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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오피니언

2007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와 노무현 대통령의 서해북방한계선(NLL) 발언에 대한 의견-14개

 與 "盧는 '반역의 대통령'" VS 野 "남재준은 '제 2의 윤창중"

조선일보/국회 정당/강영수 기자

 

입력 : 2013.06.26 11:38

    
새누리당은 26일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통해 공개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북방한계선(NLL) 발언에 대해 “분명한 이적행위”,“반역의 대통령”이라며 맹공을 퍼부었다.

반면 민주당은 회의록을 전격 공개한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을 향해 ‘매국 원장’, ‘불법공작정치의 행동대장’ ‘제2의 윤창중’이라고 거세게 비난했다.

새누리당 심재철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노 전 대통령이 심심할 때 읽어보라며 김정일 위원장에게 보고서를 건넸는데 이 보고서는 서해북방한계선(NLL), 북핵, 개성공단, 남북경협 등 현안 문제에 대해 각 부처에서 작성해 대통령에게 보고한 국가기밀문서”라고 밝혔다.

심 최고위원은 “어떻게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반국가단체 수괴에게 국가기밀을 통째로 진상하다니 지구상에 이런 일도 있을 수 있느냐”며 “대통령이 앞장서서 이적행위를 한 것이고 국기문란의 중대한 범죄행위를 저지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을 상전 모시듯 하면서 대한민국의 국격을 비하해 참을 수 없는 모욕감을 줬다”며 “헌법 수호라는 절대 책무를 다하지 못한 노 전 대통령의 반(反)대한민국 발언을 명백히 밝히고, 역사에 남겨 후세에 엄중한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우택 최고위원도 “‘위원장과 인식을 같이 한다’, ’NLL을 바꿔야 한다’는 등의 표현은 적 앞에서 영토를 포기한 것”이라며 “이것은 대통령이 지켜야 할 헌법상 책무를 망각하고 영토를 포기한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은 NLL 포기 뿐 아니라 국가안보는 제쳐놓고 김정일의 비위를 맞추는데 급급했던 모습을 보면 국민들은 참담함을 금치 못했을 것”이라며 “이런 것들이 진실로 밝혀진다면 노 전 대통령은 ‘반역의 대통령’이라고 규정지을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정 최고위원은 “민주당 행태는 더 가관이다. 사과는 커녕 문건을 공개한 국정원에 법적 책임을 묻겠다며 협박하고 있다”며 “문재인 의원은 대선기간중 NLL 포기 발언이 존재한다면 책임 지겠다고 여러차례 약속했다. 이제 결과가 나온 만큼 문재인과 민주당은 국민앞에 책임있는 행동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황우여 대표는 “민주당은 그간 ‘NLL은 수호돼야 한다’는 입장을 여러 번 밝힌 바 있는데 최근 민주당 일각에서 ‘NLL 서해평화협력지대 구상이 훌륭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이것이 민주당의 입장인지, 그렇다면 서해평화협력지대에서 NLL은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인지 분명히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황 대표는 또 “민주당은 NLL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의 입장과 같은지, 다른지 분명히 국민 앞에 밝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민주당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공개한 남 원장을 타깃으로 삼았다.

김한길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의 정상회담 발언을 까발리고 비난하는 것은 정상적인 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며 “자기 얼굴에 침 뱉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국정원은 대선개입이라는 국가문란 행위를 덮기 위해서 법절차를 무시하고 정상회담 회의록을 공개하는 것을 작전하듯이 감행했다”며 “남 원장은 국정원의 조직보호를 위해서 국익과 국격에 크게 상처내기를 마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정상회담 회의록이 적법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이미 국민들에게 공개된 이상, 이제 새누리당에게 국회법 절차를 거쳐서 2007년 정상회담 회의록과 그 부속자료를 공개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신경민 최고위원은 “국정원의 정상회담록 공개, NLL 작전으로 우리 외교는 파탄 파멸로 끝났다”며 “남 원장은 정말로 우리나라 국정원장인가. 국정원의 명예만 있고, 우리 외교 우리 나라는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누가 애국이고, 누가 매국인가. 정상회담 회의록은 누가 등급을 정하는가. 국정원 회의록은 국정원 마음대로 결정을 하는가”라며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검찰로 출두해야 할 이런 국정원장을 계속 출근하도록 둘 것인가. 이런 매국 원장을 두둔한다면 우리는 대통령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 것인가”라고 말했다.

양승조 최고위원은 “박 대통령이 임명한 남 원장의 운명은 이제 정해져 있다. 박 대통령의 해임 또는 본인의 사퇴뿐”이라며 “10ㆍ4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공개한 남 원장은 법과 역사 앞에 불법공작정치의 행동대장이자, 대한민국 외교의 파탄 주범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양 최고위원은 남 원장에 대해 “다가 온 국정조사를 덮기 위한 회의록의 악의적 왜곡과 NLL발언 사실왜곡의 정치공작을 계획하고 실행한 범법자이자, 남북 관계를 넘어 자칫 전세계적으로 정치후진국, 국격의 3류화를 가져올 수 있는 제2의 윤창중”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임명권자인 박 대통령은 해임 경질과 대국민사과로 이 사태를 진화하고, 남 원장은 국민과 역사 앞에 이실직고하고 사죄의 무릎을 꿇기 바란다”고 말했다.

우원식 최고위원은 “탈법ㆍ초법적인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를 강행한 새누리당과 국정원으로 보니 연산군의 사초 강제열람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우 최고위원은 “신진사림 출현으로 몰락 위기에 몰린 훈구파는 연산을 사주해서 왕은 절대로 볼 수 없었던 조선시대 금기를 깨고 세조의 왕위 찬탈을 비판한 조의제문에 담긴 사초를 강제로 열람했다”며 “연산은 이를 계기로 자기 자신의 실정과 도덕적 군주의 모습을 갖추기를 요구하는 수많은 선비들을 제거하기 위해 무오사화를 일으켰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연산의 시대, 조선은 어떻게 됐나. 차마 입에 담지 못할 학살과 폭정으로 국민은 굶주리고 나라는 도탄에 빠졌다”며 “언관들은 왕의 폭정이 두려워 간언을 거둬들이고, 왕의 폭정에 대한 비판과 견제는 사라졌다”고 했다.

우 최고위원은 “똑같은 비극이 박근혜 대통령 시대의 대한민국에도 일어나고 있다”며 “이것이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사초 열람을 사주한 훈구파의 악랄한 수법과 무엇이 다른가. 또 만일 이 과정에서 박 대통령이 사주, 묵인 또는 방조가 있었다면 사초를 열람한 연산과 무엇이 다른가”라고 말했다.

그는 “전문 공개로 허위임이 명백히 드러났으니 서상기ㆍ정문헌 의원과 남 원장 등은 이제 조용히 사퇴하고 사죄해야 한다”며 “굴욕, 굴종 따위의 언사로 진실을 왜곡한 사람들은 조용히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우여 대표는 “민주당은 그간 ‘NLL은 수호돼야 한다’는 입장을 여러 번 밝힌 바 있는데 최근 민주당 일각에서 ‘NLL 서해평화협력지대 구상이 훌륭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이것이 민주당의 입장인지, 그렇다면 서해평화협력지대에서 NLL은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인지 분명히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한길 대표는 “국정원은 대선개입이라는 국가문란 행위를 덮기 위해서 법절차를 무시하고 정상회담 회의록을 공개하는 것을 작전하듯이 감행했다”며 “남 원장은 국정원의 조직보호를 위해서 국익과 국격에 크게 상처내기를 마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정상회담 회의록이 적법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이미 국민들에게 공개된 이상, 이제 새누리당에게 국회법 절차를 거쳐서 2007년 정상회담 회의록과 그 부속자료를 공개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김창균 칼럼] "오후 일정 내달라" 일곱 번 조른 盧 대통령

조선일보/사내칼럼/김창균 정치담당 에디터 겸 부국장 

입력 : 2013.06.26 03:22

정권교체 예정된 大選 두 달 전 업적 남기려 쫓기듯 회담 치러
나라 살림은 南이 北 40배인데 거꾸로 김정일에 경협 매달려
정권마다 반복된 對北 저자세가 北의 맹랑한 格 타령 자초한 셈

 

2007년 10월, 2박3일간의 남북 정상회담을 마치고 돌아온 수행원들은 노무현 대통령이 북측과 벌인 기(氣) 싸움을 무용담처럼 전했던 기억이 난다. 노 대통령은 회담 첫날 만찬에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위원장이 한 시간 넘게 강의를 늘어놓자 "다 들은 것으로 합시다"라고 말을 끊었고, 둘째 날 김정일 위원장과의 오전 회담에서 진전이 없자 "이렇게 성과가 없으면 점심 먹고 보따리를 싸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회담에 임하는 김 위원장 태도가 실망스러워 예정됐던 오후 회담을 취소하고 곧장 돌아오려 했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24일 공개된 회담록 속 당시 광경은 딴판이었다. 10월 3일 오전 회담에서 노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오후에 회담 시간을 더 내달라고 요청하는 장면이 일곱 차례 나온다.

①"지금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는데 위원장께서 오후에 시간을 따로 좀 주시면…." ②"아무래도 남은 시간에 많은 말씀을 드릴 수 없을 것 같아서 오후 일정을 좀 잡아주십사 말씀을 드리는 것입니다." ③"여기까지 와서 위원장하고 달랑 두 시간 만나 대화하고 가라고 그렇게 말씀하시면 됩니까. 잡담을 하더라도 위원장하고 시간을 더 보내야 합니다." ④"말씀 드릴 게 더 남았습니다. 아니면 위원장 말씀 그냥 한 시간, 두 시간 듣는 것만이라도…." ⑤ "내가 이것저것 질문하고 싶은 것도 많으니까요. 오후 시간이나 잡아 주십시오." ⑥"오전에 확대 정상회담, 오후에 단독 정상회담 그렇게 알고 올라왔거든요. 아침에 얘기 다 했으니까, 오후에 보지 말고 가라 이러면요…." ⑦"우리 국민들도 두 번, 세 번, 네 번 만나고 오라고.

나한테 짐 지워 보냈는데 한 번 만나고 가면 노무현 쫓겨왔다 쓸 텐데, 위원장께서 날 그렇게 할 겁니까."

그러나 김 위원장은 오전 일정이 거의 끝나도록 "기본적인 얘기는 다 하지 않았느냐"며 딴청을 피운다. 노 대통령도 매달리다 지쳤는지 "오후 시간 내주시는 게 그렇게 어려우시면 나도 내려갈랍니다"라고 한다. 이 발언을 노 대통령 참모들은 "점심 먹고 보따리 싸겠다"고 겁을 준 것처럼 윤색해 전한 것이다. 그제서야 김정일은 "다른 일정을 잡아 놨는데 노 대통령님의 끈질긴 제의에 내가 양보해서…"라며 오후 회담을 받아들인다.

오후 회담도 같은 패턴이 반복된다. 노 대통령이 이런저런 협력사업을 제안하고 이재정 통일부 장관, 김만복 국정원장이 추임새를 넣으면 북측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은 여건이 어렵다는 핑계를 댄다. 마지막 순간 김정일이 끼어들면서 통 큰 양보나 하는 양 받아들이면 노 대통령과 남측 수행원들은 감격스러워 한다. 회담 마무리도 그랬다. 김양건이 회담 결과를 '공동보도문'으로 발표하겠다고 하자 노 대통령은 "선언으로 해 주십시오"라고 부탁하고 김만복 원장은 "7000만 국민이 두 분 정상을 쳐다보고 있다"고 대통령을 거든다. 김정일이 "선언으로 하라"고 선심을 쓰는 것으로 피날레를 장식한다.

얼마 전 남북 대화가 결렬됐을 때 야당 정치인은 "우리 경제 규모가 북의 40배인데 형처럼 아량을 보여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2007년 정상회담록을 읽고 다시 읽어 봐도 남쪽 아우가 북쪽 형님 선처를 바라며 머리를 조아리는 구도다. 왜 입장이 뒤바뀌었을까. 노 대통령이 회담 끝 무렵 "내가 원하는 것은 시간을 늦추지 말자는 것이고…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될지 모르니까… 뒷걸음치지 않게… 쐐기를 좀 박아놓자"고 한 말 속에 해답이 들어있다.

그 회담 일주일 전 갤럽이 실시한 대선주자 지지율 조사에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64.3%, 민주당 정동영 후보 18.9%였다. 대선은 이미 끝난 게임이었다. 남쪽 대통령이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정권 교체 전에 업적을 내놓겠다는 초조함에 쫓기면서 '큰 집' 주인이 '작은 집' 주인에게 매달리게 된 것이다.

김정일은 2000년 1차 정상회담도 화제에 올렸다. "합의문 만들어 봐야 빈 종이짝밖에 더 되겠느냐고 했는데 김대중 대통령이 절대 그럴 수 없다고 좋은 거 하나 내자고 자꾸 독촉을 해서 6·15 공동선언이 나오게 됐다"고 소개했다. 현대를 비롯한 남쪽 기업인들은 북(北)에 오기만 하면 이것저것 허가해 달라고 조른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김양건 통전부장은 회담 내내 이런저런 요청을 하는 이재정 통일부 장관, 김만복 국정원장을 타이르듯 달래며 상대했다. 북쪽이 남북대화에서 양쪽 수석 대표는 두 급쯤 차등을 둬야 격(格)이 맞는다는 맹랑한 주장을 내놓게 된 배경을 짐작할 만하다.


오후 회담도 같은 패턴이 반복된다. 노 대통령이 이런저런 협력사업을 제안하고 이재정 통일부 장관, 김만복 국정원장이 추임새를 넣으면 북측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은 여건이 어렵다는 핑계를 댄다. 마지막 순간 김정일이 끼어들면서 통 큰 양보나 하는 양 받아들이면 노 대통령과 남측 수행원들은 감격스러워 한다. 회담 마무리도 그랬다. 김양건이 회담 결과를 '공동보도문'으로 발표하겠다고 하자 노 대통령은 "선언으로 해 주십시오"라고 부탁하고 김만복 원장은 "7000만 국민이 두 분 정상을 쳐다보고 있다"고 대통령을 거든다. 김정일이 "선언으로 하라"고 선심을 쓰는 것으로 피날레를 장식한다.

얼마 전 남북 대화가 결렬됐을 때 야당 정치인은 "우리 경제 규모가 북의 40배인데 형처럼 아량을 보여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2007년 정상회담록을 읽고 다시 읽어 봐도 남쪽 아우가 북쪽 형님 선처를 바라며 머리를 조아리는 구도다. 왜 입장이 뒤바뀌었을까. 노 대통령이 회담 끝 무렵 "내가 원하는 것은 시간을 늦추지 말자는 것이고…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될지 모르니까… 뒷걸음치지 않게… 쐐기를 좀 박아놓자"고 한 말 속에 해답이 들어있다.

 

한겨례신문/정치 일반

등록 : 2013.06.25 20:17수정 : 2013.06.26 08:08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이 25일 오전 인사청문회 이후 처음으로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기 위해 국회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자 미리 도열해 있던 직원들이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스분석 남북정상 대화록 공개 파문

‘댓글사건’ 다룰 정보위 열리기 전날
군사작전하듯 공개 ‘기막힌 타이밍’
남재준 원장의 비뚤어진 애국관
공룡조직 보호본능에 ‘국익 훼손’

국가정보원의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대화록) 공개 사건은 백주대낮에 벌어진 공공연한 정치개입이다. 음습한 곳에서 공작정치의 하수인 노릇이나 했던 과거와는 전혀 다른 행동이다. 왜 그랬을까?

 

모든 조직에는 조직의 생존 논리가 우선한다. 국정원은 1만여명의 인력을 갖고 있다. 1년에 9000억원 정도의 예산을 쓴다. 거대한 조직이다. 게다가 수장의 뜻에 따라 일사불란하고 민첩하게 움직인다. 24일 오후 대화록을 갑자기 공개하고 나선 배경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최근 며칠 동안의 국회 상황과 국정원의 동향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윤상현 새누리당, 정성호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 20일 오전 6월 임시국회 일정과 관련해 4개 항에 합의했다. 앞의 두 가지가 국정원 관련이었다. ‘전임 원내대표 간에 기합의한 국정원 직원 댓글 의혹 관련 국정조사는 6월 임시회의에서 처리될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여야는 국정원 개혁을 위한 노력을 즉각 개시하기로 합의했다’는 것이었다. 이와 함께 여야는 25일 오전 정보위원회를 열기로 합의했다. 3개월 만에 정보위원회가 열리면 최대 현안인 국정원 정치개입 사건이 다뤄지는 것은 당연한 순서였다.

 

국정원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그 직후였다. 한기범 1차장이 서상기 국회 정보위원장실에 와서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대화록을 보여주고 갔다. 국회가 발칵 뒤집혔다. 국정원은 이날 저녁 ‘정보위의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열람 관련 국정원 입장’이라는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국정원은 자신들이 보관중인 문서가 대통령지정기록물이 아니라 공공기록물이라고 주장했다. 또 민주당의 정청래 간사가 문건은 왜곡된 내용이라고 기자회견을 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그리고 “진위 여부에 대한 논쟁을 불식시키기 위해 국회 요청이 있을 경우 적법 절차를 거쳐 ‘2007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전문 공개를 검토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24일의 대화록 공개를 나흘 전에 이미 예고한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국정원이 대화록을 정말로 공개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야당뿐만이 아니다. 청와대도 국정원의 행동을 예측하지 못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우리도 격랑에 휩쓸렸다”는 표현을 썼다. 새누리당은 문서를 받고 난 뒤 공개 여부를 놓고 우왕좌왕했다.

 

국정원의 이런 행동은 군사작전을 방불케 한다. 적이 예상하지 못한 시점에 1차 기습을 시도해 적의 방어능력을 확인한 뒤 곧이어 대대적인 ‘반격’을 시도한 것이다. 남재준 국정원장은 육군참모총장 출신으로 골수 군인이다. 현역 시절 별명이 ‘독일병정’이었다.

 

25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한 남재준 원장은 ‘문건을 왜 공개했느냐’는 야당 의원들의 추궁에 ‘야당이 자꾸 공격을 하니까 국정원의 명예를 위해서, 직원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서 그렇게 했다. 직원들의 명예회복도 국익이다’는 취지로 답변했다고 의원들이 전했다. 국정원과 군 출신 국정원장, 국정원 직원들의 명예와 사기가 국가이익보다 더 소중하다고 주장한 것이나 다름없다.

 

행동을 먼저 선택하고 논리를 나중에 꿰맞추면 무리가 생긴다. 국정원이 24일 대화록 전체를 의원들에게 넘긴 뒤 발표한 보도자료는 거짓과 궤변으로 가득 차 있다. 국정원은 ‘여야 공히 전문 공개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민주당은 대통령기록관에 있는 원문과 자료를 국회 의결을 거쳐서 적법하게 공개하자고 했다. ‘국론분열 심화와 국가안보 악영향’을 이유로 들었지만, 이 문제로 국론을 분열시키고 안보를 위태롭게 만든 것은 국정원 자신이다.

 

남은 문제는 앞으로의 일이다. 국정원이 뭐라고 주장하든, 이번 사건은 국정원의 국정조사 회피 의도와 청와대의 관리 역량 부재, 남재준 국정원장의 비뚤어진 애국관과 어설픈 명예욕, 공룡 조직의 자체적인 보호 본능 등이 어우러져 터졌다. 이 일로 국익이 얼마나 훼손된 것인지는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당장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부터 박근혜 대통령과 긴밀하고 진솔한 대화를 나누기 어려울 것이다. 가뜩이나 풀기 어려운 남북관계에도 어두운 그림자를 깊게 드리우게 됐다. 역사는 이번 사건을 오래도록 기억할 것이다. 한 가지 건진 것이 있다면 이번 사건으로 국정원 개혁의 당위성을 확인했다는 ‘역설’이다. 어떻게 될까? 지켜볼 일이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국정원의 이런 행동은 군사작전을 방불케 한다. 적이 예상하지 못한 시점에 1차 기습을 시도해 적의 방어능력을 확인한 뒤 곧이어 대대적인 ‘반격’을 시도한 것이다. 남재준 국정원장은 육군참모총장 출신으로 골수 군인이다. 현역 시절 별명이 ‘독일병정’이었다.

 

25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한 남재준 원장은 ‘문건을 왜 공개했느냐’는 야당 의원들의 추궁에 ‘야당이 자꾸 공격을 하니까 국정원의 명예를 위해서, 직원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서 그렇게 했다. 직원들의 명예회복도 국익이다’는 취지로 답변했다고 의원들이 전했다.

 

국정원이 뭐라고 주장하든, 이번 사건은 국정원의 국정조사 회피 의도와 청와대의 관리 역량 부재, 남재준 국정원장의 비뚤어진 애국관과 어설픈 명예욕, 공룡 조직의 자체적인 보호 본능 등이 어우러져 터졌다. 이 일로 국익이 얼마나 훼손된 것인지는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사설] NLL ‘유지’를 ‘포기’로 변질시킨 왜곡의 극치

한겨례신문/사설

등록 : 2013.06.25 20:45수정 : 2013.06.26 02:09

 
새누리당을 비롯한 보수진영의 북방한계선(NLL) 공세는 지난 대선 때 시작되었다. 이명박 정권에서 청와대 통일비서관을 지낸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때 ‘영토 포기’ 발언을 했다고 시동을 걸었다. 그는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단독회담에서 ‘북방한계선 때문에 골치 아프다. 미국이 땅따먹기 하려고 제멋대로 그은 선이다. 남측은 앞으로 엔엘엘을 주장하지 않을 것이며 공동어로 활동을 하면 엔엘엘 문제는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정상회담에 배석했던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김만복 전 국가정보원장, 백종천 전 청와대 안보실장이 즉각 나서 ‘터무니없는 날조’라고 반박했지만, 보수진영은 대통령선거 기간 내내 이를 쟁점으로 제기하며 선거에 활용했다. 이른바 ‘신북풍공작’이다. 대선까지 실제 발언록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여권은 근거 없는 엔엘엘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이명박 정권의 외교·안보 관계자들도 뒤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말할 수 없지만 ‘깜짝 놀란 내용이 있다’며 새누리당의 공세를 뒷받침했다. 이런 분위기는 야당의 문재인 후보에게는 역풍, 여당의 박근혜 후보에게는 순풍으로 작용했다.

 

박 후보가 대통령이 된 뒤 엔엘엘 문제는 물밑으로 잠복했다. 하지만 국정원은 대선 당시 댓글 공작이 밝혀지면서 국회의 국정조사를 받아야 할 처지에 몰린 순간, ‘전가의 보도’처럼 다시 엔엘엘을 끄집어냈다. 그동안 비밀문서이므로 공개할 수 없다고 한 태도에서 돌변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의 전문과 발췌록을 공개했다.

 

그러나 국정원이 공개한 대화록을 보면, 가장 핵심 내용인 노 전 대통령의 엔엘엘 포기 발언을 확인할 수 없다. 정 의원의 애초 발언이 얼마나 짜깁기 왜곡의 극치였는지 알 수 있다.

 

대화록에서 엔엘엘 문제를 먼저 꺼낸 쪽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었다. 그는 “우리가 주장하는 군사경계선, 또 남측이 주장하는 북방한계선, 이것 사이에 있는 수역을 공동어로구역, 아니면 평화수역으로 설정하면 어떻겠느냐”고 말했다.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면 북방한계선 아래의 현재 우리 쪽 수역이 남북 공동 관할로 들어가고, 사실상 영토를 포기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노 대통령은 ‘국제법적인 근거도 없고 논리적 근거도 분명치 않은 것인데’라거나 ‘엔엘엘이라는 것이 이상하게 생겨가지고, 무슨 괴물처럼 함부로 못 건드리는 물건이 돼 있다’라는 구절처럼, 정상으로서 세련되지 못한 표현을 사용하긴 했지만 이런 제안을 결코 수용하지 않았다. 오히려 “(엔엘엘이) 현실로서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며 김 위원장에게 엔엘엘의 현실을 인정하도록 설득했다.

 

엔엘엘을 두고 두 사람이 주고받은 대화를 맥락적 관점에서 해석하면, 지금 시점에서 엔엘엘을 거론해봐야 논란만 가중시키니 서해의 해상 경계 문제는 양쪽 사이에 상당한 수준의 신뢰가 구축된 뒤에 협의하고, 일단 서해평화협력지대를 통해 군사적 긴장을 해소하고 공동 번영의 미래를 열어가자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보는 게 정확하다. 정상회담이 끝난 뒤 발표된 10·4 남북정상선언을 봐도 이런 사실을 알 수 있다. 8개 항으로 이뤄진 이 선언의 다섯째 항에는 “남과 북은 해주지역과 주변해역을 포괄하는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를 설치하고 공동어로구역과 평화수역 설정, 경제특구 건설과 해주항 활용, 민간선박의 해주직항로 통과, 한강하구 공동이용 등을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하였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엔엘엘 포기론으로는 해주가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에 들어간 것을 절대 설명할 수 없다.

 

 

조중동, 교묘하게 사실 왜곡해

 

 

결과적으로 이번에 공개된 정상회담 대화록은 노 전 대통령이 엔엘엘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해상분계선이 합의되기 전까지는 엔엘엘을 지키려고 노력했던 사실을 확인해주고 있다. 그런데도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 등은 일제히 25일치 1면 머리기사 제목을 ‘엔엘엘 바꿔야…난 위원장님과 인식 같아’라고 뽑았다. 전체적인 맥락을 보지 않고 자신의 입맛에 맞는 한 구절을 끄집어내 부각함으로써 전체 뜻을 왜곡하는 못된 수법이다. ‘선 서해협력지대 설치- 후 엔엘엘 문제 해결’이라는 노 전 대통령의 발언 취지는 온데간데없다.

 

박 대통령이 25일 국무회의에서 “우리의 북방한계선도 수많은 젊은이들이 피로 지키고 죽음으로 지킨 곳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노 전 대통령이 엔엘엘을 포기했다는 새누리당과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진영의 억지 공세에 교묘하게 편승하는 발언이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엔엘엘 발언은 더 이상 수많은 젊은이들을 죽음으로 내몰지 않을 평화적 방법을 모색하기 위한 것이었다. 진정 이 땅의 젊은이들의 목숨을 소중히 여긴다면 사실을 호도하며 나라를 분열시키지 말고, 다시는 그런 불행이 재발하지 않는 구조를 만드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한다.

 

이에 대해 노 대통령은 ‘국제법적인 근거도 없고 논리적 근거도 분명치 않은 것인데’라거나 ‘엔엘엘이라는 것이 이상하게 생겨가지고, 무슨 괴물처럼 함부로 못 건드리는 물건이 돼 있다’라는 구절처럼, 정상으로서 세련되지 못한 표현을 사용하긴 했지만 이런 제안을 결코 수용하지 않았다. 오히려 “(엔엘엘이) 현실로서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며 김 위원장에게 엔엘엘의 현실을 인정하도록 설득했다.

 

정상회담이 끝난 뒤 발표된 10·4 남북정상선언을 봐도 이런 사실을 알 수 있다. 8개 항으로 이뤄진 이 선언의 다섯째 항에는 “남과 북은 해주지역과 주변해역을 포괄하는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를 설치하고 공동어로구역과 평화수역 설정, 경제특구 건설과 해주항 활용, 민간선박의 해주직항로 통과, 한강하구 공동이용 등을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하였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메아리/6월 26일] 전직 대통령 수난 시대

한국일보 수정시간 : 2013.06.26 07:5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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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두환 전 대통령. 연합뉴스 자료사진
전직 대통령들이 잇달아 수난을 겪고 있다. 대통령직을 수행하면서 남긴 공과에 대한 평가는 흔히 엇갈리기 마련이다. 잣대를 들이대는 국민의 이념과 성향에 따라 때로 과대평가되거나, 반대로 과소평가되기도 한다. 그러나 대체로 본인 스스로 수난의 빌미를 제공한 과오 탓이 크다. 헌법 규정에 따라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해야 할 책무에 충실하지 않거나 배신한 업보로 볼 만하다.

우선 추징금 문제로 잊을 만하면 여론의 도마에 오르는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의 수난사(史)는 참담한 지경을 넘어 거의 코미디 수준이다. 그 가운데도 전두환 전 대통령은 과거 측근들을 골프 모임 등에 불러 모아 여전한 '위세'를 과시하듯 하면서도 추징금 납부는 완강히 거부, 국민적 지탄을 받았다. 그는 대통령에서 물러난 직후 대국민 사과를 통해 모든 재산을 국가 처분에 맡기겠다고 약속하고도 "재산이 통장 잔액 29만원 밖에 없다"고 말해 국민을 실소하게 했다.

이 원로 코미디언은 지금은 검찰과 아예 숨바꼭질 놀이를 하고 있다. 검찰은 재산 환수를 위해 특별 팀까지 구성, 마지막 남은 신발 한 짝이라도 찾아내겠다고 벼르지만 그는 "의심이 된다면 내 집 마당까지 파 보라"며 맞서고 있다. 큰아들이 해외 조세피난처에 거액 재산을 숨긴 의혹이 새로 드러나면서 추징금 시한을 연장해서라도 은닉재산을 환수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그러나 본인은 수난을 전혀 고통으로 여기지 않는 듯, 늘 건강하고 뻔뻔한 모습으로 버티고 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병이 깊은 상태로 수난을 겪고 있다. 그는 추징금을 거의 대부분 납부했다. 그러나 여기저기 나눠 숨겨놓은 재산이 드러나 마지못해 낸 것이 많다. 동생과 사돈, 심지어 운전기사 명의로 재산을 분산시켜 놓은 사실이 공개되면서 전두환 전 대통령 못지않게 지탄과 비웃음을 받고 있다. 대통령을 지낸 이의 처신이 그리 궁색한 것에 국민은 분노보다 서글픔을 느낀다.

최근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로 평안한 영면(永眠)을 누리지 못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은 새삼 고인의 험난한 인생을 상기시킨다. 고인은 엄연한 해상경계선인 서해북방한계선 NLL을 "무슨 괴물처럼 함부로 못 건드리는 물건이 돼 있다"고 언급, 보수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남북 화해를 위한 단순한 '립 서비스'로 보기에는 정도를 넘었다. 그의 거친 말버릇이 사후에까지 수난을 안긴 셈이다.

도발과 분쟁이 이어진 NLL 해역에 평화협력지대를 만들고 인천과 해주까지 공동경제구역으로 조성하자는 구상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고인은 북한 김정일의 속내를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 채 화해 제스처를 앞세워 결국 지금의 수난을 자초했다.

노 전 대통령의 수난은 전임 대통령들에게서 물려받은 측면도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역사상 첫 남북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5억 달러를 전달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오욕을 겪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 때도 북한의 핵개발 포기를 조건으로 11억 달러가 넘는 경수로 건설비를 지원했다. 북한이 끝내 핵개발에 성공한 사실에 비춰보면, 김 전 대통령이 대북 강경 정책을 자랑할 것도 없다.

올해 초 물러난 이명박 대통령도 누구 못지않은 수난을 감당해야 할 처지다. 재임 중 자랑하던 에너지 자원 외교나 한식 세계화사업은 공연히 세금만 낭비한 결과를 남겼다. 해외 원전사업 수주에 신경 쓰느라 정작 우리 원전의 짝퉁부품 사태를 올바로 처리하지 못한 것도 자신과 국민의 재난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임기가 끝나면 예외 없이 냉정한 비판과 수난을 맞을 공산이 크다.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 등 역사의 거인들도 피하지 못한 숙명이다.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무한한 책임감과 소명의식이 필요한 까닭이다.

 


 

 

최근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로 평안한 영면(永眠)을 누리지 못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은 새삼 고인의 험난한 인생을 상기시킨다. 고인은 엄연한 해상경계선인 서해북방한계선 NLL을 "무슨 괴물처럼 함부로 못 건드리는 물건이 돼 있다"고 언급, 보수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남북 화해를 위한 단순한 '립 서비스'로 보기에는 정도를 넘었다. 그의 거친 말버릇이 사후에까지 수난을 안긴 셈이다.

도발과 분쟁이 이어진 NLL 해역에 평화협력지대를 만들고 인천과 해주까지 공동경제구역으로 조성하자는 구상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고인은 북한 김정일의 속내를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 채 화해 제스처를 앞세워 결국 지금의 수난을 자초했다.

노 전 대통령의 수난은 전임 대통령들에게서 물려받은 측면도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역사상 첫 남북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5억 달러를 전달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오욕을 겪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 때도 북한의 핵개발 포기를 조건으로 11억 달러가 넘는 경수로 건설비를 지원했다. 북한이 끝내 핵개발에 성공한 사실에 비춰보면, 김 전 대통령이 대북 강경 정책을 자랑할 것도 없다.

 

 

박 대통령,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선긋기'

盧전대통령 'NLL포기 발언' 논란, 진실규명 필요성 염두 해석
중국방문 전, 분명한 입장 밝힐 필요성 느낀듯

한국일보/청와대/(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 입력시간 : 2013.06.24 18:25:15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사건에 대해 오랜 '침묵'을 깨고 처음으로 말문을 열었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이례적으로 서한을 보내 '국정원 대선개입 국정조사'를 수용하라고 압박을 가하자, 분명한 답을 줘야할 때라고 생각한 듯 하다. 중국방문 이전에 국내 문제를 어느 정도 정리할 필요성도 느낀 것으로 관측된다.

박 대통령의 이날 언급은 최근 논란이 되는 국정원과 관련된 두 가지 쟁점, 즉 대선개입 문제에 대해서는 확실히 거리를 두는 한편 2007년 남북정상회담 NLL(북방한계선) 관련 대화록 문제는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요약된다.

먼저 박 대통령은 국정원 대선개입 문제에 대한 국정조사 실시를 놓고 불거진 여야간 대치상황에 대해선 자신과는 무관한 일이며, 국조 실시 자체도 국회가 결정할 일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특히 이 문제에 계속 침묵했다가는 야당의 주장대로 정보기관의 '국기문란 행위'를 박 대통령이 감싸는 듯한 인상을 국민에게 줄 수 있다는 상황인식과 정치적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이정현 홍보수석을 통해 밝힌 답변에서 "국정원 '댓글 사건'에 대해 왜 그런 일이 생겼는지, 왜 그런 일을 (국정원이) 했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면서 "대선 때 국정원이 어떤 도움을 주지도, 국정원으로부터 어떤 도움을 받지 않았다"고 잘라 말했다.

또 "야당이 그동안 국회 논의들에 대해 대통령이 나서지 말라고 쭉 얘기해오지 않았느냐. 나는 관여해오지 않았다"며 "그 절차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나설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국회가 논의해서 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박 대통령의 답변은 정국을 급랭시키고 있는 노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여부에 대한 진실 규명의 필요성을 에둘러 피력한 것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박 대통령은 김 대표의 서신에 대한 답변에서 "그래도 국정원에 그런 문제가 있었다면 여야가 제기한 국정원과 관련된 문제들에 대해 국민 앞에 의혹을 밝힐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바로 직전 언급에서는 '국정원 댓글 사건'이라고 명시했지만, 이 발언에서는 "여야가 제기한 국정원 관련 문제들"이라고 표현한 것은 NLL문제를 지칭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박 대통령의 언급을 전하면서 NLL 관련 대화록 공개도 '문제들'에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지금 논의되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 얘기한 거다. 알아서 해석하라"는 답한 것은 이런 해석에 힘을 싣는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 기간 '노 전 대통령 NLL 포기 발언 논란'에 대해 "나라를 지키려는 의지를 확인하려면 NLL 발언을 확인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또 "회담록 공개가 정 어렵다면 적어도 NLL 부분이라도 절차를 거쳐 밝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허태열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 21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 "공공기록물관리법에 따르면 (NLL 대화록은) 대통령기록물이 아니다"라며 "국가정보원법과 국회법 조항에 따르기만 하면 (열람이) 가능하다"고 말한 것도 박 대통령의 이날 언급과 맥이 닿아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은 김한길 대표의 서신에 대한 답변에서 "그래도 국정원에 그런 문제가 있었다면 여야가 제기한 국정원과 관련된 문제들에 대해 국민 앞에 의혹을 밝힐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바로 직전 언급에서는 '국정원 댓글 사건'이라고 명시했지만, 이 발언에서는 "여야가 제기한 국정원 관련 문제들"이라고 표현한 것은 NLL문제를 지칭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대화록 논쟁, NLL 부정했다는 것은 너무 의역"

경향신문/국회 정당/ 임지선 기자 /입력 : 2013-06-26 10:32:49수정 : 2013-06-26 10:32:49

 

 

연세대 최종건 정외과 교수가 “발췌본을 만드는 사람의 독해 실력이 의심스러울 정도”라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괴물’이라는 표현이 거칠어도 NLL의 존재 자체를 부정했다고 주장하기에는 너무 의역”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26일 MBC 라디오에 출연,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에 나온 내용을 두고 벌어지는 쟁점에 조목조목 비판했다.

그는 서상기 새누리당 의원이 주장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보고’ 주장에 “우리 대통령도 6자 회담에 대해서 상세한 보고를 받고 있지 않겠는가”라면서 “김정일 위원장이 ‘김계관 들어오라고 해, 그리고 보고해’, 보고 듣고 난 우리 대통령이 ‘북측의 시각을 듣게 해주셔서 고맙다’고 표현한 것이다. 이것은 정상회담에서 어느 정상회담이든 이야기할 수 있는 상황이고, 정말 명백한 왜곡”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저자세 논란’도 “전체 분위기를 보면 회담 시간부터 여러 가지까지 김정일에 이해를 구하고 반론하고 설득하는 자리였다”며 반박했다. 그는 “이왕 만난 것 판을 깨지 않으려고 하는 노무현 대통령의 여러 가지 자세를 볼 수 있었던 것”이라며 “자존심 쎘던 대통령이 김정일 앞에서 그렇게까지 했었다는 것은 국익을 고려했다고 이해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최 교수는 대화록 공개로 남북관계에 미칠 파장을 우려, 박근혜 대통령의 대북 구상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자기 정부 최고지도자의 발언이 한국 국내 정치 상황에 따라서 공개될 수 있는 것이어서 북한의 입장에서 보면 정말 한국 정부를 신뢰할 수 있겠는가”라면서 “우리 입장에서 봤을 때도 이 신뢰를 다시 한번 어떻게 해석하고 어떻게 추진해야 되겠느냐, 소위 숙제를 스스로 우리가 낸 것이어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숨고르기에 들어가지 않겠는가. 좀 어려워질 것 같다”고 말했다.

연세대 최종건 정외과 교수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괴물’이라는 표현이 거칠어도 NLL의 존재 자체를 부정했다고 주장하기에는 너무 의역”이라고 말했다.

 ‘저자세 논란’도 “전체 분위기를 보면 회담 시간부터 여러 가지까지 김정일에 이해를 구하고 반론하고 설득하는 자리였다”며 반박했다. 그는 “이왕 만난 것 판을 깨지 않으려고 하는 노무현 대통령의 여러 가지 자세를 볼 수 있었던 것”이라며 “자존심 쎘던 대통령이 김정일 앞에서 그렇게까지 했었다는 것은 국익을 고려했다고 이해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사설]‘노무현 NLL 발언’ 더 이상 왜곡은 안된다

경향신문/사설/입력 : 2013-06-25 21:48:07수정 : 2013-06-25 21:48:07 

 

불법 논란 속에 공개된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이 그나마도 보수 세력의 입맛대로 부풀려지고 비틀리는 등 왜곡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규정과 관행을 무시한 국가정보원의 노골적인 정치개입과 법적 책임 추궁은 고사하고, 정치·외교적 파장을 포함한 국익 차원의 고민은 아예 실종된 듯하다. 오로지 색깔론 총공세에 나선 보수 세력의 정치적 타산만 있을 뿐이다. 정녕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틀은 온전한 것인지 근본적 물음이 제기될 지경이다.

보수언론이라는 조·중·동의 어제 1면 톱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NLL 바꿔야…김 위원장님하고 인식 같아”라는 제목의 기사가 차지했다. “나는 (김정일) 위원장님과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NLL은 바뀌어야 한다”고 한 노 전 대통령의 정상회담 발언이 그 근거다. 문제는 맥락을 무시한 채 부분만 부각시킴으로써 노 전 대통령이 마치 ‘NLL 포기’를 시사한 듯한 분위기를 풍긴다는 점이다. 한 언론은 유례없이 통사설까지 할애해 가며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 대한민국 대통령은 있었나’라고 주장해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했다. 이러한 여론전은 대선 국면인 지난해 10월 노 전 대통령의 NLL 발언을 처음으로 문제삼은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의 발언과도 궤를 같이한다. 정 의원은 당시 노 전 대통령이 ‘NLL 때문에 골치 아프다. 남측은 앞으로 NLL을 주장하지 않을 것이며…’라는 취지로 구두 약속을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발언의 앞뒤 맥락을 조금만 짚어봐도 노 전 대통령이 보수 세력의 주장처럼 NLL을 포기한 게 아니라 남북이 서해를 평화롭게 이용하면서 서로 신뢰를 쌓아 궁극에는 남북 대결의 산물인 NLL의 존재 자체를 해소해야 한다는 취지였음이 금세 드러난다.

‘비굴’이니 ‘굴종’이니 하는 식으로 노 전 대통령의 협상 태도를 지적한 것도 일방적이긴 마찬가지다. 회의록 공개에 불을 지핀 새누리당 소속 서상기 국회 정보위원장은 얼마 전 국정원 발췌본이 근거라며 “처음부터 끝까지 비굴과 굴종의 단어가 난무해 굴욕감으로 탄식이 절로 나왔다”고 주장했다. 노 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위원장님’으로 호칭하는 등 경어체를 사용하거나 회담 결과에 얽매인 듯한 모습을 보였다는 것을 이르는 모양이다. 회담 성격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도 없는 태도다. 정상회담이란 두 나라 최고권력자가 머리를 맞대고 앉아 속마음을 터놓고 설득하는 과정이다. 상대를 치켜세우는 식의 ‘외교적 언사’는 예사로 할 수 있는 일이다. 이마저 ‘품격’을 이유로 자제해야 한다면 공개회담을 하라고 촉구하는 편이 옳다.

 

그럼에도 끝내 ‘판도라 상자’는 열렸다. 기왕에 회의록이 공개된 마당이라면 책임 소재 추궁과 별도로 이제부터라도 여야니, 보수·진보니 하는 각 진영 논리를 떠나 그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파장을 수습하는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특히 회의록을 제 입맛대로 가공해 악용하는 일부터 자제하길 바란다. 이마저 외면한다면 여권의 회의록 공개는 국정원의 위기를 덮고자 하는 ‘색깔론’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사실을 자인하는 꼴이 될 것이다.    

 

끝내 ‘판도라 상자’는 열렸다. 기왕에 회의록이 공개된 마당이라면 책임 소재 추궁과 별도로 이제부터라도 여야니, 보수·진보니 하는 각 진영 논리를 떠나 그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파장을 수습하는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특히 회의록을 제 입맛대로 가공해 악용하는 일부터 자제하길 바란다. 이마저 외면한다면 여권의 회의록 공개는 국정원의 위기를 덮고자 하는 ‘색깔론’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사실을 자인하는 꼴이 될 것이다.   

 

 

김만복 "회의록 내가 작성, 표지에 2008년 적힌 건 의문"

[중앙일보] 입력 2013.06.26 10:52 / 수정 2013.06.26 11:34

회의록 분석 ⑥ 왜곡 논란
MB 당선인 측에 보고용일 수도
표지에 '2008.1(생산)' 적힌 건 의문

국정원이 공개한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표지.
김만복 전 국가정보원장은 25일 국정원이 공개한 ‘2007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전문(全文)이 자신이 작성한 원본과 일치한다고 밝혔다. 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막후 접촉을 책임졌고, 회담에도 배석했던 김 전 원장은 당시 대화 녹취록을 직접 작성했다. 김 전 원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공개된 전문 내용을 확인해본 결과 내가 작성해 청와대와 국정원에 각각 한 부씩 보관토록 했던 것과 일치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일각에서 제기된 원본이나 발췌본 왜곡 주장을 일축한 것이다.

 김 전 원장과 당시 회담에 관여했던 인사들에 따르면 공식 회담 기록은 백화원영빈관 회담장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뒤쪽에 자리 잡았던 조명균 당시 청와대 통일비서관이 맡았다. 2007년 10월 3일 오전과 오후 열린 정상회담 내용이 모두 담긴 녹음파일은 246분 분량. 김 전 원장과 조 전 비서관은 서울에 돌아온 직후 회의록 작성에 들어갔다. 녹음 내용 중 일부는 제대로 들리지 않아 두 사람이 메모한 내용을 대조하고 기억을 살려 구성했다. 회담 시작 부분에 ‘녹음 청취 불가로 기록 내용을 정리’라고 적힌 대목이다.

 작성된 회의록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볼 수 있도록 대통령에게 한 부 보내졌다. 또 국정원에 한 부를 보관토록 했다. 모두 2급비밀로 묶였고, 국정원에 보내진 것이 이번에 공개된 회의록이다. 얼마 뒤 노 전 대통령은 “주요한 기록이니 2부를 제외한 사본 등은 모두 파기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회의록은 당초 상철(윗부분을 묶는 방식)로 작성됐으나 이번에는 국정원이 일반문건으로 공개하면서 옆면에 스프링 제본 방식으로 바꾼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김 전 원장은 그러나 이번에 공개된 회의록 형태에는 일부 미심쩍은 대목이 있다고 말했다. 표지에 ‘2008.1(생산)’이라고 적힌 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2007년 10월 완성된 회의록이 왜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가 당선된 이후인 2008년 1월에 생산된 것으로 적혀 있느냐는 지적이다. ‘생산’이란 표현은 국정원 내부에서 쓰이지 않는다고 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측에 보고하기 위해 새롭게 만들어졌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당시 MB 측에 전달된 원본이나 발췌본이 지난해 대선 기간 중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이 제기한 정상회담 회의록 파문의 진원지가 됐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김 전 원장은 “당시 원장직 퇴임을 앞둔 상황이라 회의록 관리를 담당하던 실무진에서 어떤 행동을 했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남재준 국정원장도 이날 국회 정보위에 출석, “정상 간 회의를 녹음한 원음이 있으며, (공개된 회의록은) 그것을 녹취한 것을 푼 원본”이라며 “녹취록을 풀어 복사한 게 아니고 그 자체가 원본”이라고 말했다고 조원진 새누리당 간사가 전했다.

이영종 기자

 김만길 전 원장은 그러나 이번에 공개된 회의록 형태에는 일부 미심쩍은 대목이 있다고 말했다. 표지에 ‘2008.1(생산)’이라고 적힌 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2007년 10월 완성된 회의록이 왜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가 당선된 이후인 2008년 1월에 생산된 것으로 적혀 있느냐는 지적이다. ‘생산’이란 표현은 국정원 내부에서 쓰이지 않는다고 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측에 보고하기 위해 새롭게 만들어졌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당시 MB 측에 전달된 원본이나 발췌본이 지난해 대선 기간 중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이 제기한 정상회담 회의록 파문의 진원지가 됐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사설] NLL은 실질적인 영해선이다

[중앙일보] 입력 2013.06.26 00:02 / 수정 2013.06.26 11:38

               

2007년 노무현-김정일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전문이 공개됨에 따라 서해 북방한계선(NLL)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지난해 대선 기간 내내 가장 뜨거운 이슈였다. 새누리당 측에선 줄곧 노무현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했다고 공격했고 이명박정부 관계자 일부도 이에 동조했었다. 민주당 측은 대화록 전문을 보면 새누리당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대응해 왔다.

 대화록에 따르면 여러 부분에서 NLL을 포기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비춰질 여지가 있는 대목들이 있다. 반면 노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한 것으로 단정 짓기도 어렵게 하는 대목도 있다. 어쨌든 국민적 컨센서스와 동떨어지게 사실상 영해선으로 굳어져 있는 NLL의 성격을 변화시키려는 의도를 가졌던 것은 적절치 않은 일이었다.

 대화록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은 회담 내내 NLL을 영해선으로 고수하려는 의지를 밝히지 않았다. 오히려 NLL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여러 차례 드러냈다. 남북군사회담에서 ‘NLL문제 의제로 넣어라…타협해야 할 것 아니냐…그것이 국제법적인 근거도 없고 논리적 근거도 분명치 않은 것인데’라는 표현이 대표적이다. 또 ‘NLL이라는 것이 이상하게 생겨 가지고, 무슨 괴물처럼 함부로 못 건드리는 물건이 돼 있거든요’와 같은 표현도 있다. 정상회담 전에도 국내에서 NLL에 대해 “영토선이라고 하는 건 국민을 오도하는 것”이라고 말한 것의 연장선이다. 다수 국민의 생각과 거리가 먼 부적절한 표현이다.

 한편 대화록에는 노 전 대통령이 김정일 앞에서 NLL을 포기하거나 양보하겠다는 의사를 직접적으로 밝힌 대목은 나타나지 않는다. 오히려 ‘NLL 가지고 이걸 바꾼다 어쩐다가 아니고… 그건 옛날 기본합의에 연장선에서 앞으로 협의해 나가기로 하고’라고 말한 대목도 있다. 서해 경계선을 두고 남북이 갈등하는 문제를 풀기 위해 ‘어떤 공동의 번영을 위한 그런 바다이용계획을 세움으로써 민감한 문제들을 미래지향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지 않겠느냐…’는 설명이 바로 이어진다. 결국 노 전 대통령은 ‘서해평화협력지대’를 건설함으로써 간접적으로 NLL을 둘러싼 남북 갈등을 해소하자는 제안을 하려는 생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화록에서 나타난 노 전 대통령의 NLL에 대한 인식 자체는 문제가 있다. NLL은 1953년 정전 이후 지금까지 서해상의 남북한 경계선으로 작용하고 있다. 반세기 가까이 남한 국민은 NLL 남쪽 바다를 생활의 터전이자 영해로 인식하고 지내왔다. 그러던 것이 10여 년 전부터 북한이 문제 제기를 하고 1, 2차 연평해전과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 도발을 자행해온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NLL의 성격에 대한 변화 문제를 북측과 논의하겠다는 것은 성급해도 너무 성급한 일이었다. 북측이 NLL이 실질적인 경계선이라는 점을 인정하도록 하고 이를 바탕으로 문제를 풀어나가는 노력이 우선됐어야 했다. 영토주권의 보전, 서해 5도 주민의 생존권, 수도권 방어태세 등 대통령이 지켜야 할 의무를 감안할 때 마땅히 그랬어야 했다.

 대화록에는 NLL 이외에도 노 전 대통령이 특유의 적나라한 화법으로 많은 문제 발언을 한 대목이 눈에 띈다. 미국을 제국주의로 인식한다는 식의 발언이나 자주국방을 둘러싼 발언, 일본의 납북자 문제에 대해 잘 못 알아듣겠다는 식의 발언이 대표적이다. 기본적으로 노 전 대통령의 세계관이나 가치관이 우리 사회의 일반적인 수준과 다르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 것을 감안하더라도 문제 발언을 마구 쏟아낸 것은 국격과 국익을 손상시킨 일이다.

 우리는 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하는 것이 국익에 해롭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화록 전문이 공개된 마당에 시시비비를 가리는 건 불가피하다. 결론은 노 전 대통령의 평양 행보에 많은 문제점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지난 몇 달간의 논란은 과도한 것이었다. 이제 소모적인 정쟁은 접어야 한다. 다만 NLL은 실질적인 영해선이며 남북한 간 항구적인 평화가 정착될 때까지 확고히 지켜져야 함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여야가 이런 합의와 함께 논란을 마무리할 것을 촉구한다.

그러나 대화록에서 나타난 노 전 대통령의 NLL에 대한 인식 자체는 문제가 있다. NLL은 1953년 정전 이후 지금까지 서해상의 남북한 경계선으로 작용하고 있다. 반세기 가까이 남한 국민은 NLL 남쪽 바다를 생활의 터전이자 영해로 인식하고 지내왔다. 그러던 것이 10여 년 전부터 북한이 문제 제기를 하고 1, 2차 연평해전과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 도발을 자행해온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NLL의 성격에 대한 변화 문제를 북측과 논의하겠다는 것은 성급해도 너무 성급한 일이었다. 북측이 NLL이 실질적인 경계선이라는 점을 인정하도록 하고 이를 바탕으로 문제를 풀어나가는 노력이 우선됐어야 했다. 영토주권의 보전, 서해 5도 주민의 생존권, 수도권 방어태세 등 대통령이 지켜야 할 의무를 감안할 때 마땅히 그랬어야 했다.

 이제 소모적인 정쟁은 접어야 한다. 다만 NLL은 실질적인 영해선이며 남북한 간 항구적인 평화가 정착될 때까지 확고히 지켜져야 함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여야가 이런 합의와 함께 논란을 마무리할 것을 촉구한다.

 

[사설] 국정원의 '회의록 공개' 판단은 부적절했다

[중앙일보] 입력 2013.06.26 00:01 / 수정 2013.06.26 09:06

2007년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에 대해선 내용뿐 아니라 공개 절차도 따져봐야 할 사안이다. 국민들에게 커다란 충격과 실망을 안겨준 건 회의록의 내용만이 아니다. 전문(全文)을 전격 공개한 국가정보원의 판단이 적절했는지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목소리가 높다.

 국정원은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선 다른 시각도 있으니 법률 전문가들이 가리면 된다. 하지만 이번 일은 법률적 잣대로만 한정해 따질 게 아니다. 게다가 국정원이 지금까지 법적으로 하자가 없는 일만 해 온 것도 아니지 않은가.

 무엇보다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논란이 한창인 시점에 공개를 결정한 데 대해 의문이 나온다. 국정원은 부인하겠지만 이슈로 이슈를 덮으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이게 일반인들의 ‘합리적 의심’이다. 이미 야권은 국정원의 물타기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국정원은 또 회의록 내용이 상당 부분 언론에 공개돼 비밀문서로 유지해야 할 가치를 상실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당초 그 내용이 외부에 노출되는 것을 막지 못한 것부터 국정원의 책임 아닌가. 지난 정부 때의 일이긴 하지만 자신에게 귀책 사유가 있는데도 마치 제3자처럼 설명하니 누가 납득하겠나.

 그 같은 국정원의 태도는 장차 우리의 외교에도 적잖은 부담을 줄 위험이 있다. 앞으로도 정상회담 때의 대화 내용이 일부 노출될 때마다 계속 기밀을 해제해 공개하겠다는 건가. 그럼 도대체 어느 나라 정상이 우리 대통령과 속 깊은 얘기를 하려 하겠나.

 정치적 파장도 심각하다. 민주당은 국정원의 행동이 쿠데타라며 격앙하고 있다. 회의록의 충격적인 내용 탓에 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입게 됐으니 그럴 만도 하다. 민주당은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더더욱 국정원에 대한 공세의 강도를 높일 것이다. 그 정치적 파장을 국정원이 몰랐다면 무능한 것이고, 알고도 회의록을 공개했다면 미필적 고의인 셈이다.

 노무현 대통령도 결국 우리 국민이 뽑은 대통령이었다. 그가 북한의 김정일과 만나 대통령으로서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했다는 사실을 낱낱이 까발리는 것 자체가 누워 침 뱉기다. 그게 과연 국익인가. 그런 의미에서 어제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국정원의 명예를 위해 전문을 공개했다는 남재준 원장의 발언은 이치에 닿지 않는다. 국정원장이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자기 조직의 명예가 아니다. 국가의 이익과 명예가 우선이다. 민주당은 남 원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가뜩이나 팽팽한 국회의 대치 상황에 그의 거취 문제로 갈등의 불은 더 커진 셈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국정원 개혁은 미룰 수 없는 국정과제로 떠올랐다. 흔히 국정원이 문제가 있다고 하지만 실제론 정치바람을 타려는 일부 인사가 문제다. 국정원의 수많은 직원들은 지금도 음지에서 성실히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보신과 출세에 눈이 어두운 소수 탓에 국정원의 위상이 흔들리는 것이다. 우리의 안보 여건에서 국가정보기관 본연의 기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이를 수행하기 위한 능력과 전문성은 더욱 강화돼야 한다. 그런 방향의 국정원 개혁이 시급하다.

  무엇보다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논란이 한창인 시점에 공개를 결정한 데 대해 의문이 나온다. 국정원은 부인하겠지만 이슈로 이슈를 덮으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이게 일반인들의 ‘합리적 의심’이다. 이미 야권은 국정원의 물타기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국정원은 또 회의록 내용이 상당 부분 언론에 공개돼 비밀문서로 유지해야 할 가치를 상실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당초 그 내용이 외부에 노출되는 것을 막지 못한 것부터 국정원의 책임 아닌가. 지난 정부 때의 일이긴 하지만 자신에게 귀책 사유가 있는데도 마치 제3자처럼 설명하니 누가 납득하겠나.

이번 일을 계기로 국정원 개혁은 미룰 수 없는 국정과제로 떠올랐다. 흔히 국정원이 문제가 있다고 하지만 실제론 정치바람을 타려는 일부 인사가 문제다. 국정원의 수많은 직원들은 지금도 음지에서 성실히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보신과 출세에 눈이 어두운 소수 탓에 국정원의 위상이 흔들리는 것이다. 우리의 안보 여건에서 국가정보기관 본연의 기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이를 수행하기 위한 능력과 전문성은 더욱 강화돼야 한다. 그런 방향의 국정원 개혁이 시급하다.

 

 

[중앙시평] 노무현의 장사꾼 화법

[중앙일보] 입력 2013.07.06 00:26 / 수정 2013.07.08 09:23

김진국
논설주간
정상회담 대화록을 읽은 첫 느낌은 장사꾼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물건을 하나라도 더 팔겠다고 악착같이 매달렸다. 비굴해 보이기까지 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선심이라도 쓰듯 콧대를 높였다. 그렇지만 따지고 보면 노 대통령은 물건을 팔아야 하는, 북한 경제를 개방하고 싶은 ‘을(乙)’이지만 가진 것이 많은 부자 상인이다.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침을 튀기며 설득했다. 김 위원장은 ‘갑(甲)질’을 했지만 사실은 쥐뿔도 없어 빚을 낼 수밖에 없는 가난한 구매자가 아닌가.

 노 대통령에게도 지나친 점이 없지 않았다. 흥정에 정신 팔려 듣기 좋은 말로 북 체제를 찬양하는 듯한 인상까지 줬다. 임기 말 떨이로 넘기느라 이것저것 다 덤으로 얹어주겠다고 약속했다. 방문 성과를 부풀리려고, 임기 중에 무언가를 만들어내려고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다음 대통령이 뒤집을 수 없게 대못을 박아놓으려 한 것도 지나친 욕심이다. 그러나 내 느낌은 그 정도다. ‘반역’의 냄새는 맡을 수 없다.

 일부에서는 노 대통령이 북방한계선(NLL)을 포기했다고 분개한다. 그 지적을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 노무현-김정일, 두 사람은 NLL 위에 ‘서해 평화협력지대’를 만들자고 의견을 모았다. 이 합의가 실현된다면 군사대치선 위에 공동어로구역이 들어서게 돼 NLL이 사실상 사라지게 될 것이니 말이다. 그러나 이것을 영해를 넘겨준 반역으로 해석해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노 대통령은 NLL을 폄훼하는 말을 늘어놓았다. 그렇지만 평화수역 설치에 동의를 받아내기 위해 약장수처럼 ‘상인적 표현’을 쏟아냈다는 것이 더 진실에 가깝다. 거칠고 품격을 지키지 못한 말투, 그건 우리가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뽑을 때 이미 각오했던 일 아닌가. 북한이 노 대통령의 발언을 NLL 무효 주장의 근거로 삼는다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억지 부리지 마라”고 반박할 것이다.

 서해평화협력지대 설치에 대해서는 찬반이 갈릴 수 있다. 특히 안보를 걱정하는 분들은 펄쩍 뛸 수도 있다. 하지만 당시에 공동어로구역 설치는 상당히 논의가 이루어졌던 문제다. 개성공단을 만들 때 북한 군부도 비슷한 이유로 극력 반대했었다. 그렇다고 개성공단을 설치한 것을 두고 북한이 휴전선을 포기했다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더군다나 대화록을 보면 서해평화협력지대 구상이 한강에서 해주까지 이어지고 있다. 김정일 위원장은 북한 군부가 군사기지가 밀집한 해주를 공단으로 내주는 걸 강력히 반대했다고 말하면서도 노 대통령과의 논의가 진전되자 해주까지 내놓을 듯이 말한다. 구체적인 구상은 총리회담이나 장관회담으로 넘겼지만 NLL만 일방적으로 포기하는 것으로 해석하기도 어렵다. 어떻게 해석하건 이제 와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

 마침 워싱턴 출장 중에 인터넷에서 공개된 대화록을 읽으며 큰 길 한가운데서 발가벗겨진 듯한 수치심을 느꼈다. 우리끼리가 아니라 세계 모든 나라를 향해 옷과 체면과 신뢰를 모두 벗어버린 듯한…. 외교의 ‘원칙’은 알몸을 보여주는 원시적 솔직함이 아니다. ‘외교적 표현’이 완곡어법인 이유다. 비공개로 솔직하게 나눈 대화는 입을 다무는 게 외교의 신뢰고 ‘원칙’이다.

 비공개로 나눈 이야기까지 떠벌리는 사람과 누가 속 깊은 대화를 나누려 하겠는가. 정상만이 아니다. 정보기관끼리의 협조도 보안에 대한 신뢰도만큼 커질 수 있다. 기관의 ‘명예’를 보호한다며 음지가 아닌 양지로 뛰쳐나와 활개치는 정보기관을 믿고 중요한 정보를 넘겨줄 곳이 있을지 걱정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미·중 방문은 가십에 파묻혀 버렸다. 윤창중 전 대변인에 노 대통령의 NLL 발언에…. 지금 동북아는 큰 변혁기를 맞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덩치가 커진 중국의 역할에 맞춰 새로운 지역 안보 협력의 틀을 짜야 할 때다. 북한의 핵개발과 미사일 문제는 심각한 고비다. 박 대통령의 이번 방미, 방중이 주목을 받는 이유다. 이를 계기로 한반도의 미래에 대한 장기적인 전략을 짜내야 한다. 그런데 이미 고인이 된 사람의 발언을 놓고 콩이야 팥이야 하고 있으니 기가 막힌 노릇이다. 여야가 모두 NLL을 엄중하게 지키겠다고 다짐한 마당에 당시 발언을 까발리는 게 무슨 도움이 되고, 무엇이 달라지는가.

 국회의 정치력은 바닥이 난 지 오래다. 속마음을 털어놓는 대화가 사라졌다. 서로 비밀을 지켜줄 신뢰도 없다. 말꼬리나 잡고 공방을 벌이는 ‘탁구공 정치’가 이제 외교·안보분야마저 오염시키고 있는 것이다. 가진 것이 없는 사람이 명분에 매달린다. 많이 가진 사람이 더 유연하고 너그러워야 한다. 답답한 원칙론자보다 멀리 내다보고 큰 그림을 그리는 전략가가 아쉽다.

김진국 논설주간

 

[사설] ‘盧 발언’ 공방 넘어 국정원 개혁 힘 모아야 

서울신문/사설 

 

여야가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에 착수하기로 합의했다. 국정원의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전격 공개로 인해 정국이 극한 대치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들어갈 듯하던 상황에서 나온 극적 반전(反轉)이다. 이에 맞춰 여야는 어제 국회 본회의에서도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 민생 및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들을 순조롭게 처리했다. 열흘 가까이 첨예한 대치를 이어가며 국민을 걱정케 하던 여야가 모처럼 타협을 이뤄냈다는 점에서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작금의 ‘롤러코스터 정국’엔 여전히 우려스러운 대목이 적잖다. 우선 여야 모두 국익이나 국민의 알 권리보다는 당리(黨利)를 앞세우고 있다는 점이다. 진작 합의된 국정원 국정조사를 놓고 민주당은 당장 실시하자며 새누리당을 거칠게 압박했다. 국정원 여직원 감금 여부에 대한 수사까지 마무리된 뒤 하자는 새누리당의 ‘지연전술’에 맞서 장외투쟁 불사를 외치며 제 길로 내달렸다. 새누리당은 야권 일각에서 대선 불복 조짐까지 보이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발언 공개 요구라는 메가톤급 맞불로 국면 뒤집기에 나섰고 결국 국정원의 정상회담 회의록 공개라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사달로 이어졌다. 그 결과 여야는 피차 깊은 상처와 정치적 부담만 떠안게 됐다. 승자가 없었고, 향후 남북관계에 미칠 악영향을 걱정해야 하는 청구서만 손에 쥐게 됐다.

여야 지도부의 정치력 부재도 여실히 드러났다. 전격적인 정상회담 회의록 공개와 국정조사 합의는 모두 그제 박근혜 대통령의 한 마디 이후 이뤄졌다. 박 대통령이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을 통해 “국정원에 그런 문제가 있었다면 여야가 제기한 문제들에 대해 국민 앞에 의혹을 밝힐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뒤 회의록 공개와 국정조사 합의가 일사천리로 진행된 것이다. 대통령은 국회 문제에 나서지 말라던 민주당이 당 대표 편지까지 보내 가며 박 대통령의 개입을 촉구하는 자가당착의 모습을 보인 것이나, 국정조사를 뒷전으로 미루던 새누리당이 박 대통령 말 한 마디에 태도를 바꾼 것 모두 빈약한 정치력을 보여준 셈이다.

국민들은 청와대와 여야 그리고 국정원 가운데 누구 힘이 센지 보고 싶은 게 아니다. 국정원에 제기된 의혹의 실체를 밝히고, 잘못을 바로잡기를 원한다. 진실 규명보다는 흠집내기 굿판에 그쳤던 국정조사의 전례를 볼 때 과연 지금의 여야가 검찰 수사결과를 뛰어넘어 뭘 보여주고, 바로잡을지 의문이 든다. 자세만이라도 바로 하기 바란다. 국익만을 기준 삼아 국정원 개혁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노 전 대통령 발언을 둘러싼 공방에서도 남북관계 등을 감안해 금도(襟度)를 생각해야 할 것이다.

새누리당은 야권 일각에서 대선 불복 조짐까지 보이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발언 공개 요구라는 메가톤급 맞불로 국면 뒤집기에 나섰고 결국 국정원의 정상회담 회의록 공개라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사달로 이어졌다. 그 결과 여야는 피차 깊은 상처와 정치적 부담만 떠안게 됐다. 승자가 없었고, 향후 남북관계에 미칠 악영향을 걱정해야 하는 청구서만 손에 쥐게 됐다.

 

 박 대통령이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을 통해 “국정원에 그런 문제가 있었다면 여야가 제기한 문제들에 대해 국민 앞에 의혹을 밝힐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뒤 회의록 공개와 국정조사 합의가 일사천리로 진행된 것이다. 대통령은 국회 문제에 나서지 말라던 민주당이 당 대표 편지까지 보내 가며 박 대통령의 개입을 촉구하는 자가당착의 모습을 보인 것이나, 국정조사를 뒷전으로 미루던 새누리당이 박 대통령 말 한 마디에 태도를 바꾼 것 모두 빈약한 정치력을 보여준 셈이다.

국민들은 청와대와 여야 그리고 국정원 가운데 누구 힘이 센지 보고 싶은 게 아니다. 국정원에 제기된 의혹의 실체를 밝히고, 잘못을 바로잡기를 원한다...
국익만을 기준 삼아 국정원 개혁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노 전 대통령 발언을 둘러싼 공방에서도 남북관계 등을 감안해 금도(襟度)를 생각해야 할 것이다.

 

[사설] 노 - 김 발언록 공개가 안겨준 충격과 실망 

서울신문 

 

국가정보원의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전격 공개와 이를 통해 드러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은 국민들에게 이중삼중의 충격을 던져준다. 우선 김정일 당시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한 노 전 대통령의 발언들이 충격적이다.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고 싶을 정도로, 우리의 헌법적 가치와 분단 역사의 현실, 그리고 무엇보다 국민 대다수의 대북관과 크게 동떨어져 있었다. 북한 세습체제가 평화통일을 위한 대화 상대인 동시에 휴전선 너머로 우리에게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 적대세력이라는, 남북관계의 이중성을 망각한 발언이다. 남북 화해를 위한 충정을 기저에 담았다고 하더라도 대한민국의 국가원수이자 군 통수권자로서 금도를 벗어난, 해서는 안 될 발언들을 마구 쏟아냈다고 본다.

“50회가 넘게 외국 정상들과 회담하면서 나는 북측의 변호인 노릇을 했다”로 시작된 그의 발언은 서해 북방한계선(NLL)에 대해 “국제법적 근거도 없고, 논리적 근거도 분명치 않다”는 말로 이어졌다. “괴물처럼 함부로 못 건드리는 물건”이라고도 했고 “김 위원장과 인식을 같이한다. NLL은 바꿔야 한다”고도 했다. 서해평화수역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차원이라지만 6·25 이후 국제법적으로도 실질적 해상경계선의 지위를 굳건히 유지해 온 NLL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주한미군에 대해서는 “수도 한복판에 외국 군대가 있는 것은 나라 체면이 아니다 싶어 내보냈다. ‘너희들(남측) 뭐하느냐’ 이렇게만 보지 말라. 점진적으로 달라지고 있다”고 말해 마치 주한미군의 후방 배치 등에 있어서 북과 교감하고 있는 듯한 언사를 하기도 했다. 6자회담에 대해서는 “북의 입장을 갖고 미국과 싸워 왔다”고 했고, 북핵에 대해서는 “이번에 북에 가면 핵문제 확실하게 얘기하고 오라는 주문이 많았는데, 판 깨지기를 바라는 사람들의 주장 아니겠느냐”고 했다. 미국의 방코델타아시아(BDA) 북한 계좌 동결은 미국의 실책이고, “제일 큰 문제가 미국”이라고도 했다.

NLL이나 주한미군 등에 대한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이 우리 사회 일각의 인식과 맥을 같이하는 것일지는 모른다. 그러나 국민 전체의 의사를 대변하고 이익을 도모해야 할 대통령으로서는 매우 균형 잃은 발언이라고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김 위원장을 향해 ‘보고’라는 단어를 두 차례나 사용했을 만큼 시종 저자세로 일관한 발언 태도 역시 국민들의 자존감을 크게 깎아내렸다.

국정원의 회의록 공개 또한 정치의 실종이라는 점에서 국민들에게 절망을 안겨 준다.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을 둘러싼 그간의 억측과 논란을 감안할 때 회의록 공개는 불가피했다고 본다. 그러나 전격적인 공개가 국정원 국정조사를 둘러싼 극한 대립의 소산이라는 점이 문제다. 정쟁 앞에서 스스로를 제어할 줄 모르는 여야의 정치력 부재를 드러낸 것이다. 공개된 회의록은 향후 남북관계에 타격을 안겨 줄 것이다. 지금은 여야가 멱살 잡을 때가 아니다. 서로 확전을 자제하고 대외적 파장을 최소화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나는 북측의 변호인 노릇을 했다...NLL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발언-국제법적 근거도 없고, 논리적 근거도 분명치 않다...“괴물처럼 함부로 못 건드리는 물건”...“김 위원장과 인식을 같이한다. NLL은 바꿔야 한다”... “이번에 북에 가면 핵문제 확실하게 얘기하고 오라는 주문이 많았는데, 판 깨지기를 바라는 사람들의 주장 아니겠느냐”고 했다.... 미국의 방코델타아시아(BDA) 북한 계좌 동결은 미국의 실책이고, “제일 큰 문제가 미국”이라고도 했다...시종 저자세로 일관한 발언 태도 역시 국민들의 자존감을 크게 깎아내렸다.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을 둘러싼 그간의 억측과 논란을 감안할 때 회의록 공개는 불가피했다고 본다. 그러나 전격적인 공개가 국정원 국정조사를 둘러싼 극한 대립의 소산이라는 점이 문제다. 정쟁 앞에서 스스로를 제어할 줄 모르는 여야의 정치력 부재를 드러낸 것이다. 공개된 회의록은 향후 남북관계에 타격을 안겨 줄 것이다. 지금은 여야가 멱살 잡을 때가 아니다. 서로 확전을 자제하고 대외적 파장을 최소화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