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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감사일기

재능 기부(2012.5.11)

< 재능 기부>

 

나의 남편의 취미는 사진 찍기이다. 카메라를 사서 처음에는 새를 찍으러 다녔다. 나무가 있는 숲에서 오색딱따구리, 쇠딱따구리, 어치, 박새, 쇠박새, 진박새, 곤즐박이, 참새, 오목눈이, 붉은머리 오목눈이, 직박구리, 딱새 등을 찍고 물가에서 할미새, 굴뚝새, 고방오리, 비오리,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 백로, 쇠백로, 중대백로, 왜가리, 해오라기 등을 찍었다. 남편과 같이 다니며 어깨너머 새들의 모양을 보게 되고 망원경으로도 바라보아  쬐금(?) 알게 되었다.

 

그런데 남편이 카메라 촬영의 목표물을 방향 전환 했다.  야생화 찍기로 돌아선 것이다. 덕분에 그 동안 몰랐던 얼레지, 노루귀, 반하, 꽃마리, 복수초, 히어리, 풍년화, 누리장나무, 두충, 때죽나무, 너도바람꽃, 변산바람꽃, 조개나물, 큰개불알풀 등 수도 없이 많은 식물들의 이름을 쬐금(?) 알게 되었다. 요즘도 사진촬영하러 들로 산으로 가는데 새 보다는 야생화 위주로 사진을 찍는다.

 

남편의 고등학교 동기 중에 부인이 성악을 전공하여 오페라 단장을 하고 있는 친구가 있다. 우리 결혼식 때 그 친구의 부친이 **대학교 교수 였는데, 주례를 부탁드려서 부친이 결혼식 주례를 맡아 주시기도 했던 친구이다. 해마다 그 친구 부인이 이끄는  오페라단이 공연을 하므로 고등학교 친구 동아리들이 부부동반으로 연중행사 처럼 공연을 보러간다. 그러다가 남편의 사진촬영이 취미인 걸 아는 친구가 오페라 공연 리허설 할 때 사진 촬영을 부탁했다. 그래서 3년전 부터 남편이 공연 전 리허설 때 사진을 찍으러 간다.  작년 2011년 내가 명퇴하여 시간적 여유가 있으므로 사진촬영 하는 날, 즉 공연 리허설 날 나도 더불어 같이 가서 남편은 사진을 찍고, 나는 오페라 공연 관람을 한다. 무대가 바로 보이는 가장 좋은 로얄박스에 앉아 오페라를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러나 남편의 사진 찍는 작업이 그리 녹록하지만은 아닌 것 같다. 올해도 3월 27일~ 28일 공연 리허설이 있었는데, 출연진이 더블캐스팅이라 이틀 연속 출장하여 사진촬영한 것이 하루 500장 정도로 1,000여장이 된다고 했다. 그 날 사진 찍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사진을 잘 보정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한다. 일상생활을 하면서 보정작업을 해야하므로 시간이 상당히 소요되는 듯 하다. 매일 매일 보정 작업을 하는 것 같은데도 오늘(2012년 4월11일)에야 겨우 완성되었다고 만세(?)를 부른다. 무려 44일의 시간이 걸린 것이다...^-^ 

 

남편 취미 덕분에 새들의 모양을 알게되고, 야생화의 모습도 알게되고, 오페라의 공연도 로얄박스에 앉아 감상하는 복(?)을 누리기는 해서 좋지만... 재능기부한 남편도 과연 행복할런지 궁금하다...ㅎㅎ...^-^   

 

- 2012.5.11.(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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