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오피니언 박해현 논설위원 입력 : 2012.08.28 22:17
1960년대 영어에서 '키덜트(kidult)'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아이(kid)와 어른(adult)을 합친 말이다. 처음엔 어른과 아이 모두 즐기는 TV 프로그램이나 게임을 가리켰다. 그러다 '애 같은 어른'이라는 새 뜻이 붙었다. 이제 키덜트는 20·30대 중에 장난감을 갖고 놀고 TV 만화영화와 청소년 판타지에 빠진 사람을 이른다. 캐릭터산업도 키덜트를 큰 소비층으로 겨냥하게 됐다.
▶1990년대까지 키덜트는 성인(成人) 생활의 스트레스에 지쳐 유년의 평화를 꿈꾸는 소수 집단의 심리 현상이라고들 했다. 요즘엔 10년 전 X세대에 이어 등장한 신세대의 풍속도로 바라본다. 2005년 주간지 타임은 "요즘 미국 청년들이 빨리 어른이 되지 않으려 한다"고 했다. 스무 살 넘어서도 부모랑 같이 살면서 파티엔 하이틴 차림으로 나가 수다를 떠는 신세대. 그들은 직업과 애인은 자주 바꾸면서도 부모 곁을 결코 떠나지 않는다.
▶미국에서 키덜트가 늘어나는 것은 요즘 20대가 부모 세대보다 경제적 독립을 이루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한다. 25~34세 근로자 연봉이 30년 전보다 17% 떨어졌고 대졸자 66%가 1만달러 넘는 등록금 빚을 안고 있다. 부모들도 자식을 어린애처럼 여긴다. 1982년 이후 출생한 대학생을 조사했더니 31%가 "우리 부모가 내 학점에 대한 불만 때문에 지도교수와 통화를 했다"고 답했다. 취직한 자식을 대신해 회사 상사와 급여와 복지 후생 조건을 상의하는 부모도 있다고 한다.
▶우리 사회에도 키덜트 현상이 번져 가고 있다. 2년 전엔 30대를 '아이에서 어른으로 이행(移行)하는 시기'라고 '위로'한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 엊그제 김난도 서울대 교수가 25~35세를 겨냥한 신간을 내면서 요즘 청춘을 '어른아이'라고 불렀다. 대학생 때 할 인생 고민은 취직 경쟁에 밀려 미뤘다가 서른 무렵에 뒤늦게 스무 살처럼 성장통(痛)을 앓고 결혼도 자꾸 늦어진다는 얘기다.
▶실제로 1991년 남자 27.9세, 여자 24.8세였던 초혼(初婚) 연령이 지난해 각각 31.9세와 29.1세로 높아졌다. 1980년생 작가 김애란은 "386세대와 달리 우리 세대는 취업과 결혼이 이뤄질 때까지 성인식(成人式)이 유예된다"고 했다. 귄터 그라스 소설 '양철북'에선 아이가 스스로 성장을 멈추려고 계단에서 몸을 던져 난쟁이가 된다. 우리 사회는 다 자란 젊은이들을 억지로 눌러 왜소하게 만든다. 그들이 쑥쑥 크도록 경제가 팍팍 성장 그래프를 그리는 날은 언제 올까. 많은 '어른아이'들이 고개를 빼고 까치발을 한 채 그런 날을 기다린다.
2011년 지난해 초혼(初婚) 연령이 지난해 각각 남자 31.9세와 여자 29.1세로 높아졌다....키덜트 세대는 취업과 결혼이 이뤄질 때까지 성인식(成人式)이 유예된다"고 했다. ..경제가 팍팍 성장 그래프를 그리는 날은 언제 올까....많은 '어른아이(키덜트)'들이 고개를 빼고 까치발을 한 채 그런 날을 기다린다....^-^
키덜트현상이 번져가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다...ㅠㅠ...^-^
- 2012년 8월29일 수요일 오전 3시30분 태풍 볼라벤(조랑말)의 여파가 아직 남은 새벽...수산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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