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결혼식
세상은 요지경 속이다. 오늘 나의 친척 결혼식에 참석했다. 전화로 결혼통보 사실을 들었을 때 내 귀를 의심했다. "누구라구? 그 아이가 잘못된 아이었던것 같은데..."이다.
그 아이가 처음 태어났을 때 우리 엄마가 친척모임으로 아기를 보러 갔다와서 혀를 끌끌 차며 하는 말이 "걔는 얼마 못 살거야. 빼작마른 애가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하면서 조막만하고 흐물흐물해. 아마 머지않아 죽을꺼야."라고 했다. 그러던 아이였는데 죽었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어느 날 친척모임에서 그 아이가 16살때 즈음 대면을 하게 되었다. 생각한대로 지체아였다. 다운증후군 같은 모습으로 비만상태 였으며 걸음도 어그적거리며 걸었고 간혹 괴성을 질렀는데 무슨 소리인지 당최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좋아한다는 표현으로 웃는 모습도 처음보아 익숙하지 않아 그런지 낯설었으며 왠지 이상(?)스런 그런 모습이었다.
그런 아이가 시집을 가다니? 짚신도 짝이 있다는 옛말이 그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16살때의 그 정황을 생각하면 스스로 자립능력을 분명 갖추지못해 주변의 도움을 아직도 받아야할 터인데 어떤 신랑과 결혼했는지 궁금하면서 여러가지 상념이 떠올랐다.
신랑도 신부와 같이 주변의 도움을 받아야할 지체아 신랑이라면 가정관리가 그들만의 힘으로 꾸리기는 불가능 할것이다. 어른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면 내가 알고 있는 신부의 어머니는 도움을 주기가 쉽지않은 상태다. 신부 아버지는 8년전쯤 후두암으로 사망했는데, 병원치료하느라 가정경제를 빚더미 상태로 만들었다. 그래서 신부의 외할머니가 종가를 처분하여 빚더미를 갚아주고 함께 살면서 딸과 지체아인 신부를 건사했던 것이다. 외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는 그들을 건사하는 몫은 두 언니가 십시일반 돈을 거두어 도와준다고 했다. 경제적으로 힘겨운 상태이니 쉽지않은 가정 관리가 예상된다. 물론 세속적인 내 생각이지만 말이다.
두번째 경우는 신랑이 정상인으로서 신부를 잘 돌보아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야말로 대박을 건진셈이다. TV 인간극장에서 볼 수 있는 헌신하는 신랑, 아낌없이 주면서 사랑을 실천하는 천사같은 목자라고 할 수 있는 신랑을 만난 것이기 때문이다. 신부의 어머니는 한시름을 나누어질 수 있는 좋은 사위를 만난 셈이 된다. 그렇게만 된다면 복된 삶일텐데...복을 짓는 삶이란 무엇일까?
신부의 어머니는 동대문 시장에서 유기그릇을 팔고, 유기장을 운영하는 집의 막내딸 이었다. 그 당시로는 부자집 딸이었다. 세명의 딸중에서 가장 성격이 좋고 예뻤으며 단아하고 조신한 품성의 처녀였다. 그렇게 용모단정하고 품행방정한, 선도 안보고 시집을 보낸다는 세째딸이 소아마비 신랑의 중졸 학력과 연애하다가 결혼한다는 소식이 들려왔을 때는 '쇼킹' 그 자체였다. 친척들 모두가 술렁거렸다. 부족할 것 없는 부자집 양반네 세째딸이 학력과 건강에서 미흡한 그런 신랑과 결혼한다고 수근거렸다. 신부 어머니가 그때 지은 복받을 업을 지금 대물림하여 자식세대에서 받았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신부 어머니가 앞으로 '고생 끝, 행복 시작' 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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