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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감사일기

말 조심

말 조심

 

직장친구들과의  모임이 있다. 6명의 멤버 중 1명이 2010년 말에 탈퇴를 했다. 총무였던 그가 탈퇴한다고 선언했을때 만류도 적극적으로 해보았지만 그의 결단은 단호했다. 남은 회원끼리 그가 왜 탈퇴했을까? 섭섭했던것이 있었을까? 혹시 우리가 말실수하지는 않았을까? 무심코 한 내 행동이 그에게 상처를 준 것은 아니었을까? 등등 설왕설래 하였다. 혹시 나 때문은 아닐까? 하며 서로 자책하는 것을 보고 함께 웃으면서 그만의 까닭이 있었을 것이라고 결론을 내면서 일단락을 지었다.

 

오늘 한달에 한번 모이는 정기 모임인데, 5명의 멤버 중 1명이 빠져 4명이 모였다. 빠진 한 사람은 제일 맏언니이다. 언니는 아침에 4명 전원에게 문자를 보냈다. "아무리 가려고 발버둥을 쳐봐도 도저히 갈 수 없네요. 미안해요. 잘 다녀오세요" 대략 이런 내용이다. 언니는 남편을 care하기 위해 좀처럼 짬을 낼 수 없다고 한다. 올해 탈퇴했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중간에 밝히기도 했다. 다른 모임도 거의 못 나간다고 한다. 시간의 짬을 내기 힘들다는 언니를 위하여 언니의 집 근처 잠실역에서 만났을때는 나오지만 분당이나 다른 지역에서 만날때는 거의 불참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오늘도 분당에서 오전 9시30분 부터 만나 충남 서산의 간월도로 가는 긴 코스의 여행이므로 당연히 불참하게 된 것이다. 언니의 남편은 몇년전 넘어져 뇌를 다쳐 주변의 보살핌이 필요하다고 했다. 언니의 남편은 식사를 하지 않고 기회가 되면 술을 먹으려하는 일종의 '알코올의존증' 이라고 했다. 언니가 자리를 비우면 술을 먹어 몸을 가눌 수 없는 상태가 되므로 마음이 불안하여 나오기 힘들다는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고 온전히 이해하려 해도 언니의 상황을 가까이에서 지켜보지 못했으므로 우리로서는 불가해한 일이었다.

 

간월도의 얼음같이 차갑고 매섭게 불어오는 바다바람을 맞으면서, 추워서 힘들어 하면서도 청량한 바람이 폐부 깊숙히 스며드는 것을 고스란히 느꼈다. 맏언니가 없는 상태에서 우리끼리 굴국밥정식을 먹으며 언니가 왔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며 나름대로 맛있게 점심식사를 했다. 멤버 중 1명의 쏘나타 자가용을 타고 여행을 했는데, 귀가하다 길이 막힌 관계로 저녁식사까지 회비로 먹게 되었다. 야탑동 중앙정보도서관 근처의 음식점에서 칼국수를 먹었다. 당연히 동참해야할 상황을 같이 누리지 못하는 맏언니 이야기도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나의 말실수가 있었다. 왜 그렇게 말을 했는지 후회막급이다.

 

그 언니는 장녀라 대화할 때 그림자같이 본인이 듣기만 하는 상황이 오면 남편의 이야기를 실마리 삼아 화제의 주도권을 잡아 결국 다른 사람들이 벌받는 모습으로 그녀의 이야기를 듣게 되곤 했다고 말을 했다. 나의 13살 연상인 친언니도 대화의 주도권을 항상 시댁식구 자랑을 방패로 내밀어 대부분 여러번 들었던 이야기를 동생들이 벌 받는 모습으로 듣는다고 이야기 했다. 결국 어린시절 동생들 거느리던 그 모습의 권위를 찿는 행동 아닌가 하는 내 나름대로 생각했던 정신분석학(?)적 생각을 그 자리에서 그렇게 말했던 것이다.

그런 그분의 개성을 그대로 인정하고 배려하면 될 것을 잘난척 어줍잖은 심리학적 분석은 왜 했을까? 언니하고의 대화에서 받았던 유사한 상황때문에 그렇게 말했던것 같다. 

 

그랬더니 모임의 3명 모두가 장녀였다. 한결같이 "나도 장녀인데......"한다. 아뿔사! 말실수! 엎지러진 물! 어찌 담을랴! 수습불가인데... 엎친데 덮친격으로 한가지 실수를 더 저지른다. 임**가 "나도 장녀인데" 할때는 "그래...!"하고 어물쩍 넘어갔는데 오**가 "나도 장녀인데" 할 때는 "그래... 하면서 자기도 좀 주도권 쥐려는 경향이 있어...!" 해버렸다.

선무당이 사람잡는다고 했던가? 어설픈 심리학적 사고로 사람을 분류하고 예단하다 뒷수습 불가한 상황이 되어 버렸다. 옛날 전라도 사람은 이래...  가정과 선생은 이래... 하다가 그들의 분노를 사는 꼴 처럼 말이다.

 

사실 장녀인 그들의 장점이 얼마나 많던가? 남편으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인지(?) 끊임없이 말하는 맏언니의 이야기를 말없이 참을성 있게 들어주면서 궂은일을 스스로 나서서 마무리 지어주는 임**, 모임의 회장으로 모임의 장소와 여행코스, 연락을 관리하며 대화의 맥이 옆으로 흐를때 적당히 교통정리 잘해주는 오**, 겸손한 자세로 매사 긍정적으로 순리대로 일처리하는 김**, 남편 care하느라 비록 모임에 참석하는 정신적 여유를 누리지 못하는 맏언니이지만 그녀 역시 얼마나 장녀다운 마음자리를 가졌던가. 우리에게 받으려하기 보다는 무엇인가 주고자 하는 그 마음을 언듯언듯 느끼지 않았던가.

 

나이를 한살한살 먹어가면서 나이값을 해야한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배려하는 마음, 한사람 한사람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마음, 부정적 생각 보다는 긍정적 생각, 우울한 느낌보다는 행복함으로 사물과 사람을 바라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생각이 습관을 만들고 습관이 운명을 결정한다고 했던가. 좋은 생각을 갖도록 푸른 하늘 바라보고 심호흡을 하자.

 

- 2012년1월12일 수산나 -

 

 

하늘공원에서 바라 본 북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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