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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감사일기

혈기폭발 병

 

 

 

혈기폭발 병

 

 

나에게는 다른 사람들은 믿을 수 없겠지만, 징크스가 하나 있다. 신앙생활을 멀리할 때는 별로 표출되지 않는 하는 기질이 미사참배나 기도생활을 열심히 하여 믿음의 성취감이 고조 되어가는 어느 시점에, 영낙없이 터지는 혈기폭발 사건이 그것이다.

신앙생활로 숙성 되어지는 잔잔한 행복과 평화가 계속 이어지지 못하고, 어느 순간, 어느 상황에서 별안간 폭발된 혈기로 부끄러운 장면을 연출하고, 그리하여 감정의 뒤처리가 힘든 상황이 되거나, 혹은 심하면 인간관계도 버겁게 되어 모든 것이 소원하게 되는 지경에 이른다.

 

가장 큰 사건은 2005123일 요한성당에서 견진성사를 받는 날 일어났다. 견진성사가 끝난 후 대모님이 나무 십자가상을 선물로 주었다. 축성을 안 받았으니 바꾸고 싶으면 바꾸라는 당부와 함께……

첫 영세 받을 때 비슷한 것을 선물 받은 것이 있으므로 성물방에 교환을 하러 갔다. 봉사자님 왈 견진성사 받을 때 선물 준 사람이 대강당에 있었느냐고 물었다. 나는 우물쭈물하며 글쎄요. 있었겠지요. 아마그랬다. 다시 봉사자님 왈 견진성사 당시에 그 사람이 대강당에 있었다면 신부님께 이미 축성 받은 물건이므로 교환해 줄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 때 그 놈의 하는 기질이 또 발동한 것이다. “나의 대모님이 과거 요한성당 신도이었으므로 그 규칙을 몰랐을리 없다. 축성 안 받았다고 바꿀 수 있다고 했으니 바꾸어 달라고 하며 당일 산 물건 당일 바꾸어 달라고 하는데백화점에서도 잘 바꾸어 주는데이런 일이 어디 있느냐고 나는 나대로 흥분, 봉사자는 성당은 축성의식이 있으므로 백화점의 물건과 다른 것이라고 그 분은 그 분대로 흥분, 팽팽한 언쟁과 동어반복의 실랑이가 큰 소리로 벌어졌다.

폭발적인 목소리로 싸우는 모습을 옆에 있는 남편에게 모두 보이고추태를 남편에게 보였다는 자괴감에 또 다시 슬럼프에 빠졌다. 그 사건 이후 20119월까지 약 6년간 냉담신자로 지냈다.

 

내 성격은 소심하여 세상의 잣대에 나를 맞추는 기질이 강한 말하자면 체제순응형이다. 그러나 그 잣대가 많아져 나를 휘감으면 갑갑함과 스트레스를 느끼며 탈출을 시도하는 듯 하다.

이런 성격은 어린 시절 아버지의 하지 말라잣대에 기인 한 것 같다. 공부만을 원했던 아버지는 소위 말하여 모든 노는 것을 금지 했다. 소설책 읽는 것, 수영 스케이트 자전거 타는 것, 교회 다니는 것, 늦은 귀가나 외박 등이 금지사항이었다. 갑갑한 굴레였으나 금지사항만 빼면 다정다감한 부친이었으므로 불만을 품은 채 그 굴레를 감수하며 성장하였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린 그 때도 불만이 고조되어 턱까지 이르면 심통을 부려 탈출을 시도했나 보다. 결혼할 때 친정 어머니가 현재의 나의 남편에게 쟤가 심통이 있긴 하나 착한 아이라네했다는 걸 보면

 

세월이 약이라고. 다시 성당에 나갈 용기가 생겼다. 소원 했던 성물방에 다시 들어갈 수 있는 뻔뻔함(?}이 생겼다. 그리하여 201110월부터 주일미사 참배하고, ‘매일미사책자 읽고 묵상하며, 묵주5단 기도 등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고 있는 중인데, 나의 아킬레스건, 나의 모진 혈기폭발병이 언제 또 도질지 걱정이다.

 

예수님이 잃어 버린 어린 양을 찿으시듯, ‘잃어버린 은전 한닢을 소중하게 여기시듯, 내면의 불완전한 나의 모습도 예수님이 사랑함을 믿고, 이런 나를 견디며 소중하게 여기는 남편에게서 문득 예수님의 모습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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