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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미사 묵상

[매묵]2024년 11월 22일 금요일[(홍) 성녀 체칠리아 동정 순교자 기념일]/신부님 강론 4개

[매묵]2024년 11월 22일 금요일[(홍) 성녀 체칠리아 동정 순교자 기념일]/신부님 강론 4개

오늘 전례

체칠리아 성녀는 로마의 귀족 가문 출신으로, 어린 시절부터 독실한 신앙인으로 자랐다. 성녀의 생존 연대는 정확하지 않으나 260년 무렵에 순교한 것으로 전해지며, 박해 시대 내내 성녀에 대한 공경이 널리 전파되었다고 한다. ‘체칠리아’라는 말은 ‘천상의 백합’이라는 뜻으로, 배교의 강요를 물리치고 동정으로 순교한 성녀의 삶을 그대로 보여 준다. 흔히 비올라나 풍금을 연주하는 모습으로 그려진 체칠리아 성녀는 음악인의 수호성인으로 공경받고 있다.

입당송

보라, 이제 순결한 예물, 정결한 희생 제물인 용감한 동정녀가 우리를 위하여 십자가에 달리신 어린양을 따른다.
<또는>
복된 동정녀는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짊어져, 동정녀들의 신랑이며 순교자들의 임금이신 주님을 본받았네.

본기도

하느님,
복된 체칠리아를 기리며 해마다 기쁘게 지내게 하시니
교회가 전하는 그의 모범을 저희가 충실히 본받아
성자 그리스도께서 이루신 놀라운 일들을 선포하게 하소서.
성자께서는 성부와 …….

제1독서

<나는 작은 두루마리를 받아 삼켰습니다.>
▥ 요한 묵시록의 말씀입니다.10,8-11
하늘에서 들려온 목소리가 나 요한에게 8 말하였습니다.
“가서 바다와 땅을 디디고 서 있는 그 천사의 손에 펼쳐진 두루마리를 받아라.”
9 그래서 내가 그 천사에게 가서 작은 두루마리를 달라고 하자,
그가 나에게 말하였습니다.
“이것을 받아 삼켜라.
이것이 네 배를 쓰리게 하겠지만 입에는 꿀같이 달 것이다.”
10 그래서 나는 그 천사의 손에서 작은 두루마리를 받아 삼켰습니다.
과연 그것이 입에는 꿀같이 달았지만 먹고 나니 배가 쓰렸습니다.
11 그때에, “너는 많은 백성과 민족과 언어와 임금들에 관하여
다시 예언해야 한다.” 하는 소리가 나에게 들려왔습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화답송

시편 119(118),14.24.72.103.111.131(◎ 103ㄱ 참조)
◎ 주님, 당신 말씀 제 혀에 달콤하옵니다.
○ 온갖 재산 다 얻은 듯, 당신 법의 길 걸으며 기뻐하나이다. ◎
○ 당신 법이 저의 즐거움, 그 법은 저의 조언자이옵니다. ◎
○ 당신 입에서 나온 가르침, 수천 냥 금은보다 제게는 값지옵니다. ◎
○ 당신 말씀 제 혀에 얼마나 달콤한지! 그 말씀 제 입에 꿀보다 다옵니다. ◎
○ 당신 법은 제 마음의 기쁨, 영원히 저의 재산이옵니다. ◎
○ 당신 계명을 열망하기에, 저는 입을 벌리고 헐떡이나이다. ◎

복음 환호송

요한 10,27 참조
◎ 알렐루야.
○ 주님이 말씀하신다. 내 양들은 내 목소리를 알아듣는다. 나는 그들을 알고 그들은 나를 따른다.
◎ 알렐루야.

복음

<너희는 하느님의 집을 ‘강도들의 소굴’로 만들어 버렸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19,45-48
그때에 45 예수님께서 성전에 들어가시어
물건을 파는 이들을 쫓아내기 시작하시며,
46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나의 집은 기도의 집이 될 것이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그런데 너희는 이곳을 ‘강도들의 소굴’로 만들어 버렸다.”
47 예수님께서는 날마다 성전에서 가르치셨다.
수석 사제들과 율법 학자들과 백성의 지도자들은
예수님을 없앨 방법을 찾았다.
48 그러나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방도를 찾지 못하였다.
온 백성이 그분의 말씀을 듣느라고 곁을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또는, 기념일 독서(호세 2,16.17ㄷㄹ.21-22)와 복음(마태 25,1-13)을 봉독할 수 있다.>

예물기도

주님,
일찍이 박해와 싸워 이긴 복된 체칠리아의 생명을
제물로 기꺼이 받아들이셨듯이
그를 기리며 드리는 이 예물도 어여삐 받아 주소서.
우리 주 …….

영성체송

묵시 7,17 참조
어좌 한가운데에 계신 어린양이 그들을 생명의 샘으로 이끌어 주시리라.

영성체 후 묵상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는 가운데 잠시 마음속으로 기도합시다.>

영성체 후 기도

하느님,
성인들 가운데 복된 체칠리아에게
동정과 순교의 두 월계관을 함께 씌워 주셨으니
저희가 이 성사의 힘으로 모든 악을 용감히 이겨 내고
마침내 천상 영광에 이르게 하소서.
우리 주 …….
사진설명: 체칠리아 동정 순교자.

오늘의 묵상

1. 조재형 가브리엘 신부 강론

 

성녀 체칠리아 동정 순교자 기념일

 

보름달이 주는 상징은 충만하다라는 의미와 풍요롭다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충만하고 풍요로운 건 이웃에게 나눌 수 있어야 합니다. 한국의 추석과 미국의 추수 감사절은 두 가지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풍요롭게 해 주시는 하느님께 감사드리는 겁니다. 충만하게 해 주셨으니, 이웃에게 나누는 겁니다. 저도 하느님의 은총으로 충만하고, 풍요로웠던 날이 있었습니다. 수요일에는 암 환자를 위해서 집으로 찾아가서 세례를 주었습니다. 형제님은 건강을 많이 회복했습니다. 암을 치료하면서 지난날들을 돌아 볼 수 있어서 감사했다고 말했습니다. 세례명을 레오라고 정했습니다. 사자처럼 용맹하게 암도 이겨내고, 신앙생활도 열심히 하겠다고 하였습니다. 목요일에는 교통사고로 크게 다친 아이를 위해서 집으로 찾아가서 세례를 주었습니다. 4달 전에 중환자실에 있을 때는 의식이 없었습니다. 찾아가서 기도하니, 발가락이 조금 움직였습니다. 아직 말은 못하지만, 지금은 이야기를 듣고 빙그레 웃기도 합니다. 그날 세례를 주면서 함께 했던 분들 모두 기쁨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아이는 요셉으로 세례명을 정했습니다. 아이의 생일이 3 19일이라서 제가 그렇게 정해 주었습니다.

 

금요일에는 장례미사가 있었습니다. 4살 된 아들과 임신 중인 아내를 남겨 두고 하느님의 품으로 떠났습니다. 세상을 떠나기 전날, 아버지가 끓여준 된장찌개를 맛있게 먹었다고 합니다. 어머니와 산책하러 나갔다가, 상태가 좋지 않아서 병원으로 갔다고 합니다. 온 가족이 모여서 고인의 임종을 지켜보았다고 합니다. 사랑하는 아들을 떠나보내야 하는 부모님의 심정도, 사랑하는 남편을 떠나보내야 하는 아내의 심정도 무척이나 가슴 아팠을 겁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4살 아들과 아직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는 태중의 아이를 생각하니 저도 마음이 아팠습니다. 장례미사가 있던 날은 모든 성인 대축일이었습니다. 모든 성인이 세상을 떠난 안드레아를 천국으로 인도하리라 생각하며 장례미사를 봉헌했습니다. 토요일에는 유아세례가 있었습니다. 하느님의 자녀로 태어나는 아기를 위해서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동부에서 왔습니다. 아기의 대부는 휴스턴에서 왔습니다. 아이의 세례명은 노엘이었습니다. 아이의 부모님이 정했다고 합니다. 하느님의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충만한 날이었습니다. 마침 부주임 신부님이 성지순례 중이어서 제가 충만함을 온전히 받을 수 있었습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성전에 관해서 이야기합니다. 성전의 고유한 모습은 기도하는 집입니다. 더불어서 성전은 복음을 전하는 곳이어야 합니다. 하느님을 믿는 형제와 자매들이 친교를 나누는 곳입니다. 성전은 이제 예수님께서 당부하셨던 것처럼 나눔이 이루어지는 곳이어야 합니다. 특히 가장 가난한 이들, 아픈 이들, 외로운 이들이 머물 수 있는 위로와 치유의 공간이 되어야 합니다. 그곳에서 희망의 빛이 퍼져나가야 합니다. 우리들 또한 거룩한 성전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를 만나는 사람들이 지친 삶에서 위로를 얻는다면, 우리를 만나는 사람들이 복음의 기쁨을 느낄 수 있다면, 우리를 만나는 사람들이 절망 중에서도 희망의 빛을 볼 수 있다면 세상의 어떤 성전보다도 거룩하고 아름다운 성전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미사를 통해서 성체를 받아 모십니다. 바로 우리들의 몸이 성전이 되는 것입니다. 주님을 모시는 나의 몸과 마음이 주님의 뜻에 따라 충실하게 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도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 너그러운 마음으로 가진 것을 나누는 사람들이 있는 곳 그곳이 진정한 성전이고 그곳이 바로 하느님 나라입니다. 분열과 갈등이 있는 곳, 욕심과 분노가 있는 곳은 아무리 화려하고 아름답게 보여도 주님께서 원하는 성전이 아닙니다.

 

2024년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우리의 마음을 기도하는 집으로 만들면 좋겠습니다. “주님이 말씀하신다. 내 양들은 내 목소리를 알아듣는다. 나는 그들을 알고 그들은 나를 따른다. 내 집은 기도의 집이 될 것이다.”


2. 조욱현 토마스 신부님

 

성녀 체칠리아 동정 순교자 기념일

 

복음루카 19,45-48: 너희는 하느님의 집을 강도들의 소굴로 만들어 버렸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성전이 장사치의 소굴이 아니라거룩한 집이기를 바라신다

그분은 사제의 직무가 부정직한 종교적 의무 수행이 아니라자발적인 순명으로 이루어지기를 바라신다

 

주님께서는 성전에서 세속적인 교환행위가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고 가르치신다

즉 돈 바꾸는 환전상들을 성전에서 쫓아내기까지 하셨다

주님의 돈으로 이익을 챙기려 하는 자는 바로 환전상이다

그 주님의 돈은 성경이

성경을 가지고 자기 이익을 챙긴다고 한다면그는 성경을 파는 사람이 될 것이다

 

그들은 모두 환전상들이지 참 목자가 아니다

그들은 하나같이 성경을 가지고 현세의 이익을 취하고 있다

이러한 것들은 이제 없어지고우리 신앙인들의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행실흠 없는 삶의 영광

영광과 진리 안에서 드리는 향기로운 예배가 빛을 내야 한다

이것이 주님께서 원하시는 참된 성전 정화이.

 

주님께서는 성전의 주인으로서 당신의 권한을 행사하신 것이다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을 비롯하여 유대인 지도자들 모두의 죄가 더욱 크다

배우지 못한 백성들은 그분의 가르침에 귀를 기울였고그 구원의 말씀을 단비처럼 받아 마셨다

그들의 마음은 열매를 맺을 준비가 되어 있었고그분의 가르침에 따를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들을 지도하는 자들은 주님을 거역하고 살인을 계획하고 있다

그들은 모퉁이 돌에 걸려 넘어지고 말 것이다

주님의 집은 하느님과 우리의 형제들을 만나는 장소이다

 

이 만남은 사랑의 만남이어야 하는 것이다

이 하느님의 집이 어느 개인의 욕망을 해소하기 위한 장소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오늘 복음에서 보여주고 있다

 

우리 자신도 마찬가지이다

우리의 몸도 성령의 궁전이라고 바오로 사도께서 말씀하셨다

이 궁전을 인간적인 욕심으로 채우려고 한다면 하느님의 성전을 욕되게 하는 것이다

언제나 주님을 모실 수 있는 우리가 되도록 그래서 세상을 비출 수 있는 신앙인이 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3. 이영근 신부님

 

성녀 체칠리아 동정 순교자 기념일

 

<우리의 몸으로 그리스도의 영광을 드러내어야 할 일입니다>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입성하시어 맨 먼저 찾아가신 곳은 예루살렘 성전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성전에 들어가시어 물건을 파는 이들을 쫓아내면서 말씀하십니다.

“‘나의 집은 기도의 집이 될 것이다.’ 라고 기록되어 있다.”

(루카 19,46)

여기서 예수님께서는 '성전'을 ‘나의 집, 곧 당신의 집’으로 말씀하십니다.

이는 <이사야> 56장 7절의 “나의 집은 모든 민족들을 위한 기도의 집이라 불리리라.”는 말씀을 지칭합니다.

 

그런데 성전이 장사와 환전이 행해지는 불결하고 부정한 곳, ‘강도의 소굴’이 되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성전을 새롭게 정화하시는 일을 맨 먼저 하십니다.

예수님의 성전 정화는 교회 개혁의 표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곧 교회가 항상 하느님의 현존과 활동을 드러내고, 주님의 생명과 사랑에 응답해야 함을 말해줍니다.

 

사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에서 당신 자신을 쪼개시고, 성전의 장막을 두 갈래로 가르셨습니다.

 

그리고 더 이상 물리적이고 공간적인 성전에 갇히지 않으시는 당신의 몸을 성전으로 주셨습니다.

그리고 우리를 그리스도의 지체로서, 하느님 현존의 성전이 되게 하셨습니다. 

사도 바오로는 이러한 사실을 잘 깨우쳐줍니다. 

“여러분은 하느님의 성전이고 하느님의 영께서 여러분 안에 계십니다. 
여러분이 바로 하느님의 성전입니다.”

(1코린 3,16)

참으로 그렇습니다. 

우리의 몸은 주님께서 주신 거룩한 품위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비록 질그릇 같은 깨지기 쉬운 몸이라 할지라도, 이루 헤아릴 수 없는 값진 보화를 간직한 거룩한 몸입니다. 

 

당신께서 우리 안에 살아계시기 때문입니다. 

우리 안에서 현존하시며 활동하시기 때문입니다. 

단지 우리 안에 계시고 활동하시기만 하신 것이 아니라, 우리의 주인이시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와 주님의 성전인 우리의 몸이 ‘강도의 소굴’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할 일입니다.

바오로 사도가 말한 것처럼, 우리의 몸으로 그리스도의 영광을 드러내어야 할 일입니다.

 

우리의 몸으로 그분의 영광을 드러냄이란, 우리 몸을 잘 보전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처럼 우리의 몸을 다른 이들을 위해 내어주는 데 있습니다. 

이를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말합니다.

“여러분의 몸을 하느님 마음에 드는 거룩한 산 제물로 바치십시오. 
이것이 바로 여러분이 드려야 하는 합당한 예배입니다.”

(로마 12,1)

그렇습니다. 

교회가 세상을 위해 자신을 내어놓을 때, 곧 우리 자신을 타인과 세상을 위해 내어놓을 때,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와 우리 자신은 ‘기도의 집’이 되고, 우리 안에서 그분의 영광이 드러나게 될 것입니다.

아멘.

 

<오늘의 말·샘 기도>

 

“나의 집은 기도의 집이 될 것이다.”

(루카 19,46)

 

주님!

기도하게 하소서

제 몸으로 당신의 영광을 드러내게 하소서.

제 행실로 당신의 성전임을 증거하게 하소서.

제 영혼이 당신의 거룩함을 드러내게 하소서.

제가 당신이 거주하시는 당신의 집인 까닭입니다.

아멘.

 

- 양주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도회


4. 이수철 프란치스코 신부님

 

2024.11.21.목요일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자헌 기념일 

                                                                                                                     즈카2,14-17 마태12,46-50

                                                             예수님의 참가족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들>

 

“거룩하신 어머니, 찬미받으소서.

 당신은 하늘과 땅을 영원히 다스리시는 임금님을 낳으셨나이다.”(입당송)

 

요즘 산책때 수확이 끝난 텅빈 밭의 흙을 바라보며 잔잔한 감동에 젖습니다.

흙은 제 영원한 스승입니다.

흙같은 어머니를 생각하며 그 겸손의 덕을 배웁니다.

며칠전 써놨던 글입니다.

 

“흙의 침묵

 흙의 겸손

 흙의 사랑

 

 우람한 

 무우 자식들

 초연히 다 떠나 보내고

 

 늘 깨어

 묵묵히 기다리며 준비하는 

 어머니 흙, 흙같은 어머니”<2024.11.13.>

 

흙(humus)을 닮아 겸손(humilitas)한 사람(homo)입니다.

겸손도 사람도 흙에 어원을 둡니다.

수도원내에서야 흙냄새를 맡으며 흙을 보며 흙길을 산책하지만 수도원정문을 나서면 온통 포장으로

어머니 흙을 보기가, 흙길을 걷기가 참 힘든 사막한 현실입니다.

 

더불어 며칠전 나눴던 ‘소망’이란 글도 다시 나눕니다.

청정과 온유의 마음 역시 마리아 어머니의 마음처럼 생각됩니다.

 

“차가운 날씨 

 청정해서 좋다

 맑고 깨끗하다

 살짝 덮인 회색 구름 사이

 쏟아지는 햇빛

 온유해서 좋다

 따뜻하고 부드럽다

 청정淸淨과 온유溫柔를 겸할 수 있다면”<1997.12.2.>

 

요즘 만추의 위령성월이 청정한 날의 연속입니다.

청정에 온유를 겸할 수 있다면 더할나위 없이 이상적일 것입니다.

아주 예전 미국에 있는 미네소타주 생존 수도원에 머물 때 노수도사제와의 우정을 잊지 못합니다.

어느 추웠던 날 노수도사제에 악수를 청하니 손이 차다며 사양할 때 드린 짧은 덕담과 더불어 시작된 우정입니다.

 

“Your hands are cold, but your heart is warm!”

(네 손은 차나 네 마음은 따뜻하다!)

 

날씨는 차가워도 마음은 늘 따뜻하고 부드러웠으면 좋겠습니다.

바로 오늘 기념하는 복되신 동정마리아 성모님 마음이 그러할 것입니다.

오늘 옛 어른이 말씀도 좋은 깨우침이 됩니다.

 

“마음에는 저마다의 알맞은 자리가 있다. 감정의 자리를 찾을 수 있어야 흔들리지 않게 된다.”<다산>

“희로애락이 생겨나지 않은 평온한 상태를 ‘중中’이라 하고, 질서에 맞게 감정을 발현하는 것을

‘화和’라고 한다.”<중용>

 

하느님을 중심으로 한결같이 충실한 삶을 살 때, 마음과 감정의 순화로

평온하고 질서에 맞는 마음에 감정일 것입니다.

바로 성모님의 마음과 감정이 이러했으리라 생각됩니다.

 

오늘은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자헌 기념일입니다.

오늘이 영명축일이라며 각별한 기도를 청하던 신심깊은 마리아 자매도 생각이 납니다.

로마가톨릭이나 동방정교회나 오늘 똑같이 축일을 지냅니다만

동방정교회는 ‘지극히 거룩하신 하느님의 어머니 입당 축일’이라 부릅니다.

 

이 축일은 신약성경에 유래하는 것이 아니라 200년경에 쓰여진 외경인 야고보 원복음서에 근거합니다.

이 문헌에 따르면 요아킴과 안나는 오랫동안 자식이 없어 걱정중 하늘로부터 한 아이를 갖게 되리라는

계시를 받고 딸 마리아를 갖게 되었고, 3세 정도 나이에 성전에 봉헌합니다.

전승에 의하면 마리아는 성전에 있는 동안 하느님의 어머니가 되기 위한 준비과정으로 종교교육을 받습니다.

 

콥트교 전승에 의하면 마리아의 부친 요아킴은 그녀가 6세때, 모친 안나는 8세 되던 해에 사망합니다.

증명되지 않은 전설이지만 한가지 중요한 것은 마리아가 유년시절부터 하느님께 전적으로 봉헌되었다는 것을

보여주며 이를 토대로 마리아의 자헌 축일이 생기게 됩니다.

 

동정녀 마리아의 자헌 축일은 543년 동로마 제국의 유스티이나누스 1세 황제의 명령으로

과거 예루살렘 성전이 있던 곳 근처에 비잔티움 양식으로 건축된 성 마리아 대성당의 축성식에서 유래합니다.

동방에서 오랫동안 기념되었던 이 축일은 9세기쯤 이탈리아 남부 수도원들에서 기념이 시작되었고

1372년 교황 그레고리오 11세는 아비뇽에 있는 교황 전용 경당에서 처음으로 이 축일을 기념합니다. 

 

그후 1472년 로마 미사 경본에 처음으로 기재되었다가 사라졌지만, 1585 교황 식스트 5세는

이 축일을 다시 허용했고, 1597년 교황 클레멘스 8세는 2등급 축일로 지정했으며,

마침내 1969년 로마 전례력에 그대로 남아 지금까지 계속 오늘 11월21일

‘복되신 동정마리아 자헌 기념일 미사’를 봉헌하게 됩니다. 

 

오늘 제1독서 즈카르야 예언서의 말씀이 은혜롭습니다.

시온의 딸은 바로 복되신 동정 마리아를, 집단인격으로서의 이스라엘 백성을,

우리 공동체의 형제자매들을 상징합니다.

그러니 성모 마리아는 물론 우리 각자에게 주시는 말씀으로 이해해도 무방합니다.

 

“딸 시온아, 기뻐하며 즐거워하여라. 정녕 내가 이제 가서, 네 한가운데에 머무르리라.

그날에 많은 민족이 주님과 결합하여 내 백성이 되고, 나는 그들 한가운데에 머무르리라....모든 사람은

주님 앞에서 조용히 하여라. 그분께서 당신의 거룩한 처소에서 일어나셨다.”

 

그날이 바로 오늘이요, 예언 그대로 오늘 복음에서도 실현되고 오늘 우리 교회공동체에서도 실현되어

주 예수님을 중심으로 참가족이, 한가족이 되어 기뻐하며 즐거워하며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바로 오늘 복음은 교회 공동체의 원형을 보여줍니다.

그대로 예수님 중심의 공동체를 미사장면을 연상케 합니다. 

 

밖에서 스승님의 어머님과 형제들이 당신을 찾고 있다는 전갈에 주 예수님은

“누가 내 어머니고 누가 내 형제들이냐?”하고 반문하신후, 당신을 에워싸고 있는 당신 공동체의 제자들을

가리키며 이르시니 오늘 복음의 절정이자 요약입니다.

바로 시공을 초월하여 오늘 우리에게 주시는 말씀입니다.

 

“이들이 내 어머니고 내 형제들이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이 내 형제요 누이요 어머니다.”

 

주 예수님은 혈연이 아닌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이들이 당신의 참가족이자 한가족임을 천명하십니다.

주 예수님을 중심으로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들은, 그가 언제 어디에 살든

모두 당신의 한가족이라는 것입니다.

 

참으로 하느님을 아버지로, 성모님을 교회의 어머니로 둔 우리들은 모두 한가족의 형제자매들임을

깨닫습니다. 우리 한가족 교회 공동체 모두의 어머니인 마리아 성모님을 잊어선 안됩니다. 

 

평생 그 누구보다 한결같이 아드님과 함께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뜻을 실행해온 마리아 성모님이야 말로

봉헌 삶의 영원한 모범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 복되신 동정 마리아 자헌 기념미사를 봉헌합니다.

날마다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주님의 참가족, 한가족을 이뤄주시며,

더욱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참 삶으로 이끌어 주십니다. 

 

“행복하여라,

 하느님 말씀을 듣고 지키는 사람들!”(루카11,28). 아멘.


11/22(금) [(홍) 성녀 체칠리아 동정 순교자 기념일], 되새김 구절

 

1. 우리는 미사를 통해서 성체를 받아 모십니다. 바로 우리들의 몸이 성전이 되는 것입니다. 주님을 모시는 나의 몸과 마음이 주님의 뜻에 따라 충실하게 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도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 너그러운 마음으로 가진 것을 나누는 사람들이 있는 곳 그곳이 진정한 성전이고 그곳이 바로 하느님 나라입니다. 분열과 갈등이 있는 곳, 욕심과 분노가 있는 곳은 아무리 화려하고 아름답게 보여도 주님께서 원하는 성전이 아닙니다.

 

2024년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우리의 마음을 기도하는 집으로 만들면 좋겠습니다. “주님이 말씀하신다. 내 양들은 내 목소리를 알아듣는다. 나는 그들을 알고 그들은 나를 따른다. 내 집은 기도의 집이 될 것이다.”(조재형 신부)

 

2. 우리의 몸도 성령의 궁전이라고 바오로 사도께서 말씀하셨다

이 궁전을 인간적인 욕심으로 채우려고 한다면 하느님의 성전을 욕되게 하는 것이다

언제나 주님을 모실 수 있는 우리가 되도록 그래서 세상을 비출 수 있는 신앙인이 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조욱현 신부)

 

3. <오늘의 말·샘 기도>

 

“나의 집은 기도의 집이 될 것이다.”

(루카 19,46)

 

주님!

기도하게 하소서

제 몸으로 당신의 영광을 드러내게 하소서.

제 행실로 당신의 성전임을 증거하게 하소서.

제 영혼이 당신의 거룩함을 드러내게 하소서.

제가 당신이 거주하시는 당신의 집인 까닭입니다.

아멘.(이영근 신부)

 

4. 밖에서 스승님의 어머님과 형제들이 당신을 찾고 있다는 전갈에 주 예수님은

“누가 내 어머니고 누가 내 형제들이냐?”하고 반문하신후, 당신을 에워싸고 있는 당신 공동체의 제자들을

가리키며 이르시니 오늘 복음의 절정이자 요약입니다.

바로 시공을 초월하여 오늘 우리에게 주시는 말씀입니다.(이수철 신부)

 

11/22(금) [(홍) 성녀 체칠리아 동정 순교자 기념일], 제 154-24 기도

 

복음 <너희는 하느님의 집을 ‘강도들의 소굴’로 만들어 버렸다.>

 

<오늘의 말·샘 기도>

 

“나의 집은 기도의 집이 될 것이다.”

(루카 19,46)

 

주님!

기도하게 하소서

제 몸으로 당신의 영광을 드러내게 하소서.

제 행실로 당신의 성전임을 증거하게 하소서.

제 영혼이 당신의 거룩함을 드러내게 하소서.

제가 당신이 거주하시는 당신의 집인 까닭입니다.

아멘.

 

- 2024년 11월22일(금) 6시4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