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문 오피니언

전두환 비자금 의혹 신문 오피니언- 10개

[사설] '전두환 비자금' 의혹, 한 푼도 남김없이 밝혀야

[중앙일보] 입력 2013.07.17 00:02 / 수정 2013.07.17 03:16

어제 검찰이 전두환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을 집행하기 위해 시공사 등 10여 곳을 압수수색했다. 또 서울 연희동의 전 전 대통령 사저를 방문해 재산압류 절차를 진행했다. 그동안 세간의 의혹이 모아져온 ‘전두환 비자금’의 실체가 드러날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검찰이 전직 대통령 사저에 대한 압류 절차를 밟았다는 점에서 예상 밖의 강수로 받아들이는 시각도 있다. 검찰은 금속탐지기까지 동원해 고가의 그림과 도자기 등을 확보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번 압류와 압수수색은 법과 원칙에 따른 정당한 절차라고 본다.

 전 전 대통령은 1997년 내란 및 뇌물수수 등 혐의로 무기징역형과 함께 추징금 2205억원이 확정됐다. 현재 추징금 중 76%인 1672억원이 미납인 상태다. 통장에 29만원밖에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검찰은 지난 5월 전담팀을 꾸리고 수사에 착수했다. 뒤이어 추징시효를 연장하고 추징대상을 가족 등으로 확대한 ‘전두환 추징법’이 지난달 27일 국회를 통과하면서 추징금 집행은 예고된 것이었다.

 특히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전 전 대통령이 차명으로 재산을 은닉했다는 의혹이 규명되느냐다. 검찰은 전 전 대통령 자녀들 명의로 구입한 부동산 등의 최초 매입 자금이 비자금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조사 중이다. 앞서 전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씨가 조세피난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운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당시 재국씨는 “탈세나 재산은닉을 위한 것이 아니다”고 밝혔으나 국민이 납득할 만한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이제라도 전직 대통령 일가를 둘러싼 구구한 의혹들이 풀리길 기대한다.

 문제는 검찰의 수사 의지다. 검찰은 2004년 전 전 대통령 차남 재용씨의 조세포탈 사건 재판에서 은닉 재산이 확인됐음에도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번만큼은 ‘한 푼도 남김없이 찾아낸다’는 각오로 의미 있는 성과를 내야 한다. 전 전 대통령 측도 국민 앞에 모든 것을 밝힌다는 자세로 추징금 집행에 협조해야 할 것이다.

 

[사설] 전두환씨, 국가와 국민에 거짓말하며 인생 마칠 건가 

조선일보 /오피니언/사설

입력 : 2013.07.17 03:04 | 수정 : 2013.07.17 03:13

     
검찰이 16일 전두환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 1672억원을 환수하기 위해 그의 서울 연희동 사저에서 고가의 그림 등 재산을 압류했다. 압류엔 금속탐지기까지 동원됐다. 동시에 전씨 장남 재국씨의 집과 회사 시공사, 그의 소유인 경기도 연천 허브빌리지, 그리고 차남 재용, 딸 효선씨와 처남 이창석씨, 동생 전경환씨 부인 손춘지씨의 주거지 등 16곳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2003년 전씨의 집 별채와 가재도구를 가압류해 경매 처분했지만, 일가 전체를 압수수색한 것은 처음이다.

대법원이 전씨가 대통령 시절 조성한 비자금과 관련해 2205억원의 추징금을 선고한 지 16년이 넘었다. 전씨는 그동안 24%인 533억원만 납부했다. 같은 날 추징금이 확정된 노태우 전 대통령은 91%를 납부했다. 전씨는 재판에서 "예금통장에 29만원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전씨는 집 별채가 경매될 때 발생한 세금 4000여만원도 안 내고 버티고 있다. 그러나 2004년 차남 재용씨에 대한 수사에서 전씨 비자금 73억원의 꼬리가 밟혔다. 전씨와 그 가족들이 비자금을 숨기고 있다는 것은 국민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전씨가 숨긴 돈은 대통령 재직 때 기업에서 받은 것이다. 그걸 반납하지 않고 "돈이 없다"고 거짓말을 하면서 자신과 일가는 호화생활을 해왔다. 전씨가 왕년의 부하들을 10여명씩 데리고 떠들썩하게 벌이는 단체 골프는 이제 모르는 사람이 없다. 3남 1녀인 자녀들의 재산은 확인된 것만 1000억원이 넘는다. 이들 가운데 남이 알 만한 사업을 해온 건 장남밖에 없다. 그 사업의 종잣돈도 어디서 난 것인지 알려진 게 없다. 나머지 다른 자녀와 친척은 사업다운 사업을 한 적도 없다. 그럼 무슨 돈을 어떻게 굴려서 그 많은 재산을 쌓았겠는가.

법은 전씨 앞에서 16년간 무력했다. 검찰이 차남 재용씨 수사에서 드러난 73억원을 환수하지도 않았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검찰은 의지만 있었다면 지난 16년 동안 언제든 전씨 일가(一家)에 대한 전면 수사를 할 수 있었으나 박근혜 대통령의 한마디가 나오기까지 움직이지 않았다. 16년 동안 두 개의 진보 정권과 하나의 보수 정권이 지나갔으나 모두가 전씨 일가가 법을 농락하는 걸 못 본 체했을 뿐이다.

이미 많은 세월이 흐른 지금 전씨로부터 1672억원을 모두 받아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일가의 재산도 그것이 전씨 것이라는 증거를 잡기 전에는 환수할 수 없다. 어찌 보면 이 사건으로 우리 사회는 1672억원의 국고 손실보다 훨씬 더 큰 것을 잃었다. 전씨가 16년간 갉아먹어온 것은 법치주의다. 전씨의 존재 자체가, 힘이 있으면 법이 비켜간다는 살아있는 증거가 돼 있다. 법치주의 훼손의 이 명백한 증거를 두고 우리 사회가 누구에게 법과 정의를 요구할 수 있는가.

전씨는 이제 82세를 넘겼다. 인생의 막바지다. 전씨 주변에선 그의 태연한 거짓말을 마치 무슨 대단한 호기(豪氣)나 되는 양 떠받들었다. 이것은 호기가 아니라 국법과 국민에 대한 반항이다. 전씨는 끝내 이렇게 인생을 마칠 생각인가. 그에게 실제로 호기가 있다면 인생의 마지막에 자신과 대통령직의 명예, 나아가 나라의 격(格)에 더 이상 상처를 주지 않도록 자신과 일족(一族)의 재산을 정리해야 한다. 전씨가 법치주의에 낸 상처를 자기 의지로 치유하고 떠날 길은 아직 완전히 닫히지 않았다.

 

문화일보 [오피니언] 사설 게재 일자 : 2013년 07월 17일(水)

    <  전두환 추징 16년 논란, 이번엔 正義와 法治 실현해야 >

검찰이 16일 전두환 전 대통령의 체납 추징금 1672억 원을 받아내기 위해 사저(私邸) 재산을 압류하고 일가(一家)의 기업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국세징수법에 의한 압류와 개정 공무원범죄몰수특례법(전두환 추징법)에 의한 압수수색의 병행은 대법원이 1997년 4월 17일 군형법 반란·내란 및 수뢰에 대해 무기징역형을 선고하고 2205억 원 추징을 부가한 이래 최고 밀도의 환수 처분이다. 정의(正義)와 법치(法治)의 단죄 16년 만이다. 헌정질서 파괴 사범에 대한 응징을 마무리하기 위한 압류·압수수색일이 17일 ‘제헌절 제65주년’ 하루 앞이었다는 시의적 함의도 각별하다. 정의·법치 대한민국에 대한 기대를 새로이한다.

압류·압수수색의 실제적 성과를 가늠하기는 이르다. 하지만 전 전 대통령 측이 은닉한 재산을 철저히 추적해 추징금을 완납시켜야 한다고 질정(叱正)해온 국민의 힘은 정부와 국회의 입체 협업(立體協業)을 견인하는 등 구체적인 추진 동력으로 가동되고 있다. 광주의 5월 그 33주년을 기해 대검은 5월 24일 미납 추징금 집행 전담팀을 구성했고, 채동욱 검찰총장은 ‘특별수사를 한다는 비상한 각오’를 당부해왔다. 6월 들어 전 전 대통령 장남의 조세피난처 페이퍼컴퍼니 설립 사실이 공분(公憤)을 부른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은 6월 11일 국무회의에서 “과거 정부는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며 새 정부다운 새 의지를 다잡았다. 국회 역시 그간 발의된 ‘전두환 추징법’ 8건을 법제사법위원회 대안으로 정리, 27일 본회의에서 의결해 지난 12일 공포·시행되게 함으로써 검찰의 추징 집행력을 드높였다.

채동욱 검찰은 역대 정부, 역대 검찰의 과오를 씻는다는 결연한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다. 이미 집행된 추징금 532억 원 가운데 대법원의 선고 직후 환수분이 312억 원, 59%에 이른다. 남은 220억 원, 41%가 이후 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정부와 당시 검찰의 ‘역할’이었다.

정의의 실현이 지연되는 것, 그것 또한 불의(不義)다. 헌정을 파괴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흔든 장본인과 그 일가가 의문의 돈으로 호사를 계속 누릴 수 있다면 그 자체가 이미 반(反)헌법, 반법치다. 검찰도 전 전 대통령 일가에 대한 압수수색의 성격을 이미 ‘수사’로 아울렀다. 추징금 집행 차원을 넘어 금융부패 범죄 수사로의 전환 개연성을 비친 것이다. 국민적 신뢰를 만회하기 위해서도 실기(失機) 답습을 경계해야 함은 물론이다.

 

 

한겨례신문[사설] ‘전두환 추징금’ 환수, 검찰 의지에 달렸다

등록 : 2013.07.17 19:21수정 : 2013.07.17 19:21

검찰이 전두환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 집행을 위해 16~17일 서울 연희동 집과 큰아들 전재국씨를 비롯한 가족들의 집 및 회사를 수색해 그림과 도자기 등 고가의 미술품 400여점을 압수했다. 조만간 가족들을 소환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7일 이른바 ‘전두환추징법’으로 불리는 공무원범죄 몰수특례법이 개정되면서 예상되던 바다.

 

5000억원대의 뇌물 등 천문학적 액수의 검은돈을 받아 챙긴 ‘군사반란 수괴’가 갈취한 돈을 법망을 피해 자식들에게까지 고스란히 대물림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은 법적으로도, 국민 감정상으로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검찰은 그동안 정치권의 눈치를 살피며 추징금 환수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으나 이제는 법률도 개정되고 여론까지 뒷받침해주고 있는 이상 전씨와 그 가족, 친인척 명의로 감춰진 검은돈을 낱낱이 밝혀내 1672억원의 미납 추징금을 전액 환수해야 한다.

 

전씨는 1997년 4월 대법원에서 형 확정과 함께 2205억원의 추징금을 선고받았으나 지금까지 533억원만 내고는 “29만원밖에 없다”며 버텨왔다. 그러나 큰아들이 1000억원대 등 그의 자식과 가까운 친인척들은 출처가 불분명한 부동산과 채권 등 거액의 자산을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뚜렷한 수입원이 없는 전씨의 2~3세들이 전씨 재판이 끝난 지 1년 뒤인 1998년부터 고가의 부동산을 집중적으로 사들이는 등 정황상 전씨 비자금이 이들에게 흘러갔을 가능성이 짙다. 특히 큰아들 전재국씨가 조세회피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유령회사를 만든 것으로 봐서 비자금을 국외에 감춰뒀을 수도 있다.

 

검찰은 과거 추징금 시효를 연장하는 데 급급해 전씨 쪽 자산 추적에 소홀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전씨 일가의 행태에 분노한 여론에 힘입어 가족이나 친인척 등의 재산에 대해서도 추징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 만큼 이번에는 달라야 한다. 위헌 논란 탓에, 전씨 비자금으로 산 게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지 못하면 전씨 자산이라고 보는 ‘입증책임 전환’ 규정까지는 이번 개정안에 반영되지 않았다. 검찰 한쪽에서 입증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러나 관련자들에 대한 출석 요구는 물론 금융거래 및 과세정보까지 받아볼 수 있다. 또 법 7조에 ‘상당한 개연성’만 있으면 불법 자산으로 인정하도록 돼 있는 만큼 검찰 의지에 달렸다.

 

전씨가 지금껏 재산을 빼돌리며 큰소리치고 살아올 수 있었던 데는 검찰의 게으른 법집행 책임도 없지 않다. 결자해지의 자세로 전씨의 감춰진 재산을 모두 밝혀내기 바란다.

 

서울신문[사설] 全씨 일가에 면죄부 주는 추징금 집행 안돼야 

 

검찰이 전두환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을 집행하는 절차에 들어갔다. 늦었지만 공권력이 추징금 집행에 적극성을 보인다니 다행스럽다. 검찰은 그의 서울 연희동 사저와 자녀들이 운영하는 회사 사무실, 일가친척의 자택 등 10여 곳을 그제부터 이틀째 압수수색했다. 가진 게 29만원밖에 없다던 그의 집에서 수억원짜리 유명 화가의 대작을 압류했다. 장남 재국씨 소유의 경기 연천군 허브빌리지에서도 미술품을 무더기로 압수했다. 국민들은 금속탐지기로 연희동 집 땅 속까지 훑어냈다는 소식과 압수품이 수사관 손에 들려 나오는 모습에 묵은 체증이 조금은 가시는 느낌이 들었을 것이다.

국민들의 기대가 높아진 만큼 검찰은 더욱 무거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불행한 과거사의 주역이 불법적으로 형성한 재산을 주인에게 돌려준다는 역사적 사명감을 갖지 않으면 안 된다. 무엇보다 젊은 시절 이미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을 만큼의 천문학적 부(富)를 쌓은 자녀들의 재산 형성 과정과 전 전 대통령이 은닉한 재산의 상관 관계는 이번에 반드시 밝혀내야 할 것이다. 물론 그가 1997년 내란 및 뇌물수수 등 혐의로 무기징역형과 추징금 2205억원을 선고받고도 추징금의 76%인 1672억원을 내지 않고 버티기 시작한 지 벌써 16년이 지났으니 추적은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검찰이 의지만 있다면 성과를 거두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본다. 검찰은 2004년 전 전 대통령 차남 재용씨가 소유한 73억 5000만원짜리 채권이 아버지의 비자금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확인한 적도 있다. 얼마 전에는 장남 재국씨가 조세피난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2004년 페이퍼컴퍼니를 세웠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당사자는 물론 아버지가 은닉한 재산과는 관계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재용씨의 조세 포탈 사건과 같은 해라는 점에서 진실 규명이 필요하다.

추징금 집행은 불의로 쌓은 재산을 끝까지 찾아내 사회정의를 다시 세우는 작업이어야 한다. 그럼에도 은닉 자금 추적이 자칫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정의는커녕 전 전 대통령의 호화생활과 자녀들을 비롯한 일가의 상식적이지 않은 규모의 재산 소유에 오히려 정당성을 부여하는 꼴이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검찰은 은닉 자금의 흐름을 반드시 밝혀내 국민의 신뢰를 되찾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전 전 대통령도 역사가 어떻게 자신을 평가할 것인지 심사숙고해 조사에 협조하기 바란다.

 

국제신문[사설] 전두환 은닉 자금 이번에는 제대로 추징해야 

 

검찰이 전두환 전 대통령의 체납추징금을 집행하기 위해 드디어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국세청 등 관련 기관의 지원을 받아 대규모 수사진을 연희동 자택 등 10여 곳에 보내 샅샅이 뒤졌다. 사저에 대해서는 압류 처분했으며, 차명 의심 재산과 고가 미술품 등 환금성이 높은 자산을 확보했다. 그동안 역대 대통령들이 각종 비리에 연루돼 구속된 적은 있으나 전직 대통령 자택 압수수색은 헌정 사상 초유의 일로 그만큼 검찰의 강력한 추징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 하겠다.

검찰이 수사력을 집중하는 대상은 전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 씨 소유의 도서출판 시공사와 국내 최대 허브농장인 '허브빌리지' 등이다. 전 씨가 현금과 무기명채권 등으로 은닉해온 재산을 아들을 비롯한 2, 3세들에게 이전했다는 심증을 굳혔기 때문으로 압수수색을 통해 내부 문서와 회계 자료,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특히 재국 씨는 2004년 조세피난처인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사실이 최근 드러나 수사의 초점이 될 전망이다. 그 시점이 동생 재용 씨에 대한 검찰의 조세포탈 사건 수사로 '전두환 비자금 은닉' 문제가 불거졌던 때여서 거액이 페이퍼컴퍼니로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사실 1600억 원을 체납한 전씨에 대한 검찰의 추징 실적은 강제 수단이 없어 미미했다. 10년 전 법원으로부터 재산명시명령을 받아내 전 씨 자택의 별채와 가재도구 등을 가압류한 게 고작이었다. 당시 전 씨가 법정에서 "예금통장에 29만 원밖에 없다"고 말해 국민의 공분을 산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달 국회에서 '전두환 추징법'이 통과되면서 추징 시효가 오는 10월 말에서 7년이 연장됐다. 충분한 시간 여유가 생겨 검찰 수사에 물꼬가 터진 셈이다. 검찰총장의 단호한 추징의지도 힘을 보탰다. 이제 전 씨 비자금 내역을 밝혀낼 기회를 얻었고, 검찰은 그 소명을 다해야 한다. 또한 비자금 은닉 과정에서 벌어진 각종 범법 행위도 철저히 수사하기 바란다.

 

부산일보[사설] '전두환 은닉 재산' 끝까지 환수를

2013-07-17 [11:10:01] | 수정시간: 2013-07-17 [14:42:47] | 27면

 

 

전두환 전 대통령 장남 운영 시공사 가족지분 70% … 매출 440억, 부동산만

[중앙일보] 입력 2013.07.17 03:00 / 수정 2013.07.17 16:16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 재산 얼마나
차남도 수백억대 부동산개발사

검찰이 16일 전두환(82)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씨의 출판사인 시공사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전 전 대통령 일가의 재산 규모가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압수수색 대상이 된 시공사는 전 전 대통령의 가족이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패밀리 기업’이다. 전재국(54)씨가 대표로 재직하면서 50.53%의 지분을 보유하고 차남 재용(49)씨, 삼남 재만(42)씨, 장녀 효선(51)씨 등 남매들과 재국씨의 부인 정도경씨가 각각 5.32%의 주식을 갖고 있다. 시공사는 지난해 기준 매출 440억원을 올린 출판사다. 서울 서초동 사옥과 경기도 파주 사옥 등 보유 부동산만 300억원대로 알려져 있다.

검찰이 압수수색한 종합 휴양시설 허브빌리지는 재국씨 가족이 소유하고 있다. 당시 19살이었던 딸 수연씨와 부인 이름으로 사들이기 시작한 연천 일대 땅(6만6200㎡)에 만들어졌다. 이 땅은 10년 새 10배 이상 올라 최소 170억원으로 평가된다.

 차남 재용씨가 대표로 있는 부동산개발업체 비엘에셋 역시 재용씨 가족이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다. 대표이사인 재용씨가 30%, 부인인 탤런트 박상아씨가 10%, 그리고 두 아들(각 20%)과 두 딸(각 10%)이 지분을 갖고 있다.

재용씨가 2008년부터 시가(120억~130억원)의 2배가 넘는 240억~250억원을 주고 구입한 서울 중구 서소문동 85번지 일대 건물 5채는 최근 세입자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지난해 말 비엘에셋 측이 세입자들에게 3월 1일까지 건물을 비워달라며 보낸 임대 해지 통지서가 발단이 됐다. 세입자들은 향후 재개발사업 승인이 나면 보상금을 줘야 하기 때문에 이를 회피하기 위한 수작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장남 재국씨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 인터넷 매체 뉴스타파가 지난달 3일 공개한 조세피난처 4차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재국씨는 2004년 7월 28일 조세피난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BVI)에 페이퍼컴퍼니(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회사)인 ‘블루 아도니스’를 설립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페이퍼컴퍼니 설립 시기가 문제가 됐다. 2004년 7월은 동생 재용씨가 차명계좌에 167억원의 뭉칫돈을 보관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구속 수감(2004년 2월)된 지 불과 5개월 지났을 때다. 전 전 대통령의 해외 은닉 재산과 관련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전 전 대통령의 처남 이창석(61)씨도 일가의 부동산 거래 과정에 자주 등장해 은닉재산을 관리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씨는 2006년 전 전 대통령의 부인인 누나 이순자(74)씨의 이름으로 가등기돼 있던 경기도 정부 과천청사 인근 땅 2만6000㎡를 조카 효선씨에게 무상으로 넘겼다. 같은 해 경기도 오산의 땅 132만㎡를 시세에 훨씬 못 미치는 가격인 28억원에 재용씨에게 팔기도 했다. 재용씨는 이듬해 이를 400억원에 되팔아 370억원의 차익을 남겼다.

민경원·정종문 기자

 

검찰 "단순 집행 아니다" … 가족에게 재산 분산 은닉, 해외·도피 여부 수사

[중앙일보] 입력 2013.07.17 03:00 / 수정 2013.07.17 16:16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 압수수색]
서울지검 외사부장이 전담팀 지휘
검사 늘리고 수사관 90여 명으로

검찰이 16일 오후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씨가 운영하고 있는 경기도 연천군 허브빌리지를 압수수색했다. 검찰 수사관들이 압수 물품 중 하나인 불상을 차량으로 옮기고 있다. 검찰은 이날 시공사 등 전 전 대통령의 불법 비자금 유입 혐의를 받고 있는 17곳을 압수수색 했다. [뉴스1]

“압수수색이 끝나면 경우에 따라 관련자들을 소환할 수 있다. 단서가 나오면 바로 관련 수사에 착수할 것이다. 이날 우리가 한 건 단순 집행이 아니라 수사를 위한 것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 환수 전담팀을 지휘하고 있는 이진한 서울중앙지검 2차장은 16일 전 전 대통령 일가에 대한 압수수색을 ‘수사’라고 못박았다. 이날 압수수색 대상을 보면 검찰의 타깃은 전 전 대통령을 넘어 그의 일가 전체를 겨누고 있다. 그만큼 광범위했다. 검찰은 전 전 대통령의 아들 재국·재용씨, 딸 효선씨 등 직계가족은 물론 동생 경환씨와 처남 이창석씨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시켰다. 이들의 재산 중 상당 부분이 전 전 대통령으로부터 비롯됐다는 의혹을 밝히기 위해서다.

 지난 12일 개정·실시된 이른바 ‘전두환 추징법’(공무원 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 9조 2항)은 “범인 외의 자가 그 정황을 알면서 취득한 불법 재산 및 그로부터 유래한 재산에 대해 그 범인 외의 자를 상대로 집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만일 이들의 재산이 전 전 대통령에게서 받은 것이 입증된다면 전 전 대통령의 직접 재산이 아니더라도 추징이 가능하다.

 이날 압수수색은 또 전 전 대통령 아들들에게 제기된 각종 혐의에 대한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전 전 대통령의 재산이 이들에게 넘어간 여부와는 별개로 검찰이 이들이 소유한 사업체와 관련한 자료를 살피는 과정에서 수상한 돈 흐름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전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 환수를 위해 아들들의 회사에 대한 금융거래 및 각종 자료를 살펴보다 장남 재국씨와 차남 재용씨의 사업체가 해외 돈 거래를 하는 과정에서 의심스러운 정황이 포착됐다”고 말했다.

 현재 검찰이 이들에 대해 품고 있는 혐의는 재산 국외 도피, 역외 탈세, 조세 포탈, 비자금 조성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최근 장남 재국씨는 조세피난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블루 아도니스’라는 페이퍼컴퍼니를 세운 사실이 확인됐다. 이 회사의 법인 계좌는 아랍은행 싱가포르 지점에 설립됐다. 회사가 세워진 건 2004년으로 당시 차남 재용씨에 대한 검찰의 조세포탈 수사로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 은닉 문제가 불거진 시점이다. 검찰은 이런 사실 외에 국세청·금감원 등으로부터 제공받은 금융거래 내역 등을 검토한 결과 이들이 외환 거래를 하는 과정에서 범법 행위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전 전 대통령에게서 넘어간 재산이 해외에 숨겨졌다가 세탁 과정을 거쳐 국내로 흘러들어온 정황을 포착했다고 한다.

 검찰은 이와 함께 이날 압수수색 대상엔 포함되지 않았지만 3남인 재만씨의 관련 여부도 확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만씨가 미국 캘리포니아의 대형 와이너리 운영에 참여하고 있는 점을 염두에 둔 것이다. 검찰의 전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 환수작업이 일가족의 비리 혐의에 대한 수사로 진화한 것이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추징금 전담팀이 매머드급으로 재편된 것도 검찰의 강력한 수사 의지를 방증하고 있다. 채동욱 검찰총장의 지시로 출범한 추징금 전담팀은 당초 전담 검사 1명과 6~7명의 팀원으로 단출하게 꾸려져 있었다. 그러나 이날부터 김형준 서울중앙지검 외사부장이 전담팀을 실질적으로 지휘토록 했다. 김 부장은 최근 이명박정부 시절 해양경찰청 초계기 도입 과정에서의 리베이트 및 역외 탈세 의혹을 수사 중이다. 초계기 구입대금 중 수십억원이 해외 조세피난처의 페이퍼컴퍼니에 머물다 국내로 들어온 사실을 확인하고 대우인터내셔널 등 관련 업체를 압수수색해 리베이트와 역외 탈세에 관한 증거를 찾고 있다.

또 일부 재벌기업들의 조세피난처 등을 이용한 국외 재산 도피 및 역외 탈세에 관한 내사도 벌이고 있다.

 검찰은 또 전담팀에 90여 명의 수사관을 새로 합류시켰다. 여기에 기존에 팀장을 맡고 있던 김민형 검사 외에 3~4명의 검사를 더 파견할 것으로 전해졌다. 외사부장에게 전담팀 지휘를 맡긴 것은 전 전 대통령 아들들의 해외 재산도피 의혹 등을 집중적으로 파헤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지금까지의 추징 과정으로 볼 때 전재산이 29만원밖에 없다고 버티는 전 전 대통령의 국내 은닉 재산을 아무리 뒤져봤자 한계가 있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검찰이 이날 전격적으로 전 전 대통령 일가에 대한 강제 수사에 돌입한 데는 박근혜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상당히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전직 대통령들의 추징금 환수에 과거 정부가 뭐했나”라고 질타한 바 있다. 이에 앞서 채동욱 검찰총장은 지난 5월 두 차례에 걸쳐 “필요하면 압수수색이라도 해야 한다”며 미납 추징금 환수를 위한 검찰의 행동에 힘을 실어줬다.

 그러나 검찰은 추징금 환수를 위한 전담팀을 꾸려놓고도 적극적인 행동을 할 수 없었다. 개정되기 전 ‘공무원 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 9조 2항에 따르면 범인 외의 자에 대한 추징금 환수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이가영 기자

 

[최보식 칼럼] '29만원' 全斗煥을 위한 슬픔

 도선일보/사내칼럼/최보식 선임기자

입력 : 2013.07.19 03:06

'현대사의 논쟁적 인물'에서 '29만원짜리' 노인으로 추락
비판받아도 큰 걸로 받아야지 이렇게 쩨쩨한 대접 받아서야
그를 위해 변호해주는 사람들도 찾아볼 수 없다


	최보식 선임기자 사진
최보식 선임기자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一家)에 대한 대대적 압수 수색과 압류가 진행됐을 때, 대중은 통쾌했을 것이다. '정의'가 바로 세워지는 것 같은 기분도 맛봤을 것이다.

검찰 직원들은 숨겨놓은 금고를 찾기 위해 안방 깊숙한 곳에 금속탐지기를 들이댔다. 지하실로 내려가 물탱크 뚜껑을 열어 손을 넣어 휘휘 저었고, 하수구까지 들여다봤다. 명색이 전직 대통령 예우는 고사하고 일개 잡범(雜犯)보다 못한 처지가 됐다.

이런 장면에도 "29만원만 남겨주고 모두 압류하라"고 합창하니, 그동안 그가 보여준 뻔뻔함과 세상을 아예 깔보는 듯한 태도가 얼마나 사람들 마음에 못을 박았던 것일까. 그는 마치 살아있는 '절대 악(惡)'처럼 됐다.

그가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지 25년, 소위 4반세기가 됐다. 퇴임 대통령으로서 회고나 경륜을 들려주는 대신 그는 역대 정권마다 늘 '사건 뉴스'의 쫓기는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권좌를 떠나 그때만 해도 전깃불도 들어오지 않던 백담사에서 2년간 귀양살이를 했다. 겨울날 목욕을 하려면 비닐 막을 치고 솥에 물을 데워 썼다고 한다. 그런 세월을 보내고도 몇 년 뒤에는 수의(囚衣) 차림으로 법정에 섰다.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수감 생활을 했다.

그걸로 끝인가 싶었는데, 추징금 문제로 다시 법정에 출두했다. 젊은 판사 앞에서 "내 재산은 29만1000원이 든 예금통장"이라고 중얼거렸다. 당할 만큼 당했다, 어디 해볼 테면 해보라는 오기가 있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이 한마디가 그의 모든 삶을 규정할 줄은 몰랐을 것이다.

10년 전에도 오늘과 비슷한 풍경이 펼쳐졌다. 그의 집 별채가 압수 수색당했다. 압류한 재산 품목이 진열됐다. 그중에는 그가 타던 구형 벤츠, 기르던 진도개까지 포함됐다. 별채 건물은 법원 공매로 나와 그의 처남이 경매가 두 배로 낙찰받아 겨우 그에게 되돌려줬다.

그는 '12·12사태'와 '5·18 광주 진압'을 주도한 '현대사의 논쟁적 인물'에서 어느 날 '29만원짜리' 노인으로 추락한 것이다. 비판을 받아도 큰 걸로 받아야지, 이렇게 쩨쩨한 대접을 받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는 결코 주머니에 돈을 챙기는 부류는 아니었을 것이다. 군 시절 휴가를 나와 후배인 초급 장교의 신혼 셋방에 들러보고는 자기 봉급으로 냉장고를 사다 준 일화가 있다. 월남전 때는 현지의 한 부대를 방문했다. 검열 업무를 마치고 헬기에 올라탄 그는 중대장에게 "야, 지금 이것밖에 없어"라며 지폐를 똘똘 접어 밑으로 던졌다.

적어도 그는 화끈한 사나이였다는 점에서는 인정받았다. 그런 그가 돈으로 창피를 당하는 것은 미스터리에 가깝다. 내가 취재한 바로는 다음과 같다.

'그가 비자금을 챙겨 나온 것은 틀림없었다. 퇴임 후 정치 활동을 계산했다. 하지만 상황은 백담사로 쫓겨갈 만큼 예상과 다르게 돌아갔다. 그는 자신을 보호해줄 정치 세력이 필요했다. 당시 총선 두 번 때 정치자금을 돌렸다. 그 뒤 김영삼 정부 시절에 내려진 법원의 추징금(2205억원)에는 이미 맞출 수 없었다. 그는 아예 버티는 쪽으로 결정했던 것 같다.'

그는 잠깐 견디면 여론은 수그러들 것이라고 판단했는지 모른다. 세월은 그렇게 흐르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위신(威信)만 잃은 게 아니었다. 그의 재임 시절에 대해 재평가받을 기회마저 잃고 말았다. 이제 그를 위해 말을 보탤 수 있는 사람은 찾아볼 수 없다. 특히 언론인이 다음과 같이 말하는 것은 제 무덤을 파는 짓이나 다름없어졌다.

"그의 집권 과정과 권위주의 통치에 대해 비판하려면 며칠을 해도 모자란다. 그러나 이런 면도 있었다. 5공 시절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뤘다. 국민소득은 그전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물가는 안정됐다.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국민이 70%나 됐다. 지금 인터넷과 전자 산업의 경쟁력은 당시 광역대 통신망 설치 등에서 출발했다. 6·29 선언(대통령 직선제 수용)을 결단했고, 단임(單任)을 실천했다. 그때만 해도 그가 권력을 내놓을 것이라고 믿은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는 만 82세다. 약간의 치매 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그런 그가 아직도 '현재형 사건'에 등장하는 것은 그 시절을 거쳐왔던 국민으로서도 부끄러운 일이다. 이제라도 그는 마지막 정리를 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할 수 있도록 50대로 장성한 그의 자녀도 도와야 한다.

우리가 한쪽으로만 쏠릴 때 또 다른 진실은 버려지게 된다. 검찰의 대대적 압수 수색은 온 세상을 향해 '정의'를 외치고 있지만, "왜 이 시점에서 다시 요란하게 할까" 하는 의문은 남아있다. 한 신문에서는 '전두환 은닉 재산 찾아냅시다' 하는 사고(社告)까지 게재했다. 군중의 쾌감을 위해 손쉬운 먹이를 던져주는 것 같은 씁쓸함도 들었다.

 

붉은산벚꽃버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