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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조·성가·기도문

[시가 있는 아침] 나룻배와 행인(行人)-한용운(1879~1944)/두물머리 풍경 9장

[시가 있는 아침] 나룻배와 행인(行人)

[중앙일보] 입력 2014.01.14 00:10 / 수정 2014.01.14 00:10

나룻배와 행인(行人) -한용운(1879~1944)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당신은 흙발로 나를 짓밟습니다
나는 당신을 안고 물을 건너갑니다
나는 당신을 안으면 깊으나 얕으나 급한 여울이나 건너갑니다
만일 당신이 아니 오시면 나는 바람을 쐬고 눈비를 맞으며 밤에서 낮까지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신은 물만 건너면 나를 돌아보지도 않고 가십니다 그려
그러나 당신이 언제든지 오실 줄만은 알아요
나는 당신을 기다리면서 날마다 날마다 낡아갑니다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그래요. 아무것 바라지 않고 당신을 더 나은 세상으로 건네주는 이 나룻배 같은 좋은 마음. 부처님 마음만이 아니에요. 우리네 모두의 마음자리 본래입니다. 한번 다시 읊조려보세요. 이 세상살이에 손해인 줄 알면서도 이런 마음 가지고 살아간다는 게 조금도 억울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한용운은 “해 저문 벌판에서 돌아가는 길을 잃고 헤매는 어린 양이 기루어서 이 시를 쓴다”며 시집『님의 침묵』을 지었습니다. 사랑할 임이 떠난 침묵의, 궁핍한 시대이지만 침묵하지 않고 시로서 사랑을 일깨우고 우리네 본래 마음자리를 잃게 하지 않은 사람. 독립투사로, 승려와 시인으로 일제하 우리 민족을 해방된 나라로 건네주고 깨끗이 산화(散華)한 그런 전인적인 임이 더욱 그리운 시절입니다. <이경철·문학평론가>

◆이경철=1955년생. 중앙일보 전 문화부장, 동국대 문예창작과 겸임교수. 저서로 『천상병, 박용래 시 연구』와 명화 100선 시화집 『꽃필 차례』 등이 있다.

 

 

 양수리 두물머리 고사목 풍경 

  양수리 두물머리 고사목 

 양수리 두물머리 풍경

 

 두물머리 돛단배 1

두물머리 돛단배 2

 

 양수리 두물머리 풍경 1

  양수리 두물머리 풍경 2

  양수리 두물머리 풍경 3

양수리 두물머리 풍경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