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의 전쟁] 강빈이 임금 재혼에 격분, 말타고 왔다?
강빈(소현세자빈)이 인조가 새 중전을 맞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격분했다. 섭정왕 도르곤(김혁)을 찾아가 세자(정성운)가 조선에 잠시 다녀올 수 있게 해달라고 청했지만 '세자는 안 된다'고 거절했다. 그 대신 강빈에게 조선에 두고 온 자식을 보고 오라고 했다.
강빈은 자신이 번 돈으로 노예시장에서 조선백성 수십 명을 구해 그들을 데리고 말을 타고 달려온다. 이 소식을 들은 인조는 '사대부의 아녀자도 말을 타고 대로를 활보하지 않거늘 그게 무슨 해괴한 짓이냐'며 '대궐 안에 한 발자국도 들어오지 못하게 하라'고 명했다.
14일 방송된 JTBC '궁중잔혹사-꽃들의 전쟁'(극본 정하연, 연출 노종찬) 8회에서 그려진 내용이다.
작가는 왜 이런 무리수를 두었을까? 강빈이 여장부임을 강조키 위해 말을 타고 달려오도록 한 것일까, 아니면 조녀(얌전)와의 첫 만남을 통해 갈등을 촉발시켜 보려고 그런 것일까.
아직은 작가의 의도를 알 수 없으니 잘못했다고 따질 수는 없는 일이지만 사실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다.
세자 부부가 볼모가 되어 청나라 심양으로 떠난 것은 정축년(1637년) 2월이다.
그리고 3년 뒤, 환후 중인 인조를 문병키 위해 세자 혼자 경진년(1640년) 3월7일 서울에 도착, 부왕을 뵈었으나 시종 냉대하는 바람에 한달도 채 안 된 4월2일 속울음을 삼키며 도성을 떠나 심양으로 향했었다.
강빈이 조선에 다녀간 것은 청나라에 간지 7년 만인 1644년이었다. 계미년(1643년) 6월13일 아버지 강석기(姜碩期) 공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청나라 황실에 '아버지 영전에 절이라도 하고 오게 해달라'고 청했으나 허락을 받지 못하다가 어머니까지 와병중이라는 소식을 듣고 세자를 통해 다시 청해 간신히 허락을 받은 것이다. 이번엔 자식들을 불러 올려 볼모로 심양에 두고 세자도 함께 가라 했다.
빈궁의 아버지는 과거에 급제, 관직에 나갔다가 광해군이 인목대비를 유폐하자 정치에 염증을 느껴 벼슬을 버렸었다. 그러다 반정 뒤 복귀해 대사간, 대사성, 도승지 등을 거쳐 이조판서, 우의정을 역임하였다. 그는 공무를 수행할 때도 엄정하고 청렴했었다고 한다. 딸이 세자빈이 되자 왕실은 관례에 따라 사돈집을 수리하고 단장해주는 외에 친족 등 주변 사람들에게 값비싼 예물을 내려주려 했으나 사양했다.
다른 때라면 몰라도 정묘호란 직후여서 온 나라가 혼란스러운데 임금의 사돈이라고 그런 걸 받는 건 적절치 않다는 게 그 이유였다. 그 후로도 사리(私利)와는 담을 쌓고 살았고, 임금의 사돈이라고 행세하는 법 없이 늘 겸손하고 진중했다고 한다.
부친상을 당한지 반년도 넘은 1월20일 궁에 도착한 강빈은 며칠 뒤 시아버지 인조에게 '친정에 가서 아버지 영전에 절하고 와병중인 어머니를 눔병하고 오겠다'고 청했으나 무조건 '안 된다'고 했다.
세자 부부를 수행해온 청나라 호행장(護行將)은 이 소식을 전해 듣고 임금의 용렬함을 비웃으며 도착한지 9일 만인 1월29일 '당장 심양으로 돌아가자'고 재촉했으나, 몇몇 대신들이 나서 호행장에게 며칠 말미를 더 달라고 사정을 해 간신히 허락을 받았다.
반청파 대신들까지 나서 임금에게 '세자빈이 7년 만에 먼 길을 왔는데 지척에 있는 아버지 영전에 절을 못하게 하고, 몸져누운 어머니를 문안하지 못하게 막는 것은 경우가 아니니 세자빈의 왕곡을 허락하라'고 주청했다.
그래도 못 들은 척 하자 이번엔 '부친상을 당한데다 모친까지 병중에 있어 꼭 가서 보고 와야 한다며 청나라 황실의 허락을 받고 왔다는데 부친 영전에 곡도 못하고 모친을 살펴보지도 못한 채 가게 되면 저들이 의아해 하지 않겠느냐'며 친정에 다녀오게 하라고 거듭 청했다.
하지만 인조는 '과인은 지금 갖가지 재변으로 민심이 뒤숭숭해진 것을 걱정하느라 다른 건 생각조차 할 겨를이 없다'는 궤변을 늘어놓으며 끝내 허락하지 않았다. 결국 강빈은 지척에 있는 친정에 가보지도 못하고 2월19일 심양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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