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단상. 감사일기

요리하는 행복

<요리하는 행복>

 

작년(2011년) 대학을 졸업한 작은 딸이 제2금융권에 취업이 되었다. 1개월의 연수과정을 거친후 3월 부터 직장에서 일하게 된 딸은 점심시간에 동료들과 함께 회비를 내어 밥도 짓고 반찬을 사서 공동으로 해먹는다고 한다. 그런데 가끔은 나에게 동료들과 함께 먹을 반찬을 해달라고 주문을 한다.

 

나는 30여년간 중학교 교사로 근무하다 올해 2월에 명예퇴직을 했다. 그 동안 '일중독 및 직장우선'의 오래된 습성을 가지고 있던터라 항시 마음 속 깊숙이 두 딸들에게 여느 엄마처럼 희생과 봉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가진 엄마였다. 엄마의 사랑을 보여 줄 절호의 기회가 왔다는 생각에 한껏 솜씨를 발휘하여 동료들과 함께 먹을 요리를 충분한 양을 생각하여 만들어 보낸다.

 

한번은 두부를 기름에 지져, 청양고추를 다져넣은 양념장을 고명으로 얹어 보냈다. 직장에서 돌아온 딸은 "엄마, 평소에 집에서도 그렇게 하지. 왜 안 했어! 동료들이 음식 보고 모두 '와' 했어." 한다. 딸의 칭찬에 고무되어 해달라는 요리를 군말없이 만든다.

 

계란말이를 해달라는 딸의 주문에 평소에 반찬가게에서 파는것 처럼 예쁜 계란말이가 되지 않았기에 인터넷을 찿아 보았다. 인터넷의 레시피처럼 계란을 말은 후 계란물을 다시 붓고 말기를 5~6번 반복하였더니 내가 봐도 예쁜 계란말이가 되었다.

 

단백질이 먹고 싶다고 하여 돼지고기 두루치기를 만들어 보내고, 국이 없어 국물이 필요하다고 해서 나박김치를 만들어 보냈다. 얄팍하게 썰은 무우를 소금간을 했다가 노란 고갱이 배추 썰은 것과 갖은 양념을 넣어 따뜻한 물을 붓고 간을 맞추어 밤새도록 익힌 다음  아침에 오이, 당근, 붉은고추, 청양고추, 사과, 배 등을 예쁘게 썰어 색깔과 모양을 내어 고명처럼 띄어 보냈다.

 

그 날 오후 퇴근하여 돌아온 딸이 "엄마, 선배님이 나박김치로 부업하시래! 맛있어서 한그릇 모두 마셨다고 하시네." 한다. 딸은 "저희 엄마가 김치는 잘 못하시는데 나박김치만은 잘하세요." 했단다.

 

삶에서 소중한 것이 이런 소소한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가족공동체 일원으로서 삶의 충족감을 느끼며 사는 것삶의 풍요로움과 행복을 높일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에 가치의 우선순위를 부여해 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본다.

 

- 2011년 3월 수산나 -

 

 

 

배롱나무꽃 1

 

 

배롱나무꽃 2

 

 

배롱나무꽃 3

 

 

배롱나무꽃 4

 

 

배롱나무 열매

'단상. 감사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중년나이의 인식차이  (0) 2012.02.23
블로그 관리  (0) 2012.02.19
애완견 노령화  (0) 2012.02.14
나에게도 음악을 듣지 않을 권리가 있다  (0) 2012.02.10
남한산성 유원지 에피소드  (0) 2012.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