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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이기환의 흔적의 역사]

[이기환의 흔적의 역사]애완동물은 망국의 씨앗?/조랑말 체험 3장

 [이기환의 흔적의 역사]애완동물은 망국의 씨앗?

경향신문/오피니언/이기환 문화체육 에디터

 

“대신들 모두 상복을 입어라. 대부(大夫·재상 바로 밑의 고관대작)의 예로 장사를 지낼테니….”

초나라 장왕(재위 기원전 614~591)에게 아끼는 말(馬)이 있었다. 수놓은 옷을 입혀 호화침대에 재우고, 끼니마다 고기만 먹였다. 그런데 얼마나 먹였던지 말이 비만(肥滿)으로 죽고 말았다.

슬픔에 빠진 왕은 “대부의 예로 장사 지내라”며 “반대하는 자는 죽인다”는 엄명을 내린다. 세상 풍자로 유명했던 우맹이 나섰다. 우맹은 “임금의 사랑을 받은 말이므로 마땅히 임금의 예로 장사를 지내야 한다”고 한술 더뜬다.

“옥(玉)과 가래나무 등으로 관곽을 꾸며야 합니다. 백성을 총동원해서 무덤을 파고, 사당을 세워 태뢰(太牢·큰 제사)를 드리소서. 1만호의 집이 제사를 받들게 하소서.”

태조 이성계가 고려 말 홍건적을 토벌할 때 탔던 말인 유린청, 전투 도중에 화살을 3발이나 맞았음에도 31살까지 살았다. 태조는 유린청이 죽자 석조에 넣어 장사를 지냈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우맹이 풍자로 자신을 꾸짖는 것을 알아차린 장왕이 “어찌하면 좋겠느냐”고 물었다. 우맹이 그제서야 충언의 한마디를 올린다.

“가축의 예로 장사지내십시오. 부뚜막과 구리솥을 관곽으로 삼고. 생강과 대추를 섞어 불을 때십시오. 볏짚으로 제사 지내고 타오르는 불빛으로 옷을 입혀 사람의 창자 속에 장사지내십시오.”

통렬한 풍자였다. 장왕은 군말없이 말(馬)의 시신을 궁중의 음식을 담당하는 대관(太官)에게 넘겼다.(<사기> ‘골계열전’)

■사람의 창자 속으로 장례지내라

조선조 성종의 동물사랑은 유별났다. 1468년(성종 17년) 임금이 “중국에서 낙타를 구입해오라”는 명을 내린다. 구입비용으로 흑마포 60필을 책정한다. 대사헌 이경동이 불가론을 개진한다. 특히 고려의 태조 왕건이 거란이 선물로 보낸 낙타 50마리를 만부교 아래서 굶겨 죽이고, 거란 사신 30명을 유배보낸 이른바 ‘만부교 사건’(942년)을 떠올린다.

“거란의 낙타를 굶어죽인 이유는 오랑캐의 간계를 꺾고 후세의 사치스런 마음을 막으려던 것이었습니다.”

또한 흑마포 60필이면, 콩 400석에 해당되는데 쓸데없는 짐승 한마리를 사려고, 백성의 혈세를 낭비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또 사복시(왕의 수레와 말을 사육하던 관청)가 “원숭이에게 집을 지어주고, 옷을 입히자”는 간하자 동물애호가인 성종이 ‘혹’했다.(1477년) 하지만 좌부승지 손비장이 늑달같이 ‘지적질’에 나선다.

“원숭이에게 무슨 집을 지어주고, 옷을 입힌다는 말입니까. 한 벌의 옷이라면 한사람의 백성이 추위에 얼지 않습니다.”(<성종실록>)

그러면서 “사가(史家)가 역사책에 ‘전하(성종)께서 애완물을 좋아했다’고 쓴다면 어쩌겠냐”고 닥달한다. 백성에, 역사까지 들먹이자 성종은 꼬리를 내렸다.

■애완물 탐익은 군덕을 해치는 일

연산군도 아버지 성종의 피를 물려받아 애완동물을 지극해 사랑했던 것 같다.

궁궐 안에 매와 개(犬)를 모아 태창(太倉·관리의 녹봉 사무를 맡아보던 관청)의 쌀을 풀어 사육토록 했다. 이 때문에 매가 대궐 안 동산에서 떼지어 날고, 사냥개가 궁궐 뜰에 무리를 지어 짖는 일이 발생했다.

동이족의 나라로 알려진 전국시대 중산국 왕릉에서 출토된 개(犬)의 유골. 금은으로 만든 목걸이가 눈에 띈다. 중산국의 개는 당대 ‘북견(北犬’)‘으로 알려져 있었다.

보다못한 대사헌 성현은 ‘주 무왕과 소공 석’의 일화를 줄기차게 인용하면서 ‘제발 학문과 정사에 심혈을 기울여 달라’고 간청한다.

“(궁궐 안에 매와 개가 날뛰는 것은) 남이 보기에도 아름답지 않습니다. 또 이것들을 길러 어디에 쓰겠습니까. 뜻이 거칠어지는 조짐이 애완동물에게 있으니 제발 금수를 기르지 말고 마음을 바르게 하십시요.”

또 있다. 1547년(명종 2년), 사복시정 김천우가 “임금이 탈 수 있는 말이 없으니 요동의 중국말을 수입해오면 어떠냐”고 청을 올린다. <명종실록>을 쓴 기자는 그런 김천우를 “무식하다”며 맹비난한다.

“어린 나이(만 11살)에 등극한 임금을 제대로 계도하지는 못할 망정 중국산 말 교역 운운하면서 완물의 영역으로 계도했구나. 그의 무식함을 알 수 있다.”

참찬관 주세붕도 “왕위를 계승한 초기에는 애완물에 탐익하는 것이 군덕(君德)을 해치는 일”이라면서 어린 임금 명종을 타일렀다.

그로부터 12년이 지난 1559년, 임금의 어마(御馬)가 놀라 날뛰는 일이 발생했다. 그러자 동지경연사 윤춘년은 다시 한 번 중국 말을 수입하자고 건의한다. 애완동물로서의 말이 아니라 임금이 탈 ‘잘 훈련된’ 말을 구하자는 것이었다. 다른 신하들도 맞장구를 쳤다. 그러나 <명종실록>을 쓴 사가는 임금과 대신들을 싸잡아 비판한다.

“모두 임금의 비위를 맞추려고 하고 (애완동물로 인한) 재앙을 두려워한 언급이 없었다. (임금과 신하가 정사를 논하는) 경연이 어찌 이토록 그 직분을 잃었는가.”

■애완과 솔신수인

그러고보면 임금 노릇도 할 짓이 아닌 것 같다. 지존의 자리가 좋은게 뭔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이든 할 수 있는게 지존, 즉 임금의 자리가 아닌가.

그런데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폭정을 휘두르는 것도 아니고, 그저 애완동물 한마리 키워보겠다는게 여기저기서 ‘아니되옵니다’를 연발하니 말이다. 심지어는 임금의 애완취향을 반란의 조짐으로까지 몰아버리니…. 그러나 가만 살펴보면 애완취향을 경계하는 대신들의 주장에는 일관성이 있다. 지나치지 말라는 것. 사람, 즉 백성을 먼저 생각하라는 것. 그리고 역사를 두려워하라는 것이다.

임진왜란이 한창이던 1594년(선조 27년), 임금이 거처하는 곳에서 말을 키우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과연 사실이었다. 임금이 암말을 키우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자 사간(司諫) 최관이 나섰다.

“소공은 ‘물건을 애완하면 뜻이 상한다(玩物喪志)’고 했습니다. 맹자는 양혜왕에게 ‘짐승을 몰아 사람을 잡아먹게 한다(率獸食人)’고 했고, ‘마굿간에는 살찐 말이 있는데 백성은 굶주린 기색이 있다(廐有肥馬 民有飢色)’고 했습니다.”

분수에 넘치는 ‘애완’이 가혹한 정치의 상징인 ‘솔수식인’의 고사와 절묘하게 연결되고 있다.

 

 1468년(성종 17년) 임금이 “중국에서 낙타를 구입해오라”는 명을 내린다. 구입비용으로 흑마포 60필을 책정한다. 대사헌 이경동이 불가론을 개진한다. 특히 고려의 태조 왕건이 거란이 선물로 보낸 낙타 50마리를 만부교 아래서 굶겨 죽이고, 거란 사신 30명을 유배보낸 이른바 ‘만부교 사건’(942년)을 떠올린다.

 

흑마포 60필이면, 콩 400석에 해당되는데 쓸데없는 짐승 한마리를 사려고, 백성의 혈세를 낭비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또 사복시(왕의 수레와 말을 사육하던 관청)가 “원숭이에게 집을 지어주고, 옷을 입히자”는 간하자 동물애호가인 성종이 ‘혹’했다.(1477년) 하지만 좌부승지 손비장이 늑달같이 ‘지적질’에 나선다.
“원숭이에게 무슨 집을 지어주고, 옷을 입힌다는 말입니까. 한 벌의 옷이라면 한사람의 백성이 추위에 얼지 않습니다.”(<성종실록>)

 

연산군도 아버지 성종의 피를 물려받아 애완동물을 지극해 사랑했던 것 같다.
궁궐 안에 매와 개(犬)를 모아 태창(太倉·관리의 녹봉 사무를 맡아보던 관청)의 쌀을 풀어 사육토록 했다. 이 때문에 매가 대궐 안 동산에서 떼지어 날고, 사냥개가 궁궐 뜰에 무리를 지어 짖는 일이 발생했다.

 1547년(명종 2년), 사복시정 김천우가 “임금이 탈 수 있는 말이 없으니 요동의 중국말을 수입해오면 어떠냐”고 청을 올린다. <명종실록>을 쓴 기자는 그런 김천우를 “무식하다”며 맹비난한다.
“어린 나이(만 11살)에 등극한 임금을 제대로 계도하지는 못할 망정 중국산 말 교역 운운하면서 완물의 영역으로 계도했구나. 그의 무식함을 알 수 있다.”

임진왜란이 한창이던 1594년(선조 27년), 임금이 거처하는 곳에서 말을 키우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과연 사실이었다. 임금이 암말을 키우고 있었던 것이다.

 

- 2013년 5월13일 월요일...수산나 -

 

 

조랑말 체험 1...제주도...^-^

 

조랑말 체험 2...제주도...^-^

 

조랑말 체험 3...제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