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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조·성가·기도문

할머니의 새끼―신기섭(1979~2005) 수암골 벽화 2장

 

할머니의 새끼

 

빨랫줄 잡고 할머니 변소 가네요
땅을 비집고 올라온 느릅나무 뿌리처럼
돌아간 왼쪽 발목 왼쪽 손목은
자꾸만 못 간다, 못 간다, 하는데도
할머니 손에 빨래집게 하나, 둘, 셋, 넷……
계속해서 밀려가고 영차영차
할머니 변소에 막 당도했네요
때려치운 공장의 기계 돌아가는 소리처럼
매미들이 지겹게 우네요
말벌 한 마리 슬레이트 변소 지붕 끝을 툭
툭 건드리고 있네요

이놈아, 변소간 천장에 매달아놓은 줄
또 라이터로 지졌냐!

할머니 변소 문을 활짝 열어놓고 앉아
씨부랄 새끼, 한 말씀 하시네

 

―신기섭(1979~2005)

조선일보/가슴으로 읽는 시(2012.7.13)이다. 장석남 시인의 평이다.

 

시(詩)가 고상한 말씀들의 성전(聖殿)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조금만 맞는 생각이다. 사람의 생(生)이 그렇게만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시가 자연의 아름다운 풍경을 노래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직 많지만 그것도 아주 조금만 맞는 말이다. 인생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비루하고 고통스러운 삶이 여기 있으니 손주 하나와 병든 할머니가 슬레이트 화장실이 마당 건너에 딸린 집에서 살아가고 있다. 살아가고 있다는 말이 맞는가? 견디고 있다고 해야 하겠다. 악취 나는 변소에서 손자는 왜 천장에 매달아놓은 줄을 매번 지졌을까? 그렇게 울었던 것이다. 이 소년, 어찌하여 일 년 동안만 시인으로 살다 갔을까. 나는 시무룩하다.

 


엉엉슬프다...가슴이 미어진다...답답하고 막막하다...살기 위해 노력한 젊은 인생을 하느님은 왜 데려가셨는지??...착한 사람은 먼저 데려가고...악한 사람은 기회를 주기 위해 늦게 데려간다는 말이 있는데...??...하늘에서 부모님, 할머니 만나 행복했으면 한다...^-^

신기섭

생몰: 1979년 ~ 2005년 12월 4일 (향년 26세) | 양띠

데뷔: 200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 '나무도마'

학력: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

시인 신기섭(26)씨가 2005년 12월4일 교통사고로 타계했다.

경북 문경 출신으로 지난해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한 신씨는 올해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 '나무도마'가 당선돼 등단했다. 그동안 20여편의 시를 발표했으나 생전에 시집을 내지 못했다. 신씨는 5일 화장돼 경북 영천 만불사에 안치된 것으로 전해졌다.

 

청주 수암골 벽화마을 벽화- <화장실>

 

청주 수암골 벽화마을 공중화장실 벽화 <날개 달린 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