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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조·성가·기도문

녹음- 신달자

 

녹음

 

무거워 보인다

잎새 하나마다 태양이 엉덩이를 깔고 누웠는지

잎새 하나마다 한채 눈부신 궁궐이다

그 궁궐 호수도 몇 개 거느리고 번쩍 튀어 오르는 물고기들

위로 위로 쏘는 화살처럼 휘번뜩거리는데

이런 세상에 이 출렁이는 검푸른 녹음의 새빨간 생명들이

왁자지껄 껴안으며 춤추며 뭉개며 서로서로 하나로 겹쳐지는데

 

무지 실하다

 

공(空)으로 가기 위해 힘을 불리고 있는 중인가.

 

 - 신달자(1943~ )


 

조선일보/ 가슴으로 읽는 시(2012.4.30) 이다. 장석남 시인이 시평을 했다.

 

-----꽃자리에 녹음이 밀린다. 연록색 새 잎사귀들이 일제히 튀어나오니 들여다 보지 않을 수 없다. 그 안이 놀라워라. 궁궐이다.(잎맥속의 그 서까래를 보아라!) 궁궐은 다시 나뭇가지 전체의 호수가 되고 호수 위로 낱낱의 이파리는 튀는 물고기다.-----

 

***검푸른 녹음의 새빨간 생명들이/ 왁자지껄 껴안으며 춤추며 뭉개며 서로서로 하나로겹쳐지는데*** 이 구절이 마음에 든다...^-^

 

***잎새 마다 궁궐이다...녹음의 새빨간 생명들...어휘가 인상적이다... ^-^

 



신달자(愼達子, 1943년~ )은 대한민국시인이다. 경남 거창에서 출생하였다.부산 남성여자고등학교 졸업 숙명여자대학교 국문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였다. 1972년 《현대문학》에 〈발〉,〈처음 목소리〉가 추천되어 문단에 등단했다. 시집으로 《봉헌문자》,《겨울축제》,《모순의 방》,《아가》, 산문집으로 《백치애인》 등이 있다. 한국시인협회상을 수상했으며, 명지대 문예창작과 교수를 역임했다.

신달자의 시는 평이한 어법으로 일상사의 이야기를 하거나 대상을 관찰하고 있지만, 결코 평이한 시가 아니라는 평가를 받는다. 평범한 사람들은 결코 볼 수 없는 삶의 본질에 대한 순간적 깨달음을 시인 특유의 상상력으로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랑물봉선

 

노랑물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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