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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감사일기

발표를 할것인가 말것인가

 

 

 

발표를 할것인가 말것인가 (2011.11.26)

 

 

 

얼마전 문학교실 시간에 발표할 수필 혈기폭발병을 썼다. 내용은 견진성사 받는 날 대모님 한테서 선물로 받은 나무십자가상을 성물방에서 교환하려다, 그곳 봉사자님과 축성을 받았네, 안 받았네로 실랑이가 생겨 고성이 오가고그리하여 삐졌다고 할까, 자괴감이 들었다고 할까하여 6년간의 냉담신자로 지내다가성당에 다시 나가면서 그때의 상황과 사연 및 소감을 글로 풀어 쓴 글이다.

 

글을 써놓고 이 내용을 문학교실에서 발표하는 것이 괜찮을까 고민이 되었다. 요즘은 자기PR, 자기마케팅, 신비주의 등 이런 것들이 생존경쟁에서 먹혀들어가는 전략이라고 하는데 스스로 본인의 치부, 약점을 드러내는 행위가 과연 옳은 행동인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약간은 부당하다고 느꼈던 그때 감정은 흐르는 물처럼 흘러갔는데, 지금와서 뒤집어 속을 보여 시시비비를 가리는 꼴이 되므로 치졸한 행위로 보이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6년동안 꽁꽁 묻었다가 애써 정리하여 쓴 글이므로 발표하여 주변 사람들의 동의 혹은 공감이라도 얻어내고 싶은 욕심 또한 없지 않았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

혹여 발표하고 나서 남들은 분명 뭐라고 그러지도 않을텐데 스스로 발가벗은 것처럼 느끼면서 부끄러워 쥐구멍을 찿는 심정으로 전전긍긍하지나 않을까. 읽은 분들이 어리석은 하는 기질, 어렸을 때 심통이 있었다는 이 내용만 기억하면 어떡하나. 혹시 나의 이미지가 이것으로 굳어버려 품격 낮은 사람, 깔보아도 될 사람으로 치부되면 어떡하나. 근심이 근심을 불러와 말도 되지도 않을 염려까지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가 발표하기로 작정한 것은 박 완서 작가의 수필 어른노릇, 사람노릇’(작가정신) 책에서 나는 나쁜 사람일까? 좋은 사람일까? ’라는 글을 읽고 나서이다. 그 글의 내용은 요점만 추리면 다음과 같다. 박완서 작가 댁으로 배달되어야 할 10권의 문예책이 같은 이름의 이웃한 다른 아파트로 배달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전화로 그 연유를 알아보는 과정에서 심기가 불편해진 박완서 님이 흥분으로 갈라진 째지는 듯한 고음으로 원칙대로 지금 당장 그 책을 가져오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그 날 밤늦게 책이 도착했는데 배달온 사람은 15~16세 가량의 작은 소년이었고, 그 소년을 보자 후회하면서 본인의 설교조의 쟁쟁한 그 소리에 진저리가 쳐져 잠을 못 이루었다는 내용이다.

박완서 작가과 같이 유명한 사람도 흥분으로 갈라진 째지는 듯한 고음으로 일을 처리하기도 하며, 그러한 사실로 인하여 비애를 느끼고 진저리가 쳐져 잠을 못 이루기도 했으며, 그런 내용을 책으로 발표하기도 하여 만 천하에 공유하지 않는가. 이에 위안과 용기를 얻어 나의 수필 혈기폭발병을 발표하기로 했다.

 

불교에서 말하는 자비란 무엇인가? 자비의 자는 함께 기뻐한다는 뜻이고, 는 함께 신음한다는 뜻이 아닌가? 책에서 함께 비를 느껴 외롭지 않고, 판단해야 할 행동의 기준을 찿으니 이 아니 즐거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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