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취미, 야생화 관찰
나의 취미는 ‘야생화 관찰, 식물 이름 알기’ 이다. 2006년 3월부터 시작했으니 대략 5년쯤 된 것 같다. 일주일에 한 두 번 인근의 산이나 공원, 수목원에 나가 꽃을 관찰하고, 사진을 찍고, 도감을 펼쳐 이름을 알아낸다. 주로 가는 곳은 중앙공원, 탄천변, 율동공원, 맹산, 남한산성 등의 가까운 곳이나 가끔 아차산, 수리산, 관악산, 북한산, 도봉산 등의 약간 먼 곳도 간다. 나무 이름 표찰이 붙은 오산의 물향기수목원, 은행동의 성남시립식물원, 홍릉국립수목원 등은 자주 가서 그때 그때 피는 꽃을 관찰하고 이름을 기억하고 사진을 찍는다.
처음에는 구별이 쉽지 않았다. 모두 비슷비슷한 것 같았다. 도토리가 열리는 참나무류 중에 대표적인 것으로 갈참, 굴참, 졸참, 상수리, 신갈, 떡갈 등 6가지가 있는데, 이들을 구별할 수 있으면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한 것이란 말이 있다. 코르크 수피가 발달한 굴참, 잎자루가 없는 신갈, 떡갈, 잎의 모양이 긴 타원형인 상수리, 굴참 등의 차이를 알기 위해 자주 보고, 되새기고 노력하자 어느 정도 구별할 수 있는 눈이 생기면서 다른 여타 나무들의 이름들도 알게 되었다.
나무들의 이름을 알게 되면서 나에게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그들의 이름을 알아, 그들의 이름을 부르는 순간, 그들이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듯 했고, 그들이 그렇게 사랑스럽게, 대견스럽게 느껴졌다. 어느 해 가을엔가 과천 서울대공원에 단풍 구경을 갔었다. 예전의 나는 대공원의 단풍든 모습을 마치 금수강산 수놓은 한 폭의 산수화 같은 모습으로 뭉뚱그려서 감탄하였다면, 나무의 이름을 알고나서 걷는 대공원 거리는 단풍든 나무마다 살아 있는 하나의 생명체로서 정감있게 다가왔다.
7개의 커다란 잎이 짙은 벽돌색으로 물들어 당당한 키를 자랑하는 칠엽수는 꿋꿋하고 의젓한 아버지의 모습으로 보였고, 그 옆에 노란색 풍성한 잎을 자랑하며 화사하게 단풍든 튜울립 나무는 활달하고 푸근한 어머니 모습으로 다가왔으며, 농염하게 빨간색으로 물들은 벚꽃잎들이 잎자루가 길어 흔들리는 모습은 화려했던 봄날의 핑크빛 추억을 속살거리는 여자들의 명랑한 모습으로 비쳤다. 도로 한가운데 일렬로 죽 늘어선 느티나무들의 단풍색이 붉은색도 있고 주황색, 노랑색도 있으며 이런 색들이 섞인 나무도 있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정자나무로도 불리는 이 나무의 가지에 잎이 달린 모습이 질서정연하여 육군사관 생도들의 제식훈련하는 모습으로 겹쳐 보이기도 했다. 시인이 따로 없었다. 내가 시인이 된 것 같았다.
그뿐만이 아니다. 어떤 야생화의 첫 만남으로 그 이름을 알때는 그것이 첫사랑으로 바뀌어 버린다. 두 번째, 세 번째 같은 식물을 볼 때는 이상하게도 첫만남 일때의 그 시점으로 되돌아가 그 때의 모습, 그때의 환경, 그때의 정감이 명료하게 떠오르며 잊혀지지 않고 추억하게 된다.
남한산성 지화문(남문)에서 검단산으로 가는 길목 왼쪽 숲 그늘에 무리지어 피었던 얼레지꽃과의 화려했던 만남, 남한산성 동문 건너편 소나무 밑에 고개 수그려 단아하게 피었던 처녀치마의 오롯한 모습, 시구문 밖 눈 덮인 곳에 동그랗게 눈 녹이고 피어있던 앉은부채의 부처님 같은 모습, 무갑산 계곡에 은은하고 운치있는 모습을 연출했던 너도바람꽃의 깜찍한 자태 등 떠올리면 첫사랑의 추억으로 일련의 기억들이 소중하게 내 마음의 보석으로 차곡 차곡 쌓여가고 있는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것’ ‘사랑하는 만큼 삶이 풍요로울 수 있다는 사실’ 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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