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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알퍼의 한국 일기] 유행대로 한국인, 내 멋대로 유럽인 / 서울대공원 외곽도로 등 5장


[팀 알퍼의 한국 일기] 유행대로 한국인, 내 멋대로 유럽인

입력 : 2016.09.06 03:04

한국엔 뭉크 같은 예술가 없고 유럽엔 엑소 같은 예능인 없어
독특한 개인주의자 많은 유럽, 본능적으로 유행 거부하고
조직·팀워크에 탁월한 한국, 옷에서도 유행·주류 추구해


팀 알퍼 사진
팀 알퍼


한국은 왜 톨스토이나 뭉크 같은 독창적인 예술가를 배출하지 못했을까? 반면 유럽에서는 왜 엑소나 트와이스같이 완벽한 춤 실력을 보여주는 예능인이 탄생하지 못했을까? 한국인과 유럽인의 패션에 대한 너무나도 다른 접근 방식에서 해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올가을 인천공항에서 런던까지 갈 계획이 있다면 패션에 관한 아마 평생 잊지 못할 혼란스러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인천공항에 나온 사람 대부분은 카키 외투, 청바지, 긴 팔 티셔츠 등을 입고 있다. 하지만 런던 히스로 공항에 도착하는 순간 어리둥절해질 것이다. 앞에 지나가는 여성은 두꺼운 겨울 외투에 스카프를 두르고 털 달린 부츠를 신고 있다. 그 뒤로 지나가는 남녀 커플 중 남자는 두꺼운 니트 스웨터를 입고 있고 여자는 손바닥만 한 탱크톱 차림에 여름 샌들을 신고 있다.

한국 공항에서는 밖에 나가지 않아도 날씨를 알 수 있다. 모든 사람이 날씨와 계절에 적합한 옷을 입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꺼운 양모 스웨터와 비치 웨어가 혼재한 영국 공항에서 사람들 옷차림만으론 바깥 날씨를 전혀 짐작할 수 없다. 공항을 벗어나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밤처럼 어두컴컴하고 구름이 가득한 회색 하늘 아래로 선글라스를 쓴 사람이 지나가고, 뜨거운 햇살이 쏟아지는데 검고 긴 코트와 두꺼운 블랙 진 아래로 군화를 신은 10대와 마주칠 것이다.

서양, 특히 유럽에서 '무엇을 입느냐'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표현하는 도구다. 내가 영국에서 회사에 다닐 때의 일화다. 내 동료 한 명은 언제나, 심지어는 추운 겨울에도 반바지만 고집했다. 그것이 그의 '스타일'이었다. 그는 칼바람 부는 날에도 절대 긴 바지를 입지 않았고 춥다는 사실도 결코 인정하지 않았다. 누군가 그에게 춥지 않으냐고 묻는다면, 그는 미소를 띠며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전혀요. 오늘 같은 날씨가 반바지 입기에 딱 좋죠."

칼럼 관련 일러스트
일러스트=이철원 기자


한국은 다르다. 겨울에 짧은 여름옷을 입고 다녔다간 "오, 스타일 독특하네"라는 평가 대신 뭔가 잘못된 사람 취급당할 게 분명하다. 어떤 패션 아이템이 인기를 얻으면, 한국의 거의 모든 패션 브랜드가 앞다퉈 그 상품을 카피해 출시한다. 한국인 대부분은 개성 있는 스타일로 트렌드 리더가 되기보다는 최근 유행에 뒤처지지 않고 주류에 속하길 원한다.

두 집단은 매우 다른 방식으로 패션에 접근한다. 한국인은 새로운 패션 아이템이 유행을 타면 그것을 자신의 스타일에 어떻게 접목할지 고민한다. 반면 유럽인은 본능적으로 유행을 거부할 방법을 찾는다. 이런 차이를 보이는 근본적인 이유는 한국 사회와 서양 사회가 다른 방식으로 조직돼 있기 때문이다. 한국인은 조직을 만들어 일하는 성향이 강하다. 그들은 팀워크를 발휘하는 데 탁월하다.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수많은 한국 보이 밴드와 걸그룹이 바로 그 예다. 소위 칼군무라 불리는 일사불란하게 맞아떨어지는 춤 동작은 서양 팝그룹이 도저히 흉내 낼 수 없는 세계다. 사무실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한국 회사의 각 부서는 소그룹을 만들어 업무를 매끄럽게 진행한다.

반면 유럽의 사무실에서 소그룹을 만들었다간 언쟁만 벌이다가 끝내 아무 결과도 얻지 못할 것이다. 유럽인들은 개인 작업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니체는 삶 대부분을 은둔자로 살았다. 그는 '실스 마리아의 은자(隱者)'를 자칭하며 작품 대부분을 스위스의 깊은 산 속 외딴 오두막집에서 집필했다. 독창적인 팝 뮤지션 데이비드 보위, 소설가 톨스토이와 마르셀 프루스트, 화가 뭉크 또한 은둔형 인간들이었다.

한국은 아직 니체나 보위, 뭉크 등을 배출하지 못했다. 앞으로도 배출하기 힘들 것 같다. 한국인이 창의적이지 않아서가 아니라 유럽인과 달리 혼자인 상태를 잘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인 것 같다. 베토벤이나 반 고흐처럼 광기 넘치는 고독한 천재가 유럽인의 전형이다.

독특한 개인주의자가 된다는 것은 때때로 내가 남과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고 남들이 걷지 않은 길을 외롭게 찾아가야 한다는 뜻이다. 한국인에게 홀로 작업하는 것은 불합리하고 달갑지 않은 경험이다. 한국인들은 함께 일할 때 더 많이 성취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안다. 그들이 단체의 일부에 속하는 것은 비슷한 옷을 입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아마도 어떤 잠재의식이 한국인에게 작용하는 것 같다. 반면 서로 다르게 옷을 입으려는 유럽인들은 옷을 통해 서로 거리를 유지하고 무리에서 분리될 수 있다.

유럽인들의 개인주의적 사고와 한국인들의 집단주의적 사고는 양쪽 문화권의 생활 방식에서 다양한 측면을 통해 드러나지만, 우리가 누구이고 우리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가장 명확하게 표현해 주는 것은 '옷'이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요점)

한국인 대부분은 개성 있는 스타일로 트렌드 리더가 되기보다는 최근 유행에 뒤처지지 않고 주류에 속하길 원한다.
한국인은 새로운 패션 아이템이 유행을 타면 그것을 자신의 스타일에 어떻게 접목할지 고민한다. 반면 유럽인은 본능적으로 유행을 거부할 방법을 찾는다.


한국은 아직 니체나 보위, 뭉크 등을 배출하지 못했다. 앞으로도 배출하기 힘들 것 같다. 한국인이 창의적이지 않아서가 아니라 유럽인과 달리 혼자인 상태를 잘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인 것 같다. 베토벤이나 반 고흐처럼 광기 넘치는 고독한 천재가 유럽인의 전형이다.


독특한 개인주의자가 된다는 것은 때때로 내가 남과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고 남들이 걷지 않은 길을 외롭게 찾아가야 한다는 뜻이다. 한국인에게 홀로 작업하는 것은 불합리하고 달갑지 않은 경험이다. 한국인들은 함께 일할 때 더 많이 성취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안다. 그들이 단체의 일부에 속하는 것은 비슷한 옷을 입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아마도 어떤 잠재의식이 한국인에게 작용하는 것 같다. 반면 서로 다르게 옷을 입으려는 유럽인들은 옷을 통해 서로 거리를 유지하고 무리에서 분리될 수 있다.


- 2016년 9월6일 화요일...수산나 -


[독특한 개인주의자가 되고 싶다]


- 독특한 개인주의자가 된다는 것은 때때로 내가 남과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고 남들이 걷지 않은 길을 외롭게 찾아가야 한다는 뜻이다.

- 한국인은 새로운 패션 아이템이 유행을 타면 그것을 자신의 스타일에 어떻게 접목할지 고민한다. 반면 유럽인은 본능적으로 유행을 거부할 방법을 찾는다.


나는 독특한 개인주의자가 되고 싶다.

그러려면 내가 남과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고 남들이 걷지 않은 길을 외롭게 찾아갈 수 있어야 하리라.

유행을 하는 옷이 있다면 유행을 거부할 방법을 찾아서 무리에서 분리될 필요도 있으리라.


날씨를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패션을 구가하는 유럽사람들의 면모를 나는 접목하고 싶다.

유행대로 한국인 보다는 '내 멋대로 유럽인'이 되고 싶다.


- 2016년 9월6일 화요일...수산나 -



서울대공원 외곽도로 1


서울대공원 외곽도로 2


서울대공원 외곽도로 3


서울대공원 외곽도로 4


서울대공원 호수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