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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야기·꽃말

점나도나물..씨의 공중부양/개미자리..별이 잠자는 풀, 나는 당신의 것

점나도나물..만유인력 거부하는 씨의 공중부양

 

 

점나도나물이란 이름은 잎 끝에 검은 색이나 적갈색의 작은 점이 있어 지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학명을 보면 Cerastium holosteoides var. hallaisanense으로 잎 끝의 점보다는 열매 모양과 발견 장소를 더 중요시하고 있다.

속명 Cerastium은 그리스어의 각이나 뿔 모양을 뜻하는 cerastes에서 유래되었다. 이는 점나도나물의 열매가 뿔을 닮았다고 본 것이다. 종(소)명인 holosteoides 는 완전한 뼈 모양을 뜻하고 있어 이 역시 열매의 딱딱함을 빗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변종에 붙이는 hallaisanense는 점나도나물이 처음 발견된 한라산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보면 점나도나물은 한국특산식물로 보아도 되지 않을까?

키는 10~30cm로 작고 꽃은 지름이 1cm정도로 작고 화려함도 없다. 그런데다 줄기, 잎 가장자리와 겉, 꽃(열매)자루, 꽃받침의 겉 등 거의 모든 부위에 짧고 가는 흰 솜털 같은 선모(腺毛, 샘털)가 많아 끈적거린다. 손으로 만지면 손가락에 달라붙기도 한다. 그래서 그다지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두해살이풀에 불과하다.

사람들이 거들떠보지도 않는 하찮은 풀을 관찰하면서 여러 번 놀랐다. 1㎜도 안 되는 작은 씨가 물에 넣자마자 가라앉는다든지, 그 작은 씨에 수많은 돋음 점이 있다든지, 열매 위 끝이 10조각으로 벌어져 왕관 같게 되는 것을 보면 신기하기까지 하다.

이보다 더욱 흥분한 일은 위를 향한 열매 안의 허공으로 씨가 올라와 공중에 떠 있는 일이었다. 분명 열매 안의 위는 비어 있는데 씨는 아래서 위로 스스로 올라와 벌어진 위를 빠져나와 땅으로 떨어졌다.

어떻게 빈 공간으로 씨가 올라오며, 올라온 씨는 아래로 내려가지 않고 열매 속 공중에 떠 있는 걸까? 그 뿐 아니다. 벌어진 열매 끝을 위로하고 손으로 살짝살짝 쳤더니 놀랍게도 씨가 아래로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위로 올라와 밖으로 나왔다.

열매 안 공중에 떠 있는 씨
위 끝이 벌어진 열매
하도 신기하고 궁금하여 열매를 잘라서 안을 보았으나 열매 안 껍질에서 특별한 것을 찾지 못했다. 물체는 공중에 놓으면 만유인력의 법칙에 따라 아래로 떨어지게 되는데 이상하게도 점나도나물 열매 안의 씨는 한 번 올라오면 그냥 공중에 떠 있다가 밖으로 빠져나오기도 했다.

물론 많은 열매는 익으면 수평을 이루거나 아래를 향하고 끝이 벌어져 씨가 열매 밖으로 빠져나가기 쉬운 모습을 한다.

꽃봉오리는 꽃받침 속에 들어 있다. 그러나 꽃이 피면 꽃받침과 꽃잎 길이는 거의 비슷하다. 꽃잎은 5장이나 각 꽃잎 끝 가운데가 2개로 갈라진다. 꽃받침은 5조각으로 꽃잎 사이에 놓인다. 꽃받침은 긴 타원형이며 가장자리에 희고 투명한 막질이 날개처럼 붙어 있다.

날개는 너비가 0.2~0.3㎜며 여기에는 털이 없다. 크기는 길이 4~5㎜, 너비 1.0~1.2㎜, 두께 0.05㎜다. 이 꽃받침은 열매가 익어 끝이 벌어지고 씨가 빠져나가도 열매 겉에 찰싹 붙어 있다. 꽃받침은 열매를 극진히 아끼고 사랑하는 듯하다. 암술머리는 5갈래로 갈라진다.

열매 안 돌기에 붙은 씨
벌어지지 않은 열매
열매는 초기에는 털이 복슬복슬한 꽃받침 안에 들어 있다. 위 끝이 뾰족한 긴 달걀형이다. 익을수록 꽃받침이 벌어지고 그 위로 매끈한 열매가 솟아 나온다. 대체로 열매는 꽃받침보다 1/2~1배정도 길다.

벌어지기 전 열매는 길쭉한 호리병 모양이다. 아래는 꽃받침이 딱 붙어 있어 긴 연꽃무늬가 새겨있는 듯하다. 위 끝은 뾰족하고 거기에 암술머리 5갈래가 하나로 모여 짧은 침 모양을 한 털이 달린다.

완전히 익으면 위 끝이 10갈래로 갈라지고 옆으로 벌어져 주둥이가 별처럼 생긴 긴 호리병 같다. 색은 초기에는 녹색이며 익으면 흰빛이 도는 누런색이다.

크기는 길이 7~11㎜, 지름 2.5~3.5㎜다. 광택은 없다. 열매껍질은 반투명하고 선모가 없이 매끈하고 세로의 얕은 주름이 있다. 물에 뜬다.

꽃받침과 열매 사이에는 꽃잎 같은 것과 흰 실 같은 막질이 여러 개 끼어 있다. 수술 역시 꽃밥이 터져 꽃가루를 날려 보낸 모습으로 마른 채 붙어 있기도 하다.

열매는 익으면 위 끝이 10갈래로 갈라져 씨를 밖으로 내보낸다. 열매 속에는 수십 개의 씨가 들어 있다. 껍질은 두께는 0.02~0.03㎜로 반투명하고 딱딱하지는 않지만 질기다.

익은 씨
열매자루는 1~7㎜로 달리는 순서에 따라 차이가 커 나중에 달리는 열매(이삭의 위에 달리는 열매)일수록 짧고 지름은 0.1~0.15㎜다. 열매 안의 아래 가운데에는 길이 1~2㎜, 지름 0.5㎜의 녹색돌기가 1개 있다. 이 돌기에는 겉에 점 같은 손가락이 있고 여기에 씨가 붙는다.

씨는 납작한 세모 모양이다. 겉에는 돋음 점이 빽빽하다. 색은 초기에는 흰색이며 익으면 갈색이나 적갈색이 된다. 크기는 한 변이 0.5~0.8㎜, 두께는 0.2~0.3㎜다. 광택은 없다. 물에 익은 씨는 물론 덜 익은 씨도 가라앉는다.

씨 알갱이는 희다. 씨껍질은 0.01㎜로 얇으나 부드럽지는 않다.
점나도나물 속에는 점나도나물, 유럽점나도나물, 북선점나도나물, 북점나도나물, 각시통점나도나물, 큰점나도나물 등이 있다. 이들의 특징을 다 알고 구분하자면 뇌에 쥐가 날 것 같은데 이런 일을 하는 분들이 있다. 그들이 존경스럽다.

모든 물체는 위에서 아래로 떨어진다. 그런데 점나도나물 씨는 열매 안 허공에 그대로 떠 있다가 열매 밖으로 나온다. 믿기지 않는 일을 보고나니 내가 혹시 잘 못되지 않았는지 이상했다. 그래서 의사가 환자를 검진하듯 나는 아주 천천히, 아주 자세히 스스로를 돌아보기도 했다.

 

 

점나도나물의 줄기 색은 흑자색이 많지만 같은 식물체에서도 그 색의 정도가 차이가 많은 것 같아요. 유럽점나도나물의 줄기는 담록색에 가까워요.

 


 

개미자리..별이 잠자는 풀, 나는 당신의 것

 

 

개미자리는 햇볕이 잘 드는 길가나 척박한 땅 아무데서나 잘 자란다. 하지만 개미자리의 참 멋은 담벼락 밑이나 키 큰 나무 아래의 그늘아래서 난다. 햇빛도 잘 안 드는 큰 나무의 밑동 부근의 굳은 땅에 아무렇지 않은 듯 자란다. 줄모양의 반들거리는 푸른 잎을 쪽쪽 뻗고 흰 색의 꽃을 피우고 있는 모습이 신기할 정도다.

꽃이라고 해야 크기는 좁쌀만 하지만 꽃받침 5조각, 흰색 꽃잎 5장, 수술 5~10개, 암술 5개와 씨방이 있는 완전한 갖춘꽃이다. 암술은 자세히 보면 털이 많아 깃털 같다. 흰색의 꽃잎은 녹색의 꽃받침 사이로 나 있어 녹색별과 흰색별을 어긋나게 포개 놓은 듯 아름답다. 꽃잎과 꽃받침이 어깨동무 하고 빙 둘러선 듯 앙증맞기도 하다.

자라는 모습은 누운 듯 앉아 있고, 앉은 듯 서 있다. 폭풍이 불어 거목은 쓰러져도 폭풍에 당당히 맞서면서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아주 평화롭다. 작고 여린듯하지만 강하다. 큰 나무의 잎이 바람에 흔들릴 때 잎 사이사이로 아주 조금씩 내려오는 햇빛을 받아 응달에서도 아주 여유 있게 산다.

개미자리란 이름은 개미가 사는 곳에 잘 자라서 부르게 되었다는 설과 반대로 개미가 이 풀꽃을 좋아해 많이 찾아온다고 하여 이름 지었다는 설이 있다. 나는 후자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왜냐면 관찰한 바로는 이 풀꽃이 자라는 곳에는 대체로 개미가 들끓지만 개미가 득실거리는 곳이라도 이 풀꽃이 없는 곳이 있기 때문이다.

개미자리라는 이름도 좋지만 더 아름답고 정겨운 이름은 별이 잠자는 풀이라는 이름이다. 별은 밤에는 하늘에서 반짝이다 낮이 되면 땅으로 내려와 개미자리 꽃 위에서 잠을 자는 모양이다. 한문으로 성숙초(星宿草)라고 하며 칠고초(漆姑草) 개미나물이란 이름도 가지고 있다. 서양에서는 하얀 클로버(A white clover)나 Pearlwort라고 부른다.

열매는 겉에 꽃받침 5조각이 붙어 있는 둥근꼴 타원형이다. 색은 초기에는 녹색이며 익으면 녹색 빛이 나는 갈색이나 누런빛이 도는 흰색에 가깝다. 크기는 길이 2.0~4.0㎜, 지름 1.5~2.0㎜다. 광택은 없다. 겉은 매끄러운 편이다. 물에 뜬다.

열매는 잎겨드랑이나 줄기 끝에서 1개의 열매자루가 나와 1개씩 달린다. 열매자루는 둥글고 길이 5~15㎜, 지름0.1㎜정도다. 열매는 익으면 위가 5조각으로 갈라지고, 옹기종기 모인 흑갈색 씨가 얼굴을 내민다. 벌어진 열매껍질은 옆으로 퍼지고 끝은 약간 뒤로 젖혀진다.

그 모습은 가운데에 모래알 같은 흑진주가 여러 개 박힌 별 같다. 일부 위의 씨가 빠져나간 것은 씨가 붙었던 여러 개의 흰 손가락이 흑갈색 진주 속에 드러나 있어 더욱 아름답다. 씨가 다 빠지면 열매 껍질 안에는 수십 개의 손가락 같은 돌기가 보이며 전체로는 마른 꽃 같다.

열매껍질은 딱딱하며 두께는 0.1㎜이하다. 열매 겉에는 털이 없으나 털이 많은 것처럼 보인다. 그것은 열매에 붙은 꽃받침 탓이다. 꽃받침 겉에는 잔털이 많다. 꽃받침 조각 하나하나는 긴 타원형이며 길이는 열매의 1/2~3/4, 너비는 벌어진 열매껍질 조각보다 약간 좁고, 두께는 0.1㎜다.

줄기는 잎이 나는 아래 부분은 마디가 뚜렷하고 윗부분으로 올라갈수록 마디모양이 분명하지 않다. 열매가 달린 줄기를 끊어서 물속에 담가 놓았더니 시든 잎과 줄기가 싱싱하게 살아나고 열매도 벌어져 씨를 쏟아 냈다. 1개 열매에는 수십 개의 씨가 들어 있다.

씨는 위쪽은 넓고 아래는 좁은 달걀을 세로로 3~4등분한 모양이다. 물론 달걀모양도 있다. 눈으로 보면 갈색 먼지가루 같다.

색은 초기에는 흰색이며 익으면 갈색, 흑갈색, 검은 색이 된다. 크기는 0.3㎜미만이어서 길이, 너비, 두께 등을 재기가 어렵다. 광택은 없으며 겉은 매끄럽게 보이나 확대해서 보면 짧은 가시돌기가 빽빽하다. 물에 가라앉는다.

개미자리는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풀꽃이다. 조금의 햇빛과 흙먼지만 있어도 앙증맞은 꽃을 피운다. 열매는 어떻고, 가느단 열매자루를 곧추세우고 꽃처럼 웃으며 씨를 출산하는 모습이 신성하기까지 하다.

‘나는 당신의 것’이란 꽃말은 또 어떤가? 이래서 별이 낮엔 개미자리 풀꽃으로 내려와 잠을 자고 밤에는 하늘로 올라가나 보다.

개미야, 낮엔 별이 잠자도록 개미자리 풀꽃을 아주 살살 건드리면 어떻겠니?

 

<덜익은 열매 안 씨>


[유기열 박사 프로필]

농학박사, 대학강사 국립수목원 및 숲연구소 해설가 GLG자문관 한국국제협력단 전문가 시인 겸 데일리전북(http://www.dailyjeonbuk.com)씨알여행 연재작가 손전화 010-3682-2593 블로그 http://blog.daum.net/yukiyull

 

 

점나도 나물

 

점나도나물

 

개미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