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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심화반

문예심화반 제15강 글짓기 <봄> / 꿀벌 사진 4장


문예심화반 제15강 글짓기 <>

 

하면 떠오르는 꽃이 무엇인지 천천히 생각을 해본다. 아직 겨울이면서 봄의 기운만 아련하게 떠도는 시기에 볼 수 있는 것이 복수초(얼음새꽃)이다. 식물 자체의 내부 열로 주변의 눈을 녹이며 생명의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에 유명한 꽃이다. 올해는 2월 초 홍릉수목원에 복수초(얼음새꽃) 꽃눈이 올라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약초원에 싹이 튼 작은 꽃 하나를 둘러싸고 사진 촬영하는 사람들의 모습 등이 카톡에 올라왔다. 내가 복수초를 처음 만난 곳은 2009년 남산의 자연학습장이다. 아직도 추운 겨울, 메마른 땅에서 비단결 같은 노란색 꽃잎이 올라온 모습이 경이로웠다. “눈 속에서 핀다는 설중화, ()과 수()를 불러온다는 복수초, 그 명성 영원하거라!”하며 시까지 읊었던 기억이 난다.


봄이 살짝 다가와 햇볕을 따사롭게 느낄 수 있는 시기에 볼 수 있는 꽃이 갯버들과 회양목 이다. 갯버들의 겨울눈을 흔히 버들강아지라고 부른다. 갯버들, 회양목은 화려한 꽃잎을 가지지 않아 사람들 눈에 잘 띄지 않지만, 꽃이 궁한 시기에 꽃을 피워서 꿀벌과 같은 곤충들에게 꿀과 꽃가루 등의 양식을 제공하는 고마운 식물이다. 갯버들과 회양목 꽃 주변에 꿀벌이 윙윙거리면서 부지런히 양식을 모으는 모습을 이 시기에 자주 볼 수 있다. 꿀벌의 뒷다리에 있는 꽃가루 주머니에 노란 색 꽃가루를 잔뜩 저장하여 덜렁덜렁 날라 다니는 모습이 우스꽝스럽기도 하여 한바탕 웃고 나서 그 부지런함에 감탄하였던 생각이 난다. 화려한 꽃만 꽃인 줄 알았던 나의 생각을 부끄럽게 만든 식물이다. 눈에 띄지 않으면서 각자의 소임에 최선을 다하는 생명체가 아마 99.9%는 되리라 생각한다.


봄이 한 발짝 더 다가온 시기에는 매화꽃이 핀다. 퇴계 이황이 사랑하여 예로부터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매화꽃은 나에게도 의미 있는 식물이다. 해마다 남쪽에서부터 올라오는 매화꽃 소식을 언론에서 보도하므로 매화꽃은 먼 곳에서 피는 줄로 막연하게 생각했다. 강남의 봉은사에 홍매화가 피었다는 소식이 신문에 난 것을 보고 봉은사로 출사를 가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 동네 우체국 주변 소공원에서 매화꽃이 핀 것을 발견했다. 중앙공원에 청매화, 홍매화가 나란히 피어있는 것도 보게 되었다. 행복의 파랑새를 찾아 전 세계를 떠돌았지만 결국은 자기 집에서 행복의 파랑새를 찾았다는 동화를 떠오르게 했다. 먼 곳도 좋지만 가까운 곳도 좋다는 것을 일깨워준 꽃이다. 살구꽃과 매화꽃은 매우 흡사하다. 꽃받침이 꽃에 붙으면 매화, 자빠지면 살구꽃이다. 우리 아파트 단지에는 살구꽃이 흐드러지게 핀다.


봄에 피는 꽃 이야기를 시작하면 끝이 없다. 폭죽 터지듯 한꺼번에 꽃이 피지 않고 시간차를 두고 꽃이 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공연히 해본다. 봄에 꽃이 아닌 잎으로 나를 감탄 시킨 것은 귀룽나무이다. 어느 이른 봄 날, 남한산성 산행을 하는데, 유난히 연록색이 반짝이는 모습이 내 눈에 들어 왔다. 황량한 무채색의 겨울 산에 연록색의 싱그러움에 매료되어 어떤 나무일까 궁금했었다. 다음 해 봄, 올림픽공원으로 놀러갔는데, 유명한 왕따나무(측백나무) 뒤로 신록의 싱싱한 기운을 전달하는 나무가 보인다. 궁금하여 인터넷 검색을 하니 귀룽나무이다. 경복궁, 창덕궁에도 있는 나무로 이른 봄에 신록의 잎을 피어 임금에게 농사지을 시기를 알려주는 지표목 역할을 하는 나무라고 한다. 부지런하게 잎을 피워내는 귀룽나무가 자랑스럽다.


봄이 무르익어 산수유, 생강나무, 벚나무, 진달래 등이 꽃 피기 시작하면 산의 모습은 알록달록해지면서 몽실몽실해진다. 겨울 산이 나목으로 숭숭 뚫린 모습이라면 봄 산은 나목에 싹이 돋아나고 채워지는 몽실몽실 형태이다. 20123월부터 만나기 시작한 모임이 있는데, 그 모임의 이름이 몽실몽실이다. 북촌 성곽 길 탐방을 하다가 포근포근하고 몽실몽실한 산의 모습에 탄복하여 모임의 이름이 정해졌다. 새로움을 구가하는 봄의 모습을 영원히 지니는 모임이기를 희망한다.


- 2017년 4월19일...수산나 -



회양목 꽃과 꿀벌 1


회양목 꽃과 꿀벌 2


갯버들 꽃과 꿀벌 1


갯버들 꽃과 꿀벌 2