿음과 사랑으로 그 신비를 따르게 하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감사송
거룩하신 아버지, 전능하시고 영원하신 주 하느님, 언제나 어디서나 아버지께 감사함이, 참으로 마땅하고 옳은 일이며 저희 도리요 구원의 길이옵니다.
아버지께서는 죄로 말미암아 흩어진 인류를, 성자의 피와 성령의 능력으로 다시 한 가족이 되게 하시고, 삼위의 일치를 본받아 모인 백성이, 주님의 지혜와 사랑을 찬미하는 교회요, 그리스도의 몸이며 성령의 궁전이 되게 하셨나이다.
그러므로 저희도 천사들의 무리와 함께 주님을 찬미하며, 기쁨에 넘쳐 큰 소리로 노래하나이다.
영성체송
주님은 나의 목자, 아쉬울 것 없어라. 푸른 풀밭에 나를 쉬게 하시고, 잔잔한 물가로 나를 이끄시네.
<또는>
루카 24,35 참조
빵을 나눌 때, 제자들은 주 예수님을 알아보았네.
영성체 후 묵상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는 가운데 잠시 마음속으로 기도합시다.>
영성체 후 기도
저희가 성체로 힘을 얻고 감사하며 자비를 바라오니
저희에게 성령을 보내시어
성령의 힘으로 저희 삶을 변화시켜 주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오늘의 묵상
1. 조재형 가브리엘 신부 강론
연중 제32주일(평신도 주일)
수학 시간에 ‘공약수와 교집합’을 배웠습니다. 공약수는 두 수 사이에 공통으로 들어있는 수를 의미합니다. 교집합은 두 개 이상의 집합에서 공통으로 포함된 원소들로 이루어진 집합을 의미합니다. 즉, 두 집합에 모두 속한 원소들의 모임이 교집합입니다. 사람들은 문화나 역사가 다르더라도 인간으로서 공통된 가치를 지닙니다. 예를 들어, 사랑, 정의, 평등과 같은 가치들은 인류의 공약수와 같습니다. 여러 사회와 문화가 다르게 작동하지만, 그 안에서 발견되는 보편적 가치가 바로 공약수입니다. 현대 사회는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다문화 사회입니다. 각기 다른 문화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생기는 ‘교집합’은 새로운 통찰과 발전을 가능하게 합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서로 다른 문화에서 배울 수 있고, 공통의 목적을 향해 나아갈 수 있습니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만나서 공유할 수 있는 가치를 발견하는 것이 공동체 형성의 핵심입니다. 이러한 교집합을 통해 사회가 더욱 풍요롭게 발전합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공약수와 교집합을 찾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하마스와 이스라엘도 공약수와 교집합을 찾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만 될 수 있다면 서로의 가슴에 총을 겨누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가슴에 장미를 달아 줄 수 있을 겁니다.
오늘은 ‘평신도 주일’입니다. 교회에는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가 공동체를 이루고 있습니다. 삼위일체인 하느님께서 조화와 균형을 이루면서 사랑을 주십니다. 성부인 하느님은 이 세상을 창조하시고, 하느님을 닮은 모습으로 인간을 창조하셨습니다. 성자인 하느님은 몸소 사람이 되었습니다. 사람을 구원하기 위해서 십자가를 지고 가셨습니다.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서 돌아가셨지만 부활하셨습니다. 성령인 하느님은 교회와 함께 하십니다. 효경, 굳셈, 의견, 지혜, 지식, 통달, 두려움의 은사를 주십니다. 삼위일체 하느님의 최대공약수는 ‘사랑’입니다. 그 사랑이 모든 걸 가능하게 합니다. 성직자는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은 사람입니다. 복음을 전하고, 성사를 집전합니다. 병자를 위해 기도하고, 마귀를 쫓아냅니다. 예언의 직무, 성사의 직무, 봉사의 직무가 있습니다. 수도자는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은 사람입니다. 이 세상에서 천국의 삶을 보여주는 사람입니다. 그리스도의 향기가 되는 사람입니다. 수도자는 복음 삼덕을 실천하는 사람입니다. 정결, 순종, 청빈의 삶을 드러내는 사람입니다. 평신도는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은 사람입니다. 세례를 통해서 하느님의 자녀가 됩니다. 예수님은 그런 평신도를 무척 사랑하셨습니다. 강도당한 사람을 도와준 착한 사마리아 사람을 칭찬하셨습니다. 겸손한 세리의 기도를 칭찬하셨습니다. 믿음이 강했던 백인대장을 칭찬하셨습니다. 회개하고, 가진 걸 나누었던 자캐오를 칭찬하셨습니다.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는 모두 같은 하느님을 믿는 사람입니다.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의 최대공약수는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은 사람입니다. 복음을 전하는 동반자입니다.
오늘 독서와 복음에서 우리는 두 명의 과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과부는 남편이 먼저 세상을 떠난 미망인입니다. 남편이 없기에 가정도 돌봐야 하고, 돈도 벌어야 합니다. 특별한 직업이 없다면 과부들의 생활은 궁핍하고 힘들기 마련입니다. 누군가로부터 도움을 받아야 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이 과부들의 삶이었습니다. 오늘 독서와 복음에서 보여준 과부의 용기와 사랑의 실천은 그 뒤에 과부의 남다른 노력이 있었습니다. 어떤 것일까요. 첫째는 올바른 가치 기준을 확립하는 것입니다. 나의 개인적인 욕망을 따를 것인가 또는 나의 욕망을 희생하고 타인을 사랑하라는 그리스도의 요구를 따를 것인가 하는 문제는 매 순간 우리에게 다가오는 문제이며 이러한 문제에 직면할 때 우리 안에 어떤 가치 기준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서 선택하기 쉬울 수도, 어려울 수도 있는 것입니다. 둘째 자기 수양이 필요합니다. 비록 올바른 가치 기준을 내 안에 갖게 되었다 하더라도 우리는 충동적인 자신을 발견하게 되며 평소 나의 기준에 따라서 해서는 안 되는 것을 이 충동에 의지하게 되는 경우를 만납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보고, 듣고 말하고 만지고 싶은 욕구를 자제하는 훈련을 쌓아야 합니다. 셋째로 기도가 필요합니다. 자신을 이기려고 노력하고 남을 위해서 우리의 재능을 제공하려는 삶을 살고 있다 하더라도 우리 안에는 많은 내면적인 어려움을 만나게 되고 결국 실패하고 말리라는 두려움을 안고 있습니다. 때문에, 우리는 기도로서 하느님께 모든 것을 의탁하고 맡기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올바른 가치 기준을 확립하고 끊임없이 자기 수양을 하는 사람이 하느님께 꾸준히 기도 한다면 오늘 독서와 복음의 가르침을 생활 속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고 하느님으로부터 많은 축복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세상은 어쩌면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기에 더욱 아름다운 겁니다. “전능하시고 자비로우신 하느님, 저희에게 해로운 모든 것을 물리쳐 주시어 저희가 평안한 몸과 마음으로 자유로이 하느님의 뜻을 따르게 하소서.”
2.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연중 제32주일
복음: 마르 12,38-44
세상 안에서도 충분히 거룩하게 살 수 있습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크게 착각하고 있는 것이 한 가지 있습니다.
교계 제도 안에 성직자·수도자들은 평신도들보다 훨씬 더 하느님 가까이 있고,
평신도들보다 훨씬 거룩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착각입니다.
교회나 수도회, 수녀회는 거룩한 곳이고, 결혼생활이 이루어지는 가정이나 세상은
속된 것으로 여기는 착각입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이런 그릇된 생각을 완전히 새롭게 혁신한 은총의 사건이었습니다.
교회 안에서 교황님이나 주교님들은 1중대, 사제나 수도자들은 2중대, 평신도들은 3중대가 아님을
공의회는 명확하게 강조했습니다.
“평신도들은 교회의 주체이자 교회의 주인공입니다.
교회의 위계 제도, 다시 말해서 주교직, 사제직이 하느님의 백성인 평신도 위에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존경하는 성 요한 23세 교황님께서는 평신도들 역시 성화의 길로 불림받았음을 명백히 강조하셨습니다.
“평신도들은 세상 안에서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합니다.
평신도들은 세상 안에서 거룩함을 지향하는 신앙생활을 해나가야 합니다.
성화(聖化)된 삶을 교회 밖 세상 안에서 실천하는 것이 평신도에게 주어진 소명입니다.”
훌륭한 평신도들을 만나면서 저는 늘 확신합니다.
신분이 절대로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진흙탕 같은 세상 한가운데서 살아가면서도,
한 송이 청초한 연꽃처럼 살아가시는 분들도 많이 존재한다는 것을.
끝도 없는 고통의 세월 속에서도, 언제나 거룩함을 갈망하며,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는 평신도들은
이미 성화의 길로 접어들었다는 것을.
오늘 평신도 주일을 맞아 꼭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세상 안에서도 충분히 거룩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을.
평신도들께서도 간절히 열망한다면, 거룩한 갈망을 마음에 품고 살아가신다면,
세상 안에서 충분히 봉헌생활을 해나가실 수 있다는 것을.
특별히 평신도들께서는 매일 수행하고 계시는 작은 사랑의 실천을 통해,
저희 사제나 수도자들이 수행하는 직무 못지 않은 성직을 수행하실 수 있습니다.
평신도들께서 매일 행하고 계시는 가까운 사람들 가족들을 향한 봉사의 현장에서,
짜증내면서 억지로 하시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기쁜 얼굴로 봉사하실 때,
여러분들은 이미 성화의 길을 걷고 계시는 것입니다.
‘나를 찾아오는 이웃들 한 명 한 명이 다 변장하고 찾아오시는 예수님이다.’ 생각하고, 그들을 대한다면,
여러분들은 그 어떤 위대한 주교님이나 수도자들이 수행하는 직무보다도 훨씬 고귀한 성직을
수행하게 되는 것입니다.
알쏭달쏭하면서도 참 진리의 말씀이 하나 있습니다.
“스님이 술집에 들어가면 술집이 절간이 되고, 술꾼이 절간에 들어오면 절간이 술집이 됩니다!”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평신도들께서도 술집에 들어가시면 그 술집을 주님의 성전으로 변화시키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여러분들 발길 닿은 곳마다 주님의 성전으로 변화시켜나가시길 바랍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
3. 이영근 신부님
연중 제32주일
<'산 제물'>
가을의 끝자락입니다.
이해인 수녀님의 <이 가을엔 따뜻한 눈물을 배우게 하소서>라는 시가 떠오릅니다
이 가을에는
따뜻한 눈물을 배우게 하소서.
내 욕심으로 흘리는 눈물이 아니라
진정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소리 없이 함께 울어줄 수 있는
맑고 따뜻한 눈물을 배우게 하소서.
이 가을에는
빈 가슴을 소유하게 하소서.
집착과 구속이라는 돌덩이로
우리들 여린 가슴을 짓눌러
별처럼 많은 시간들을 힘들어 하며
고통과 번민속에 지내지 않도록
빈 가슴을 소유하게 하소서.
이 가을에는
풋풋한 그리움 하나 품게 하소서.
우리들 매 순간 살아감이
때로는 지치고 힘들어
누군가의 어깨가 절실히 필요할 때
보이지 않는 따스함으로 다가와
어깨를 감싸 안아 줄수 있는
풋풋한 그리움하나 품게하소서.
이 가을에는
말 없는 사랑을 하게 하소서.
'사랑'이라는 말이 범람하지 않아도
서로의 눈빛 만으로도
간절한 사랑을 알아주고 보듬어주며
부족함조차도 메꾸어 줄 수 있는
겸손하고도 말없는 사랑을 하게 하소서.
이 가을에는 정녕 넉넉하게 비워지고
따뜻해지는 작은 가슴 하나 가득
환한 미소로 이름없는 사랑이 되어서라도
그대를 사랑하게 하소서.
평신도 주일인 오늘 말씀전례는 ‘참된 봉헌’의 의미를 일깨워줍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예언자 엘리야는 이방인 시돈 여인 이세벨을 부인으로 맞이하여 우상숭배를 전념시켰던 북이스라엘의 아합 왕에게 예고한 3년간의 가뭄이 진행될 때, 시돈 지방의 사렙다의 한 과부 집에 들어가 물 한모금과 먹을 것을 청합니다.
과부는 자신과 아들이 마지막으로 먹을 수 있는 한 끼니 분량의 밀가루와 기름 밖에 없었는데도, 음식을 청한 엘리야의 요청을 따랐으며, 엘리야의 말대로 밀가루와 기름이 떨어지지 않는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오늘 복음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렙톤 두 닢을 봉헌한 가난한 과부의 헌금’을 높이 칭송하십니다.
“저들은 모두 풍족한 데에서 얼마씩 넣었지만, 저 과부는 궁핍한 가운데에서 가진 것을, 곧 생활비를 모두 다 넣었기 때문이다.”
(마르 12,44)
그러니 '렙톤 두 닢'은 비록 액수로는 작지만, ‘자신의 전부를 담은 사랑의 크기’인 ‘내면적 헌신의 외적인 표시’였습니다.
그렇습니다.
이 가난한 과부는 제1독서의 사렙다의 과부가 마지막 음식마저 내어주었던 것처럼, 자신이 가진 ‘생활비 모두’를 내어놓았습니다.
단지 다른 점은, 제1독서의 사렙다의 과부는 엘리야의 요청에 따르는 믿음을 보여주었고, 복음의 가난한 과부는 자발적으로 자신의 전부를 내놓았습니다.
어쩌면, 제1독서의 사렙다 과부는 타인을 위하여 내놓았다면, 복음의 과부는 자신을 위한 감사헌금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사렙다 과부’에게는 나눔의 의미가, ‘가난한 과부’는 속죄의 의미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결국 이 둘 다 모두, 마치 나중에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당신 자신을 통째로 내어놓으셨듯이, 자신의 전부를 봉헌했습니다.
오늘 말씀전례는 ‘교회를 위하여 헌금을 많이 하여야 한다’는 돈 모금을 위해 제시하고 있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그렇다면 ‘참된 봉헌’이란 무엇일까?
오늘 예수님께서는 ‘봉헌의 참뜻’을 일깨워 주십니다.
곧 '참된 봉헌'은 타인을 위해 자신을 내어놓는 ‘사랑’에 있음을 말해줍니다.
그것은 봉헌예물의 ‘액수’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향의 순수함’에 걸려 있음을 말해줍니다.
곧 이 가난한 과부들의 마음은 헌금의 액수에 있는 것이 아니라 ‘타인을 위하는 마음’과 ‘그 진실성(순수성)’에 있습니다.
‘자신의 전부를 내어놓는 마음의 진실성’ 말입니다.
사도 바오로는 그리스도인들이 자신의 몸을 하느님께 제물로 바칠 것을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여러분 자신을 하느님께서 기쁘게 받아주실 거룩한 산 제물로 바치십시오.
그것이 여러분이 드릴 진정한 예배입니다.”
(로마 12,1)
사실 우리는 먼저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은 우리의 몸도, 재물도, 마음도, 모두 하느님께로부터 받은 것일 뿐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할 일입니다.
그러니 우리 자신 전부를 봉헌 제물로 드리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의 오늘 하루도 '산 제물로 드리는 진정한 예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오늘 제2독서는 더 나아가서, '산 제물'의 신학적 깊은 의미를 일깨워줍니다.
<히브리서> 저자는 당신 자신을 제물로 내어놓으신 예수님의 대사제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곧 예수님께서는 대사제의 직무로서 당신 자신을 다른 이들을 위한 사랑의 속죄 제물, 곧 다른 이들의 죄를 짊어지시고 제물로 봉헌하십니다.
그리고 그 사랑은 ‘단 한 번’으로 온전하고 완성된 속죄 예식이 됩니다.
오늘 우리의 삶이 바로 이러한 '산 제물'로 바치는 진정한 예배, ‘살아있는 진정한 사랑의 예배’가 될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아멘.
<오늘의 말·샘 기도>
“과부는 궁핍한 가운데에서 가진 것을 다 넣었기 때문이다.”
(마르 12,44)
주님!
제 마음의 지향을 깨끗하게 하소서.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사랑의 마음으로 하게 하소서.
전부를 내어놓은 가난한 과부처럼, 목숨을 내어놓은 당신처럼, 산 제물이 되게 하소서.
오직 당신이 저의 전부이오니, 전부를 내어주게 하소서.
아멘.
- 양주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도회
4. 이수철 프란치스코 신부님
2024.11.9.토요일 라테라노 대성전 봉헌 축일
에제47,1-2.8-9.12 요한2,13-22
성전정화
“건물성전, 공동체성전, 개인성전”
“하느님은 우리의 피신처, 우리의 힘.
어려울 때마다 늘 도와주셨네.”(시편46,2)
오늘은 라테라노 대성전 봉헌 축일입니다.
이축일은 324년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라테라노 대성전을 지어 봉헌한 것을 기념하는 날이며,
12세기부터 오늘 11월9일에 지내게 됩니다. 로마 교구의 주교좌 성당이며 로마교구 교구장은 교황입니다.
로마에 있는 성당가운데 가장 오래된 성당이자 첫째가는 지위를 가졌으며 성당 중앙입구에는
라틴어로 “전 세계 모든 성당의 어머니이자 머리인 지극히 거룩한 라테라노 성당’이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습니다.
라테라노 대성전은 현재의 베드로 대 성전으로 옮겨지기 전까지 거의 천 년 동안 역대 교황이 거주하던,
교회의 행정 중심지였습니다.
각 지역 교회가 로마의 모교회와 일치되어 있음을 드러내고자 교회는 오늘 라테라노 대성전
봉헌축일을 지냅니다.
하느님을 사랑하는 이들은 공동체 삶의 중심을 상징하는 하느님의 집인 성전을 사랑합니다.
바로 다음 시편 84장 고백 그대로입니다.
“만군의 주님이여,
계시는 곳 그 얼마나 사랑하오신고
그 안이 그리워,
내 영혼 애태우다 지치나이다.
이 마음 이 살이 생명이신 하느님 앞에 뛰노나이다.
주여 당신의 집에 사는 이는 복되오니
길이길이 당신을 찬미하리이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의 성전 사랑 역시 유감없이 발휘됩니다.
세상을 성화해야할 세상의 마지막 보루와 같은 성전이 속화되는 현실에 열화와 같이
분노하시는 주님이십니다.
이런 분노는 하느님 사랑에서 발단된 의노라 할 수 있겠습니다.
가차없이 성전을 정화하시던 주님은 비둘기를 파는 가난한 자들에게는 다소 부드럽게 대하십니다.
“이것들을 여기에서 치워라. 내 아버지의 집을 장사하는 집으로 만들지 마라.”
제자들은 예수님의 당신 집에 대한 열정을 이해했으나 유다인들은 예수님의 행위에 이의를 제기했고
이에 대한 주님의 답변입니다.
“이 성전을 허물어라, 그러면 내가 사흘 안에 다시 세우겠다.”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죽으시고 부활하신 후에야 성전은 바로 당신 몸을 두고 하신 말씀임을 깨달았다 합니다.
건물 성전이 아닌 당신의 몸인 공동체가 진정한 성전임을 천명하신 주님입니다.
문득 매월 첫주일 미사중 성수예식이 생각납니다.
성수예식후 주례사제가 성수를 성전안 미사에 참석한 신자들이 있는 곳곳에 뿌릴 때 부르는 성가67장이
바로 오늘 제1독서 에제키엘서에 근거합니다.
“성전 오른편에서 흘러 내리는 물을 보았노라.
알렐루야, 그 물이 가는 곳마다
모든 사람이 구원되어 노래하리라, 알렐루야.”
바로 성전정화가 3차원에 걸쳐 이뤄짐을 보여주는 참 은혜로운 성수예식 장면입니다.
성수은총으로 성전건물이, 공동체성전이, 개인성전이 동시에 정화됨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이 3차원의 성전이 하나로 이뤄주는 성체성사의 은총입니다.
참으로 공동체가 성전에서 미사를 봉헌할 때 비로소 온전한 성전의 실현이라는 것입니다.
말그대로 3차원에 걸쳐 동시적으로 이뤄지는 성전정화에 성전성화의 미사은총입니다.
오늘 제1독서 에제키엘서 다음 말씀은 그대로 세상을 살리는 풍요로운 은총의 강,
생명의 강같은 주님의 미사은총을 상징합니다.
“이 강이 흘러가는 곳마다 온갖 생물이 우글거리며 살아난다.
이 강이 닿는 곳마다 모든 것이 살아난다.
이 강가 이쪽저쪽에는 온갖 과일나무가 자라는데, 잎도 시들지 않으며 과일도 끊이지 않고
다달이 새 과일을 내놓는다. 이 물이 성전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참 아름다운 예언이 그대로 주님의 성전미사은총을 통해 실현됨을 봅니다.
무엇보다 공동체 성전의 정화와 성화와 더불어 그 지체들인 개인의 정화와 성화도 참 은혜로롭습니다.
바오로 사도의 말씀이 우리를 고무하고, 참으로 거룩하게 살아야하겠다는 다짐을 새로이 하게 합니다.
“여러분은 자신이 하느님의 성전이며 하느님의 성령께서 자기 안에 살아 계시다는 것을 모르십니까?
만일 누구든지 하느님의 성전을 파괴하면 하느님께서도 그 사람을 멸망시키실 것입니다.
하느님의 성전은 거룩하며 여러분 자신이 바로 하느님의 성전이기 때문입니다.”(1코린3,16-17)
만남중의 만남이 미사전례를 통한 주님과의 만남입니다.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성전건물은 물론 그리스도의 몸인 공동체 성전을 정화하고,
주님의 지체인 우리 하나하나의 성전을 정화하여 우리 모두 주님의 은총의 성전이 되어 살게 합니다.
"실로 당신의 궐내라면,
천날보다 더 나은 하루,
악인들의 장막안에 살기보다는,
차라리 하느님 집 문간에 있기 소원이니이다."(시편84,11). 아멘.
11/9(토) [(녹) 연중 제32주일(평신도 주일)],되새김 구절
1. 올바른 가치 기준을 확립하고 끊임없이 자기 수양을 하는 사람이 하느님께 꾸준히 기도 한다면 오늘 독서와 복음의 가르침을 생활 속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고 하느님으로부터 많은 축복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세상은 어쩌면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기에 더욱 아름다운 겁니다. “전능하시고 자비로우신 하느님, 저희에게 해로운 모든 것을 물리쳐 주시어 저희가 평안한 몸과 마음으로 자유로이 하느님의 뜻을 따르게 하소서.”(조재형 신부)
2. 평신도들께서 매일 행하고 계시는 가까운 사람들 가족들을 향한 봉사의 현장에서,
짜증내면서 억지로 하시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기쁜 얼굴로 봉사하실 때,
여러분들은 이미 성화의 길을 걷고 계시는 것입니다.
‘나를 찾아오는 이웃들 한 명 한 명이 다 변장하고 찾아오시는 예수님이다.’ 생각하고, 그들을 대한다면,
여러분들은 그 어떤 위대한 주교님이나 수도자들이 수행하는 직무보다도 훨씬 고귀한 성직을
수행하게 되는 것입니다.(양승국 신부)
3. <오늘의 말·샘 기도>
“과부는 궁핍한 가운데에서 가진 것을 다 넣었기 때문이다.”
(마르 12,44)
주님!
제 마음의 지향을 깨끗하게 하소서.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사랑의 마음으로 하게 하소서.
전부를 내어놓은 가난한 과부처럼, 목숨을 내어놓은 당신처럼, 산 제물이 되게 하소서.
오직 당신이 저의 전부이오니, 전부를 내어주게 하소서.
아멘.(이영근 신부)
4. “여러분은 자신이 하느님의 성전이며 하느님의 성령께서 자기 안에 살아 계시다는 것을 모르십니까?
만일 누구든지 하느님의 성전을 파괴하면 하느님께서도 그 사람을 멸망시키실 것입니다.
하느님의 성전은 거룩하며 여러분 자신이 바로 하느님의 성전이기 때문입니다.”(1코린3,16-17)
(이수철 신부)
11/9(토) [(녹) 연중 제32주일(평신도 주일)], 제 141-11 기도
복음 <저 가난한 과부가 다른 모든 사람보다 더 많이 넣었다.>
<오늘의 말·샘 기도>
“과부는 궁핍한 가운데에서 가진 것을 다 넣었기 때문이다.”
(마르 12,44)
주님!
제 마음의 지향을 깨끗하게 하소서.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사랑의 마음으로 하게 하소서.
전부를 내어놓은 가난한 과부처럼, 목숨을 내어놓은 당신처럼, 산 제물이 되게 하소서.
오직 당신이 저의 전부이오니, 전부를 내어주게 하소서.
아멘.
- 2024년 11월10일(일) 6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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